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다구리를 보았네
오늘아주오랜만에산엘갔어.

늙으니겨울이무서워,

추위도무섭고세찬바람도무섭고,

정분난북한산을그토록그리워하면서도자주못가는이유야,

나이드니까정분조차날씨따라울증이와,

몸만사위어가는게아니야,

정신도사위어간다니까,

흑산을읽을때나는정약전이유심히봐지데,

죽음앞에당당한약종에비하면비굴한삶이었는데

비굴하다하여생각조차없을까….

그러나도저한생각이라하여,

삶을바꾸기에는삶은지나치게강하고견고해,

자신의의지가아닌관성에휘둘리는것을안다하여도

소소한습관조차버리기어려운것이삶이야.

단순하게살고싶은데,답없는문제들은

왜이렇게내머릿속을좋아하는지,

생각을몰아내기에는음악만한도구가없어.

차에타서시디를골랐어,

마음이편안할때는그냥에프엠을듣고

마음이편안치못할때는음악을골라서듣곤하지,

요즈음주로듣던차이콥스키를빼고

마리아칼라스를넣었어,

난언제나시디프레이어가시디를살짝올려놓으면

스르륵담아가는것이신기해,

얼마나부드럽게흡수하는지.

이런이야기하면사람들이나보다촌스럽다고하는데

난정말신기한것이너무많아,

여전히전화도신기하고,

비행기도신기하고,

시디야말해뭣해,

그얇고딱딱한손바닥만한플라스틱에서

그렇게나한없는노래가솟아나온다니,

이런신기한마술이세상에어디있겠나,

언제샀는지기억도안나는걸,

하여간사가지고엄청많이들었어.

카스타디바가나오니

세상에,아이고,순간에마음이말이지,

누군가가내안에공기를훅집어넣은것처럼푸욱부풀어오르더라니까,

정결한여신은달을의미한다고해,

마리아카라스목소리에는약간쇳소리가섞여있어.

그쇳소리가노래에강인한힘을주고음을분명하게잡아주는것같아.

놀라울만한안정감을주는목소리,

누구나굴복시키고야말겠다는단호한목소리,

부드러움이없는카스타디바,

내가이야기했던가,

음악듣기에가장좋은곳은차안이라고,

조금볼륨을크게해놓으면

온공간에음악이가득차.

새어나가지도못해,

계속눌려담아져점점음악의힘이세진다니까,

더군다나이여신의목소리앞에서야,

정말디바라고,그것도카스타디바,

시시한생각같은것은도무지어울리지않아,

다음곡은레냐바넬실렌지오,도니제트의루치아,…..

이두곡을두번들으니삼천사에다왔더군.

노래듣는동안정말무념무상했지,

좋았어,

혼자여서좋고

음악있어서좋고

더뭘바라나

등산화를신고배낭을메고

머플러를두르고

손폰에서음악을찾아플레이시키고

걷기시작…..

당연히아무도없지,

나처럼산과정분난여자어디흔하려고,

워낙공간지각력이없어서일까,

아니면금새낯이설만큼이친구내게삐친것일까?길이서네,

부왕동암문쪽으로걷다보니

그늘진곳에는눈이조금씩있었어,

물이조금흐르던계곡이었는데

얼음이팽창해선지얼음이꽤넓게얼어있었어.

혼자걷는산길은정말좋아.

왜좋을까,

???

언제나겨울산에오면마치의무라도되듯이

시들은이파리들을한두장찍게돼.

나무에대한미련을버리지못하여여전히동거하고있는,

동병상린인가?

그대신꼭역광으로찍어야해,

사진이야어차피빛의예술이긴하지만

이렇게깊은한겨울무슨시들은이파리가어여쁘겠나.

근데역광아래면달라,

정말예뻐진다니까,

사람도그럴까,

늙어도어여쁠수있는것,

저시들은이파리에빛이비춰

전혀다른모습으로화하듯

사람에게도그역광선이있다면….

사람을비춰주는역광은무얼까?

선함,부드러움,다정함,온유함

가끔가다나타나는,

저절로솟아나는깊은지성같은것,

삶을바라보는투명한시선같은것,

2킬로미터가량걸으면동암문에오르고

거기서부터의상봉까지는1킬로미턴데

봉우리가네개,

이름있는봉우리용혈봉용출봉의상봉

그리고이름없는자그마한봉우리하나,

가장높은봉우리인용출봉에올라서였을까,

이어진듯홀로인듯,

끝없이아득한산그리메에혹해있는데,

,내가산을좋아한이유증의하나는

산그리메를볼수있기때문이야.

