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나렵니다

현직여검사가검찰이정치중립을지키지못한다고비판하며사표를제출했습니다.
대구지방검찰청에따르면형사3부수석검사인백혜련검사가지난21일검찰내부통신망에"최근몇년간의검찰의모습은국민들이볼때정치적중립과독립성을지키고있다고보여지지않았다"는글을올리고사표를냈습니다.백검사는사직의변에서대검과일선검찰사이에소통부재가너무크게느껴진다며검찰의현실을비판했습니다(엠비시뉴스펌)

***

막상사직할생각을하고보니좀더열심히일할것을그랬다는후회와반성,그리고10년이넘는세월동안함께했던많은이들의얼굴이밀려듭니다.제가검사로서할수있는마지막소명이라생각하고떠나기전감히몇마디하고자합니다.

 검사는긍지와자부심을먹고사는사람들입니다.

검사가되고싶어검찰을지망했고그간검사라는자부심을가지고살아왔습니다.그러나최근에는이런긍지와자부심을가지기가너무도어렵습니다.아니오히려저희검찰이,검사라는사실이부끄러운적도많았습니다.연일쏟아지는검찰에대한언론들의비판,정치권의조롱,법원의무죄판결,국민들의차가운눈초리등등아무도편들어주지않는검찰의모습을보며검사로서의긍지와자부심은무너져내렸습니다.

 저희검찰이이렇게국민들의신뢰를얻지못하고항상언론의비판대상이되는이유는무엇일까요?

이질문에대하여여러윗분들로부터질문을받았지만당시사실‘조직에누가될까봐’,더솔직하게는‘용기가부족하여’솔직한답변을하지못하였습니다.

 역사적연원등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현재검찰이국민들로부터신뢰를얻지못하고비판의대상이되는가장큰원인은국민적관심사가집중되는큰사건,정치적중립과독립성이고도로요구되는사건들의처리에있어저희검찰이엄정하게정치적중립성과독립성을지키며제대로된사건처리를하지못하고있는것에기인한다고생각합니다.

 ‘정의란정의로울뿐만아니라정의롭게보여져야한다’는격언이있습니다.최근몇년간검찰의모습은국민들이볼때결코정의롭게보여지지도,정치적중립과독립성을지키고있다고보여지지도않았습니다.

 이것이저희검찰이국민들로부터신망을받지못하고질타를받는가장큰요인인것입니다.

 아무리형사부에서수만건의고소사건을공정하게처리해도국민들의이목이집중되는단하나의사건을공정하게제대로처리를하지못하면검찰이쌓아올린신뢰는바로무너져내리는것이현실입니다.

 2003년노무현대통령과검사의대화당시‘검사스럽다’라는신조어까지탄생시키며지키려했던검찰의정치적중립과독립이었는데지금검찰의모습은안타깝기만합니다.어찌하다저희검찰이여당국회의원에게조차‘정치를모르는정치검찰’이라는말을듣게되었는지모르겠습니다.

 이제우리검찰이현상황을타개하고앞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먼저우리가처한현실에대하여,우리검찰의모습에대하여직시할필요가있습니다.

 저희검찰의진정성을몰라주는국민과언론만을탓하기보다는,너무엄격한증명으로무죄를써댄다고법원을비판하기보다는정말저희검찰이그동안정치적중립성을지키지못하고한쪽으로치우친점은없었는지,저희검찰의기준과상황판단이시대흐름에너무뒤쳐져정당성을상실하게된점은없었는지,실체적진실은별론으로하고사건을처리하는절차상공정성의문제는없었는지한번되돌아보아야할시점입니다.

 물론저와의견이다른분들도있을것입니다.그러나저희검찰내에도이런목소리가존재한다는사실을,이런목소리도자연스럽게낼수있는환경을조성하여주는것이저희조직에생명력을불어넣어줄것입니다.

 이와관련하여추가로한마디더말씀드린다면요즘처럼대검과일선사이의간극이이렇게넓게느껴진적이없었습니다.대검과일선의현실인식의차이,소통의부재가너무크게느껴집니다.

 검찰의가장큰장점중의하나인구성원들간의일체감이현저하게떨어지고있습니다.여러가지이유로검사로서의긍지와자부심을점차잃어가며일선검사들이느끼는좌절감과상실감,업무에대한낮은행복지수를위에서얼마나알고있는지궁금합니다.

