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다 남은 겨를에는 꽃을 본다

겸재(謙齋)의그림이다.
나무결이그대로살아나는마루는윤이난다.

하마어린계집종의팔뚝이굵어지는현상에의한것일게다.

조금은깐깐해보이는인상의선비가

부채를들고앉아꽃을바라보고있다.
선비의기개를나타내주고있는적송이선명하다.
단정하게꼽혀있는서가의책들이

이선비의성정을나타내주고있다.

좀조악한표현으로해보자치면
디게꼬장꼬장하게생긴선비가꽃을보고있네?이다.
더군다나저화분

그냥토기가아니다.
색깔과무늬가제법멋스럽다.
자그마한분은조금굵은듯하지만난종류일것같고
큰화분은해당화아니면작약같다.

저화분밑에깔판도눈에띈다.
짙고붉은빛과
여린분홍빛,
초록기운이도는선비의마루밑신발도

그곳그자리에서뛰어난입지를확보하고있다.

선비와꽃.
안어울리는조합이다,생각하기쉽지만

의외로조선시대선비들은지극히꽃을사랑했다.

조선시대승지였던박사해라는냥반은
매화벽(癖)이있었다고한다.
안채에서자는데

눈보라가몰아치니매화가얼까봐걱정이된그는
덮고있던하나뿐인이불로매화를칭칭둘렀다.
자신은추워서벌벌떨면서

아내에게이렇게말했다는군.

“이젠안춥겠지?”
틀림없이매화벽이없었을

그의안해는속으로이렇게말했겟지.

"미친넘"
ㅎㅎ~.
감히냥반여자라그럴수없었을까?

그렇다면,
그래도당신있고매화있지……
그러면서이부자리나눠덮었을지도…..

퇴계선생고종기에나온글

“123,설사를하셨다.

매화화분이곁에있었는데

다른곳으로옮기라고명하시며이렇게말씀하셨다.

매형(梅兄)에게불결하니,마음이절로미안하구나


박제가할아부지도꽃에미친사람의꽃책

백화부
서언에이렇게적었다.

"먼가병스러운,

그리고편벽된증상인벽(癖)이없는자하고는말하지말그라.재미없서야."
(보성的으로적었슴)

하여간이癖이18세기의중요한코드였다고하는데
가만생각해보면
이벽이사람의

극한정서를부드럽게아우르는역할을해준게아닐가싶다.

말하자면
이선비가어떤책의사상에경도되었다면
그경도에의한압박일지헤아림일지치우침을
지금저렇게무념무상의자세로꽃을바라볼수있는
花벽이
약화시켜주는것,

/////////

몇년전

간송에서이나으리와진짜해후를했다.

인터넷마술(?)로이렇게커보이지만

실제이그림은아주작다.

작아서더욱정교하고섬세해보이는그림.

나리의신발빛깔도약간틀린것같았고

화분의색은더욱선명했다..

무엇보다나리가편히좌정하신그림

실제로보니참어여뻤다.

사실나리때문에.

나리와자주만나기위해서.

내남편은나리를연모하는내마음도모른채

얼른도록을사주었다.^^*

…….

제목은독서여가

독서여가의풀이는

글읽다남은겨를…..이란뜻이다.

겨를………

정말향기로운단어아닌가…..

…….

꽃들/문태준

모스크바거리에는꽃집이유난히많았다
스물네시간꽃을판다고했다
꽃집마다`꽃들`이라는간판을내걸고있었다
나는간단하고순한간판이마음에들었다
`꽃들`이라는말의둘레라면
세상의어떤꽃인들피지못하겠는가
그말은은하처럼크고찬찬한말씨여서
`꽃들`이라는이름의꽃가게속으로들어섰을때
야생의언덕이펼쳐지는것을보았다
그리고나는그말의보살핌을보았다
내어머니가아궁이에불을지펴방을두루덥히듯이
밥먹어라,부르는목소리가저녁연기사이로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어린꽃들이
밥상머리에모두둘러앉는것을보았다

간송미술관의함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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