그거대한것이얼마나정적인지,

얼마나고요한지,

그거대한침묵앞에서면저절로경건해지기때문이야.

창조주의섭리와사람의작음을깨닫게하는,

소리없는,

그러나형언키어려운장엄한설교를듣는것같은,

갑자기휙소리가나더니

까마귀한마리가바로앞나무에서날아올랐어,

세상에,

내가그렇게힘들여서내려오고올라갔던용혈봉을

휘이익~~이초삼초?….

사뿐하게거쳐하늘저쪽으로날아가더군,

의상봉에서선이멋진소나무에기대앉아

커피한잔마시고

한참무연히앉아있었어.

그리고다시걸기시작했어.

,내려오는데톡톡소리가나는거야,

딱따구리가졸참나무처럼보이는참나무,

키는큰데아주오래된나무처럼보이지는않았어.

그래도나무가얼마나단단한가,

더군다나겨울나무….

크기는핸드폰만할까.

정말작고사랑스러워보이더군,

나는가만히서서딱따구리를바라보고있었어.

그나무찍는경쾌한소릴들으려고,

근데말이지,

나정말눈물겨웠다.

세상에,

그조그마한새가,

조그마한새의머리는얼마나조그마하겠어,

그머리의부리는또얼마나조그마하겠어,

그부리로나무를쪼는데

그냥가볍게톡톡쪼는게아니었어.

난그런즐알았거든,

가볍게톡톡

그런데

세상에,

그조그마한머리를뒤로제낄수있는한제껴가지고

앞으로전진해서나무를쪼는거야.

부리의힘만이아닌온몸의힘으로

그연약한것이뒤로머리를제꼈다가

다시앞으로내미는그과격함이라니….

헤드벵잉도생각나고

람메르무어의루치아를듣고와선지,

광란!!이란단어도떠오르고,

여하간그작은것이내안에사무친느낌하나를안겨주었어.

열한시사십분부터걷기시작해서

차에다시탄시간이늦은네시사십분,

딱다섯시간걸었네.

아무도내곁에없었지.,

4 Comments

  1. 쥴리아스

    2012년 1월 6일 at 2:51 오후

    오동나무는산에있으니산에정분이나지않고서야어찌…

    시간은직선으로흐르니한번인생결정도한번…이참에많은지식을쌓고많은경험을해도그직선은결코원이되지않는법…

    시간이원이되었으면좋겠다…다시한번살펴보고다시다듬고…그러나어쩌랴..직선과원은결코동화될수없으니그게위상수학이래나뭐래나…

    정신도몸도사위지않는그몸과정신…중요한올해의화두로집어넣으세요…^^   

  2. 느티나무

    2012년 1월 7일 at 12:32 오후

    고마워요,당신,푸나무님.

    새벽에뜬금없이눈이떠져,
    한참을가만히누어어둠속의천장만바라보다가,기적소리에그냥일어났어요.
    새벽3시.
    옆에있는컴을키고
    아디없이이곳을찾아왔었더랬어요.
    그리고또다시찾았네요.
    커피를한잔만들어서.
    (아…요즘2주간의휴가를끝내고출근했더니너무일이많아정신없이일을하였기에,
    집에돌아와서는그냥쓰러져잠이들어서신새벽에눈이떠졌을뿐이예요.
    하루다섯시간이면충분한수면시간이니까.)

    저도차안에서음악듣는것을제일좋아해요.
    님께서표현하신그대로를저도느끼거든요.ㅎ
    집안에서일을할때에는가끔에프엠클래식에고정시켜놓긴하지만.

    그작고여린것이,
    온몸의힘으로나무를쪼는모습을한참그려보았어요.
    환상처럼떠올려지는그림.
    아니,
    처음부터그산을같이걸었던것같아.

    그렇게아무도없었던산행길.
    좋았지요?
    그마음,제가너무나잘알것같아요.

       

  3. 참나무.

    2012년 3월 13일 at 5:37 오전

    카스타디바…태그로이곳에와서좋은글몇편더읽었어요

    연애하신다는어머님…그칸읽으며
    오…요즘도가묘만드는집안이?했는데
    家墓가아니고假墓였군요

    혼자잘다니시는거저랑비슷해서
    어떤곳에서우연히만날수도있겠네…합니다…^^   

  4. 푸나무

    2012년 3월 14일 at 12:44 오전

    먼데뒤까지오셨네요.

    혼자다녀버릇하면정말혼자가좋던데요.
    산에서도갤러리에서도
    언젠가는아주먼여행두혼자가보리….
    생각하고있습니다.

    참나무님가방기억하고있으니
    언젠가는그가방살짝잡을날있겠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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