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 짓기에 대한 욕망- 희랍어 시간
BY 푸나무 ON 12. 25, 2011
사람을좋아한다는것이
그사람의모든것을좋아한다는이야기는아니다.
어느부분아니거의한부분과의만남이라고해야적확할것이다.
가령책도그러하다.
책한권모두가감동이길바라는가?
어느작간지….기억나지는않는데
소설이존재하는이유는인생을나타내기때문이라고말했다.
인생이있는한소설은계속될것이며
소설은인생을가장잘표현한양식이라는이야기도될것이다.
한강의소설을읽으면서
소설=인생을이야기하는데
흔한인생이아닌구별된인생을불러오기위해
작가들도참힘들겠지….싶다.
평범한삶에서는기막힌스토리도절절한내면도형상화되기어려우니
특이한상황이필요하고쉬경험할수없는장치들이필요하고
익숙하지않는스토리를위해서는남다른정황이필요한것이다.
짐멜에의하면
인간은누구나질적개인주의=구별짓기에대한욕망이있다고했는데
결국사람은누구나나름의고유성을지니고있으며,
타인과비교할수없는단독성을소유하고있다는말,
두루뭉수리인내가두루뭉술하게쉽게말해본다면
인간의깊은본성에는남과다르고자하는욕망이아주크게자리하고있다는뜻,
말잘하던여인이갑자기말을못하게된다.
그녀가말을잃게된요인들,
치밀한묘사도있었고
상황에대한알레고리검증도나름되어있긴하지만
나처럼평범한생활인이느끼기에는공감도저하지점.
하여간
그녀라,
그녀이기에
그녀의말은
그녀속으로숨어버린다.
그리고천성의약시로인해점점눈이어두워져가는
철학을전공한희랍어강사…..
이런미묘한잠재태를배경으로이야기는시작된다.
외양은특별한여자남자의사랑이야기처럼보일수도있지만
그들의사랑은
겨우눈어두운남자볼로여인의입술을찾아가고
여자는손으로남자의얼굴을만지는….시작에서책은끝난다.
오히려이글은그들의과거속을헤맨다.
현실속의그들은답답하고숨막힌다.
그래선지문장도그들의현실처럼터억턱막혀읽기쉽지않고
여자는진땀을자주흘린다.
나는그녀의진땀을생각하노라…..그녀가샤워를하기까지…
더힘들었다.,마치내가진땀을흘리고있는것처럼,
<희랍어시간>
그리스어시간이란말보다멋지고우아하다.
한문에격이더있어보이는겐가?
아주늦은밤까지소파에누워북라이트를켜고책을본다.
조그마해도푸르스름한led빛은제법환하다.
늦은밤옆사람방해하지않고참대위에서독서하기에는아주딱이다.
치과의사들이쓰는등처럼이리저리잘도움직인다.
아름다움은아름다운것이다
아름다움은어려운것이다
아름다움은고결한것이다
이번역이모두그르지않는것은고대희랍인들에게아름다움과어려움과고결함이분절되지않는관념이었기때문이다.
수난을겪다.배워깨닫다.뜻의동사는거의흡사하지요?소크라테스는일종의언어유희로두가지행위가비슷하다고말하고있는것입니다.(략)그러나실제소크라테스에게는무엇인가를배워깨닫는일은글자그대로수난을의미하기도했습니다.
주인공들의상황처럼답답한문체의글을
몇마디문장들이사이사이우아하게변화시킨다.
이런문장들은내게시로읽혔다.
플라톤의이데아에대해서설명할때도
섬세한극도의감수성을지닌이작가가스스로체화한
문장은멋지고
내용은아련하다.
철학을전공하는그러나문학적인남자의문학에대한이야기
“감각과이미지,감정과사유가허술하게서로서로의손에깍지를낀채흔들리는그세계……”
이런표현도쉽지않다.
남자가청춘시절사랑했던여자에게보내는독백같은편지는
어쩌면그렇게아름답고정갈스러운지,….
주인공의사랑보다
훨씬더눈에띄고가슴으로스며들던사랑이야기는
남자를사랑했던남자……남자의친구이야기다.
병실의벤젠속에서성장한남자의친구요아힘.
시간이흐를수록너는나를욕망했으니까
그욕망을견딜수없어서몸부림쳤으니까
난전속력으로너를깊게상처입히며도망쳤으니까
널원망했으니까
네가아닌네가보고싶어잠을이루지못했으니까,
네가아닌너만을미치도록그리워했으니까,
그리움의고백은잘손질된단칼처럼자극적이다.
오히려주인공남녀의더디고완만한사랑보다훨씬더매혹적이다.
남자의친구남자는또말한다.
“아름다움은오직강렬한것.생생한힘”이어야한다고,
어떤절대를무너뜨리는문장아닌가,.
아름다움도………하물며아름다움에대한감도가그럴진대
다른것은더말해무엇하랴.
작가는이년여에걸쳐서이글을썼다고했다.
아마도말을잃은여인의내면을그려내기가쉽지않았을것이다.
물론시력을잃어가는남자의삶도.
그래선지스토리위주의소설이라기보다는
짤막한사념,시,에세이처럼읽혀지는대목도있다.
성탄예배를드리고난후마음헛헛해서
동네공원의트랙을돌았다.
귀에들어오는단어라고는
도미네상투스키리에아뉴스데이정도인
포레의레퀴엠을계속들었다.
추워선지음악이귀에와붙었다.
입에붙는맛있는음식처럼…..
어스름해진시간에조그마한소나무숲길을걸어집으로오는데
몇나무에엄청난까치가모여있었다.
한참바라보며대강세어봤는데도백마리도훨씬넘었다.
하얗고통통한배……..검은깃털들,
거리탓이라제법상냥해보이는부리….
무엇보다겨울숲의까치는단순해보였다.
얼마전아주좋게본홍상수감독의북촌방향에대해길다란리뷰를적었는데
어느분께서복잡하다면조금복잡한리뷰밑에이런댓글을적었더라.
나는도통심심해서죽는줄알았어
일상이영화가되고문학이된다면
내인생은노벨문학상다섯번은받고도남았을걸.
겨울숲의까치같은이야기아닌가,
노래는
희랍어시간의작가한강의
십이월의사랑이야기다.
겨울숲의까치처럼담박한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