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눈부신 강 ㅡ 북촌방향

얼마전지인이발칸반도를다녀왔다고했다.

난당연하게물었다.

불가리아도가보셨어요?.

그럼요.

그러면불가리아의장미보셨어요?

아뇨못보았는데요….철이아니었나…?장미못봤어요.

새벽두시가장깊고어두운시간에따야향기깊고그윽하다는발칸의장미,,,

로향수를만든다는문장은신비롭고고즈넉하다.

그냥코로들이맡는.

단순히체취를가려주는냄새가아니라는

향수를영적인존재로승화시켜주는문장이라고나할까,

하여간장미를보지못한발칸여행은부럽지않았다.

샤넬과스트라빈스키라는영화에서

샤넬이스트라빈스키와사랑을하면서만들기시작한향수그리고향수공장,

향수를분석하는코….가그들의사랑과더불어흥미로웠다.

향수는눈에보이지않지만무수한색채를지니고있다.

그리고그수많은결중의하나와만나서로좋아하는것…..

어느날선드라마작가는향수가남자를꼬시는병기라던가

라는천박한표현을하더라만,

천박한표현이란그녀가내뱉어논말에도격이없어서지만

그녀의생각수많은사람들의생각을일시에뒤집어버리는

그래야직성이풀리는격렬함에도기인되어있다.

(내가좋아하는것을감히어떻게그런표현을???미움도담겨있다.~)

나는향수에흥미가많다.

특히베이스노트에….

좋은향수를뿌리고사나흘뒤에다시그옷을입을때

전혀다른느낌의향이다가온다.

나와섞여서새로운향이된것이다.

이런베이스노트가오래가는영화가

나는좋은영화라고생각한다.

홍상수의<북촌방향>도베이스노트가강한영화였다.

영화를본지가한참되었는데

좋아했지만이젠이별하게된오랜친구처럼

그녀와나의사이에서배어나오는쓸쓸함처럼

북촌방향생각나더라는것이다.

오래전오아시스를보면서설경구의외로운건들거림

내가만일시인이라면노래와함께망막에오래도록남아

지가나타나고싶을때아무때나나타나던처럼

<북촌방향>은흑백영화다.

그는이화려하고다양한컬러플한시대에왜흑백영화를만들어낸것일까,

화려함에대한반작용이라는생각은너무단선적이고

그는응축시키고싶었던것일까?

어딘가로그저끊임없이흘러가는,

흐르기만하는도무지알길없는삶에대한시선을

아주아주단출하게표현하고싶어서

그는흑백을사용한것일까,

아니면그도나처럼……

내나이다섯살때사진기가무서워옹송거린채서있던

꽃밭속의어린아이,

그한장의사진이지니고있는아련한그리움혹그에게도있을까,

<북촌방향>이란제목은얼핏단순명사처럼보이지만

사방데로열려있는,

수많은길을내포하고있는

아주길다란,

열려있는문장이다.

북촌으로가는길도많겠지만

북촌에서어디로갈것인가……

무수한갈래길을담고있는,

너무나일상적인어휘와현상들,

홍상수영화특유의표정들을

영화는섬세하게보여주지만

사실감독이그려내고자하는영화의속살은

복잡한생략과

환치와

데쟈부다.

제법유명한감독그러나지금은지방대학에서강의를하는성준(유준상)이등장한다.

(소설가들이소설가를등장시켜이야기를이어나가는것비슷하게

감독들은감독을내세우는것이괜찮은가봐)

그는북촌을어슬렁거리다가인사동에서우연히세젊은이들과합석을하게되고

술이약간취하게되자굉장히좋은곳을데려다주겠다며함께택시를탄다.

그러다가왜나를딸아오는거야,…

돌변하며그들을쫒아내버리고

그가찾아간곳은

그녀의옛애인집,

그녀앞에서얼굴을가린채흐느끼고…..

아이구내쌔끼,

안고싶었어…….

여자를안고잔다.

(이런참나아주어렸을적울엄마에게들었던그사랑스런대목을

연인사이에사용하니….)

같이잠을자고다시멀끔한얼굴로

연락하지마,이제끝이야….

다시선언한다.

