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를 기다리고 있었지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나는비를좋아해,자주비를기다리는편이지,

사실거의매일비가와도좋을것같아,

하긴비가너무오랫동안내리니우르슬라등에구더기가피어오르더라만,

표현이웃기네,구더기가피어오르다니,

백년동안의고독에서는모든지긋지긋한것들이

피어오르는것같아,

혹시고독은말이지,

사람을고통스럽게는하나피어오르게하는힘이내재해있는지도몰라,

그래서그글의주인공들을만난사람들속에는그들이꽃처럼피어나는지도,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이제목을신문에서읽고봐야지했어.

난비를좋아하고비를자주기다리니까

프랑스연극이고보기드문정통극이라는부언때문이기도했었지.

마침오후에작은오빠가엄마를뵈러왔었어.

나는조금일찍나가고오빠는가는시간을조금늦춰

오빠차를타고대학로를갔어오빠가이화동에살거든,

혼자연극을보러가?

그럼,혼자지,지루한것들은거의혼자보러가,,

지루한연극을왜봐?그것도혼자서,

지루한게재미있으니까,그리고혼자가얼마나좋은데,

오빠도혼자잘놀아야돼,그것중요한노후대책이야,

난은퇴하면만평을열심히그려볼까해,

하긴오빤그것괜찮겠다.전에도열심히해서신문에실리곤했잖아,

형제라는게묘해서올만에둘이이런저런이야기하는기분좋았어.

극장앞에내려주고오빠는가고,가면서오빠가그러더군.

야집잘찾아가라

혼자미소를지었지.여전히일곱살어린막내동생이란말이지,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를공연하는게릴라소극장앞에는어두컴컴한데도

의자몇개와대한민국사람들이다좋아하는일회용커피가준비되어있었어.

마시지는않았지만정성이엿보이잖아,

예매해둔표를찾고시간이남아작은서점눈에띄기에

어슬렁거리며책아이쇼핑을했어.

신간위주로잘팔리는책들진열된데에서

제목읽고작가읽고표지보고.

책구경도옷구경하는것과비슷해,

나하고안맞더라도보는재미,솔찬하거든,,

밤이라선지바람이조금씩차가워지는듯했어.

올핸참봄이더디오네,그러다가도어느순간곁에와있겠지,

추워서걸쳐입은옷단추를다채웠어.

금방따뜻해지데.

이미순해진거야바람결,

겨울바람은아무리여며도파고드는질김이있는데

봄바람은체념을잘해,

봄바람은마치나같아.

체념하는강도가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한여자의독백으로연극은시작되었어.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항상하듯이늘그렇게했듯이,….

(그렇지,나도지금그녀들흉내를내는중이라고^^*)

초록색옷을입은한여자,

목소리가낭랑하고콧대가선듯한,미녀.

반복은울림을자아내,더군다나같은느낌을주는비슷한문장들말이지,

소극장무대는굉장히많은유리컵이놓여있었고

조명은그것들을눈부시게비쳐내고있었어.

그리고짓다만집처럼여겨지는몇개의철제들이놓여있었는데

전혀다른분위기의것들이어울려서내는연극적인분위기,….괜찮았어.

저기~

그녀가먼데를가리키며손을쳐드는데나와눈이딱마주치더라구,

모나리자생화(?)를알현한것과비슷한감도의소극장이주는매혹이지.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이책두샀어.

왜냐면연극시작하고나서어느부분에선가아주약간졸았거든,

세상에정말이야,내가,….영화도아닌연극을보면서나도졸수있더라고,

감히내사전에는했는데

하긴감히가어디있겠어.,

사람다거기서거기지,

근데잠이라는게묘해서졸긴졸았는데얼만큼을모르겠더라고,

얼만큼을알기위해책을샀지

그랬더니겨우한페이지도안되네,

그리고그책연극대사와완전히똑같네.

아니지,

책은연극과완전히다르네,

어떻게그렇게똑같은이야기가적혀있는데

연극이주는느낌과이렇게다르지?

