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시했던가?

인간실격사양 저자 다자이오사무 출판사 문예출판사(2003년02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어젠종일비를기다렸다.

동네에몇그루있는청매꽃봉오리가제법여물었기때문이다.

먹음은매화꽃봉오리에물방울매달린사진을찍고싶었다.

기상대우리동네줄겨찾기판에는

세시쯤비가온다고적혀있다가점점구름으로바뀌고

점점뒤로밀려나갔다..

결국비는오지않았다,

늦은약속은안지킨것과별다름없다.

오후에는비를기다리며밀어두었던책다자이오사무의사양을읽기시작했다.

독서클럽의한분이학과장이되고새학기가되어써야할것이너무많다며

제발삼월에는조금얇고쉬운책으로가자는읍소(?)를했다.

내젊은날

새롭고아름다웠던

사랑,

사람,

들로기억되던다자이오사무의사양을

다시한번읽고싶은생각이들어슬며시꺼냈더니다들좋다고해서된책이다.

책도삶처럼아련한기억으로존재하는것일까?

<사양>

이십대에읽었던,풍성한감흥에겨웠던,나를슬프게했던,

혹은들뜨게했던

가슴깊이스며들던글이아니었다.

이렇게시시했던가.

그런데왜그렇게아름답게기억되는거지?

책의주제와는상관없이책을읽는내내내기억과내현재가충돌을일으켰다.

사양은장편소설로분류되나그다지길지는않다.

주인공가즈코의독백몇장과그녀의제법길다란편지네통

그리고가즈코의동생나오즈의일기와편지를조금읽다보면소설은끝난다.

다자이오사무는네번의자살시도끝에설흔아홉의나이로죽는다.

마치그의죽음처럼

사양에서나오즈도죽는다.

대개의자살이어떤충동이나울증에의해저질러진것이상식이라면

나오즈의죽음은치밀한번뇌의결과이다.

그러고보니그대목소설적구성으로는여전히괜찮네.

누이는나오즈가여인을데리고집으로오니

사랑하는,혹은사랑한다고여기는,편지를보내도도무지답장조차하지않는,

나오즈의문학선생우메하라를만나려는자연스러운기회로삼는다.

그리고나오즈는그시간을죽음의시간으로삼는다.

길에서죽기에는귀족의자존심이허락지않고집에서죽자니자신의죽음을보고놀랄

누나가걱정이되어서실천하지못하다가낯선여인의곁에서죽음을실행하는것이다.

추론컨대.

사실그가아무리뛰어난감수성을지닌

전후세대일본의한단면을그린작가라할지라도

설흔아홉젊은나이에죽어선지그보다한참더산늙은이인나에게

그의삶이그의글속에서여기저기그처럼나타나보이더라는것이다.

가령그는창의적이고감수성이뛰어나며기민한면이있는사람이긴해도

지력이나사고력이치밀하거나깊지는못한듯,

그에게다가온여러가지생의고민을해결하려기보다는

휩쓸려가는경향이농후하고그의데카당스한면은오히려그것을즐기는듯,

나오즈역시자신의삶을치열하게살아가려고애쓰기보다는

애섯따고,최선을다해서노력했다고그래도결국은살수없었다고강변하긴하지만

그보다는태생적귀족이지닌어쩔수없는귀족적내성때문에

삶에대한천착보다는현학적음미가농후해보이더라는것이다.

아마도틀림없이,

그는너무유약하고유약한만큼투명하기도해서

소설속의인물들에게작가자신을너무많이투여한게아닌가,

나오즈뿐아니라가장귀족적인여인어머니,

비교적생활인으로보이는가즈코에게조차다자이오사무는무시로출몰한다.

사양속의사랑은두가지다..

가즈코의우에하라에대한사랑과나오즈의바라보는사랑,

이두가지사랑은아주양극단에서있다.

나오즈는선배화가의부인을사랑한다.

단몇번의만남,아주짧은대화아주미세한몸짓의오고감,

정말떨림의기억만으로하는사랑을그는마음속에안고

숱한여인들과문란한생활을한다.

