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의마지막날밤비가오기시작했다.
언제나안개가가득했었기에한번쯤은오지않을까생각했다.
설령비를좋아한다하여여행지에서까지비를기다리랴.
저녁식사를하고호텔로돌아가는차안에서였다.
차창으로무엇인가살포시내려앉았다.
비라고하여다흐른다고생각지는말라,
가벼우면비도눈처럼날릴수도있다.
가루처럼흩날리는가루비도있으니.
비도눈처럼가벼울수있으니그리가벼우면차창에내려앉기도하니.
단지젊음처럼그순간이짧을뿐이다.
안개비야,는개야,…..
이런문제가머릿속에서꼬이면마치지구의종말이라도사유하는것처럼심각해진다.
눈은날카로워지고예리해진감각으로유심히비를바라본다.
너뭐야,어느쪽이야,
안개는벗어난듯,는개쪽으로살짝기울어진다.
호텔로비에내렸을때는차분한이슬비가내렸다.
그리고호텔방에들어서서밖을내다봤을때
낯선도시라선지산이많아선지나그네의정한때문인지
‘비의장막이덮여가는중…..’이란문장이떠올랐다.
한참동안창밖의세상을응시하다가그대에게이밤
목간은아니더라도척독하나띄우리.마음먹었다.
샤워를하고나온같은방을줄곧써온지인에게
‘비도오니우리음악이나좀들을까요’했더니좋다고한다.
그렇다고내좋아하는레퀴엠이나말러를들을수는없다.
그래서모짤트의크라리넷협주곡과가브리엘의오보에를반복해논다.
이어폰을쓰는것만큼은음질이못하지만그래도어딘가
비오는날낯선나라의호텔방에음악이가득차다니(스마트폰의고마움이라니…)
오에겐자부로의사색을담은회복하는인간을읽는다.
그의책을카메라와함께크로스백에넣은것은책의부피가얇기때문이요.
썩마음에들지않는번역임에도불구하고생각하게하기때문이다.
감히따라갈수없는지력을궁구하는재미라고나할까,
그가쓴어렵지도쉽지도않는글에는언제나나를긴장하게하는힘이있다.
평이한문장과문장사이의간극에서펼쳐나오는쉬범접하기어려운고상함,사유,
그행간을발견해가는재미가수월찮기때문이다.
그가쓴친밀한편지라는제목의글은당신에게척독을쓰려고마음먹은밤이라더욱좋다.
오에는아주가볍게,낱말이자신을향해쓰였다고믿은어린시절을말한다.
상처받은침묵이흐른긴시간후토니모리슨과다시그문장에대해이야기하는대목에서,
토니모리슨이아마도흑인이라더좋을수도있었겠구나.
(이런보수꼴통적인사고방식은왜동네친근한깡패처럼자주나타나는지)
생각한후다시그의뒤를부지런한걸음걸이로따른다.
사르트르와바슈라르,상상력이란이미지를만드는능력…..에서
잠깐멈추었다가다시이미지로부터우리를해방하여이미지를변화시키는
능력에서또멈추게된다.
그리고신선한낱말의이미지가마음속에불러오는작용을열거,ㅡ
감정에희망을주고인간이고자하는우리의결의에특수한늠름함을부여하며
(략)그런서적들은우리에게친밀한편지가되는것이다.에서숨을몰아쉬었다.
이글은성긴글자체에작은사이즈에아마에이포용지두장도채되지못하는짧은글이다.
그러나가장최근에읽은시오노나나미의정말긴십자군이야기를읽으며생각했던것보다
생각의양은더많다.
성향탓이다.
혹자는그무수한전쟁과전쟁을치루는사람들속에서
엄청난역사사람존재에대한설화를읽어낼것임으로,
피곤했던지음악이편안한자장가가되었던지옆침대에서는금방고른숨소리가난다.
소리내지않고침대에서일어나아주조용하게커튼을젖혔다.
하늘은어두웠다.
여전히비는내리고있었다.
비는어두워서보이지않았다.
