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잘계셔?
참오랜만이네할머니…..
할머니계신곳도눈오시나?비도?
올해는눈이귀하네,
눈을기다리는마음이젊을때보다점점더해지니갈수록난철이없어져가는건가,
그래도겨울이면함박눈포옥폭내려야지,
겨울가뭄이야.
길에도먼지가많고,
정말눈이라도좀내리면좋을텐데….
며칠전에우연히엄마랑할머니이야길했어.
난처음듣는이야긴데
할머니가나결혼한뒤로집에오셔서그렇게우셨다고,
수제비이야기하시면서,
내가몇번이나할머니수제비끓여드렸었나?
하긴지금은늙어서아니지만
난음식만드는것을그다지싫어하지않았던것같아.
처녀때도교회아이들데려다가색색비빔국수만들어주었고
내맘대로속넣은샌드위치도잘만들었으니
감자호박넣은수제비는맛있고예쁘게잘만들었던것같아.
밀가루반죽을말랑거리고차지게하는게관건이기도하지,
아,얇게떼넣는것도,
고구마생각도난다.
그땐고구마가좋은주전부리였잖아.
가을에고구마를추수하면안방과오빠방사이에있는골방에
고구마자리를만들었어.
고구마는얼면못먹으니겨우내방안에서살았어.
깊은겨울이되면고구마는사십대초반의
우아한여인네처럼맛이들기시작하지.
할머니우리집에오시면굵고통통하면서도길죽한고구마를깨끗이씻어서
가느다랗게닳은신주수저로살살긁어서할머니한번나한번,먹고….,
달콤하고시원하면서도부드럽고….
옛날엔육수를낼때멸치보다뒤포리를많이썼던것같아.
멸치보다가격도더쌌고육수도더진하고,
나대학다닐때무슨일론가
할머니가내자취방에조금와계셨어.
그때할머니가된장국을끓여주셨는데
시레기위에뒤포리껍질비늘이조금씩있었거든,
아마할머니는뒤포리를같이넣고끓이다가건지신거고,
내가젓가락으로일일이그작은비늘을건지는것을할머니이윽히바라보셨잖아,
그리고그러셨지.
아야,여자가그런것을다그라고건져내믄으짜거시냐?
난이것있으면된장국못먹어,…했던가,
하여간난그뒤포리껍질을젓가락으로다걷어낸뒤에서야된장국을먹었어.
이상하지
‘기억’이란이친구.참신묘해.
아주사소한일을아주중요한일처럼상좌에모셔놨다가
미미한시간의틈새어디에서짧은순간에펼쳐주거든,
뒤포리나할머니,
내눈부신젊음,
그러나그들사이에어떤단초나의미있는일이엮어지지도않는데
이런아주사소한기억이라니,
삶의은일한非意가혹거기어디숨어있나?
가령삶이아주거대하고휘몰아치는폭풍처럼보이나
실제는아무것도아닐수있다는,
할머니는아주먼길걸어내가가보지않는곳에가계시니
지금쯤은아실수있겠다.
할머니기억나시나?
내가국민학교에들어가고글자를깨치고난후부터
할머니의편지전담사였다는것,
서을사는고모에게,월남간삼촌에게,그리고드물지만큰삼촌에게도,
“영아편지잠(좀)쓰자.”
나는종이에연필을가지고배를깔고방바닥에누웠고
할머닌그런내앞에서할머니의편지를낭독하기시작하셨지.
양례보아라,양근보아라,양옥보아라,
할머니는낭송하시고나는받아적는,
언제나잘있냐는안부를묻고나도잘있다는,
그리고편지를써야할이유를담은이야기가나오고
힘든일에는위로가넘치고다짐하고부탁하는일에는힘이넘치는,
할머니는편지에할머니의모든생각을담으셨고…..
처음에는할머니부르신그대로썼으나
점점간결하게정리를했고
나만의문장을사용하기시작했지,
그리고나중에는할머니가해야할말씀을몇가지일러주시면
내맘대로편지를써서나중에할머니께검사를필했지.
아이고잘썼다.우리손녀,으짜믄이라고펜지를잘쓴다냐,잉,
그러고보니혹시할머니는나만의전기수였나?
전기수는돈을받고소설을낭독하는사람을일컫는말인데
이야기의클라이막스에서가만히있으면사람들이돈을주었다고해
그러면다시시작하고,
이승우라는작가가현대판전기수글도썼는데
도회의블루가녹아있는글,
아,할머니가자식들에게보내는편지에도
할머니의인생이녹아있었을것이니…..
그러고보니내글쓰는취미는
혹시할머니때문에생겨난것인가?
그럴수도있겠다.그치,
일찍부터시작한할머니의대필작업에의해
익숙해진글쓰기말이지.
할머니읽으시기너무길지.
할머니뿐아니라
다른분들도(?)
너무길면싫어해,
다시또쓸께….
나할머니께하고싶은이야기많거든.,
할머니사진은작년봄에찍은사진들이야.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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