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내는 편지

‘D에게보내는편지를오늘두번째읽습니다.

두껍지않은책이라부담이없어보이지만

한줄한줄읽다보니그행간이쉽질않아자꾸만멈춥니다..

북한산숨은벽오를때처럼

천천히그리고가끔씩깊게숨을쉬어주어야하는책이지요..

사진이두장실려있는데

한장은젊을때의작가앙드레고르와디로불리우는여자도린이

손을잡고춤을추는표지사진입니다.

곱슬머리의마른듯한남자는매부리코가유대인임을나타내주고있고

영국여인도린은

밝고화사한,웃고있는데도품위가있어보이는얼굴입니다.

두사람의시선이두사람의성향을나타내주는듯도합니다.

미소를띠고있는고르는약간아래쪽을바라보고있는데

그눈길이깊은생각을하는,

지적인느낌을주면서도내성적인성품을엿보이게합니다.

도린은활짝웃는얼굴로고르를바라봅니다.

고르의코나눈즈음.인가요.

무엇이든다가오는것들을확실하게직시하겠다는당당함이보입니다.

책말미에마지막사진한장이실려있어요.

바짝여윈노부부….

여전히고르의시선은약간아래를향하고있는데

도린은예전같은환한미소를짓고있지만

눈은감듯이고르의품에안겨있는사진이예요.

편안한정말편안해보이는사진입니다.

고르가이글을쓴것이

2006321일부터66일까지였어요.

그두사람이죽은것은922.

그두사람이결혼한것은49….

마지막이십여년은불치병에걸린도린을간호한세월이었어요.

고르는도린이아프자많은사회적일들을다접고도린과함께했어요.

고르는생각합니다.

미래에추사하지말고현재를살아야한다고,

아마철학가이자사상가인그의어느면이조금바뀌기도한사건이었을거예요.

고르가표현한도린은

제가정말닮고싶은

아름답기그지없는여인입니다.

설마당신,이대목에서미모나.외향을생각하는것은아니겠지요?

이책의미덕은처음부터끝까지

,대목대목약간아닌곳도있긴하지만

정말로

<정신><지성><신뢰><마음>에기인된글이예요.

도린이암인것을알고…..고르는하루종일정원의땅을팝니다.

도린은창가에서서꼼짝도않고먼곳만바라봅니다.

고르는그순간의도린을이렇게생각합니다.

<두려움없이죽음과맞서기위해죽음을길들이고있는시간>

고르가생각하는도린이그한귀절에다나와있습니다.

인생이어떤모습으로다가온다하더라도굴하지않는강인한의지

그의지를지탱하게하는깊고높은지성.

사르트르는고르를유럽에서가장날카로운지성이라고했다는군요.

그런데고르는언제나모든글이나결정에서

도린이라는필터를사용했다는고백을합니다.

도린은

직관과감동이없다면

지성도의미도없다는

드물정도의깊은성찰을지닌여성이었어요.

아내와긴세월을살아온석학이

여든두살아픈아내에대한사랑고백을적은글이

바로이

‘D에게보내는편지입니다.

아내에대한사랑고백뿐일까요.

그사랑속에는아내에대한,사람에대한,존재에대한성찰이담겨있고

자신의인생을뒤돌아보며정리하기도하고

자신의사상에대한점검도합니다.

평생견지하며살아왔던자신의철학에대해

자신의저서에대해사회상황에대해대해

전후좌우를고찰하는깊고웅숭한글입니다.

열심히치열하고정직하게살아온삶도아름답지만

글이라는,

편지라는고백을통해

아내에대한사랑을완전하게승화시키는…..

완전이란단어가어디사람들사이에흔히쓰일단어겠습니까만

써두될만큼

이책은그들의사랑을두팔로가득가득안고있는듯여겨졌어요.

그들이라고하여왜허접한일상이없었겠습니까?

