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노래에미나리이야기를적다보니문득음식이야기가하고싶다.며칠전정말오랜만에63빌딩을갔다.사실은남들다가본63수족관도아직안가봤다.아이맥스영화관도안봤다.몇년전엔지….뷔페가유행하던시절엄청나게좋다고해서뷔페먹으로한번가고,차가안막혀선지집에서이십분정도걸린것같다.지하일층중국집티원에서식사를하는데사만원넘는음식집에사람이버글버글하다.식당에가보면우리나라진짜부자다.나야정말어쩌다가…그것도남이가자고하니가는것이니,하긴동남아여행가보면아침부터매식한다고하니그나라는더부자다.냉채누룽지게살스프부터시작한코스음식이맛있다.그중전가복이입맛에붙는다.외식을안좋아하는이유중의하나가거의폭식이된다는것이다.더군다나코스요리면더할수밖에없다.조금씩먹어도배부르다.그렇다고빼먹을수는없으니,인생살이에서먹는즐거움이몇퍼센트나차지할까?,은근히나도중국음식좋아한다.부드럽고달콤하고녹말로인해어느부분끈적거리는,그러면나는부드럽고달콤하고그러면서약간끈적이는사람인가,누군가먹는음식이그자신이라는이야기를했었다.아마도그는베저테리안이었을것이다.그는동물을혐오까지는아니더라도식물보다는한수아래두고있는사람일것이다.그러나정말식물은동물의위인가.물론식물은정신적으로보이는외형을지니고있다.고요하고적막하고음전하기이를데없다.그러나그것은그저외형일뿐이다.살아야한다는목적아래서면식물도지능적이고교활하며요망하고외설스럽기조차하다.물론이런표현은전혀다른각도에서표현되기도한다.가령눈물겨운,존재하기위한치밀한아름다움,품위와격까지다다를수도있다.이브파칼레라는사람은꽃의나라라는책에서꽃을가지고무수한성적도량을펴보이고있다.그는性에대한이야기를하고싶어서어쩔줄모르다가마침꽃이라는性과는매우벼리된(그래야효과적이니)존재를발견무수한입담을쏘아대는것처럼보였다.‘나는님프의하얀젖가슴보다더아름다운가을난을알고있다.(략)레이스를두른우윳빛혀녹진하고미끈한수액으로끈적끈적한심장……타래난초에대한이야긴데나도타래난초를알고있지만그것이림프의하얀젖가슴보다아름다운지어쩐지는모른다.물론다는아니고드문드문그런표현이나온다는것이다.식물과동물도그러할진대사람,,,다아거기서거기아닌겐가,어느작가는아니학자던가,그가읽는책이그자신이라는이야기도했다.아마도음악가는좋아하는음악을보면그가알아진다고이야기하겠지.화가는좋아하는그림에대한취향을듣고나면그사람을엿볼수있을것이고,이런흥미있는담론들은두가지이야기를담고있다.하나는알수없는사람에대해해석하고싶은열망이고하나는해석하는자가되고싶은열망이다.그러나사람을어찌알것인가,자신도잘모르는무수한타인이내안에얼마나많이있는데….나도요즈음내안의전혀몰랐던부분이내게반란을일으키는데그풍랑이제법이다.나이들어바라보니귀엽기도하고사랑스럽기도하고색다르기도해서관망중이긴한데……만약이게겨우지켜나온조그마한마치새끼손가락만한품위까지침범해온다면…어떨까,하여간,그래서,그럼으로이런해석들은가하다.무당이짚어내는‘占’만큼은맞을것이라는,그러나참얼마나공소한일인가,무엇을안다는것,알아서어쩔껀데….음악도그렇다.그젯밤에는트랙을열두바퀴돌면서내내말러일번을들었다,좋았다.어찌나좋던지사악장끝나고청중들이환호와함께박수를칠때세상에나도쳤다.다행히주위에아무도없었기에망정이지.근데똑같은그음악이,세상에나는서울시향을거느리고다닌사람이야,하며기쁨을주던그음악이어젯밤에는아니더라는것이다.음악은집중이안될때청중을불행하게만든다.결국나는불행하기싫어서음악을바꿨다.베토벤피아노콘첼토로,그것도안되어서모잘트의레퀴엠을들었다.사년전여름부터가을까지무시로듣던곡이제는아주귀에익숙한곡,익숙해서도그렇지만레퀴엠이지닌죽음과삶사이의조그마한간극이좋다.여기도볼수있고저기도가늠할수있는,레퀴엠은신에대한무릎꿇음,찬양의음이다.나를긍휼히여기소서나를받아주소서.다행히내게는,적어도내생각으로는믿음탓인지죽음에대한낯섬에대한수용력은우수한편이다.