고개도들지못하던흐느낌과

(아무리이라는정신농탕치는놈에게휘둘렸다손치더라도)

정신말짱한상태의반복되는이별은

흘러가지만

다시돌아올것이라는

상처깊은병을보여주는듯했다.

성준이좋아하는형영호(김상중)와

그형이아끼는?아니혼자좋아하는?보람(송선미)

보람은성준에게마음을여는듯보이고

성준은그녀와형을자연스레응시한다.

그들은그런자신들을,

상대방을아주자세히읽고있으면서도

아무도그부분에천착하지않는다.

여자는성준을바라보고성준은자연스레형과여자를바라보고

영호역시성준에게관심이많은보람을성준을지긋이바라본다.

남녀간의섬세한감정을보여주면서도

남녀간의감정이아닌

사람사이의감정으로읽으려는세련된태도라고나할까,

아니면

감정의강이흐르는곳을그들은일부러외면하는것일까,

그도아니면그냥스쳐지나가는것일까.

아무에게나열려있는듯해보이는술집아니카페?

소설의여자주인…..

은상준의예애인과닮았고

나중에는실제그녀가된다.

아니이대목에서홍상수는독자에게장난을거는지도모른다.

아니혹장난이아니라면인생사많은부분이그러하다는

그가주는그만의메시질까,

그녀는

과거의그녀든과거의그녀가아니든상관없다.

그들이사랑하든좋아하든관심없으니

니가알아서봐라.

정말중요한것은그게아니야……

정말중요한것은<흐름>이야.

흘러간다는것!이라고….

성준과한번인가영화를같이한배우를

성준은북촌에서세번이나우연히조우한다.

그녀는애련한마음으로성준과의소통을원하지만

성준은북촌방향으로그저흘러만간다.

마지막에사진을찍는다는

감독의영화를다봤다는

고현정이등장해서

감독에게아는척을하며

그에게사잔한장찍겠다며말한다.

처음에는거절하지만

성준은그녀가요구한대로사진이되어준다.

사진만될까,…..

사진은그녀와그와의새로운관계역학의전초전일것이다.

사진(영화)를찍던그가

찍히는장면에서의그미묘한표정이라니…..

(아주사족인데이름무거운고현정대신무명의배우가나타났다면어땠을까?)

좋은글이수많은행간을지니고있어

눈밝은독자스스로행간을찾아읽듯이

<북촌방향>

수많은행간을지니고있어

많이생각하게하는영화이다.

영화보는동안

내내이작가누구야,

궁금했는데

작가는홍상수였다.

<북촌방향은>은

햇살눈부신강같았다..

강물위눈분신햇살이비치면

은금빛처럼보여도흑백이다.

밝고어둡고,

그러나여전히흐르는….

6 Comments

  1. 쥴리아스

    2011년 11월 23일 at 12:40 오전

    인간의내면,특히이성간의서로를향한내면의솔직한발현..상호간의내면심리와밖으로나오는행위로부터의비위선이홍상수감독의작품의전체테마가아닌가하네요.주인공들이다그래요.   

  2. 雲丁

    2011년 11월 23일 at 8:25 오전

    초겨울푸나무님의감성과이성의고랑을타내린영화,
    프로이트의인간행동심리를대입해보고싶은영화,
    흑백이라서더감상하고싶어지네요.   

  3. 푸나무

    2011년 11월 25일 at 1:13 오전

    쥴리아스님도홍상수를좋아하시는갑다.

    그림으로치면수채화
    글로치면담박한수필
    그렇던데요.북촌방향   

  4. 푸나무

    2011년 11월 25일 at 1:14 오전

    아,흑백이라좋더라구요.
    한적한동네
    오래된골목길을걷는듯한,
    하긴영화속에서도골목길많이나와요
    북촌,   

  5. 봉천댁

    2011년 11월 25일 at 3:08 오전

    좋은글..

    감사히읽었어요..^^

       

  6. 푸나무

    2011년 11월 26일 at 1:14 오전

    봉천댁……은봉천동에사셔서….?

    보성에서는
    댁을떡이라고표현했어요.가령나같은경우라면
    보성떡…..이되는거지요.
    우습다./보성떡….

    영화좋아하신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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