그럼에도불구하고그런일상을뛰어넘는아름다운형상을

고르는도린에게도린은고르에게…..

공존한거지요.

그것도깊은사랑의사랑의공존이요.

며칠전엔심학산이란자그마한산의둘레길을걸었어요.

양지바른쪽이긴했지만

진달래한송이개나리두어송이가피어나있는거예요.

십일월이가려하는이즈음에요.

철을모르고피어났구나싶어가엾으면서도

여전히곱고가냘프고사랑스럽더군요.

연한핑크빛꽃잎꽃술꽃받침….,완벽했어요.

문득그런생각이듭니다.

시간이나때가뭐중요한가.

여든두살의여인도이리아름다울진대……

당신은이제막여든두살이되었습니다.

그래도여전히당신은탐스럽고우아하고아름답습니다.

함게살아온지쉰여덟해가되었지만

그어느때봐더더나는당신을사랑합니다.

요즘들어나는당신과또다시사랑에빠졌습니다.

내가슴깊은곳에다시금애타는빈자리가생겼습니다.

내몸을꼭안아주는당신몸의온기만이채울수있는자리입니다.(하략)

이글을책을보면서치는데

가슴은왜이리쿵쾅거린답니까?

이글을쓴약삼개월후그들은함께한날죽습니다.

어느분이그려주신도린과고르의마지막사진….

8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11월 29일 at 7:35 오전

    그렇게도,
    정말그렇게도살수있는거군요.
    너무나신기해요.
    그들의사랑이.

    저도읽고싶어지네요.
    둘이서함께한날죽을수있었던것은
    지독한사랑때문이겠지요?
    젊음이주는야성적인사랑이아니라,
    부드러운눈으로서로를응시하며,
    서로를이해하고바라보는아가페적인사랑….
    그렇겠지요?푸나무님!!

       

  2. 푸나무

    2011년 11월 29일 at 1:20 오후

    몇년전읽은책인데다시두번째이글을읽은것은
    내기억속에서그들의사랑이보이질않았던거예요.
    나이들어서의’관능’은
    젊음의관능과다른것같아요.
    여전히몸으로느끼면서도
    오히려정신으로향해가는관능이라고나할까요.
    서로가
    서로에대해
    긴시간이란강을건너며
    체화된사랑이라고나할까요.

    나도저런사랑하고싶어요.
    아니받고싶은건가?ㅎ~

       

  3. 綠園

    2011년 11월 29일 at 11:50 오후

    이세상최고의부부로믿어집니다.
    조금만이라도닮아보았으면좋겠네요.
    저도읽고싶어집니다.   

  4. dhleemd

    2011년 11월 29일 at 11:57 오후

    이해와타산이아니라그저내몸처럼느껴지지요.   

  5. 雲丁

    2011년 12월 1일 at 5:18 오전

    사랑과존경이밑바탕이된고르와도르의아름다운삶을읽습니다.
    읽고싶네요.

    저가냘픈꽃잎이어쩌자고한겨울에,,
    며칠전잎떨군지오래지않은라일락이
    꽃눈을내밀고있는것을발견하고안쓰러웠던
    그느낌입니다.

    12월에도
    건강하시고
    알찬결실거두시기바랍니다.   

  6. 푸나무

    2011년 12월 1일 at 8:21 오전

    녹원님
    자카란다는여전히피어나있나요?
    아마녹원님은가능하실것같은데요.
    왠지느낌에요.자카란다탓인지….   

  7. 푸나무

    2011년 12월 1일 at 8:26 오전

    나이든부부들에게
    필요한것은긍휼과자비라고하던데….
    도린과고르는
    여성성남성성이남아있는것처럼여겨지더군요.
    물론글이그렇게만들어주었는지도지도모르지만,
       

  8. 푸나무

    2011년 12월 1일 at 8:28 오전

    나무에게서겨울눈을보면
    약함에서강함이여실한것같아요.

    운정님도멋진12월되시길빕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