죽음을생각하면세상일일순잡다해진다.내가작아질뿐아니라컸던세상일내안에서점점낮은계단으로발걸음소리내며내려간다.겨울밤이깊어간다.혼자걷는걸음소리.그리고음악.무엇을더원하랴,그러니무엇으로무엇을본다는것,이해한다는것,안다는것,분별한다는것,그것아주웃기는일이다.다시본론,음식으로돌아가서최근들어정말맛있게먹은음식은동부이촌동에있는동강의‘유린기’이다.야채위에닭고기튀긴것을놓고그위에간장소스를끼얹어먹는매콤새콤바삭바삭중국음식이다..정말입안에와서부딪히는음식맛이음~음~이었다.아이들살결처럼부드럽게바삭임파아란탱자느낌의시원한새콤함,그리고삼심대초반여인의향기처럼신선한달콤함간장게장맛이살짝나는색깔이쁜간장소스가터억얹히면서그것들하고어우러지는데…..어우러지면서급고급화가된다.나만의문법으로고급은개개의맛들이살아있는것을의미한다.살아있는맛들이만나면서상승효과를가져오는것,섞이나섞이지않는그러면서도잘어우러지는세련된맛,일종의서울시향의연주다^^*제각각의소리를지니면서제각각의나래를펴면서이루어내는하모니…..유린기는그런하모니가느껴지는음식이었다.하모니가있으니당연히그맛은품위있다.품위하니,십일월마지막날내게한약속대로‘늦어도십일월에는’을한번더읽었다.십일월이가기전에읽었으니약속을지킨셈이다.사실이즈음추워져산엘가지않으니독서시간이늘어나서가벼운책들은두권도하루에해치운다.처음읽을때는마리온과베르톨트의만남에필이팍꽃히더니ㅡ당신과함께라면이대로죽을수도있겠습니다.사실어느여자가이런고백을듣고집을나서지않겠는가,아,선수의작업이야기가아니다.작가의,인생살이서툴기그지없는,그래서진실한사람의고백이야기다.독일사람노삭은이런여인을만났을까?처음본순간잘알지도못하면서당신과함께라면…..하긴이런여인어디있겠는가.없으니작가가글을썼겠지.그래서여인들에게는로망일것이고더불어모든것이다사라진달은아닌달십일월이니,마리온에대한베르톨트의표현은한마디다.‘품위있는여자’.여든이넘어서도지극히사랑하는,팔십이한참넘어서도여전히다시사랑하는넌픽션글과함께보아선지예전에느꼈던놀람은없었다.무엇보다주인공이나보다너무젊었다.젊어서멋질수도있지만젊어서유치할수도있다.사랑해봤자이제너희들겨우삼십대…그러니그나이에인생에대해뭘알겠니.사랑에빠진마리온을느긋이관찰하는나이든아지매의여유도괜찮다는뜻이다.사랑에도맛이있을것이다.마리온의사랑은….요즈음아이들에게유행한다는불닭아닐까,매운맛이다른모든맛들을압도하여혹하게하는……같이사랑하는베르톨트의사랑은정갈하면서도소박한시골집밥상같은….그는언제나한결같았으니,오이지를몇개꺼낸다.언제푸르렀냐는듯,푸르르던오이소금에저려지고눌림에눌려노오랗게질려있다.많이질릴수록좋은거란다.원래삶이란게무지질리는것이니,오이지를다분다분썬다.오이도가느다랗게중얼거린다.언제푸르른시절있었는지,잎되어무한대로솟구치듯자라나고예쁜꽃되어피어나고새낀지에민지꽃인지줄긴지잎인지뿌린지하여간아무것도모르면서그저하나되던시절이내게도있었어.허리에매달아토실하게키웠는데,간이짤박한것같아그냥손으로꼬옥짜서고춧가루와통깨마늘파곱게다져조물조물무친다..가만보니이상하다.이‘지’라는말은전라도사투리다.‘같지’,‘파지,채지(무채를썰어담근김치)서울에서는절대파김치같김치하지채지같지파지,안하는데왜오이에만오이지를쓸까,전라도에서는이오이지잘안해먹는데,여름이면그냥오이생채로시원한냉국을만들어먹던지아니면굵직굵직썰어서된장에무쳐먹는다.그볼품없는오이지참기름한방울안들어간이상한오이지맛,음,음,음,그개운하고칼칼한소금맛,약간비린듯한날렵한오이맛,그둘이긴시간함께하며버무려내는환상적인하모니의맛,그러나실제내오이지는정말<맛없는맛>이다.쌈박하고시원하고구수하고향기롭고혀에부드럽게밀착되고향기있는혹은특별하면서도독특해헤아리기어려운미혹된맛이아니라그저아무맛도아닌맛,사실인생도오이지비슷하다.푸르르나결국은저려지는,열매를맺으나결국은죽음을맞이하는,꽃피나누군가의필요에의해소멸되는,함께이면서도하나인맛ㅡ모든맛은누군가의죽음에서시작된다.
