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누구이던 심심한 위로가 필요해

시인본색(本色)/정희성

누가듣기좋은말을한답시고저런학같은시인하고살면사는게다시가아니겠냐고

이말듣고속이불편해진마누라가그자리에서내색은못하고

집에돌아와혼자구시렁거리는데학좋아하네

지가살아봤냐고학은무슨학닭이다닭중에도오골계(烏骨鷄)!

속시인본색/정희성

며칠전김준태시인이밤늦게이시영한테전화를걸어와하는말이

아니웅혼웅대한시를써야할작가회의회장이오골계가다뭐당가

나총회안갈라네이는요즘창비에발표한내시를두고하는말이지만

실은작가회의명칭변경이마뜩찮아하는말인것을내가안다

민족을버리느니문학을버리겠다는그의웅혼한기상이나몸집으로보아

응당할법한말인데나는본색이드러난마당에달리어쩌지는못하고

준태마음에학이날아와놀자리가좀생겨야할텐데하고혼자속으로그렇게만생각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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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웃음이픽나오는시들이다.

쉬워보이지만

순해보이는사람이속곤조(?)를지니고있듯이

시인의노회함으로

단순처리하는기법을사용했을뿐이다.

시인본색의주어는

‘오골계’이다..

얼핏보면오골계의볼품없는모양과생김새를연상하며

시인의아낙이

아나오골계,

하는것같지만

조금만더유념해보면이오골계가평범한닭은아니라는

냉소의긍정이도사리고있다.

무엇보다닭과오골계의차이만큼이나

굉장히넓은시적감흥의강이거기숨겨져있다는것이다.

그강가를여기저기헤메이면

시인의말이들려오는듯,

뭘그리헤메나,

적당히하고그냥돌아가지?

자유롭게알아서놀아라…..

놀이터를무한제공해주는

시가원숙한시아닐까,

오골계적인시인본색에서

다시또속시인본색이태어난다.

김준태시인은광주에대하여시를많이쓴광주시인이고

이시영시인역시젊었을때는운동권시인이다.

시인본색에서는

세시인이삼각형을이루고있다.

아,

삼각형은무리가좀있군,

이세시인사이에

각은엿보이질않으니깐,

그냥평면위의점세개를세시인으로생각해본다.

시에들어가기전에

시의주제로들어가기전전에

이미선위의

세시인은수많은생각을불러일으킨다.

세시인의이름

그이름과

그들의성향

그들이처한관계와환경,

노련한시인은

그래서더욱수식없는태로글을쓴다.

있는상황그대로

아주조금이지만후배시인의

등을다둑이긴하네.

웅혼한기상과몸집을들먹이며

(김준태시인은실제키가크다)

그리고자신의본색이야기를한다.

여기이즈음에서

시인본색은

시인이아닌독자들에게아니내게묻기도한다.

네가본래지닌색깔은무엇이니?

그리고시인은

학이날아와놀자리…..라는

화두를던지고

총총,


탄자니아에서살던동물들의삶을그린

동물재판이란동화가있다.

엄마를잃은어린누가엄마를잡아먹은사자를고소한다.
수많은동물들이모이고.
아기누가눈물이그렁한눈으로엄마를잡아묵었다고사자를가리킨다.
다른엄마코끼리도말한다.

내아이도요.여기저기서맞아요맞아…
너구리재판관이사자에게할말은없냐고물으니
사자가조그만소리로대답한다.
누가잡아먹어달라고했어요.
서로이익이될만한증인을부르고
마지막으로몽골의양치기노인이증인으로등장한다.
노인이말한다..
"우리에게는늑대가가장큰적이야.
그래서늑대소굴을발견하면새끼까지모두죽이지.
하지만한마리는남겨둬.양들에게병이퍼지지않게말이야.
늑대가병든양을재빨리찾아서잡아먹으니까,
병이퍼지지않는거야.
그러니까늑대가양들을보호해주는셈이지."
먹고먹히는,그러나삶의법칙이기도한이야기들이펼쳐지고,

"판결을내리겠습니다.
"사자가엄마누우를죽인것은무죄입니다.다만‥‥."
잠시멈추었다가이어서말했습니다.
"모두들엄마잃은아기누우를위로해주시기바랍니다.그럼마치겠습니다."

어린누가보기에는분명원수인사자의삶은

사자에게는그저살아가는모습인
그미묘한빛과그늘,

어쩌면상대방의글을읽는다는것은
그가초대한집으로들어가그가준비해논음식을먹는일과흡사하다.
그런데그집에초대받아가서인테리어가어쩌네,음식맛이어쩌네,
자연에부합되지않네,

우리집보다더채광이많이들어오네그러니덧문을닫게,

아,거기그꽃분홍색이어울리지않으니노란색으로바꿔!
할수는없으니,

사람에게는

그가누구이던

그저심심한위로가필요할뿐이다.

사진은전부작년강화고려산을사월에찍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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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산성

    2012년 2월 13일 at 9:44 오전

    ‘그가누구이던심심한위로가필요해…’

    위로의말씀으로다가옵니다.
    살아가는일쉬운일아니므로
    맞다틀리다하기전에그런가그렇겠네
    그럴수도있겠어…정도의여유,아량…

    그러다보면
    그런마음이가져오는평화도함께올것같아서말이지요.

       

  2. 푸나무

    2012년 2월 14일 at 1:05 오전

    어제산성님댁에서글읽을때도우유마셧는데
    지금도우유한잔마시며….^*

    아침빈속에우유한잔도
    위로가되는것같아요.
    다둑이는것,
    부드럽게다가오는것,

    그럴수도있겠어…정도의여유,아량…

    처럼친밀하기도하구요.
    산성님
    아침도좋으시지요?
       

  3. 벤조

    2012년 2월 14일 at 4:17 오전

    아,잼있다!
    잘놀다갑니다.글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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