 최근대검의‘검사직접수사지침’처리과정은지침의당부를넘어이러한간극과함께일선과대검의‘소통의부재’를단적으로보여주는사례였다고생각합니다.

 일선의심각한문제제기가이루어지고있음에도대검에서는그흔한토론회한번개최하지아니하고일방적으로지침을통보하였습니다.

 아무리올바른제도나지침이라하더라도구성원들의의견을수렴하고설득하는작업이필요한것이고구성원들과의교감이없는제도는아무리좋은제도라하더라도그뿌리를내리기어려운법입니다.

요즘정치권에서조차‘소통’이화두입니다.소통하지못하는조직은구성원들로부터지지를받을수없고결국시대흐름을읽지못한채도태될수밖에없다는사실을알아야할것입니다.

 다시돌아올사개특위의높은파도앞에서검찰이처한현실을직시하고,이제라도반성할점은반성하며,검찰구성원및국민들의목소리에열린마음으로귀기울이고,미래를위해버려야할것은과감히버릴수있어야만이검찰이라는큰배가좌초하지않고앞으로나아갈수있게될것입니다.

 『오늘저희는검찰의정치적중립을염원하는전국검사들의뜻을모아국민여러분과대통령께전달하고자합니다.먼저,그동안검찰이일부정치적사건을투명하고엄정하게처리하지못하였던것이사실입니다.그책임이저희에게있다는국민의질책을겸허하게받아들이고,깊이반성하고있습니다.…중략…저희들은앞으로정치적사건을포함한모든사건을처리함에있어어떠한압력도거부하고오로지법과원칙에따라수사할것이며수사과정에서국민의인권보장을더욱철저히할것을국민들에게약속드립니다.』

이글은2003.3.9.대통령과검사와의대화당시전국평검사회의대표의이름으로발표되었던선언문입니다.

 그때의들끓던평검사들의열정이그립고,그때의반성과다짐이가슴에사무쳐옵니다.

 마지막으로제가검찰에있는동안좁은소견으로마음을아프게하였던분들은너그럽게용서하여주시고무엇보다도제가사직함으로써업무가가중될저희청검사님들의용서를바랍니다.

  그럼검찰의모든구성원여러분행복하십시오,저는다른곳에서당당한법조인으로바로서도록노력하겠습니다.모두안녕히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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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책을고르고있는데전화가왔다.

작은오빠였다.

오빠여기도서관인데….

야그러면가만히들어라.헤련이가올해몇살이냐?

백헤련?나와아마십여년차이날걸,

그러면이백헤련이가맞겠구나,신문에났다.사표냈다고.

아니왜?

저절로목소리가커졌다.

검색해봐….

백헤련검사

이모딸,

사촌동생,

예전엔안그러더니쟤두늙어가는지이모얼굴이딱있다.

책을보는틈틈이

깨벗은겨울산걷는틈틈이

그리고그겨울산에서피어난한송이진달래를찍는동안에도

산자락아래있는청국장집에서저녁을먹는동안에도

그집보리쌀섞인진짜누룽지를주는데

그누룽지를먹으면서도

그리고

청국장가격과거의엇비슷한커피를마시면서도

커피가좋아서

다음에또와야지생각하면서도

커피도사주고청국장도사준지인과헤어지면서도

이미캄캄해진길운전하면서도

왜이렇게에프엠이안잡히는거야……

신경질을내면서도

아들래미게찌게끓여밥주면서도

그리고

요즈음내처듣기시작하는말러일번을내방에서지금들으면서도

올겨울음악은말러로정했다.

하여간그말러를들으면서

이어폰을끼고듣는것과그냥듣는것의차이점을생각하면서도

헤련이썼다는윗글을세번쯤읽으며

얘는이왕쓸것…..

좀더유장하게써보지….

그래야읽는사람이감동을하든뭘하든할텐데맹숭하기는…..

하긴검사출신이무슨감성이야,

아니야요즈음은검사판사들도상당히감성적인사람있던데…

근데,그리고

‘많은얼굴이밀려듭니다’

는무슨,…

그냥평범하게많은얼굴들떠오릅니다,혹은생각납니다해야지,

하여간그래도

따뜻함은엿보이네,

지없으니지일우선대신할사람들에게미안함을적은걸보니

근데다른곳당당한법조인은무엇을말하는거지?

