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라비아타
BY 푸나무 ON 12. 5, 2011
오랜만에정통오페라관람을했다.
서울시립오페라단의라트라비아타.
고양아람누리극장과음악당은크지않아서아늑하며
무엇보다공명이잘되는극장이다.
언제가도낯설지않는아늑한분위기가마치친한이웃집거실같다.
제법앙칼진듯다가오는초겨울바람탓인지로비로들어서니따뜻하다.
커피를마시는사람,담소를하는사람,서로를찾아다니는사람,
팸플랫을사서공부를하는사람.
멍히창밖을바라보는사람.
화려한성장을한사람도있고
나처럼일상복에모자하나뒤집어쓴사람도있다.
.
약간의긴장과함께소란스러움이공존해있는공연전의로비는언제나매혹적이다.
연상되어지는것이많은친숙한그림같기도하다.
색다른세계로의진입을기다리고있는플랫폼.
커피를사러간딸을기다리며창밖을내다보고있는데
창밖어두움속에서한사람불쑥나타나창안에있던나와눈이마주친다.
잠깐눈이마주친뒤남자는어디론가가버렸는데
갑자기그아무것도아닌정경속에서아주아주오래전에본
‘문밖에서’라는볼프강보르헤르트의연극이떠오른다.
연극보고나서좋아서희곡책까지찾아읽었는데
이십대에요절한천재작가
문안과문밖으로형상되어지던
사람과사람사이
피해자와가해자사이
그모든인간들의물고물리는관계….
처연해서슬프던…..
과연그젊은나이에특별하게허락된투명한시선은
어디에서비롯되어진것일까,
어린나에에어쩌면그다지도삶의이면을
날카롭게통찰할수있었을까,
경험은무색한것일수도있을거라는생각을그의나이를보며했었다.
딸아이는엄마커피하며커피를주는데
향기를보아썩그리맛있을것같지않았다.
향기때문에커피맛이달라지는것인가.
커피맛때문에향기가다른것일까?
계란같은생각을하며
문밖에서를찾아서다시한번읽어야겠다는생각을한다..
아니그런데왜자꾸요즈음
읽었던책을다시읽고싶은기분이드는것일까,
벌써과거로의회귀를꿈꾸는나이가되었다는것인가.
정말종합예술이란단어가무색하지않을만큼
오페라를위해수많은사람들이필요하다.
보이는스탭들만해도셀수없는데
보이지않는스탭들은또얼마나많으랴,
여인의뒷태가다들어난붉은드레스에검은빛바탕색채가
선정적인팸플릿을뒤적인다.
오페라너까지도꼭이래야만하니…
한숨까지쉬며
선정적인것을거슬려하는것은
내안의유서깊은편견때문일것이다.
뒤마의소설인춘희를원제로만들어진무대.
트라비아타라는말은길을잘못든여자라는뜻으로
상류사회남성들의파티전유물이었던코르티잔은
우리나라기생이나일본의게이샤와비슷하다.
코르티잔인비올레타가주인공이다.
그리고순진한남성알프레도
반대하는아버지,떠나는여자,오해하는남자,나중에서야알고다시돌아오는남자.
이미죽어가고있는여자.
엄마완전막장스토리야,
딸아이말이맞다.
근데사실모든오페라가그렇다.
사랑과배신그리고후회,
얄팍한인간성과순진한사람들의어리석음이축이다.
오페라뿐일까,
축약된인생사도그러하지않을까,
하긴그런잡다한것들이싫어서사랑을피해다니는사람도드문드문있긴하다.
그러나사랑
이친구도그다지녹녹하지는않아서
우연이라는,
토란잎위의물방울같은변장을하고서
자주가는곳에마음주는곳에
함정을파놓고기다리는치밀함도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서주….는조용하고구슬펐다.
서주부터신경쓰라는언젠가읽은오페라에티켓생각이나서
별생각도다난다하며그래도유심한마음으로들었다.
막이오르니
화려한홀에화려한복장을한사람들이엄청많이등장해서판을벌리기시작한다.
입체감있는무대는멋지고화려하다.
무대의근사함은세련된문화로형상된다.
분업이주는전문적인세련됨이다.
즉물적인즐거움이물씬다가온다.
내가마치그파티의손님같다.
비오레타가키가좀작고약간아주약간뚱뚱하다.
왠지비련의비올레타,순수한남성알프레도가사랑하려면가늘고예뻐야할텐데….
(근데이런상식적이지도논리적이지도않는무개념인식은그근원이도무지어딘지,)
비올레타의성량은끝내준다.
알프레도의목소리는정말미성이긴한데조금작은듯,
너무나익숙한축배의노래는…..
오페라의드라마틱함을살리지못한듯해약간아쉬웠다.
이막일장에서
아들과의사련을막으려온알프레도의아버지제르몽과비올레타의
이중창에서오페라는아연활기를띄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