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다구리를 보았네
BY 푸나무 ON 1. 6, 2012
오늘아주오랜만에산엘갔어.
늙으니겨울이무서워,
추위도무섭고세찬바람도무섭고,
정분난북한산을그토록그리워하면서도자주못가는이유야,
나이드니까정분조차날씨따라울증이와,
몸만사위어가는게아니야,
정신도사위어간다니까,
흑산을읽을때나는정약전이유심히봐지데,
죽음앞에당당한약종에비하면비굴한삶이었는데
비굴하다하여생각조차없을까….
그러나도저한생각이라하여,
삶을바꾸기에는삶은지나치게강하고견고해,
자신의의지가아닌관성에휘둘리는것을안다하여도
소소한습관조차버리기어려운것이삶이야.
단순하게살고싶은데,답없는문제들은
왜이렇게내머릿속을좋아하는지,
생각을몰아내기에는음악만한도구가없어.
차에타서시디를골랐어,
마음이편안할때는그냥에프엠을듣고
마음이편안치못할때는음악을골라서듣곤하지,
요즈음주로듣던차이콥스키를빼고
마리아칼라스를넣었어,
난언제나시디프레이어가시디를살짝올려놓으면
스르륵담아가는것이신기해,
얼마나부드럽게흡수하는지.
이런이야기하면사람들이나보다촌스럽다고하는데
난정말신기한것이너무많아,
여전히전화도신기하고,
비행기도신기하고,
시디야말해뭣해,
그얇고딱딱한손바닥만한플라스틱에서
그렇게나한없는노래가솟아나온다니,
이런신기한마술이세상에어디있겠나,
언제샀는지기억도안나는걸,
하여간사가지고엄청많이들었어.
카스타디바가나오니
세상에,아이고,순간에마음이말이지,
누군가가내안에공기를훅집어넣은것처럼푸욱부풀어오르더라니까,
정결한여신은달을의미한다고해,
마리아카라스목소리에는약간쇳소리가섞여있어.
그쇳소리가노래에강인한힘을주고음을분명하게잡아주는것같아.
놀라울만한안정감을주는목소리,
누구나굴복시키고야말겠다는단호한목소리,
부드러움이없는카스타디바,
내가이야기했던가,
음악듣기에가장좋은곳은차안이라고,
조금볼륨을크게해놓으면
온공간에음악이가득차.
새어나가지도못해,
계속눌려담아져점점음악의힘이세진다니까,
더군다나이여신의목소리앞에서야,
정말디바라고,그것도카스타디바,
시시한생각같은것은도무지어울리지않아,
다음곡은레냐바넬실렌지오,도니제트의루치아,…..
이두곡을두번들으니삼천사에다왔더군.
노래듣는동안정말무념무상했지,
좋았어,
혼자여서좋고
음악있어서좋고
더뭘바라나…
등산화를신고배낭을메고
머플러를두르고
손폰에서음악을찾아플레이시키고
걷기시작…..
당연히아무도없지,
나처럼산과정분난여자어디흔하려고,
워낙공간지각력이없어서일까,
아니면금새낯이설만큼이친구내게삐친것일까?길이서네,
부왕동암문쪽으로걷다보니
그늘진곳에는눈이조금씩있었어,
물이조금흐르던계곡이었는데
얼음이팽창해선지얼음이꽤넓게얼어있었어.
혼자걷는산길은정말좋아.
왜좋을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