이상한연상이기는한데

어떤사람….

아내와결혼한후였다고한다.

야트막한산이었나…..공원이었나…..하여간

아주가깝지는않은거리였는데

나이좀든사람과어느여인이아주친밀한모습으로어딘가를향해

가는모습을보았다.

그어떤사람…..

그순간그런생각을했다고한다.

내아내,

내가알던아내는저사람과저낯모르는사람과지금지나가고있다.

…….

물론그여자는자신의아내가아니었다.

그런데왜그런생각을한것일까?

그생각속에서그는아내를떠나보낸것일까,

아니면아내와자신의사이에이미자리잡은

‘소멸’을

그런그림으로일순느꼈던것일까?……

그는내게그이야기를아주진지하게했는데

보이지않는무엇,

땅속이든지하늘높이든지아니면바로곁일지라도

아주짧게보여주는

찰라적틈,

순간에열렸다닫히는

비밀의문같은것을그는말하는듯

나는바라본듯,

…….

가깝다고해서

다아는것은아니다

엄마헤련이가사표를냈네.신문여기저기에났어.

잉,즈그엄마가그라고말렸다든디그것이즈그엄마말을기어코안들었구나,

…..

날마다엄마에게전화하는이모

.

하여간

오늘내내

나는생각했다.

헤련이는

자유로운영혼이구나.

마흔넘어안정적인직장을

그것도제법사람들에게자랑할만한검사를휙던져버리는것!!!!

이게보통자윤가.

그것하나만봐도

내사촌동생

총명하다.

9 Comments

  1. 나무와 달

    2011년 11월 28일 at 1:23 오후

    그렇군요…이제는훨훨날아다니라고전해주세요…^^*

    소신있는여자입니다.   

  2. 푸나무

    2011년 11월 28일 at 1:33 오후

    하하,달님이야기
    꼭전해줄께요..   

  3. 雲丁

    2011년 11월 28일 at 2:34 오후

    단호한결단을내릴수있는용기대단합니다.
    정말소신있는멋진분이세요.   

  4. moon뭉치

    2011년 11월 28일 at 3:51 오후

    오늘대단한화제였죠.

    벤츠차를뇌물로받은여검사랑너무나대비되는..

    멋있었다고전해주세요,

    제친구는지검장이지만욕합니다..전   

  5. 쥴리아스

    2011년 11월 29일 at 12:02 오전

    와…꺠끗하고신선한얘기네요….
    이런것들이화제가되지않는세상…
    관행인가뭐시깐가가최소화된세상,..
    진정한남자와여자가날뛰는세상…*^^*

       

  6. 푸나무

    2011년 11월 29일 at 1:46 오후

    하하
    운정님소신있다고전해주고
    뭉치님멋있다고전해주고
    쥴리아스님깨끗하고신선한너……라고
    전할께요.   

  7. 성학

    2011년 11월 30일 at 6:13 오전

    아~,아름다운’인간’이시네요!성실하고분연한…

    그런데요~,저는,이분을통해…
    더일찌기’안해’가되어집안을지키고아이들을돌보고계셨던/시는
    ‘진정소신있고현명한,힘있으나무관의,무명의’수많은여인들의모습도떠올리게되네요.

    푸나무님도분명그런한분이시리라.
    -정말많지요?!우리가까이에!…
    그들도모두더빨리’옷’을벗은사람이라할수도…멋지고깨끗한!^^

    …저희들곁에’칭찬해드려야할사람들’이너무나많은듯합니다.
    그런분들을많이알고있는제게는,사촌동생분이참친근하게느껴집니다…   

  8. jh kim

    2011년 11월 30일 at 8:08 오전

    참으로멋있는검사
    그용기에박수를보냅니다
    쉽지않은결단
    얼마나고민했을까?
    장하십니다
    참으로멋있으십니다   

  9. Elliot

    2011년 12월 2일 at 3:54 오후

    별로즐거운이야기는이니군요-_-

    검찰의문제점을인지하고있는검사들이떠나면남아있는건
    더욱정치쓰레기냄새풍기며권력에기생하는자들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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