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두살 달 이야기

11월의나무들/장석주

저녁이내속에
나무들서있다

몸통에감춘
수천阡의눈들,

산능선겹겹파도가없이
밀려가는걸
바라보고서있다.

오늘은다섯시간넘게산길을걸었습니다.

왜그렇게많이?

누군가걷는이유를물으셔서

걷는게좋아요.

대답을했지만

맞는답일까…..대답을해놓고말에대해한참생각했습니다.

말은혹시

마음을감추기위해서사용할때가더많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이문득들었어요.

느즈막히산엘올랐더니

내려올무렵에는그커다란산에아무도없더군요.

아침이라면낮이라면아,혼자다!!!!

행복했을텐데

갑자기무서워지는거여요.

뭐가무서운거지?

사람?귀신?어둠?

사람이나타나면같이동무하면될것이고

귀신이나타나면좀무섭긴하지만나예수믿는사람이거든,하면될것이고

어둠에게는……,

달과어둠은동지니…

달이뜨면달길이되지요.

요며칠집떠나있는동안달을좀바라보았습니다.

달두꽃처럼사람의손길을타는지
깊은밤의달은초저녁과는다르고
새벽달은더다르구요.

늦은밤달빛비치는길을걷다가
갑자기삼십삼년전의달이떠올랐습니다.
제주한라산의달,
이제는이름도잊어버린

어느절지붕위에둥그렇게,

너무나부드럽게떠있던새벽두시의달,

만주사화같은이야기지요만,

만주사화는천계에만핀다는상상화이니

흘러가버린기억도천계아닌가요,

그리고그흘러가버린기억속의나도……

아주친한친구최인숙이와단둘이제주도여행을갔습니다.

내나이이십이세.

차암지금생각하니눈부신나이란생각이듭니다.

사흘째되는날계획대로라면한라산을가야하는데

아침부터비가억수로내리는거예요.
그래도가자.
비가우리의산행을더행복하게하리,하면서

간단히점심준비만해가지고차를탔지요.
어리목에내리니산으로올라가는포장된그길다란도로에는

그아이와나단둘뿐이더군요.

비는정말줄기차게내리붓고있었고….
아무도없는길위에서쏟아지는비를맞으며

우리국민학교다닐때고무줄놀이하며불렀던노래,

무찌르자오랑캐얼마만이냐를외쳐부르며
달리다가걷다가….

그때그길에

굵은빗줄기를맞으며환하게웃으며걷는아이들

정말로자유라는눈에보이지않던무형의가치란것이

빗물처럼흘렀다니깐요.

그렇게산을오르기시작했는데,

사람구경도못하다가어느순간남자둘이

비를맞고우리곁을스쳐지나가더군요.

별말없이스쳐지나가는품이왠지좀신사같아보였어요.
산장비슷한곳에서점심을먹을때다시만났어요.

그리고그때부터같이산을타기시작했지요.이야기도해가며….

아시겠지만차암한라산ㅡ그변덕,

그래서그산은그렇게아직도청춘인지,

안개와바람과비와구름과갑자기한청명!

그변덕스러움의매혹!
홀려서사람을잊어버린게지요.
해가저물어가는데

그정도면충분히나타나야할마을이나오질않는거에요.
그리고어느순간내리막길을걸어얄텐데

왠지약간올라간다는느낌이들더군요.

버섯말리는집이나오고

제주도kbs에근무한다는한라산쟁이인사람이거기서쉬었다가자더군요.

이젠내려가재도이미어두워져서내려갈수가없다면서…..

서울KBS에근무하는사람더러내가그랬지요.

갑시다.당신도크리스챤,나도크리스챤,

당신동생이나누이라면여기이렇게낯선남자들과있겠냐며….

아마한라산쟁이가먼저흑심을품었고

서울쟁이는약간의동조이렇게일이되지않았나싶어요.
지금은못간다며자기드은이곳에서자고가겠다며버티더군요.

길을가르켜달라고우리끼리라도내려가겠다고했더니

가르쳐주는데로한참가다보니느낌이아니더라구요.

다시버섯말리는집을거쳐서왔던길을되돌아서걷기시작했죠.

그친구들은그런우리를멍히바라보고있었고,
설마너희둘랜턴도없는데이낯선산길을내려가겠니,그랬겠죠.

얼마쯤이나그렇게걸어왔을까?

길목에팻말이있는데그글씨가보이질않는거예요.

근데그때전자시계에불이들어왔잖아요.

그래서시계의라이트를켜가지고그빛으로보니깐,

무슨절6k적혀있더군요.

몸이눈이되어서내려왔죠.
얼굴이나몸에나무가스치지않으면길이다하면서….

얼마쯤그렇게걷다보니깐길이아닌거예요.

완전히숲에갇혀서….그래서친구에게그랬죠.

야,여기서우리가무조건갈것이아니라잠깐앉아서차분해질필요가있다.

그리고다시왔던길을가면길이나올거야.

그렇게잠깐앉았어요.

앉아있는데그친구들이부르면서내려오는소리가들리더군요.

여기서정말로용감했던위영!
배낭에서과도를꺼내친구의사이드에넣으면서비장하게말합니다.

만약에저놈들이우리를으짤라하믄이칼로찔러버릴것이다.
하하,

다행히그런멋진무협지는쓰질못하고….

그러다가달이보이더군요.

어두운회빛의기와지붕위로….
휘영청,

아름답고,

부드럽게,
그리고참으로아늑하게……
달이그렇게따뜻해보일수도있다는것…..

그냥

내스물두살….

내가기억하고있던달이야기를하고싶었어요.

일년중가장스산한달십일월이잖아요.

한그루나무다.잎말라버린가지와단풍붉은가지를위에서아래로줄긋기를하며열심히보았다.

답은모름

5 Comments

  1. 雲丁

    2011년 11월 11일 at 5:58 오전

    음악도기분에따라,혹은하루중언제듣느냐에따라다르게들리듯,
    모든사물도그러지않나싶어요.
    손에땀을쥐고내려왔을것같네요.
    저도한번희미한달밤에산을내려온적이있거든요.^^   

  2. 나를 찾으며...

    2011년 11월 11일 at 1:26 오후

    아~뭡니깟?!!!!

    오매낫~오매낫~가슴쫄이며
    하머낫~하머낫~하고무슨일이벌어지나아~
    기다리고읽다가
    김팍새버렸지뭐에요…ㅎㅎ

    전아주재밌는무협지를한번보나보다시펐는데말이지요?ㅎㅎㅎ

    그래도스무두해푸나무님의달빛이따뜻하고부드러워서
    다행이다싶어요,^^   

  3. 푸나무

    2011년 11월 11일 at 1:46 오후

    운정님그럼요.
    정말몸이눈이되어내려온기억이아직도선연한걸요.
    운정님은왜희민한달밤에?????궁금,!!   

  4. 푸나무

    2011년 11월 11일 at 1:48 오후

    하하,나를님.
    김새서어떡하죠?
    뭔가따악만족시켜줄스토리가있었으면좋았을텐데….

    근데긴장은좀되지않던가요?
    ㅎ~
    그래도나의엄청난비밀스런스토린데….
    이젠아주재미있는추억이지만말예요.
       

  5. 雲丁

    2011년 11월 12일 at 4:52 오전

    여간헤서오후에산에오르지않는데봄산에홀려오후에오르게되었어요.
    조금만더조그만더,,하다가달은떠오르고그때야마음이바빠졌답니다.
    무서웠어요.그때심경을써놓은초고가있는데마무리가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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