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가 사람인가 ㅡ 채홍을 읽고
BY 푸나무 ON 2. 21, 2012
무엇인가를써야하는데서두가잡히지않을때
부지런한내할머니정선금여사
이른새벽아침밥다해놓고남의집마실가시듯ㅡ
취미셨다는그행위에는이즈음으로는이해가지않는모습이살짝엿보인다.
가령마실이란이름하에행해지는염탐,
나는이만큼바지런한데너는게으르지않느냐는무언의언어등,ㅡ,
읽다둔책상의책들을여기저기펼쳐보거나
시모아놓은집앞에서어슬렁거린다.
그것도딱대문앞이다.
시도정색을하며마주해야지다른것마음에품고다가서면
눈치빠른그녀,그?
나를흘깃바라보며대문을열어주지않기때문이다.
작가도그렇고책프로필도그렇고
<채홍>은특별한사랑이야기라는데에초점을맞춘것같은데
내가읽기엔
‘사랑’보다는일반적인‘사람’이야기로읽혀졌다.
사람에대한통찰의깊이가특별하거나
캐릭터가지닌흡입력이탄탄해서라기보다는
책표지에적혀있는선동적(?)인문장,
사랑이죄가된시대,사랑으로죽다,
라는문장에맞네,맞아,하는공감대형성이되지않아서일것이다.
그래서사랑보다는사람이라는일반론으로선회,
물론특별한시대정신과특수한상황속에서
작가가발견해내고
무지개색으로채색한
주인공여인,
어릴적아명란,세자빈봉빈은
사랑으로인하여폐서인이되고
결국은죽음에이르게된다.
그녀도사랑이라고,
우연히사랑하게된것이여자였을뿐이라고,
생각하고항변하며죽어가니
사랑이야기처럼보이기도한다.
그러나그것은얼핏보이는관점이고
깊게들여다보면
사랑이라기보다는외로움아니었겠나,
사랑만이지닌어떤절대성보다는
이루어질수없는사랑에대한회한이빚어낸차선이아니었을까,
사실봉빈은嫌美증을지닌세자에게
관심이많고사랑하려하고
무엇보다
사랑받기위하여서도애쓴다.
기실봉빈의마음은세자에게가있다.
그녀의마음을주고싶은이는오직세자다.
그러나세자는그런봉빈의마음을받아주지도않고
자신의마음을그녀에게주지도않는다.
그러다가키가큰,묘한매력이엿보이는,
소쌍을만나게되고외로웠던봉빈은그녀의매력에빠지게되고.
그녀와소위대식을하게된다.
이책의은근한미덕이다.
모르는우리말이제법적절하게사용되어읽는즐거움을주는것,
여자들끼리의성관계를지칭하는대식이란단어를처음접했다.
남자하나만을바라보며살아가는궁정여인들이라고사랑의감정이없을수있겠는가?
대상없이부유하던사랑의감정들이공중에서부딪힐수도있는것,
작가의시선은은근히궁정안에서많은대식이있었고
그것을정황상통설로여기는듯하다.
어쩌면남성우위의시대
그시대의정점이라고할수있는궁궐에서
봉빈의태도ㅡ
사랑만생각하는,
사랑밖엔난몰라,
사랑없이는살수없는천성의여인,
ㅡ는그런남성들을향한반항이며절규일수도있겠다.
그러니봉빈은
개인보다는전체를,
사소한감정보다는대의를요구하는
하수상한시절에대한이단아이며
시대를앞서가는진보론자일수도있겠다.
봉빈의남편다음에문종이되는세종의아들은
봉빈과는정반대선상에서서
사랑에는관심도없고중요하게여기지도않으며
아니오히려사랑의존재유무조차모르는
현재처해있는자신의상황만을위하여최선을다하는
이시대에도여전히무수하게존재하는화성에서온남자.
사람에대한이야기라고했지만
스토리위주로된소설들이다그러하듯
날카로운안목으로인간의깊은속내를들여다보는글은아니다.
가벼운터치.
그래서잘읽히는장점을지녀
작가에게미안하지만세시간도채안되어독파했다.
낯선몇단어외에는밑줄칠만한구석도없었고
작가가후기에서뽑아낸
봉빈을통하여하고싶은작가의말,
역사는사랑을기록하지않지요아니애초에못하지요.
그래서사랑은기록되는것이아니라기억되는것입니다.
에서시선이좀머물긴했는데
얼핏보면
굉장히깊고유정한문장인듯하나,
생각해보니
역사는사실그근본을헤아린다면
결국
사랑에대한기억과기록이아닐까…..
싶은생각이더들더라는것이다.
,
마지막죽기전봉빈의편지는아름다웠다.
그녀의여린성품을드러내듯
추국을바라보며애잔하게웃는,
국화는여화이며여경이라는…..
여자의속살과속내를닮은꽃을바라보는그녀.
며칠전낯선이야기를들었다.
87살,울엄마막내딸보다더짱짱하신기억력으로
오십년도훨씬넘은이야기를마치어제일처럼말씀하신다.
‘아야,그때내가너나각고나는바느질하고대신느그할무니가너를업고
동네방네다녔단말이다.그때그란해도하얗던니가복슬복슬살이올라
얼마나하얗던지그라다가니할무니가먼가를하심서
너를며칠안업어주고그냥니를방에놔두고내가바느질을항께
살이오소소내리드란말이다.묵는것이야똑같이묵제,
근디사람한테기분이그라고다르드란말이다.
아무리애기라도기분때문에살이찌고모르기도(마르기도)하드랑께,’
할머니등에서복실복실살이오르던그아가의좋은기분이
기억나지않는다하여내가아닌것일까,,
도무지기억도없는내가
나로나타나는것은관계속에서만가능한일이다.
그리고사람은전부이관계속에서살다가죽는다.
그관계의정점을“사랑”이라고한다면
김별아의장편소설<채홍>은사랑이야기가맞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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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은무지개를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