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

옥같은너를어이묻으랴 저자 이승수 출판사 태학사(2007년04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딸래미가사다준이어폰이제법소리가좋군요.

스마트폰에다운받아논음악들…..바흐모짤트베토벤등…..

유명한(?)아저씨들이귓가에서쉬지않고속삭여주니

그리고책한권,

요즈음집에서는이문구선생의책세권을읽고있으나

경의선지하철을타러갈때는책꽃이에서

태학산문선옥같은너를어이묻으랴,’를핸드백속에넣었어요.

책이작아서가볍기도할뿐더러

잠깐씩조금씩읽고생각하기좋기때문이지요.

이어지지않는스토리없는책이라영판자유롭구요..

마치무장을단단히하고전쟁터에나간기분이라고나할까요.

버스를기다려도괜찮고지하철을오래타도괜찮고

책한권에음악이면어디에서든충분히행복할수있다는말이지요.

늦은밤비오신다더니아침부터하늘아주낮게가라앉아있습니다.

왜하늘이가라앉아가면저는더가라앉는걸까요?

가라앉는다는것은,

마음이만약몸이라면말이지요.

도톰하면서도길고폭이넓은스커트를입고

두발목을양손으로잡고그위에고개를약간숙이는동작이예요.

몸이좀조그마해지잖아요.

마음이가라앉는다는것은그것과비슷한일이지요.

‘옥같은너를어이묻으랴’는몇년전에사서보았던책이에요

그런데지하철을타고음악속에서편역자의앞소리를읽는데

처음읽은책이었어요.

살아남은자의슬픔이란제하의글첫문장은니체의말로시작하더군요.

<무서운깊이없이아름다운표면은존재하지않는다>

이런도저한문장을지난번에책읽었을때도분명보았을텐데

왜내속에흔적도기억도없는것인지,

나는순간그문장에홀렸어요.

그게꼭깊은산속호숫가물이야기려구요.

우리네인생사모든것들에게적절하게맞는이야기들이지요.

깊이만해도아득한데무서운깊이라니요.

마치작달비거침없이내릴때아늑한집안에있으면서

돋는오소소한한기같은단어아닌가요?

창밖으로는유별나게노오란은행나무들이스쳐지나가고있었어요.

언제가여름에도한번경의선신촌에서서울역들어가는길에대한

묘사를한적있는데

오늘도여전히오래된건물들사이에서그보다더오랜은행나무들이

노오랗게물둘어서물든잎사귀를바람에내어주고있는데……

아주오래전이야기지요.

친정옛집은아부지공무원퇴직하시고마련한농장이었어요..

온산에가득밤나무가득감나무가심어져있는,

바로뒤안으로연결되어있는그산에

그대도록단감익어가고알밤떨어져도

나와는아무런상관이없는일이었지요.

엄마가유별나게좋고이쁘게생긴감호주머니에넣어가지고오시면

와상에서까먹는일이나했을까,

근데아마딱지금무렵이었을까요?

무엇때문인지혼자그산엘올라갔어요.

밤나무밑에는무수한밤나무잎들이수북하게쌓여있었어요.

해가저물어가면서햇빛이조금더붉어져셔였을까요.

지금도난그런붉은빛깔의밤나무낙엽을본적이없어요.

마치당단풍나무의빨강처럼온산이그렇게붉더라니깐요.

시시하고또시시해서,

그렇잖아요.

모든익숙한것들이그러하듯

그런시시한것들이

그렇게장엄하게아름다울수있다는것이,

한기돋는문장,

깊어가는가을,

오래된길이주는상념,

그리고

보성우리집뒷산의장엄한아름다움이일시에오버랩되는거에요.

내안에서,

무서운깊이와아름다운표면이내안에서읽혀지는순간이었어요.

이책은죽은자를애도하는글을묶은책이지요.

형제를잃은슬픔

사별한아내에대한절절한회한

자식을앞세운참척

그리고자신의죽음에대한이야기도실려있어요.

글쟁이연암나으리께서

누이에대한사모의정을읊은문장은상기도처연하기그지없습니다.

붉은명정은바람에펄럭거리고돛대그림자는물위에꿈틀거렸다

언덕에이르러나무를돌아가더니가리어져다시볼수가없었다.

그런데강위먼산은검푸른것이마치누님의쪽진머리같고

강물빛은누님의화장거울같고새벽달은누님의눈썹같았다.

()형제로지난날들은또어찌이다지짧았더란말인가

매벽이있었던김창흠은아내의죽음앞에이런글을남기더군요..

홀로남은곤궁한이늙은이는세상에있는동안

감정이사윈선승들과

함께구름이는시내와눈쌓인산에서보낼것이오

힘이있거든당신무덤을깨끗하게돌보아주고봄가을철마다오가려하오

그것도못하게되면영원히당신에게돌아가리이다.

여기까지말하고나니간장이찢어지고눈물이흐르오.

경망스럽게도

감정이사윈선승들이란대목에서슬며시미소가흘러나왔어요.

노인임에도그래도치기어린남자라는대목이엿보이는글,

그리고세상떠난아낙이혹시걱정할까봐

감정사윈선승들과함께살겠다는고백이…..

내가아는누군가를연상시키기도했구요.

옥같은너를어이묻으랴.’

이책엄청좋은책이에요.

혹시이글을읽으시는그대,

겨우한이레길어야두이레정도나남은가을

그냥보내지마시고이책끼고다니며

심심할때마다한쪽씩읽으시면…...

거기죽음도있고삶도있고그리움도있으리니…..

서울역그릴에서모임을마치고돌아오는길

이르게내린빗방울몇개가후둑뺨에와닿더군요.

차갑고서늘했어요.

이비에

가을

내게안녕하며손들까요?

애절하게붙잡으면못이긴채혹남아있을까요?

한시간에하나씩있는지하철이막승강장으로진입하더군요.

다시되돌아서기까지삽십여분,,,,,,

츨발해서이십이분..

빈자리에느긋하게앉아음악듣고책을읽으니

집에까지오는오십여분

정말눈깜빡할새더군요.

5 Comments

  1. 雲丁

    2011년 11월 4일 at 2:03 오후

    "무서운깊이없이아름다운표면은존재하지않는다."
    사물의겉만햟고있는것같아서,,무섭게내리치는소리로,
    니체를읽고읽어요.   

  2. 쥴리아스

    2011년 11월 4일 at 2:12 오후

    글톤이바닥에찰랑거리네요…눈깜박할새톤이다시바뀔지도모르지요…^^   

  3. 푸나무

    2011년 11월 4일 at 3:19 오후

    운정님저두그랬어요
    그문장앞에서…..
    니체두죽비를알았을까요?ㅎ~^^*   

  4. 푸나무

    2011년 11월 4일 at 3:21 오후

    쥴리아스님은쓰신글만어려운거이아니라댓글도어려워요.^^*
    이책저책읽노라아직
    운명은다못읽었어요.
    아ㅡ산에가노라독서시간이좀줄기도했구요.   

  5. 雲丁

    2011년 11월 5일 at 5:16 오전

    저위제댓글마지막,
    읽어요->있어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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