그여자고달픈사랑이아파나는우네
불혹을넘어
손마디는굵어지고
근심에지쳐얼굴도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스산한어스름으로
밤나무밑에숨어기다리는것
술취한무리에섞여언제나
사내는비틀비틀지나가는것
젖어드는오한다잡아안고
그걸음저만치좇아주춤주춤
흰고무신옮겨보는것
적막천지
한밤중에깨어앉아
그여자머리를감네
올사람도갈사람도없는흐린불아래
제손만가만가만만져보네//늦가을/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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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2011년 12월 2일 at 3:04 오후
우왕굳!제임스조이스같아요~~호!!해주세요.눈도아프고머리도초큼아파요ㅎㅎ
동강유린기가유명하다던데,전그옆금홍밖에못가봤어요.
갑자기그런생각이드는데요..오이지썰어서얼음물에담가서짠기좀빼고유린기랑먹고싶은데요..중국집들척지근한오이초절임보다잘어울것같아요ㅎㅎ
푸나무
2011년 12월 2일 at 3:13 오후
호오,그호가아니라놀라는소리호오,^^*
근데우리끼리이야긴데나이글누구읽으라고올린것이아니라
누가이잼없는글읽겠어…..요,나두써놓고읽어보기싫은데ㅋㄷㅋㄷ
유린기와오이지,아,괜찮겠다,
상큼한조합이로세,마치그대처럼,그대가올려놓은처음듣는음악처럼….
하하,초큼??
雲丁
2011년 12월 3일 at 5:28 오전
언젠가제졸고에음악에대해쓴것중,
사계에따라,하루에도오전오후로,
희.노.애.락상태에따라다르게들리더라는것이죠.
재미없는글은아닌데,솔직이인내를요하는단락붙이기,
하고싶은말많으실때,마음환히들키고싶지않을때
쓰시는방법인것같아요.아닐수도있구요.^^
綠園
2011년 12월 3일 at 9:54 오전
제경험으론모든음식의맛은잘씹으면나더라구요.
그래서남들처럼맛좋은곳을찾아다니지않습니다.
맛이좋은음식중에는건강에해가되는것도많은것같구요.
밥맛이없다며밥을물에말아오이지와먹는사람들이있지요.
저는밥을물에말아먹지도않지만오이지도별로입니다.
오이지가<맛없는맛>이라서그랬나봅니다.
차라리맨밥을꼭꼭씹으면달콤한맛이나는데말이죠.
‘LAVIDAESBELLA’란음악참좋더라구요.^^
푸나무
2011년 12월 3일 at 1:35 오후
맞아요.운정님.
하고싶은말많은데
그말속에무엇인가숨어있는데
그마음들키고싶지않을때….
읽어두되지만
안읽으시면더좋아요라는표식
내가달라지는것같아요.
아주사소한것들에이해
음악은여일한데말이지요.
운정님은날카로운독자!^^*
푸나무
2011년 12월 3일 at 1:37 오후
맞아요.녹원님
맛좋은곳안찾아다니신분이
가장맛을아는분이시죠.
오이지는
음
그맛이맛없는맛이긴한데
그맛없는맛이좀미묘하게끌림이있는것같아요.
순이
2011년 12월 4일 at 8:45 오전
난이글을도저히못읽어서
프린트해서읽었다우^^
푸나무
2011년 12월 4일 at 9:30 오전
정말요?
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