사람들은우산을쓰고아주빠른걸음으로지나가고있었으니,
미션의가브리엘신부가생각났다.
무기를든원주민들앞에서오보에….내가보기에는피리처럼보였다.
우리나라피리는날카로운데,..아퉁소도있긴하네,
가브리엘의오보에는피리와퉁소의절반사이….를부는그.
음악의힘을알게해준장면.
음악이사람이지닌최상의것이며아주생래적인것을잘표현해낸멋진장면.
빗소리는하늘이지닌음아닌가,
밤이깊어가고있었다.
가지고다니던메모용수첩을펼쳤다.
당신에게척독을쓰기위해.
척독은간략해야맛이난다는서암신정하의말이기억났다.
그러나이제척독은커녕컴퓨터가없으면머릿속에글도안떠오른다
어저면이제글은손가락에서나오는지도모른다.
무념히펜을만지작거리다가
모습도글과같이옥이실까하와…..만적고
총총
,,,,,,,,,,,,,,,,,,,,,,,,,,,,,,,,,,,
모습도글과같이옥이실까하와내처그립든차에이제글월받자와뵈오니
바로앞에앉으신듯,
길게닛지않으신사연에정이도로혀
면면히그치지아니하시오며
나를보고스승이란말슴이만부당하오나
구지스승이라부르실바에야스승못지않은형노릇마자
구타여사양할것이아니오매
이제로내가형이라거들거리며그대를공경하리로다
지리한장마에아즉근친가시지않으신듯
향댁안후종종들으시며공부날로힘쓰는지
시가공부중에도낳은공부에부칠것이오나
시도청춘에병되기쉬훈것이아닐수도없을가하오니
귀하신몸도마자쇠를고느실만치튼튼하시기바라오며
비개고날들거든엽서한장띄워날자알리시고
놀러나오시기바라며
두어자로총총이만//芝薰賢弟前7월25일지용
(정지용시인이조지훈시인에게보낸편지)
계림시내에정강왕성이란궁이있었다
궁전은새로개측한지얼마안된곳이라선지몇나무빼고는세월이없었다.
공산당시절궁전의대부분이학교가되었고
궁전에서공부하는학생들,.
그궁을거쳐獨秀봉이란가장빼어난봉우리산을올랐다.
독수봉과독수봉에서내려다본계림
잛지만가파른길,
그리고여전히오른뒤시원한바람은어디나다같았다.
바람도한결같음이있나?.
Share the post "계림 ㅡ 객수산록客愁散錄"
나무와 달
2012년 2월 22일 at 6:44 오전
푸나무님께서는,사진도참~~잘찍으셔요….^^v
소리울
2012년 2월 22일 at 9:33 오전
객수산록의발걸음을따라가다가비의이름을처음듣습니다.
녹우홍우라는비의이미지를적은적이있는데가루비도있군요,
객창감이너무나절절하야서떠나고싶어지는글,잘읽었습니다.
푸나무
2012년 2월 22일 at 2:16 오후
사진을잘찍는다기보다는
풍경이괜찮았나부죠.
부산은더따뜻하죠
우리동네도오늘은봄기운이화악느껴지던데요..
푸나무
2012년 2월 22일 at 2:20 오후
녹우는설핏보암직한것같기도한데
홍우는어떨땐지궁금합니다.
비오기시작할때비몇방울을
비꽃이라고도하더군요.
처음얼굴에비몇방울떨어지면
어머비꽃이내리네….
우리말도디게예쁜말이많아요.
저는소리울님사시는곳으로떠나고싶은데
…..
다른곳바라보며사는것이삶인가싶기두하구요.
조르바
2012년 2월 23일 at 2:37 오후
가루비…혹시구름속에계셨던거아냐요?^^
아…그게비꽃이었군요.가볍고비같지않은….
푸나무
2012년 2월 24일 at 3:16 오후
조르바님.
비가구름이긴하지요.
구름이빈가………^^*
처음몇방울
비에게도처음이아주중요한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