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꿈결 같다고

터미널(일반판) 저자 이홍섭 출판사 문학동네(2011년08월0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시집리뷰는처음인가….

생각해보았더니

친한분이시집을내고보내와서

먼길찾아온시들고마워길게쓴적있다.

시에대한이야기와

시집에대한이야기는다른가?

이홉섭시인이쓴터미널

도서관에가니새책코너에있었다.

가로로되어있는판본이특출나보이는시집을

설렁설렁몇장펴보는데,

이시가눈에딱걸렸다.

그래서빌렸다.

일평생나무만길러온노인이말씀하시길조경중에제일은귀조경이라하신다키큰나무키작은나무잘생긴나무못생긴나무를두루심어놓고보고만지고냄새맡고이따금이파리와꽃잎의맛을보는조경도일품이지만무엇보다제일의조경은이나무들이철따라새들을불러모으고새들은제각기좋아하는나무를찾아들어저마다의소리로목청높게노래부르는것을듣는일이라키큰나무만심어놓으면키큰나무에만둥지를트는새의노래를들을것이요키작은나무만심어놓으면키작은나무에만날아오는새의노래를들을것이니그것은참된조경이아니라하신다.

오랜만에봄창을열고목노인처럼생각하거니나는이세상에나서어떤나무를심어왔고내정원에는어떤목소리의새가날아왔던가나는또누구에게날아가큰나무키작은나무에둥지를틀고오늘처럼봄날의노래를들려줄것인가

나는이런시가좋다.

생각의폭이넓은시

나무길러온노인의한마디에인생이다아들어있는것같은,

평생한길을,그것도나무라는침묵의소재를벗삼아길러온노인에게는

남이들을수없는무수한소리가들렸을터,

어떤이야기를한다한들그안에무수한다의적인의미가포진해있을것이고

내맘대로향기로운나무향기없는나무아픈나무건강한나무기쁜나무슬픈나무

마음내키는나무밑에앉아서내사는동네를이윽히건너다볼수있으면,

당연히시인도노인의말을듣고인생을반추했을것이고

나는여기이렇게겨울날음악속에서

노인이본인생과노인의눈을통해본시인의인생을통해내시간을바라보니

보자,몇겹인가,겹이깊을수록슬픔도깊어간다고했던가,목노인처럼생각한다.

\

이시와는아주다른시도있다.

아이가힘겹게뒤집기를시작하면서/이철없는세상을용서하기로했다.//

마흔넘어찾아온아이가/외로자기시작하면서/이외로운세상을용서하기로했다//

바람에뒤집히는/감잎한장/엉덩이를치켜들고전진하는애벌레한마리도/

이세상의어여쁜주인이시다//

힘겹고외로워도/가야하는세상이저기있다.

마지막연을왜다른색으로했냐면

만약나라면마지막연을뺏을것같아서,,,,,

시인의눈은모름지기밝아야한다.

눈이밝지않으면서시를쓴다는것은

단어를모르면서번역하는것과같다.

시인은수많은숨어있는언어를찾아내번역하고해석하는사람일것이다.

자연속에사람속에관계속에

이시인의눈은밝다.

외로자기시작한아이의잠에서외로운세상을바라볼수있는밝은눈,

사랑은귀신도모르게해야한다는데/내사랑감출수없어꽃으로피어났어요/

구하지않았는데밤하늘에별이뜨고/부르지않았는데청청하늘에시린낮달이떠요/

후불면날아가는게사랑인줄알지만/그래도명치끝에는언제나맑은옹이가남아있어/

그힘과부끄러움으로길게목을빼어요///민들레

민들레는그냥차용한것이다.

어여쁘고사랑스러우면서도흔하고작으니슬쩍데려다가앞세운다한들,

누가머라할사람없다.

부끄러움많은이시인민들레뒤에숨어자신의사랑을이야기한다.

