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내사랑 목련화야……엄정행 선생님께

이글은삼년전에쓴글이다.

지인의초청으로세종아카데미에가서

엄정행선생님의콘서트를겸한이야기를듣고나서쓴글.

이글을꽤많은분이읽어주셨고

엄선생님은다음강의시간에이렇게표현해주셨다.

세종문화회관에서개인콘서트하는것이상의기쁨을준글이라고….

엄선생님의넘치는상찬이내게는더큰기쁨으로남았고….

~꽃잎은하염없이바람에지고만날날은아득타아….기약이없네~.

설도詩안서의아름다운번안가사인동심초.

선생님께서아주단아한자세로손까지여미시며노래의첫음절을시작하실때

왠지눈이부셔서무대위선생님의발치께만바라보았습니다.

정말꽃잎이팔락거리며무수히떨어지는모습이그려지며

아무도없는고원에홀로인것처럼아득해오면서

표현키어려운정한이한기처럼오소소다가왔습니다.

저도모르게양팔을붙잡고가슴앞에모았습니다.

제가대학을다닐때니벌써이십여년전이군요.

내심참존경하고있던어느분께서그러시더군요.

선생님을가까이뵌적이있고

그때선생님노래를직접들으셨다고,

가까이서듣는데참너무나대단해서무어라형용하기어려웠다고,

그때정말그분이다시보였습니다.

세상에,라디오나테이프에서들을수있는

엄정행선생님의노래를측근에서들었다니,

그것도콘서트장이아닌실내에서,

그런데어젯밤저에게도그런행운이찾아들었습니다.

피아노한대와자그마한무대그

리고푹신한의자몇개가놓여있는아담한실내,

바로그곳에서선생님의이야기를듣고선생님의노래를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우리나라의아름다운가곡이사라져가고있다며

애통해하시는모습을보며

저는시대를생각했습니다.

광란의시대.

열정의시대,

긴박의시대,

강해야하고자극적이어야하고현란함과함께장대해야하며

기괴함도필수양념인시대.

이런것들이버무려있어야만존재할수있는시대

(아,사람의내면도혹시그럴까요?)

문학의장르로비유해본다면가곡은동시와비슷할것같습니다.

동시를읽는사람들은아이이거나어른이거나

그마음밭이중요합니다.

순후하고고요해야만동시의세계로들어갈수있다는거지요.

이전제조건은동시의세계로들어가기위한필수사항이기도합니다.

속도가미덕이되는시대인들에게

순후한마음과고요하고정적인상태를요구하기란거의불가능합니다.

그래서아이들조차동시를이해하지못하는시대가되었습니다.

드라마틱하면서도수많은기교가필요한오페라아리아에비해본다하더라도

우리나라가곡은수줍고소박하기이를데없습니다.

선생님노래를들으면서어쩌면우리나라가곡은

깊은산속옹달샘일지도모르겠다는생각을했습니다.

맑은물퐁퐁솟아나는,

자그마한표주박하나둥둥떠있는,그런옹달샘이요.

사람들은심히목이마르면서도옹달샘에들러목축이는동안

혹시다른사람들에게뒤쳐질것같아

서로서로앞만보며그냥달리고있습니다.

오십넘으면여러가지세상의소리를하많이들어

웬만한소리에는둔감하기십상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제탁한귀에선생님의노래가눈부셨던것은

젊은시절에즐겨들었던목련화의음색이여전함에대한감동이요

소년의것처럼맑고밝은단아함이

선생님노래에충일했던까닭입니다.

무엇보다선생님의지극한겸손하심과최선을다하시는무대매너에반(?)했습니다.

사실무대라면이골이나실법도한데

우리앉은자리보다한뼘정도높은,

무대라고할수도없는자리에서서

‘이무대가얼마나떨린줄모른다’고하실때,

이미저는선생님의노래를받을준비가완료되었다고나할까요.

그리고그말씀처럼노래한곡한곡에

선생님자신을온통실어보내는아름다운최선앞에감동하지않을자누구이겠습니까.

“어느날안경쓴남자가교수실로찾아와서다짜고짜제앞에서무릎을꿇더니

큰절을하는거예요.안경다리하나가부러졌는지한쪽을끈으로엮어귀에걸었더군요.

그러더니탄광촌인동해로와서노래를불러주라는겁니다.

탄광촌에예술가곡이라니,

안어울린다싶으면서도‘포니’를타고동해로갔지요.

지금은길이여기저기뚫려있지만참가도가도나오질않더군요.

겨우봉우리하나올랐나했더니눈이내리기시작하고

돌아오고싶은마음이굴뚝같은데

내게와무릎꿇고절한사람이어른거려계속갔지요.

리허설을하려고무대가마련된곳으로갔는데

퀴퀴한냄새가코를찌르는아주낡은극장이었어요.

근데무대위에돗자리가깔려있는거예요.

뒤로는병풍이둘려쳐있고,

노래부르다가쉬는자리도병풍으로막아서만들어놓았더군요.

