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소란스런 저잣거리에서
BY 푸나무 ON 1. 13, 2012
병원에갈때필수준비물은책이다.
더군다나오늘간병원은예약날자가밀려있어서그냥갔더니,
의사샘이수술중이란다.
한시간가량기다려야진료시작이라고,
한시간?
그정도야,까짓것,…
나는핸드백속의낡은책을꺼내들었다.
시인이자농부인유용주의산문집
‘그러나나는살아가리라’
어제도서관에서김용석의철학책세권과함께빌려온책이다.
딸은자고일어나면눈부비며내방으로와서
“엄마다리어때?”
시시때때로묻는데
이아들래미는엄마가병원엘다니는지어쩌는지도관심도없다..
“야,안담휘너엄마걱정도안돼?엄마다리안물어봐?너미워!!!”
미운아들에게책심부름을시켰다.“
내가이야기했던가.
책에도사람처럼첫인상이있다고,
그리고사람과는달리책의첫인상은거의정확하다고
어젯밤보는순간부터이책맘에들었다.
우선겉치레가없다.
썩기쉬운힘없는종이이다.
힘줘봤자,지가뭔가,겨우책아닌가,
자신을아는모습이다.
서문에유용주이친구(60년생이니친구라해도되겠지)는
어머니,누님,가난을짊어지고사는
어렵고서러운이웃들에게동터오는새벽
눈물로씻은쌀을안쳐지은조촐한밥한상ㅡ이이책이다.
나는소란스러운병원저잣거리에앉아네챕터중의한챕터
‘그숲길에관한짧은기억’을다아읽었다.
이친구는나처럼길을좋아한듯싶다.
시작도길이고길에대한시도나오고이야기도적는다.
이친구나처럼숲과나무를좋아한다.
그리고나처럼숲과나무를관찰하기를즐겨한다.
그러나나보다는훨씬더다른방향의깊고고야한생각을한다.
그생각을명징한어귀로잘도표현한다.
그리고나보다는매우솔직담백하다.
예의고상하지못한사람들그러하듯고상한척하기를좋아해서
그런문장쓰고싶어도못쓴다.
예컨대,
새벽에는기도할뿐,새벽에는너그러워지는것….
용서도나오고용납도나오고감싸안고사랑하는것,(하더니갑자기)
그리고새벽에는에잇,?ㅡ성기에대한적나라한표현ㅡ꼴리는것,
그리하여새벽에는오직안개가주인일뿐,
으로마친다.
그러니저절로미소가지어지고,
억새처럼가벼운손을본적이있는가,(략)
생산에쓰이지않는손은손이아니다.
생산을하고도대가를바라지않는식물들의손이가을햇볕에흔들린다.
하느님의왼손이시다.
봄이몰려온다마중나가자.붙잡자.봄마중가자봄꾸러가자.봄갚으러가자
봄뒤엎으로가자.봄심으러가자봄뒷다리걸자.
오월타버린나무들의죽음
타버린나무들의영혼
타버린나무들의꿈
오월의그늘은서늘하다
푸르러서무서운오월
못을박지못하면서삶이시들해졌다.
특히시가시들해졌다.(략)
못박지못하면서산문이많아졌다.(략)
시도무면끝장난다.꼿꼿하게독이오른시살아있는시서있는시.삶에육박하는시
지난번딱따구리보던날
북한산을다섯시간걸을때,
잘걷는사람이라면아마세시간반네시간정도면될거리를
천천히,느리게,
사실가장잘하는게그것이라.
천천히느리게걷는것,
사진찍어가며나무보아가며하늘바라보아가며
당신생각도해가며….할게얼마나많은가,
그러나사진에서보다싶이음지에는눈이있었는데
그냥눈이아니라세상에온지오래되어닳아지고닳아져습기하나없는
아주뺀질거리는가루눈,
그눈이가파른돌에있으면그돌이완전미끄럼틀이되어있었다.
긴장해서걸은탓인지무릎이아프고약간붓고,
하여다음월요일아침예약까지하면
관절로유명한병원네군데를다니게되었다..
웬호들갑이냐고?
첫번병원의사가무조건수술을이야기했기때문이다.
무릎연골에상처가났고
그상처는손가락에생기는손끄름같은거라정리를해줘야아프지않는데
그정리가바로수술이라는것이다.
이제연로(?)하여생성되지않는연골을잘라내면어떻게되나요?
당연히그런의심들었고,
의사의대답은선명치가않았다.
그리고의사샘마다모두말이다달랐다.
무엇보다그들은문진으로아마도내다리속을짐작하는것같았다.
내가원하는그들의경험과실전은약해보였고….
그래도어딘가병원ㅡ
아픔과고통이
질병과치유가오고가는
-소란스런저잣거리에서
이렇게좋은글읽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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