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男子

엄마가요며칠흘깃흘깃

보성이야기를하신다.

나는최영미가쓴

‘화가의우연한시선’을읽고있었고

엄마는언니와통화중이었다.

‘긍께아짐집에가서좀있든지…..봄이됭께이것저것파란것이생각나서…."

전화를끊는엄마에게묻는다.

‘엄마,또보성생각나셔?’

‘보성이야맨날생각나제,보성가서들깨도심고싶고감재도심고싶고…..’

‘하이고엄마,엄마인제나이가몇이신데,,그것못하신다니까,

그리고인제보성에엄마가시믄영이가엄마못모셔서내려오신줄알아,다들,

엄마는나불효녀만들고싶어?’

아예,대못을박는다.

이이야기의요체를조금거칠게표현하면이렇다.

<엄만인제늙어서암것도못해,그니까우리집에서그냥가만히계셔!>

사실아부지는공무원이셨지만

엄마가아부지월급봉투를처음본것은큰오빠대학들어가서라는,

요즈음사람들들으면

마치전설같은이야기가실재하는곳이우리집이다.

남들에게는법없이도사실지킬박사(?)아부지,

울엄마에게는약간의하이드^^*

엄마는일제시대때

열여섯살부터리리양실수를놓아서돈을버셨다고한다.

그때공무원들월급보다훨씬더많이벌었다는데,

하여간그래서엄마는우리집경제의주축이셨다.

한때는가게를세개나꾸려가셨으니,

아부지은퇴하시고

읍내를약간벗어난곳에농장을꾸미신것이

울엄마지금내나이정도셨다.

그때까지두분안해본

농삿일하시면서참엄청많이싸우셨다.

아부지여든두살소천하셨다.

엄마여든살이셨다.

탱자익어가는가을이었는데

그해겨울엄마아부지안계신집에혼자사시며

조금이상해지셨다.

자주엄마에게다니던언니가이상을느낄정도였다.

봄이없이겨울만계속되었다면……

봄이오고따뜻해지면서엄마는밖엘나다니셨고

텃밭의초록들이엄마의벗이되었다.

그런말씀도실제하셨다.

‘아야,겨울에는느가부지생각만남시롱꼭죽것든디

두벌콩순들이우렁우렁솟아낭께맘이좋아지드라,

그거들이아부지생각나는맘을없애주드란말이다.’

‘엄마그라문아부지가두벌콩이네?’

하며웃었던가….

오늘은난데없이개이야기를하신다.

‘아야,개들이새끼를나면말이다.얼마나조심스러운지,

원래개집이안째그만하냐,근디새끼들을여러마리나각고고물거리믄

들락거리다가발에밟히기십상이여야,근께에미가즈그집엘들어가려면

발에온힘을다뻬고그것도아주벽쪽에한발밀어넣고또힘다빼고

또한발슬쩍넣고

새끼들젖줄라고몸을눕힐때도을마나조심스럽게하는지

하이고그런것을배운다고하것냐,’

배움에대한,

지식지성에대한일갈이다.

그러보니엄마혹시겨울병아니신가,

초록없는시간속에서

슬며시다가오는병,

생각많아지고

외로워지는병,

사람으로는안되고초록으로만치유되는병,

엄니의男子/이정록

엄니와밤늦게뽕짝을듣는다.
얼마나감돌았는지끊일듯에일듯신파연명조(新派延命調)다.
마른젖보채듯엄니일으켜블루스라는걸춘다.
허리께에닿는삼베뭉치머리칼,선산에짜다만수의라도있는가.
엄니의궁둥이와산도가선산쪽으로쏠린다.
이태전만해도젖가슴이착붙어서
이게母子다싶었는데,가오리연만한허공이생긴다.
어색할땐호통이제일이라.
아버지한테배운대로괜한헛기침놓는다.
“엄니,저한티남자를느껴유.워째자꾸엉치를뺀대유.”
“아녀,이게다붙인거여.허리가꼬부라져서그런겨.
미친놈,남정네는무슨?”바지락껍데기처럼볼붉어진다.
자개농쪽으로팔베개당겼다놓았다썰물키질소리.
“가상키는허다만,큰애니가암만힘써도
아버짓자리는어림도웂어야.”
일제히신파연명조로풀벌레운다.

울엄마에게

뽕짝같이듣다가블루스추자는아들이없어서헛헛하신겐가,

큰오빠

작은오빠에게이시를보내야지,

얼른봄이되어서

비록텃밭의초록들은아닐지라도

화분의초록들이라도

신파연명조노래를

울엄마께

불러줬으면좋겠다.

*울엄마의근황을궁금해하시는벤조님댓글을보고

감사한마음에휘리릭적는다.

*사진은작년개군면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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