글을읽는데내머릿속은온통그연극이더라는거지.

그미묘한연극적인분위기….연극만이낼수있는분위기.

게릴라소극장에서했던공연이완벽하다는이야기가되겠지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인상적인공연이었어.

무엇보다아주우아했어,

우아하다는것은화려하다는이야기와는전혀궤를달리하는부분이지..

군더더기가없고깔끔하며소박하다는말이지.

소박은과장이없다는것이고,

하긴이말에는약간의미묘한파장이있기도하네.

왜냐면굉장히연극적인분위기가물씬풍겨나는연극이었거든,

연극적인분위기란일상을벗어난,

범용치않는상태를이름하니

그둘이언밸런스할수도있다는거지

하지만아니야,

그두가지는전혀다른선상에서아주매력적인하모니를이루었어.

상식을벗어난우아함이라고나할까,

사실작가쟝뤽라갸르스는(세상에에이즈로설흔에죽었대)

주인공다섯명의여자들을이렇게부르고있어.

가장나이많은여자,어머니,장녀,차녀,가장나이어린여자.

왜할머니막내라는쉬운단어대신가장나이많은,가장나이어린,을사용했을까?

어머니장녀차녀는관계를의미하잖아.

그렇다면앞과끝이라도

관계를벗어난자유로움을지향한다는뜻이었을까?

시작과끝이열리면모두열린다는?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제목처럼이연극의장소는집을벗어나지않아.

공간은중요하지않다는암시이기도하겠지..

공간을무시한의도는관계를더욱부각시키겠다는의도일수도있지,

무엇보다기다림…..

기다림이지닌정조情調를이해한다면삶을이해할수도있지않을까,

기다림이지닌정한을비로표현했을수도있어.

아버지와싸우고집을나가버린

손자를,아들을,동생을,오빠를기다리던다섯여자

기다림자체가삶의목표였지

자신의삶과는완전히벼리된어떤것들이삶의목표가되어버린경우이지.

그게마치당연하다는듯아무도묻지도의심하지도않고살아가는것,

근데그목표가갑자기돌아와어느날,

아무것도기대하지않고기다려왔었어.그애가나타났어.

그애는바로내앞에있었어요.

그애가돌아오는날난빨간옷을입을거야.

그앤자기방에서자고있어.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비가오는것처럼그가나타나

다섯여자가기다리던그가.

근데그는쓰러져버려

금방죽을것같아

지금죽을것처럼깊은잠에빠져있어

그런그를보며다섯여자들은혼란에빠지고

자신의삶을들여다보면서묻게돼.

이게뭐지?

이게뭐였지?

이게뭐가되어가는거지?

점점감정은거칠어지고사나워져가,

바람이높아지고있어

배가흔들리고있다구,

등대불빛은아스라한데자꾸만더흐릿해져가

그들은서로를할퀴며서로에게칼날을들이대며

더먼데….

더높은곳……으로

자꾸만올라가

계속올라가

가파르게상승해,

터질것같아,

떨어져내릴것같아,

한사람의내면이깊어질수록

다른사람들은점점정물화가되어가

연극의배경이되어간다는거지.

침묵과신비로움과한순간의정적을지닌채로

연극적인너무나연극적인장치를지닌정적의인물이되어가는거야.

그리고

그녀들은다시자기자리로돌아와

생각이사라져버린,박제같은모습으로….

그런데

그런데말이지

정말과연그는돌아온거야?

죽으려고?

그가맞아?

그런데그는누구지?

누구였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다섯주인공모두연기훌륭하다.

최근들어본공연중가장멋졌다.

◇연극’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가오기를기다리고있었지’=’고아뮤즈들’,’유리알눈’과같은우리나라에잘알려지지않은불어권작품을국내에꾸준하게소개하는극단프랑코포니(대표임혜경)가제작했다.작가장-뤽라갸르스는자신이죽은후가족들이어떻게반응할것인가를머릿속에그린채이작품을쓴것같다고해석되고있으면이작품을쓴다음해에사망했다.