도무지감출수없는사랑,

그래서남다환하게볼수밖에없는꽃처럼피어난사랑

민들레뒤에숨어도

이사랑너무힘에겨워

별에게시린낮달에게네탓이야,나때문이아니라고,

발뺌을하다가사랑의본질에숨차하다가

다시사랑으로목메는…..

민들레이야기,

아니사랑이야기다.

당신은내가껴안을때마다온몸에소름이돋는다한다

사랑이소름이되어꽃피던시절이다

당신은내가껴안을때마다온몸에소름이돋는다한다

미움이소름이되어꽃지던시절이다

소름과소름이진달래능선을넘어가는봄날.//소름

사랑은언제미움이될까?

미움은다시사랑이될수없을까,

진달래능선을넘어가는봄날은하냥다가왔다멀어지는데

소름은천지차이를아우른다.

같은사람

같은사이

같은관계에서,

진달래가득핀길도사실소름돋을수있다.

소름을

같은길

같이가고있는

슬픔처럼여길수있다면,

삼십대갓초반에어느사람의장례식에참석한일이있는데

그사람묻으러간길에그렇게나진달래가하염없이피어나있었다.

산자락이온통분홍이었다.

어린아들하나뿐인장례식이었는데,우는사람도없는장례식이었는데

분홍진달래가너무많이피어나서

길이산이들판까지물들이는분홍은슬펐다.

일평생산을쫒아다닌사진가가작품전을열었는데우연히전시장을찾은어떤심마니가한작품앞에서서서감탄을연발하며발길을옮기지못하더란다이윽고그심마니는사진가를불러이좋은산삼을어디서찍었는냐고물어온것인데사진을찍고도그이쁜꽃의정체를몰라궁금해했던사진가는산사이라는얘기를듣고는기절초풍을했더란다그날이후사진가는작품전은뒷전이채배낭을메고산삼찍은곳을찾아온산속을헤메게되었다는데…..

그사진가는허름한곱창집에서소주잔을건네며사는게꼭꿈결같다고자꾸만되뇌이는데그게자신한테는하는말인지산삼한테하는말인지사진한테하는말인지영종잡을수없는거이라이상한것은나도그사진가를따라오랫동안산속을헤매다닌듯한느낌에사로잡히게되엇다는것인데,그리고자꾸만사는게꿈결같다고맞장구를치는것인데……//심봤다

십이월에들어서니

정말사는것……

꿈결같은일아닌가,

그러니

그럼으로

그리해서

십이월에는시를읽으시라

십이월에

처세술담겨있는책을읽어서야쓰겠는가?

실용서도잠깐내려놓으시라.

십이월은

수필을읽기에는무거운시간이고

소설을읽기에는너무정하고참한시간이다.

그러니

십이월

적막하고고요한십이월에는

시를읽으시라.

시를읽다가창밖무연한시선으로드문드문바라보시라.

언제

오시려나

나의

그이

4 Comments

  1. 綠園

    2011년 12월 7일 at 11:15 오전

    푸나무님도눈을끔찍히사랑하시네요.^^
    조언해주신대로저도시집하나찾아봐야겠어요.
    멋진리뷰,잘읽었습니다.   

  2. 雲丁

    2011년 12월 7일 at 12:27 오후

    좋은시집을만나신심중소회를듣게돼행복합니다.
    첫눈저도기다려요.왔다는데저만몰랐는지,,^^   

  3. 사슴의 정원

    2011년 12월 8일 at 12:04 오전

    나무에새가날아드는귀조경좋은말씀입니다.

    뒷마당에새들이날아드면평화스러워보입니다.

    우리집뒷마당은새뿐아니라사슴,토끼,다람쥐도나오지만

       

  4.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12:17 오전

    아,사슴의정원님이금방오셨구나
    아니아침에
    녹원님과운정님이나란히계시길래
    문득그런생각이들었어요
    방과후
    다들가버린후에
    우리셋이약속도하지않았는데
    남아서천천히길다란그림자남기며
    두런거리며운동장걸어가는풍경이요…..

    그럼우리넷이이제걸어볼까요.
    천천히
    느긋하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