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시했던가?
BY 푸나무 ON 3. 17, 2012
인간실격사양
저자
다자이오사무
출판사
문예출판사(2003년02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어젠종일비를기다렸다.
동네에몇그루있는청매꽃봉오리가제법여물었기때문이다.
먹음은매화꽃봉오리에물방울매달린사진을찍고싶었다.
기상대우리동네줄겨찾기판에는
세시쯤비가온다고적혀있다가점점구름으로바뀌고
점점뒤로밀려나갔다..
결국비는오지않았다,
늦은약속은안지킨것과별다름없다.
오후에는비를기다리며밀어두었던책다자이오사무의사양을읽기시작했다.
독서클럽의한분이학과장이되고새학기가되어써야할것이너무많다며
제발삼월에는조금얇고쉬운책으로가자는읍소(?)를했다.
내젊은날
새롭고아름다웠던
사랑,
사람,
들로기억되던다자이오사무의사양을
다시한번읽고싶은생각이들어슬며시꺼냈더니다들좋다고해서選된책이다.
책도삶처럼아련한기억으로존재하는것일까?
<사양>
이십대에읽었던,풍성한감흥에겨웠던,나를슬프게했던,
혹은들뜨게했던
가슴깊이스며들던글이아니었다.
이렇게시시했던가.
그런데왜그렇게아름답게기억되는거지?
책의주제와는상관없이책을읽는내내내기억과내현재가충돌을일으켰다.
사양은장편소설로분류되나그다지길지는않다.
주인공가즈코의독백몇장과그녀의제법길다란편지네통
그리고가즈코의동생나오즈의일기와편지를조금읽다보면소설은끝난다.
다자이오사무는네번의자살시도끝에설흔아홉의나이로죽는다.
마치그의죽음처럼
사양에서나오즈도죽는다.
대개의자살이어떤충동이나울증에의해저질러진것이상식이라면
나오즈의죽음은치밀한번뇌의결과이다.
그러고보니그대목소설적구성으로는여전히괜찮네.
누이는나오즈가여인을데리고집으로오니
사랑하는,혹은사랑한다고여기는,편지를보내도도무지답장조차하지않는,
나오즈의문학선생우메하라를만나려는자연스러운기회로삼는다.
그리고나오즈는그시간을죽음의시간으로삼는다.
길에서죽기에는귀족의자존심이허락지않고집에서죽자니자신의죽음을보고놀랄
누나가걱정이되어서실천하지못하다가낯선여인의곁에서죽음을실행하는것이다.
추론컨대.
사실그가아무리뛰어난감수성을지닌
전후세대일본의한단면을그린작가라할지라도
설흔아홉젊은나이에죽어선지그보다한참더산늙은이인나에게
그의삶이그의글속에서여기저기그처럼나타나보이더라는것이다.
가령그는창의적이고감수성이뛰어나며기민한면이있는사람이긴해도
지력이나사고력이치밀하거나깊지는못한듯,
그에게다가온여러가지생의고민을해결하려기보다는
휩쓸려가는경향이농후하고그의데카당스한면은오히려그것을즐기는듯,
나오즈역시자신의삶을치열하게살아가려고애쓰기보다는
애섯따고,최선을다해서노력했다고그래도결국은살수없었다고강변하긴하지만
그보다는태생적귀족이지닌어쩔수없는귀족적내성때문에
삶에대한천착보다는현학적음미가농후해보이더라는것이다.
아마도틀림없이,
그는너무유약하고유약한만큼투명하기도해서
소설속의인물들에게작가자신을너무많이투여한게아닌가,
나오즈뿐아니라가장귀족적인여인어머니,
비교적생활인으로보이는가즈코에게조차다자이오사무는무시로출몰한다.
사양속의사랑은두가지다..
가즈코의우에하라에대한사랑과나오즈의바라보는사랑,
이두가지사랑은아주양극단에서있다.
나오즈는선배화가의부인을사랑한다.
단몇번의만남,아주짧은대화아주미세한몸짓의오고감,
정말떨림의기억만으로하는사랑을그는마음속에안고
숱한여인들과문란한생활을한다.
문란한생활과대비되는극도의정신적인사랑,
이둘사이의간극에서나는다자이오사무의삶에대한태도가엿보였다.
정신과벼리된삶에대한무게를감당치못한그는
감당치못함을인식하지않기위하여
고도의정신적인사랑을슬쩍배치해
스스로를위무했던것이다.
이런삶은내탓이아니야,
저정신적인,
저여인을사랑하는어쩔수없는상황!!!
때문이야,
라는안개처럼허황된위무,
가즈코의사랑역시위장이다.
설흔살이된그녀는자신을이미늙은이로의식한다.
결혼을하고아이를잃엇지만그때까지그녀는단한번도누군가를사랑한적이없다.
우에하라를처음만났을때그녀,.
사랑은커녕,그저밋밋한만남이다.
약간의술….나오즈를위한예의바른충고와예의바른헤어짐.,
아,바람부는계단위에서갑자기몸을돌려한짧은우메하라의키스….
그것,날카로운첫키스의추억…..
사랑이거기서,
그계단위의바람부는곳의작은행위에서
우연처럼여겨지는어느시간속에서피어났을까??
덜컹거리는차안에서가즈코는세상이넓어진것을느꼈으니….
단지다자이오사무는그것을꼭꼭숨겼을거야.
한눈에반하는것같은것,귀족적인눈으로너무촌스럽거든,
그리고사랑의감정도적나라하면천해,
무엇인가이유가있어사랑하게되는것도귀족의눈으로보면세련되지못한태도야.
남자들의벗은양말같은ㅡ
쳐다보지않으면더좋을디테일한것들이
삶에무지많다는것을오사무는꿰뚫어본거야.
그리고한발자욱더나가지
혁명적인사랑!을쟁취하려는그녀,
그녀는혁명적인사랑을<아이>로여겨.
가즈코는소설의캐릭터로서썩그리치밀하지못해
왜냐면글의시작점에서의가즈코,-
귀족적인아름다운어머니를사랑하는몸약한–와
지적인책을읽어가는후반부의가즈코.는마치다른사람처럼여겨지거든,
아점차사람은변해가니까…..
"가슴속깊이혁명의무지개를걸쳐주신분은바로당신입니다.
살아나갈목표를주신분도당신입니다."
그녀는차츰사랑과혁명을동시간대공간대가치대에올려놓게된다.
그런것들이자연스럽지못한,
자연스럽지못한것들이대부분그렇듯이어설프더라는거지.
다자이오사무는자신의유약함을알고있고
전후시절그것이얼마나치명적인약점이라는것을,
자신이서민이나혁명과는너무나다른태생이라는것을,
괴로울정도로선명하게알았을거야.
그래서그는가즈코라는여성에게조차그것을대리투여한거지
사랑과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