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우熟盂 -화가의 우연한 시선
BY 푸나무 ON 1. 11, 2012
올해는참눈이귀합니다.
일월중순이되어가는데도눈다운눈은내리질않는군요.
내컴즐겨찾기우리동네기상대예보로는
내일오후두세시쯤눈이온다는표시는되어있는데
겨우1밀리라니,
보나마나눈두어개나풀거리며오는듯마는듯
이내마음적시기는커녕상처만주고사라질듯합니다.
가벼운것들,나풀거리는것들,
그것들언제나바라보는이들에게날카로운상처만주고떠나요.
며칠전어느지인께서아주오래된보이차를선물로주셨어요.
다도를즐기는사람은물부터시작하다고하는데
머어떻습니까?
나는다인도아니고
다도는더더욱모르니
그냥수욱전기폿트에
정수기물을부어끓인뒤숙우에붓습니다.
사실이즈음은커피집커피에맛이들려서
기회만되면여기저기커피집들어가서
한잔씩마십니다.
이야기나만남을위해서가아니라
커피마시기위해서요.
커피에익숙한맛이보이차는어떨까…..싶으면서도
오늘은커피를너무많이마신듯해,
아까점심먹은집커피가아주좋았거든요.
그래서두잔반이나마셨어요.
참이상합니다.
숙우라는단어말이지요.
우야사발우니물사발에딱어울리는단어이지만
熟자말입니다.
이게익을숙아닙니까?
깊이라는뜻두있지만요.
그러니뜨거운물을끓여서한김식히라는뜻으로
숙우라는그릇에담는건데
단어대로라면물을더한번익힌다는뜻이되는거지요.
한김나간숙우
물을작은다관에부으면서익힌다라는뜻을
새삼음미하게됩니다.
식히는것이바로익히는거라는것,
타오르는열정이끓는물이라면
그열정에한김내리는것이
그열정을한소끔익히는일도된다는겁니다.
물을한김식히는것은
뜨거운물을차잎에바로부었을때
그열로인해차의떫은맛이나쓴맛이일시에배어나오기때문에
찻물을식혀붓는거구요.
그것은커피도마찬가지던데요.
너무뜨거운물이커피에닿으면커피맛이순간에달라져서
한소금식힌물을커피에가게한다는거예요.
물론보이차도그러겠지요.
약간식혀진찻물이부드럽게찻잎에배어들어
차가지닌원래의맛이은근하게우려나는것,
그러니차를마시면서
익힘을생각하니
사람의감정도역시비슷하지않나싶습니다.
뜨거울때,
불붙을때,
그열정은타오르나
그열정속에서배어나는것들이
차의떫은맛쓴맛처럼
자신을상하게도
남을상하게도할수있다는것,
감정도잠깐숙우에넣어보는겁니다.
누군가에게상처받은감정은어떤가요?
그날선감정을
남에게그대로옮기는것보다는
마음속의숙우에
일단한번붓어보면어떨까요?
식으면서익혀지면서깊어지면서…
은근한찻물우러나듯
감정의색채도은근해지지않을까,
차를마시면서그리생각을해본다는거지요.
차를제대로마시는분들은
차관이나찻잔을뎁히는예온을꼭합니다.
물론저는안합니다.
왜냐면귀찮아서…..ㅋ~
예온이라는
그중간의도가참예민하기도합니다.
차갑지도그렇다고
뜨거워서도
차맛이우러나질않으니…….그
예온,
감정이라는섬세한악기에견주어본다면
일종의튜닝이아닐까,
최영미가쓴화가의우연한시선을
내일도서관에반납하려고다시한번더휘리릭펼쳐가며보았습니다.
그녀는이책에서
내내‘습니다’를사용합니다.
부드럽고곡진해보이는글의모습입니다..
어느글잘쓰는문학기자가자신은‘습니다’를안쓴다고강하게이야기하더군요.
블로그글투에….상대방비위를맞추는….적확하지는않지만
그는습니다를그리생각하더군요.
귀얇은저는그글을읽은후‘습니다’가싫어졌어요.
일종의자격지심발현이겠지요.
그런데이최영미시인,
컴퓨터와머시기하고싶다는,
오메,
모골송연한문장을거침없이내뱉은시인이
어쩌면이렇게조단조단한지
마치울엄마가보성이야기할때같더라니깐요.
그녀는그림을아는만큼보인다에
살아온만큼을더하더군요.
맞아요,
그림뿐이겠습니까,
이세상모든유무형의존재들을바라보면
아는것에살아온것에
나도하나더할까요?
생각이요,
생각하는것만큼.
보인다는거요.
그녀는그림을보고읽고글로써내고
나는그런그녀가찾아낸사실을더해서봅니다.
루부르에갔을때
저두‘사모드라케의니케’를실제로보았어요.
약간높은자리에
사람들이잘보이는자리에얼굴없는그녀있었어요.
얼굴이없기에오히려날개가더날아오를것처럼보였어요.
돌이라고는
눈으로보면서도믿기지않을만큼
부드러운곡선들
배꼽,젖꼭지도보이는,
날개를지닌여신,
몰라도알게되던걸요.
그많은사람들가운데서지치고신경질난상태에세도
난화악,놀랐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