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앞에 둔 음악회

갑자기세상이보이지않게되어

수용소에격리된채절망가운데살고있는사람들이있다.

어느순간

낡은라디오에서아주단순한노래한가락이들려온다.

노래소리에는지륵지륵한

잡음조차함께들린다.

거칠고사나운,증오에가득차있던사람들에게

들려오는단순한멜로디.

자신도모르게하던일을멈추며노래를듣는다.

천천히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절망과고난을잊게되고

무엇보다날선마음들을무두질하는멜로디

바이러스에감염되어갑자기세상이보이지않게된어린소년,

엄마아빠도곁에없고

낯선환경속에서

너무무서워무섭다는표현조차못한채

생의두려움에질려있던어린소년의발이

어느순간

그노래에맞춰까딱거린다.

사라마구원작의

‘눈먼자들의도시’라는영화의한장면이다.

음악이사람의본성에미치는영향을

어떤정연한논리보다

더섬세하게잡아낸

음악에대한침묵의웅변이다.

음악속에서평생을살아오신분의음악회에초대를받아갔다.

내게전화를주실때맑고명징한목소리만으로도황감할터인데

그분께서는한참아랫사람인내게그러신다.

“저노래하는엄정행입니다.”

나엄정행이요.

그이름만으로도충분히넘치고넘칠것을,

나엄교수요해도

어머,아녜교수님,하며전화기건너편에서고개를숙이며차렷자세가될나에게

그리겸손하게말씀하신다.

그분은알고계실까,

겸손이얼마나사람을감동시키는지,

얼마나상대방을기쁘고행복하게하는지,

뿐이랴,

노래하는엄정행이라는표현에는

그분이얼마나노래를사랑하는지,

노래로점철되어진삶이라는것을명약관화하게보여주기도하니

이런멋진소개있을까싶기도하다.

음악회타이틀은‘엄정행과그아름다운밤’

빵은고소하고맛있다.

전채요리,

스프,

그리고메인디쉬인안심스테이크에는가지와오이새송이버섯이살짝얹어있다.

그모습이예뻐서다음에이렇게집에서한번해보아야지생각한다.

고기를잘라소스를묻혀한입,

아,부드러우면서도알맞게씹히는맛이좋다.

달콤한케익티라미슈와커피.

오랜만에격식을갖춰식사를하는기분이제법이다.

노래만들어도한해를갈무리하는마음흥감할터인데

기분좋은식사까지한뒤

무대에오른그분을뵈니기대탓에가슴이차오른다.

워낙단련되고세련되신탓인지꾸밈없으신모습으로이리말씀하신다.

“이것참밥상을앞에두고노래부르기는처음입니다.”

아하,밥상이라는소박하고단순한어휘로

오백명이넘는관중들은일시에무장해제된다.

우리의노래,

우리의것,

우리의정한을담은시,

그아름답고슬프며힘있고도애잔한음악이

그분에게서솟아나우리들속으로파고든다.

담이헐린청중들마음사이로

세모시옥색치마가휘날리고

가고싶은고향의바다가출렁이더니

금방푸르른보리밭이푸르디푸르게펼쳐지질않는가,

사람에게서가장늙지않는것이목소리라고했지만

삼십여년전내나이이십대때들었던목소리와

한치도다름없는윤나는목소리이다.

오히려젊은그시절보다더중후한삶의무게가들어가있는것같기도하다.

선생님제자된지이십여년이되었다는

중년의연주가그룹이선생님앞이라는이유하나로

거침없이재롱피우는(본인들발언대로임)

제자들의오중창은흥겹고도열띈무대였다.

사실그분도남들처럼유학이란것이가고싶으셨다고했다.

미국에가서교포들을위한공연을한뒤정통오페라를관람했는데

한국에서했던오페라는학예회구나자괴감이드셨다고한다.

그래서유학을하려던차어느분께서말하길,

체격이작아서무대에서서커다란여자품에안기려면……(?^^*)

그러니그보다는그대나라의아름다운노래를하라고,

그말을듣는순간서슴없이뒤돌아서서돌아왔다고,

그리고지금까지한눈안팔고

우리노래만을하셨다고,

그대도록올곧고아름다운인생이어서멋진벗과동행하는지도모른다.

아름답고멋지면서우아하기조차한

밥상(^^*)음악회는

엄정행선생님의오랜지기이자아우이며벗이기도한

자이언츠엔지니어링의최영식회장의후원이라고,

“단독으로형님의음악회를여는것이꿈‘이었던

개인의메세나활동으로이루어진

‘엄정행과그아름다운밤’

언제였던가.내곁의지인이그랬었다.

엄정행선생이부르는목련화를들으면솜털이오소소돋는다고,

한장달랑남은달력이스산하기조차한십이월,

그분이부르는목련화를들으며나는생각했다.

‘봄에온가인’과같은목련화는

바로저분이아닌가.

‘추운겨울헤치고온봄길잡이목련화’는

우리노래의길잡이바로저분이아닌가‘

그대처럼우아하게그대처럼향기롭게’

목련화그대는

평생을우리노래만을부르며사랑해온바로저분이아닌가.

(상략)

노래하는마음이깊어지면

이세상모든고통의알몸들이

사과꽃향기를날린다네/곽재구/첫눈오는날(081204)


5 Comments

  1. cecilia

    2011년 12월 12일 at 4:02 오후

    노래’목련화’도참좋아해요.   

  2. 푸나무

    2011년 12월 12일 at 11:40 오후

    일큐84는보셨어요?
    세실리아님사신곳은
    좋아보이는데
    왠지좀쓸쓸한것같기두하구요.
    하긴어딘안그럴까만요

    좋아하는것들이비슷하니
    우리친구되기쉽겠다요.^^*   

  3. 雲丁

    2011년 12월 13일 at 1:30 오전

    엄정행님의음악회에또다녀오셨군요.
    목련화,,,는모든사람의애창곡이지요.

    눈이오려는날씨같아요…^^   

  4. 푸나무

    2011년 12월 13일 at 3:39 오후

    운정님은참다정하신분같아요.
    지나간글에도댓글달아주시는성품,
    섬세하시고,,,
    감사해요.   

  5. cecilia

    2011년 12월 14일 at 10:03 오전

    IQ84istongsoksosôl.

    Idon’tlikeit.

    MyEnglishisverybadbutIcan’twritein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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