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우熟盂 -화가의 우연한 시선

올해는참눈이귀합니다.

일월중순이되어가는데도눈다운눈은내리질않는군요.

내컴즐겨찾기우리동네기상대예보로는

내일오후두세시쯤눈이온다는표시는되어있는데

겨우1밀리라니,

보나마나눈두어개나풀거리며오는듯마는듯

이내마음적시기는커녕상처만주고사라질듯합니다.

가벼운것들,나풀거리는것들,

그것들언제나바라보는이들에게날카로운상처만주고떠나요.

며칠전어느지인께서아주오래된보이차를선물로주셨어요.

다도를즐기는사람은물부터시작하다고하는데

머어떻습니까?

나는다인도아니고

다도는더더욱모르니

그냥수욱전기폿트에

정수기물을부어끓인뒤숙우에붓습니다.

사실이즈음은커피집커피에맛이들려서

기회만되면여기저기커피집들어가서

잔씩마십니다.

이야기나만남을위해서가아니라

커피마시기위해서요.

커피에익숙한맛이보이차는어떨까…..싶으면서도

오늘은커피를너무많이마신듯해,

아까점심먹은집커피가아주좋았거든요.

그래서두잔반이나마셨어요.

참이상합니다.

숙우라는단어말이지요.

우야사발우니물사발에딱어울리는단어이지만

자말입니다.

이게익을숙아닙니까?

깊이라는뜻두있지만요.

그러니뜨거운물을끓여서한김식히라는뜻으로

숙우라는그릇에담는건데

단어대로라면물을더한번익힌다는뜻이되는거지요.

한김나간숙우

물을작은다관에부으면서익힌다라는뜻을

새삼음미하게됩니다.

식히는것이바로익히는거라는것,

타오르는열정이끓는물이라면

그열정에한김내리는것이

그열정을한소끔익히는일도된다는겁니다.

물을한김식히는것은

뜨거운물을차잎에바로부었을때

그열로인해차의떫은맛이나쓴맛이일시에배어나오기때문에

찻물을식혀붓는거구요.

그것은커피도마찬가지던데요.

너무뜨거운물이커피에닿으면커피맛이순간에달라져서

한소금식힌물을커피에가게한다는거예요.

물론보이차도그러겠지요.

약간식혀진찻물이부드럽게찻잎에배어들어

차가지닌원래의맛이은근하게우려나는것,

그러니차를마시면서

익힘을생각하니

사람의감정도역시비슷하지않나싶습니다.

뜨거울때,

불붙을때,

그열정은타오르나

그열정속에서배어나는것들이

차의떫은맛쓴맛처럼

자신을상하게도

남을상하게도할수있다는것,

감정도잠깐숙우에넣어보는겁니다.

누군가에게상처받은감정은어떤가요?

그날선감정을

남에게그대로옮기는것보다는

마음속의숙우에

일단한번붓어보면어떨까요?

식으면서익혀지면서깊어지면서

은근한찻물우러나듯

감정의색채도은근해지지않을까,

차를마시면서그리생각을해본다는거지요.

차를제대로마시는분들은

차관이나찻잔을뎁히는예온을꼭합니다.

물론저는안합니다.

왜냐면귀찮아서…..~

예온이라는

그중간의도가참예민하기도합니다.

차갑지도그렇다고

뜨거워서도

차맛이우러나질않으니…….

예온,

감정이라는섬세한악기에견주어본다면

일종의튜닝이아닐까,

최영미가쓴화가의우연한시선을

내일도서관에반납하려고다시한번더휘리릭펼쳐가며보았습니다.

그녀는이책에서

내내습니다를사용합니다.

부드럽고곡진해보이는글의모습입니다..

어느글잘쓰는문학기자가자신은습니다를안쓴다고강하게이야기하더군요.

블로그글투에….상대방비위를맞추는….적확하지는않지만

그는습니다를그리생각하더군요.

귀얇은저는그글을읽은후습니다가싫어졌어요.

일종의자격지심발현이겠지요.

그런데이최영미시인,

컴퓨터와머시기하고싶다는,

오메,

모골송연한문장을거침없이내뱉은시인이

어쩌면이렇게조단조단한지

마치울엄마가보성이야기할때같더라니깐요.

그녀는그림을아는만큼보인다에

살아온만큼을더하더군요.

맞아요,

그림뿐이겠습니까,

이세상모든유무형의존재들을바라보면

아는것에살아온것에

나도하나더할까요?

생각이요,

생각하는것만큼.

보인다는거요.

그녀는그림을보고읽고글로써내고

나는그런그녀가찾아낸사실을더해서봅니다.

루부르에갔을때

저두사모드라케의니케를실제로보았어요.

약간높은자리에

사람들이잘보이는자리에얼굴없는그녀있었어요.

얼굴이없기에오히려날개가더날아오를것처럼보였어요.

돌이라고는

눈으로보면서도믿기지않을만큼

부드러운곡선들

배꼽,젖꼭지도보이는,

날개를지닌여신,

몰라도알게되던걸요.

그많은사람들가운데서지치고신경질난상태에세도

난화악,놀랐으니깐요.

최영미처럼배꼽주위를

잔잔하게물결치다거세게휘몰아치는옷자락의율동이

여신을환영하는에게해의파도같습니다.

라고표현하지는못해도

놀랬으니깐요.

그리고도나텔로의하박국예언자….

보는순간나를전율하게만들던,

그이도이책에서만났습니다.

누더기를입은막달라마리아도

도나텔로

고통의근원을헤아리는눈이있는사람아닌가

그런깊은눈이있었기에돌에게

,이야기해,안그러면페스트에걸려죽는다,그러니까어서말해,“

말을했겠지요.

고통과순수의동거가여실히증명되는대목이기도하군요.

죽음을기억하라는제목으로네덜란드정물화를읽는그녀,

글이아름다우니그녀도아름다이여겨지더군요.

그대목에서이책사서간직하기로마음먹었어요.

흐릿한선의도미에의그림세탁부는익명성이주제여서

<그녀는그들>

되어버린그림앞에서도한참머물렀구요.

최영미는그림을읽는데그냥동행하는것같았어요

어떤강요도없었어요.

텅빈갤러리에서모르는사람과함께그림을보는듯이

그녀도천천히걸었고나도천천히걸어서

그녀와나스치듯안스치는듯,

같은공간안에서그저천천히같이걸으며같은그림을보는느낌….,

마지막그림은에드워드호퍼의

빈방의햇빛이었어요.

호퍼가도달한세계가쓸쓸하고눈이부신….

빈방은바로그였습니다.

빈방은바로나였습니다.

그들사이로

호퍼와최영미사이로

나도들어가고싶었습니다.

보이차는

생각보다부드러웠습니다.

마음이튜닝되어서였을까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