문란한생활과대비되는극도의정신적인사랑,

이둘사이의간극에서나는다자이오사무의삶에대한태도가엿보였다.

정신과벼리된삶에대한무게를감당치못한그는

감당치못함을인식하지않기위하여

고도의정신적인사랑을슬쩍배치해

스스로를위무했던것이다.

이런삶은내탓이아니야,

저정신적인,

저여인을사랑하는어쩔수없는상황!!!

때문이야,

라는안개처럼허황된위무,

가즈코의사랑역시위장이다.

설흔살이된그녀는자신을이미늙은이로의식한다.

결혼을하고아이를잃엇지만그때까지그녀는단한번도누군가를사랑한적이없다.

우에하라를처음만났을때그녀,.

사랑은커녕,그저밋밋한만남이다.

약간의술….나오즈를위한예의바른충고와예의바른헤어짐.,

,바람부는계단위에서갑자기몸을돌려한짧은우메하라의키스….

그것,날카로운첫키스의추억…..

사랑이거기서,

그계단위의바람부는곳의작은행위에서

우연처럼여겨지는어느시간속에서피어났을까??

덜컹거리는차안에서가즈코는세상이넓어진것을느꼈으니….

단지다자이오사무는그것을꼭꼭숨겼을거야.

한눈에반하는것같은것,귀족적인눈으로너무촌스럽거든,

그리고사랑의감정도적나라하면천해,

무엇인가이유가있어사랑하게되는것도귀족의눈으로보면세련되지못한태도야.

남자들의벗은양말같은

쳐다보지않으면더좋을디테일한것들이

삶에무지많다는것을오사무는꿰뚫어본거야.

그리고한발자욱더나가지

혁명적인사랑!을쟁취하려는그녀,

그녀는혁명적인사랑을<아이>로여겨.

가즈코는소설의캐릭터로서썩그리치밀하지못해

왜냐면글의시작점에서의가즈코,-

귀족적인아름다운어머니를사랑하는몸약한

지적인책을읽어가는후반부의가즈코.는마치다른사람처럼여겨지거든,

아점차사람은변해가니까…..

"가슴속깊이혁명의무지개를걸쳐주신분은바로당신입니다.

살아나갈목표를주신분도당신입니다."

그녀는차츰사랑과혁명을동시간대공간대가치대에올려놓게된다.

그런것들이자연스럽지못한,

자연스럽지못한것들이대부분그렇듯이어설프더라는거지.

다자이오사무는자신의유약함을알고있고

전후시절그것이얼마나치명적인약점이라는것을,

자신이서민이나혁명과는너무나다른태생이라는것을,

괴로울정도로선명하게알았을거야.

그래서그는가즈코라는여성에게조차그것을대리투여한거지

사랑과혁명.

그녀의사랑과혁명은아이라는공식으로,

,‘내가태어난것이곧실수였다며자신의출신배경을경멸했던

다자이의독백이글여기저기서무시로흘러나온다.

여기까지쓰고

사양을다시주섬주섬대강흟어보았다.

근데신기하다/

대목대목사방데가아름답네.

우아한모습으로밥먹는어머니의모습

가츠코의비밀을이해하는어머니,

나오즈를사랑하는어머니,

소설초반에배치된뱀,

눈내리는풍경

하다못해시골의사도

우동을먹으며느끼는삶의구차함도,

쓸쓸하기그지없는우에하라와의잠자리도….

제목바꿔야하나?

12 Comments

  1. 참나무.

    2012년 3월 17일 at 2:48 오전

    ‘모란색목도리와비오는회색하늘의전통…’

    이런부분좋지않던가요
    같은제목의제포스팅이있어서금방기억나네요
    그땐일본전후문제작전집…안이었을거에요아마도?

    전고2때읽고좋아했고지금도(정확히몇년전까지)
    요즘은읽어보진않았지만여러지인들께가장많이선물한책이어서

    (시시하다셔서다시한번더읽어볼까…하다가…^^)   

  2. 푸나무

    2012년 3월 17일 at 2:59 오전

    분위기는정말끝내주는소설이에요.
    근데어제읽을때는
    내내그들의사랑이소설의복선이그들이인간성이
    그것들이급유치해보이는거에요.