그렇게아름다운무대처음이었어요.

사람은얼마나많이몰려왔는지극장유리창이깨질정도였지요.

아,멋진무대였어요.

공연이끝나고쉬려고하는데한중년남자가오더니눈물이글썽글썽해가지고

자기딸이그렇게노래를하고싶어했는데도무슨딴따라야,

하면서절대허락을안했는데,

오늘노래를듣고노래를가르치고싶다고…..

이런것들이노래하는맛이지요."

선생님께서노래하시다가문득생각난듯들려주시던옛이야기는

선생님의많은것을엿보게하는밝은창문같았어요.

돈이나화려한무대,

거절하기어려운높은지위를가진사람때문이아니라

그저한남자의절에끌려서

그먼길을마다않고가시는선생님의따뜻한마음.

냄새나는시골극장에차려진병풍으로만들어진무대가정말아름다웠겠습니까.

그정성을보고선생님의마음이그렇게느끼신것이었겠지요.

시골광부가족들이모인자리를가장멋진무대로기억하시는것도

사람에대한선생님의극진한예의를보는것같아얼마나아름답던지요.

박정희대통령앞에서노래를부를때그분께서그러셨다구요.

“엄교수는여자만조심하면성공하겠어!”

선생님의매력적인인상과멋진외모를그렇게표현하신것같은데

여전히지금도선생님은66이란나이가무색할만큼

젊고멋지셔서혹이렇게제맘도더욱설레는지….^^*

마지막으로선생님이오오내사랑목련화야를부르실때

내젊음의시간이,

선생님의세월이,

무량하게끝도없이그저흘러만가던시간이

잠시정지된채우리모두를응시하는듯ㅡ

슬픈듯,

고요한듯,

전쟁의소문도

지진의공포도사라지는듯,ㅡ

그미묘한순간을‘행복’이라는단어로불러도可할런지요.

우리나라가곡을향한선생님의뜨거운열정과애달픔을꼭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의건안을빕니다.

8 Comments

  1. 순이

    2011년 12월 4일 at 8:44 오전

    그시간들이다시생각이나는군요.
    임페리얼펠리스호텔의저녁만찬도!
       

  2. 푸나무

    2011년 12월 4일 at 9:30 오전

    저지인을언니이름으로바꿀까요???
    내일쯤
    임페릴얼팰리스이야기도올려야지
    근데이글보니갑자기
    그시간이그리워져요.

    아정말시간은왜이다지도쏘아놓은살같은지…..
       

  3. 雲丁

    2011년 12월 5일 at 7:50 오전

    엄정행선생님의면모를다시한번알게됩니다.
    ‘동심초’,’목련화’좋아해서자주흥얼거리곤하지요.
    좋은공연후기가감동입니다.   

  4. 푸나무

    2011년 12월 5일 at 8:01 오전

    녜실제보니
    정말매력적인분이시더군요.
    가감없는후긴데
    어느분은또그러시더군요.

    몇노래는좋지만
    과장된표현도있고…..
    …..
    제글에는하나도
    과장이없는데말이지요.^^*

    아그리고무엇보다정말미남이시던걸요.^^   

  5. 성학

    2011년 12월 5일 at 8:53 오후

    한겨울로꽁꽁어는12월의다이어리속에,
    이리도빨리,수려한목련의4월,그따스함을기억하게하시는푸나무님의깊은뜻이시려니..

    곱슬머리의젊었던엄정행선생님을가까이뵌것도정말어제오늘같건만,
    덕이붙으셔서둥글해진두볼이실까요..-새삼,그간의긴시간을관조합니다.

    저희어머니가많이좋아하시는노래,그래서자주따라불렀던…그런풋풋한기억까지..   

  6. 푸나무

    2011년 12월 6일 at 3:33 오전

    반가운성학님…..
    젊은엄쌤을뵈셨어요??
    젊은노래두듣구요?

    울엄마는완전옛날할무니라
    이런노래모르시는데
    성학님엄마는신식여성?이신갑다.

    일본도많이추운가요?   

  7. 성학

    2011년 12월 6일 at 8:51 오전

    푸나무님~,
    아이에게는,구별이없겠지요?!-그저어머니이면되어서…

    제게는,제머리를당신허벅지에올려주시기도하던…어머니가계셨음이기억될뿐…

    푸나무님처럼예~쁜따님을키우신,님의어머님께진심으로인사드리고싶네요.
    대신감사전해주시기바랍니다.
    좋은년말되시기를…

    (네~,경희대학교에서교편을잡으셨던시절의’엄쌤’^^님을…
    또,네,이곳도많이추워져있습니다…!)   

  8. 유인권

    2011년 12월 13일 at 2:35 오전

    생각지도않다가성도망강루에서설도를만나는호사를누린적이있습니다.그곳에무덤이있을줄을몰랐거든요!그래서일행을보내고저혼자한참을있었습니다.그런데아직도저는원작(춘망사)보다안서의번안이더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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