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밑줄들을 지우는 일

세장의사진에는

전부우리동네북한산에있는사모바위와비봉이들어있습니다.

위에두장은문수봉쪽에서바라보는비봉과사모바위구요

마지막사진은둘레길출렁바위에서찍은사진입니다.

북한산그리메….

산도좋지만산그리메를좋아합니다.

북한산에서도

황산에서도

구체구에서도

산그리메만보면

가슴속으로강물한줄기흐르는소리들려옵니다.

북한산그리메와함께엮어지는

비봉과사모바위

특히사모바위는보는곳에따라엄청달라지는데

하긴그무엇안그럴것있겠습니까만….

정말귀엽고사랑스러운바위지요.

실제가까이서보면엄청남성스럽기도하지만,

필리핀에서말을처음타봤는데

아주늙은말이었어요.

거기어디제법높은산,화산을찾아가는길인데

두리번거리는내앞에자그마한말이얼른와서더군요.

한눈에보아도다른말보다훨씬더작고늙어보이는말이었지요.

사람처럼말도온몸으로늙음을내보인다는것을처음알았지요.

늙고쇠약하니키크고건장한남성보다는자그마한여자태우기가유리할터,

늙은말의주인도늙은지혜로얼른내앞에와선것이겠지요.

말을탄채로산수를주유하구나생각했지만

웬걸요.

그말을타고산을오르내리는내내,

늙은말이내는거친숨소리와비척거리는걸음에신경을쓰노라

구경은딴전이었지요.

차라리그말에서내려걸으면얼마나좋을까,

그러나모든여건이내리지도못하게

그렇다고마음편하게타지도못한채그렇게가슴을졸이며산을오르내렸었지요

오늘아침달력을보는데

몇년전의늙은말이내던거친숨소리가

갑자기들려오는듯한,…..

이상한날입니다.

십이월

인디안달력은십이월을이렇게명하고있습니다.

다른세상의달

침묵하는달

나뭇가지가뚝뚝부러지는달

무소유의달

늑대가달리는달

저라면하나더

<시가잘흠수되는달>

을넣겠습니다.

사람들의말소리는한옥타브정도올라가고

아이들은여기저기무리져돌아다니고

바람은이곳저곳방방떠다니며

소란스러움을덧입힙니다.

그러나없는것처럼부유하고있다가

삽시간에쳐들어오는

적막함도있습니다.

그때가

시읽기엔그만인시간들이지요..

그래서오늘도이른아침시하나읽습니다..

밑줄/이병률

역전식당은사람들로붐볐습니다
식당으로들어가자리에앉았습니다

한여자가합석을했습니다
주문을하고눈둘곳없어신문을가져다들추었습니다

시킨밥이나란히각자앞에놓이고
종업원은일행인줄알았는지반찬을한벌만가져다주었습니다

벌한마리안으로들어오려는건지
도리가없는건지창문망에자꾸부딪혔습니다

그많은사람들도그릇에불안을비비는소리를냈을까요
새로들여놓은가구처럼서름서름마음을설쳤을까요

배를채우는일은
뜻밖의밑줄들을지우는일이겠습니다만

식사를마칠때까지
여자도나도반찬그릇엔손을대지않았습니다

이시는적어도50대이상은되어야읽어지는시같습니다.

우리딸아이에게이시읽으라면

아마

보성에서울엄마가직접담근멸치액젖에갖은양념다해서

배추쌈과함께먹으라고할때

한입먹고

비려,엄마이것을어떻게먹어,

하며

나바라보듯

이시

멀뚱거리고

바라볼겁니다.

시속행간에숨은무춤함,수줍음,아련함을

도무지알길없을테니깐요.

그러니저시는

울엄마직접담그신멸치액젖같은시이지요.

.

13 Comments

  1. Lisa♡

    2011년 12월 8일 at 1:48 오전

    노래좋아요.   

