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 작은 게 생각나셔?

할머니요즈음날씨가엄청춥네,

추우면서도매워,

어젠집에손님이오셔서매생이와굴을넣고떡국을끓였어.

시원하긴한데,

시원한맛대신쌈빡한맛은없는것같아,

아쌈빡하다는산뜻하다의전라도말이지.

옷차림이랄지사람의성품

혹은날씨에두루사용되는이말이

맛으로들어가그산뜻함이쌈빡!으로변하게되면

매우복합적인맛이되곤해,

막입에닿는맛이너무좋을때,

그럴때아주쌈빡한맛이란의미도있지만

그렇다고이쌈빡한맛이산뜻함에어리운것처럼

겉치레의가벼운맛만의미하는것은아니란거지.

깊은,

음식본래의재질이살아있는깊고뭉근한맛도쌈빡!에는들어있어.

나어렸을때매생이국에하얀쌀밥한숟갈말면

그푸르른바다맛은시원할뿐아니라입에달라붙는듯,

참맛있었는데,

참쌈빡했는데,

매생이국은참기름과궁합이잘맞아서,

내스타일은아니지만,

난국에기름둥둥뜨는것을아주싫어하거든,

시골에서짜온참기름한방울을넣어도

육수를넣어서끓여도

굴을많이넣어도

예전그맛이아냐.

매생이맛을아는어느시인은

매생이국을끓일줄아는여인과결혼하고싶다는시도썼는데

아마그도어른되어서먹는매생이맛이

예전같지않아그런시를썼을지도모르지,

이즈음맛있다는식당에가서음식을먹으면

거의짠맛과단맛이야,

빈입속으로간간하고달콤한맛이턱들어가면

큐피트의금화살이라도맞은첫사랑처럼

그리고그첫사랑이지닌무지한매혹처럼

짠맛과단맛은나타나.

마치맛의근원이라도되듯,

다른맛을죽여버린채,

어리숙하고단순하기그지없는첫사랑같은첫입맛은

그맛을그저온전한맛으로여겨버리곤하지,.

실제맛은단어그대로

재료의맛이살아있어야그맛을아는것이진짜맛인데

짠맛과단맛은엄청난폭군이야.

맛이지닌그다양하고오묘한세상을획일화시켜버리지.

사람은거기에중독되어버리는거야.

마치질낮은연애소설만읽는사람처럼,

탑노트만강한,미들도베이스도없는향수처럼,

요즈음고전을읽고있는담휘가그러는거야.

엄마,스토리는빤한데웬지루한묘사들이그렇게많아요?”

에스에프만화영화소설에길들여져있는아이들로서는

고전의단순한스토리

그스토리를아우르는숱한묘사들이지루할수밖에없지,

인생은한마디로요약할수있지.

나고죽는다.

근데그말이틀린말은아니지만그게인생의다는아니잖아.

그러니단순한스토리를아우르는수많은묘사가어쩌면더인생인거지.“

할머니

맛도그러지않을까,

짠맛단맛에만길들여져간다면

점점더우리는맛을잃어버릴지도몰라.

그것은어쩌면

강렬한스토리만기록하는저급한글처럼

인생자체를나타낼수도있는,

수많은묘사를잃어버리는일이될지도몰라,

지금아무리맛좋다고소문난집에가서색다른음식을먹는다한들

참기름한두방울넣은간장에

김조금에밥한숟갈가득얹어싸먹는그맛에비할수있을까?

가을되어햇파나오면파송송썰어넣고

,고구마밭에자라던달래간장도있었네.

깨소금넣어만든간장에밥비벼먹으면정말맛있었는데,

가끔그런생각이나서예전대로해봐도그맛은이미사라지고없어.

맛도세월따라사라져가는건가?

젊음사라지듯?

아니면

나어릴때의내가아니듯맛을느끼는미각도달라진것일까?

손님가신뒤멍히앉아있다가

문득

할머니

만드신게장이생각났어.

아니큰꽃게말고

아주작은게로만든게장.

시장에서사오면그때까지살아서

여기저기기어다니던게말이야.

이즈음은그런게들도사라졌는지팔지도않아,

할머니의양념법은잘모르나

그시절무슨독특한방법이있었겠나,

간장과마늘파가전부였겠지.

작은게한마리를통째로입에넣고와삭먹으면

양념맛대신

게맛이입안에가득차곤했어.

그렇게양념은사라지고

재료의맛이살아나는것이요리아닌가,

할머니

문득그생각든다.

살고죽는것말이야.

할머니는아주오래오래전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만들어주신게맛은

아직이렇게선명하게내게살아있으니

할머니

아직살아계신거아닌가?

윗그림은문성식작가의할머니소쩍새….내가무척좋아하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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