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한해가저물어가고있네.
드디어,드디어하니,
한해가가는것을기다렸다는느낌도있지만
그보다는역시

가는구나!

그래가!
서운한느낌이야.

올해는무엇을하며보냈나……생각해보니
난데없이아주까마득한옛날일이떠오르네.,

함박눈이펑펑내리던날이었어.
그때우리집에서교회를가려면

동네를지나
자그마한야산하나를넘어야했는데
같이교회다니던오빠언니는어디로갔나보이질않고

어린아이하나산자락에서있네.

눈이소복소복쌓인길을걸어가는데
여전히함박눈은소리없이펑펑내리는데
걷다가뒤를돌아보니세상에,

발자욱이없는거야.
다시걸으면분명발자국이생기는데
뒤돌아보면없고.

함박눈이가벼운아이의발자욱쯤이야가볍게덮어버렸겟지.
함박눈의폭력을알길이없는조그만아이….
그포근한눈에배인거침을알길없는아이는

조금더추워졌고

차가워졌고
왠지울고싶어졌고

아까진눈까배기조금내리데.

밖을내다보다가
문득그생각이나는거야.

혹시기억장은퍼즐카드가가득들어있는가,

시간의잔영을담고있는,

이게뭐지…하며서성이면

여깄어하며꼭맞는

퍼즐카드를수욱내미는……

그러니

지금도
그아이에게함박눈펄펄내리던날이아닌가,
걸으면발자욱이찍히지만
뒤돌아보면아무것도없는…..

대범한밥상도기억나네

대범하다는대범한단어가
밥상이라는단어와맞물려
아주상징적인의미를주는글이었어..

이젠철이들었는지

읽어가는글들에서
색다르고기묘한것을별로찾지않아.

없어도허전하지않더라는거지.
그렇다고

색다르고기묘한것들의매혹을몰라라할정도로
죽은감각이라는뜻은아니지만,.
이만큼살다보니
‘담박’이란밍밍한맛을글에서도찾게되더라는거지.
밍밍한맛

맹탕인맛

백비탕,

대범한밥상은죽음으로시작돼

여고친구중의하나가외동딸을사위와함께비행기사고로잃어.
장례식장에갔더니

손주손녀의손을잡고있는그녀가너무씩씩해보이는거야.
손주손을잡고는사둔할아버지가서있구,
얼핏늦둥이난중년부부처럼보이기도하고,.

그럴때는울고불고통곡하고너무나슬퍼보여야정상이잖아.
위로하면서등어루만지면서

남의슬픔에내슬픔보다리슬쩍띄워보내버리기도하면서말이지,

무성한소문속에서

사둔끼리살림을채린다는이야기가들려오고
급기야는

시골사둔네로합가를했다는이야기와
서로를하니라고부른다는이야기까지…..

상당한세월이흐른뒤에그친구를찾아가지.
손주손녀는외국으로유학을보냈고

사둔은죽고
여고동창생은사둔네서혼자살아가는데.
그리고저간의이야기를듣들어.

외할머니친할아버지와왜같이살면안되는냐고

부모잃은아이들이묻는데
아이들에게설명할수없는세상의상식은

무시해도좋다는심정으로
내려왔다는것하며

돈이야기,

사는이야기들은

여고동창생끼리낄낄거리며
추론했던것들과는너무도다르게
그저맑고깨끗하기만해.

.
아대범한밥상답게군둥내나는짠지가멋진소재로
등장하고,
군둥내가땅기네……..
군둥내가뭐겠어.

인간답고소박하고정겹고사랑깊고…..
그러면서도군둥내,

고집은좀있어보이지,.

사람들상식적인통념을

사랑하는손주들을위해무시할수있는
대범함용기뭐이런것들,
그러니그런인생을사는사람이차려오는밥상이니대범한밥상이되겠지.

그글읽을때그런생각들어오긴했어

이렇게늙어갈수있다면늙는것괜찮겠네.

외롭긴해도…..

하지만

외로워서못할것같아.

그냥반살아계실제

어디인터뷰에선가그런이야기하셨어.

이젠

‘관대"하고싶다고

해가저물어가니

무슨언약식이라도하는것처럼

내가

내게

해를보내는소회를묻고답하는데

어때,괜찮아?

도무지오리무중이네

대범한밥상은

크고외로워서안될것같고

어떻게

‘관대’는

조그마하고어여쁜접시에담아서

내밀어볼까…..

눈사진은작년것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