  2. 깨달음(인회)

    2011년 12월 8일 at 2:20 오전

    사무실이라음악은못듣고..ㅋ죄송
    북한산에미쳐서몇년을보냈습니다.
    토요휴무가없던시절에1년에70번이상을다녔으니깐요.ㅋ
    북한산지도를그릴수있다고생각했는데…
    요즘은사람들이너무많아사양하고있습니다.저라도지켜야할것같아서요.
    그런데다무차별하게만든둘레길이제맘을더상하게합니다.^^
    휴휴….   

  3. 벤조

    2011년 12월 8일 at 3:35 오전

    제목이무슨뜻인지모르겠네…
    노래는또어디있구요?
       

  4. 綠園

    2011년 12월 8일 at 7:12 오전

    제가읽었던시중에제일재미있는시가아닌가합니다.
    읽는중에웃음이터져나와서요.
    그런데술술잘읽다가“밑줄”에서맥혔지만
    풀고나니더재미있는시가되었습니다.
    그래서타이핑도했네요.^^
       

  5. 雲丁

    2011년 12월 8일 at 8:59 오전

    일순음악에젖어글을건성으로읽게만드는묘(?)한느낌에사로잡혀요.
    구성지네요,가끔한오백년도들어요.동백아가씨도요.장사익버전요.^^
    아참,필리핀어디공원에선가말을타보라고권유하는데싫다고했어요.
    잘했쥬~?ㅎ   

  6.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26 오전

    나윤선이아리랑을재즈로부른노래죠.
    나는왠지나윤선하고나가수요정하고비슷해보여요.
    나는재즈를안좋아하는데
    나윤선이노래는묘한매력이있는것같아요.   

  7.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28 오전

    인회님그렇다면
    매주가고도주중에더가셨다는이야긴데
    세상에….
    북한산지도요?
    흠,갈수록달리보이시는분,
    나는겨우봉우리한개헉헉하고올라가고
    남들두시간걸리면한세시간가량….
    혼자산에서잘놀아요.
       

  8.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42 오전

    벤조님
    제가보기엔조선블러거들중에서
    가장예리하시고상큼하신분이벤조님이신데

    뜻밖의밑줄들을지우는일….을
    모르신다하니

    ….사실저두그부분에설명을붙일까하다가
    붙이면오히려사족처럼
    느낌이사라질것같아서….

    그래두설명을해본다면이런것아닐까요.
    공식대로라면
    뜻밖의밑줄은
    아주중요한일이생겼는데
    그게뜻밖의일이니
    의도치않은,
    갑자기,생경한그런일들이겠지요..

    가령
    나처럼55살먹은아지매가
    갑자기어느남성을보고설레임을갖는것,
    언감생심
    그러나내게는아주진실한,
    이런것들이
    뜻밖의밑줄아닐까요?

    두다리버티고서서묵고사는일이아닌
    어떤일을이름할수도있구요.
    그쵸
    이렇게풀어쓰니느낌이싹가시잖아요.

    그대신제가예의바른사람이되긴했지만요.^^*ㅎ~
       

  9.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44 오전

    녹원님밑줄을어떻게푸셨는지궁금해요.
    운정님이랑녹원님이랑우리셋이
    하교후에
    만나는광경은어떠신가요?   

  10.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45 오전

    잘하셨어요.
    근데정말운정님그렇게미인이신거예요?
    젊어보이시고…..
    한복도이쁘고…..   

  11. 푸나무

    2011년 12월 8일 at 9:48 오전

    아,리사님카메라타차는
    우리꼭합시다.
    나두헤이리좋아해요.   

  12. 雲丁

    2011년 12월 8일 at 1:38 오후

    어쩜,오늘저녁잠못들겠어요.
    젊다,예쁘다하시니요.^^
    그래요,
    우리셋이서하교후티타임기대할게요.^^   

  13. 綠園

    2011년 12월 9일 at 12:23 오후

    하교는언제하시나요?^^

    푸나무님의해답을보니제가시험을쳤더라면
    A를주셨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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