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라비아타

오랜만에정통오페라관람을했다.

서울시립오페라단의라트라비아타.

고양아람누리극장과음악당은크지않아서아늑하며

무엇보다공명이잘되는극장이다.

언제가도낯설지않는아늑한분위기가마치친한이웃집거실같다.

제법앙칼진듯다가오는초겨울바람탓인지로비로들어서니따뜻하다.

커피를마시는사람,담소를하는사람,서로를찾아다니는사람,

팸플랫을사서공부를하는사람.

멍히창밖을바라보는사람.

화려한성장을한사람도있고

나처럼일상복에모자하나뒤집어쓴사람도있다.

.

약간의긴장과함께소란스러움이공존해있는공연전의로비는언제나매혹적이다.

연상되어지는것이많은친숙한그림같기도하다.

색다른세계로의진입을기다리고있는플랫폼.

커피를사러간딸을기다리며창밖을내다보고있는데

창밖어두움속에서한사람불쑥나타나창안에있던나와눈이마주친다.

잠깐눈이마주친뒤남자는어디론가가버렸는데

갑자기그아무것도아닌정경속에서아주아주오래전에본

문밖에서라는볼프강보르헤르트의연극이떠오른다.

연극보고나서좋아서희곡책까지찾아읽었는데

이십대에요절한천재작가

문안과문밖으로형상되어지던

사람과사람사이

피해자와가해자사이

그모든인간들의물고물리는관계….

처연해서슬프던…..

과연그젊은나이에특별하게허락된투명한시선은

어디에서비롯되어진것일까,

어린나에에어쩌면그다지도삶의이면을

날카롭게통찰할수있었을까,

경험은무색한것일수도있을거라는생각을그의나이를보며했었다.

딸아이는엄마커피하며커피를주는데

향기를보아썩그리맛있을것같지않았다.

향기때문에커피맛이달라지는것인가.

커피맛때문에향기가다른것일까?

계란같은생각을하며

문밖에서를찾아서다시한번읽어야겠다는생각을한다..

아니그런데왜자꾸요즈음

읽었던책을다시읽고싶은기분이드는것일까,

벌써과거로의회귀를꿈꾸는나이가되었다는것인가.

정말종합예술이란단어가무색하지않을만큼

오페라를위해수많은사람들이필요하다.

보이는스탭들만해도셀수없는데

보이지않는스탭들은또얼마나많으랴,

여인의뒷태가다들어난붉은드레스에검은빛바탕색채가

선정적인팸플릿을뒤적인다.

오페라너까지도꼭이래야만하니

한숨까지쉬며

선정적인것을거슬려하는것은

내안의유서깊은편견때문일것이다.

뒤마의소설인춘희를원제로만들어진무대.

트라비아타라는말은길을잘못든여자라는뜻으로

상류사회남성들의파티전유물이었던코르티잔은

우리나라기생이나일본의게이샤와비슷하다.

코르티잔인비올레타가주인공이다.

그리고순진한남성알프레도

반대하는아버지,떠나는여자,오해하는남자,나중에서야알고다시돌아오는남자.

이미죽어가고있는여자.

엄마완전막장스토리야,

딸아이말이맞다.

근데사실모든오페라가그렇다.

사랑과배신그리고후회,

얄팍한인간성과순진한사람들의어리석음이축이다.

오페라뿐일까,

축약된인생사도그러하지않을까,

하긴그런잡다한것들이싫어서사랑을피해다니는사람도드문드문있긴하다.

그러나사랑

이친구도그다지녹녹하지는않아서

우연이라는,

토란잎위의물방울같은변장을하고서

자주가는곳에마음주는곳에

함정을파놓고기다리는치밀함도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서주….는조용하고구슬펐다.

서주부터신경쓰라는언젠가읽은오페라에티켓생각이나서

별생각도다난다하며그래도유심한마음으로들었다.

막이오르니

화려한홀에화려한복장을한사람들이엄청많이등장해서판을벌리기시작한다.

입체감있는무대는멋지고화려하다.

무대의근사함은세련된문화로형상된다.

분업이주는전문적인세련됨이다.

즉물적인즐거움이물씬다가온다.

내가마치그파티의손님같다.

비오레타가키가좀작고약간아주약간뚱뚱하다.

왠지비련의비올레타,순수한남성알프레도가사랑하려면가늘고예뻐야할텐데….

(근데이런상식적이지도논리적이지도않는무개념인식은그근원이도무지어딘지,)

비올레타의성량은끝내준다.

알프레도의목소리는정말미성이긴한데조금작은듯,

너무나익숙한축배의노래는…..

오페라의드라마틱함을살리지못한듯해약간아쉬웠다.

이막일장에서

아들과의사련을막으려온알프레도의아버지제르몽과비올레타의

이중창에서오페라는아연활기를띄기시작했다.

꾸짖고설득하며애원하는묵직한바리톤과

사랑에는당당하면서도자신의처지를잘알고있는

비올레타의비통함이절절하게품어져나왔다.

비올레타는자신의사랑을증명하며

제르몽에게사랑을포기할수없다고하지만

결국노회한제르몽의설득에넘어가고야만다.

아들에게고향으로돌아가자며부르는제르몽의아리아

프로방스의바다와대지도멋졌다.

약간목이쉬지않았나걱정되는목소리였는데끝까지잘불렀다.

,가사는극장앞큰전광판에아주자세하게번역되어나온다.

옥의티처럼가끔문맥맞지않는대목도있더라만,

인터미션시간이끝나고시작된이막이장!

화려한파티에등장한집시들,투우사들,

그리고그들과대화하며배경이되어주는수많은합창자들이함께하는무대.