만든사람들은▲연출카티라팽(CathyRapin)▲번역/드라마투르기임혜경▲무대디자인심채선▲조명디자인김철희▲작곡김기영▲의상디자인강기정▲분장장경숙▲조연출문선주.

10 Comments

  1. 사슴의 정원

    2012년 3월 13일 at 12:13 오전

    다양한문화생활을즐기시는푸나무님부럽습니다.

    그리고보니연극가본지오래되었네요.

    약30년전본컬렉터가마지막인지.   

  2. shlee

    2012년 3월 13일 at 1:02 오전

    저는[대머리여가수]가마지막~
    비를기다렸는데
    비는내렸나요?
    ^^
    그를기다렸다면
    그는왔는데~
    ^^   

  3. 산성

    2012년 3월 13일 at 1:13 오전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몇번반복하셨나세보려다말았습니다.

    반복은울림을자아내고,서글픔도자아내지요.
    삶은그냥무언가의기다림…

    연극본지2년?^^
       

  4. 綠園

    2012년 3월 13일 at 10:58 오전

    ‘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를기다리고있었지’
    오늘주신감칠맛의글도
    당장’게릴라소’극장의문을두드리고싶게합니다.
    연극을언제보았는지기억에도없습니다만.^^

    그바닷물의파도치는모습저도무섭던데요.
    아마무섭지않은사람은없을것같습니다.

       

  5. 푸나무

    2012년 3월 14일 at 12:47 오전

    본컬렉터요?
    유명한연극이었지요.
    저두뭐아주자주가지는않습니다.
    어쩌다가기회닿으면
    필이꽃히면,…
    관심도가다양하셔서
    정원님은
    연극안보셔도될것같은데요.   

  6. 푸나무

    2012년 3월 14일 at 12:50 오전

    쉬리님
    대머리여가수는전못보았어요.
    그리고
    비는….
    무대를자세히보면
    투명비닐로무대가둘러쌓여있거든요.
    그게비라고하더군요.
    연극은상상을풍부하게하지요.   

  7. 푸나무

    2012년 3월 14일 at 12:56 오전

    녹원님,
    녹원님께서극장문을두드리고싶으셨다면
    제가리뷰를그럴듯하게쓴거네요.
    그치요?^^*
    너무멀어서게릴라극장문은두드리기힘드실것같고
    대신제게시판문이나
    많이두드려주시지요.
    자판으루요.ㅎ~

    바다도
    일본쓰나미가되어아무데나휩쓸면서
    어어,..어어…이러면안되는데…..
    하면서도
    고속도로에서길잘못들면일단한없이가야하는것처럼
    작은차도그럴진대
    거대한바다가
    몸돌리기가쉽지않겠지요.

    좋은날되세요
    오늘도.

    .   

  8. 푸나무

    2012년 3월 14일 at 1:02 오전

    산성님
    연극안보시고보신듯하다.
    맞아요.
    울림뿐아니라서글픔도자아내요.

    도무지그남자의
    정체를확인할길없어
    머릿속으로

    우리가가는가야하는그러나안개처럼흐릿한
    인생의지평아닌가.
    생각도들었어요.

    고도를기다리며……
    도생각났구요.   

  9. 소리울

    2012년 3월 14일 at 12:23 오후

    비를기다리고있었어.
    그런데비는오지않았지.
    바람만냅다불더군
    커다란미완성크루즈배가서서히거제를행하여빠져나가는..
    하얗고작은예인선이커다랗고시커먼배를끌면서…
       

  10. 푸나무

    2012년 3월 15일 at 5:40 오전

    아처음
    만들어진배는
    아무리커다란배라도작은예인선이끌고가나봐요.
    연상되는것이많네요.

    그렇지않아도
    겨울지낸봄바다바라보시면
    생각이많으실텐데…
    배까지합세를하면….,
    봄이
    삽시간에사라지시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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