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의 길 무형의 길

‘아버지와딸’은

2001년안시에니매이션페스티발에서대상을탄작품이다.
약팔분여의이짧은애니매이션의여운은

명작소설한권읽은것못지ㅇ않다.

어떻게이단순한그림

ㅡ얼굴표정이나오지않는거의실루엣의ㅡ이
이렇게나많은이야기를담을수있는지,

내가언제나惑해있는명사가몇있는데
그중의하나가<길>이다.
무형의길,
유형의길,
이짦은영상에혹한이유도
바로이두가지길,

유형과무형이놀라울만큼조화롭게존재하고있어서이다.

스토리는아주단순하다.
우리네모든인생이태어나고죽는도식처럼,
아버지와강가에서헤어진딸이

평생동안아버지를그리워하다가
노년이되어죽음과함께

다시젊은처녀가되어아버지품에안기는
매우리얼리티하면서도꿈이가득한한편의인생사.

아주이른봄
순천선암사뒤에있는암자로한발짝들어서서암자의툇마루에앉으면
봄이걸어오는것을보게된다.

내가알기엔그곳은봄이오는길목이다.
이른봄,
선아사툇마루에앉아있으면

저절로봄이다가와

나도봄이된다.

뻥이냐고?

그때

그곳에서봄으로들어서듯

이름도모르고

말한마디하지않는이아이,

아니이사람의
길로가만들어서보시라,.

푸른다뉴브강을연주하는어코디언소리가들린다..
어코디언에는왠지유랑하는나그네같은느낌이있다.
어찌보면약간의통속을담은
그렇지,

목마와숙녀에서스러진술병같은우수를지닌악기라고나할까.
아빠의커다란자전거바퀴와아이의작은자전거바퀴가합하듯흩어지듯
길을간다.

자전거바퀴살에와부딪히는빛과그림자.
나무도커다랗지만

그에못지않게나무의그림자도길고어둡다.
가야할인생길을나타내준다고나할까.
조각배를타고떠나기전

아버지는다시언덕을올라와딸을힘껏껴안은다..
아마딸아이는그마지막포옹을평생못잊을게다.
헤어지는슬픔의시간,
틀림없이찢어지는아버지의아픔이

그아이에게로그대로전이되었을것이니…

아이는아버지를그리워하면서자라난다.
바람이아주세차게불어오는날도
비가내리는날도
나뭇잎무성한여름날도

아이는자라가고
아이의마음속에그리움도여전히자라간다.

인생길가듯이

아버지와헤어진길을소녀는오고간다.

어느날인가갈래머리소녀는친구들과함께그길을달린다..
친구들은먼저저만큼에서빨리오라며손짓을하고
아이는아버지에대한그리움으로멈추어서있다.
나무의그림자도소녀의그림자도짙어진다..
누군가를그리워한다는것은

그렇게잠간멈추어서과거의길을
혹은미래로향해있는길을바라보는일일지도모른다.

아버지를향해나아가는길에서소녀는여러사람을만나게된다
할머니는소녀의곁을지나가며

너도곧할머니가될거란다.
소녀보다더어린아이는

아,소녀에게탄성을지르게합니다.

나도너였는데…….
타인은우리모두의스승이며벗이다..

어느날그녀는남자의자전거에실려그길을간다.
예전과는다르게

금방해가저물어오고달이휘영청떠오른다..
그리고얼마나시간이흘렀을까,
사랑하는시간,

어둠속에서자전거의불빛이조그맣게새어나온다..
자그마한자전거의불빛에왠지미소가흘러나오며마음이따뜻해진다.

맑은구름이하늘로치솟는어느날

아이들을태운부부가그길로들어선다.
헤어짐을모르는아이들은

그녀가아버지와헤어졌던강물을만지며즐겁게웃고
새소리는명랑하고맑다.
여인은언덕위에서그런아이들과남편을바라다보며
여전히아득한마음으로아버지를생각한다..

이즈음에서

아버지를그리워하는그녀의마음이혹
인간에게허락된근원적이외로움이아닐까,
열심히아주열심히주어진삶을걸어가다가도
문득푸른하늘을바라보는마음
뒤돌아보는눈길,바람끝스치는곳어디쯤
허망한눈길,

.
아마도그녀가그렇게아버지를그리워하듯
우리모두무엇인가를그리워하며존재하는것이아닐지
감독은그런그리움을아버지를통해형상화낸것이아닐지,

흰눈펄펄내리고

사위가하얀겨울날옷을두툼하게차려입은
중년의여인이나타난다.
다시홀로이다.
혹남편은먼저저세상으로가버린지도,

중년은그리움이배가되는시기이기도하다..
자식들은그렇겠지.

열심히자신들의삶을살고있을거고,.

아,

현저하게

자전거바퀴의움직임이느려져있다.
느림속에배어있는슬픔이가슴을저민다.

수많은새들이거침없이비상하고있는데
이제할머니가된그녀.

울엄마처럼자전거위에올라타지못하고
자전거를끌고아주천천히걸어온다.

마치

시간처럼

작은아이가자전거벨을울리며휙지나간다..
아버지와헤어진자리에다시그녀는자전거를세운다.
균형을잡지못햇을까.
아니면자전거역시

그녀처럼이제반듯하게서있을수가없는걸까.
자전거가쓰러진다.

다시조심스럽게일으켜세우지만.
다시쓰러져버린다..
할머니가된여인

가만히자전거를바라보다가
자전거쓰러진채로두고언덕을내려가기시작한다.

어느새강은

혹은바다는뭍이되어서

풀이할머니의키만큼자라나있다.
여인은그길을마치아버지를향해전진이라도하듯걸어간다.
하마아버지가타고가을법한

작은배가하얀모래를안고
풀밭위에누워있다.

여인은아주작은아이처럼

아버지와헤어질때의아이만큼한모습으로
그배안으로들어가눕는다.
하늘의구름은참여전도하다.

쓸쓸하지도고독하지도않다.
아주조금은편안해보이기도,

할머니가점점

젊은여인화되어아버지를만나는장면은
감독이주는작은선물이며위로이겠지.
아버지와헤어지던아이로까지그녀를변화시키지않은것은
감독의남성성때문일거고,

<클릭하고선전나오면스킵하고화면밑의선전도x누르고>

2 Comments

  1. 綠園

    2012년 1월 5일 at 9:31 오후

    우리에게그리움/외로움을갖게해도아름다운사랑은많을수록좋겠지요.
    비디오는보지못했지만너무도잘쓰신글이라서술술잘넘어갑니다.
    늘좋은글을주시는푸나무님께감사해요~^^   

  2. 푸나무

    2012년 1월 6일 at 1:39 오후

    친애하는녹원님
    애니메이션이안,보이세요?
    외국이라그런갑다.
    근데거의제가설명을다하긴했어요^^*
    언제나잘봐주셔서
    친애하지않을수가없어요.~
    저두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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