노래만계속들어선지

세상에,

짚시들로분한무용가들이나와서

낭창거리며교태어린춤을추는데

그몸들이얼마나이쁘던지,

가녀린허리

가녀린팔다리가빚어내는

몸의태들이

빛나는보석처럼반짝였다.

아몸이,

저렇게나어여쁘구나

저렇게나사랑스럽구나

발레공연을볼때와는현저하게다른상쾌함이있었다.

웅장한합창으로귀에익숙한짚시들의노래

마드리드의투우사의노래오페라의극점이기도한그대목에서

비올레타는정말간장이타들어가는듯한비통한음색으로비올레타가되었고

알프레도의목소리도윤기를더해갔다.

3

넓고휑뎅그레한공간그리고어둡고푸른빛,커다란침대

아픈비올레타.

화려하고생동감넘치는카니발이창문밖에서펼쳐지고

그녀는죽어가고있다.

지난날의즐거운꿈이여안녕.

그녀가부르는아리아는삶에대한회한과그리움으로

마치회한과그리움이물이라면

그것들을온몸에서방울방울짜내기라도하는것처럼

노래가솟아나왔다.

그때까지엉성하던스토리의밀도도갑자기높아진다..

아처음보다연기가촘촘해졌을까,

가령의사가위안하는말로하는말,

당신은건강할수있어….

거기에꿈을거는비올레타…….

는많은것을생각하게하더라는것이다.

돌아온알프레도와함께

파리를떠나서

같이살자는염원이어린아리아에서는눈물조금나려했다.

죽기전

갑자기비올레타가우뚝서며외친다.

아프지않아이젠살수있어!

극적인순간

그리고찾아온죽음.

드라마가주는여백이

성긴스토리를가슴뭉클하게만들었다고나할까,.

사랑하는사람이곁에있는데떠나야한다면그마음은어떨까.

얼마전산길을걷다가화들짝놀랐다.

소나무목피가와랑와랑벗어져수북히쌓여있었다.

옷벗은소나무는….

나뭇잎이나무의옷이아니었다.

나무의진짜옷은수피였다.

위를바라보니나무는벌써오래전죽어버린듯보였고.

수피에는푸르른이끼가가득끼어있었다.

더이상견디기어렵다는듯나무는몸을흔들어

옷을벗어내버린듯보였다.

검은상처가여기저기나있는소나무의알몸.

자신의의지로하는마지막몸짓처럼보였다.

11 Comments

  1. 雲丁

    2011년 12월 5일 at 7:53 오전

    따님과좋은공연감상하였네요.
    저는딸이없어요…   

  2. 푸나무

    2011년 12월 5일 at 7:57 오전

    아,
    그러시구나
    딸이이젠제법친구가되던걸요.
    식구들흉도제일맘놓고보구요
    쇼핑할때가장직선적인충고를해주구요.
       

  3. 순이

    2011년 12월 5일 at 9:57 오전

    딸이동행해주니까좋지요.
    우리딸은둘다결혼하고나니이젠음악회에혼자다녀요.
    이번주말엔조영남다음주말엔백건우.
    음악회는혼자도좋더라구요.
    아람누리는가까워서더좋구요.
    라트라비아타는몇년저세종에서봤어요.
       

  4. 푸나무

    2011년 12월 5일 at 2:47 오후

    조영남도뭐해요?
    백건우는나도가고싶은데…..

    대신언니리뷰로만족하죠.뭐
    나이들어갈수록
    어디서나혼자잘놀수있는사람이되어가는것이중요할듯,.
    언니와나는혼자놀준비잘해가고있는듯하구요.   

  5. 조일연

    2011년 12월 6일 at 1:28 오전

    74년이던가,다니던대학음대창립기념으로공연을해서
    처음봤습니다.
    "프로벤자내고향으로"
    알프레도의아버지제르몽이부르는바리톤의아리아.
    오늘올린영상에나온바리톤은누군지,아주연기력이좋습니다.   

  6. 푸나무

    2011년 12월 6일 at 3:31 오전

    글쎄제가아는어느분은제르몽의아리아가사도모르면서
    라-라-라-라,라라라라–라스프렌자라,라스프렌자라..
    그러니까적당히기억나는부분은가사를대충하고
    나머지는라라라로
    고래고래부르신다더군요.

    작년이탈리아에가서배워온게있다면
    베니스가베네치아
    폴로렌스는피렌체가정확한부름이라던데
    프로방스도프로벤자인가요?

    저두목소리영역중에서
    바리톤을제일좋아한답니다.   

  7. 綠園

    2011년 12월 6일 at 5:15 오전

    이포스팅을읽고나니이제서야
    ‘라트라비아타’를제대로이해한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은독자가읽기를바라며쓰신글인가요?
    연속해있지않은글줄이라눈이불평을안해서요.^^
       

  8. 푸나무

    2011년 12월 6일 at 6:50 오전

    하하
    녹원님
    지금저뭐라하시는거지요.
    하지만그런글마음쏟아낼때는제법효과적이예요.
    다음에도또할텐데…..
    그럴때는그냥패스하셔요.
    혹시녹원님도한번써보시든지요.^^*   

  9. 깨달음(인회)

    2011년 12월 6일 at 1:27 오후

    저도봤어요.
    이렇게한장소에서함께오페라를왔군요.
    반갑습니다.
       

  10. 푸나무

    2011년 12월 7일 at 12:36 오전

    아,전토욜이었어요.
    인회님
    우리동네사신갑다.
    저두반갑습니다.   

  11. 깨달음(인회)

    2011년 12월 7일 at 2:17 오전

    전금요일에봤습니다.
    전엔그곳에서가까운곳이었는데멀리이사했습니다.
    퇴근길에들러서봤는데아주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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