    설마사실일까요?
    아마도내가늙은탓이겠지요.

    이즈음
    그들에게는아주절박한어떤행위일텐데
    야아,살아봐,
    일단살고나서이야기하자,

    그러니까,
    사람들에대한수용력증대와는다르게
    미묘한고집같은게
    내안에생성되어있다고나할까요.

    감성으로어찌할수없는
    아무리그삶이후져보이고
    단순반복의희미한것이라할지라도
    어떤섬세함보다
    더한성찰이거기에있다는

    삶을경건하고귀하게보는
    인생주의자가점점되어간다고나할까요.

    그런시선으로어젠읽었고
    오늘아침은
    부드러운봄바람탓인지
    또무지달랐어요.

    흉내내고싶은우아함이있는글…..
    하긴다자이오사무는
    귀족성을싫어하면서도
    우아함귀족은
    타고난것!
    에방점을찍는듯하더군요.

       

  3. 참나무.

    2012년 3월 17일 at 3:20 오전

    맞아요방점에저도공감
    귀족은타고나는것
    가즈꼬어머님이대표적사양족이지요-나오지(남동생)는저도싫었습니다

    지금기억나는대목
    숲속에서쉬이를하고있어도…손으로뭘집어먹는모습까지우아했다고…
    가즈꼬가어머님을기억하는장면이떠오르네요
    탐미주의를저도좋아하지만…

    다시로긴했습니다-나가기직전이어서..^^   

  4. shlee

    2012년 3월 17일 at 8:25 오전

    [전말이죠.

    불량한게좋아요.

    그것도꼬리표가달린불량을좋아해요.

    저도그렇게꼬리표가붙었으면좋겠어요.

    그러는게제가유일하게살길인것같아요.]

    39…짧게살아도
    다양한걸많이겪으면
    100살도더되어보이지않나요?

    전한때사양을읽고
    하염없이울었답니다.
    너무나불쌍한인물들~   

  5. Elliot

    2012년 3월 17일 at 6:30 오후

    어릴/젊을때읽어던소설책이나이가들어다시읽어도똑같은감흥만을준다면
    오히려섬찟할거같아요.사람은변하고변하며살가치가더있는것일텐데…

       

  6. 봉천댁

    2012년 3월 17일 at 10:15 오후

    아..

    그래서어릴/젊을때보았던영화를나이가들어다시보면..

    이렇게황망하군요..^^

       

  7. 綠園

    2012년 3월 18일 at 1:12 오전

    젊은시절에재미있게봤던영화(특히서부영화)를
    얼마전에도서관에서빌려다보았는데내용이너무심플하더라구요.
    작품은그대로있는데우리가많이변했기에…
    기쁜주일되십시요.   

  8. 푸나무

    2012년 3월 18일 at 12:00 오후

    참나무님
    오늘에서야약속지켰어요.
    우리동네매화꽃,비가와얄텐데…..^^*

    쉬리님
    하하,저두그대목유념해보았답니다.
    불량이요,저두불량한데
    불량이란꼬리표달고싶습니다.
    꼬리표달면자유로울것같아요.
    혹시그렇게되면
    안불량에
    대해서도향수생겨
    안불량꼬리표운운하게될까요?^^*

    그럼요,.39살
    빛나는청춘이라도
    100살처럼가하지요.
    책의주인공들을생각하며
    울정도의
    섬세하고어진마음을
    지닌이라면더욱요.

       

  9. 푸나무

    2012년 3월 18일 at 12:03 오후

    엘님은
    변화를좋아하신갑다.
    난변화를즐겨하는성품은아닌것같아요,
    그보다는변화에대한두려움이상재된사람…..같아서

    사람도참다르죠,
    요즈음은백임백색이란말
    가슴에담고살아요.
       

  10. 푸나무

    2012년 3월 18일 at 12:04 오후

    봉천댁님집은왜언제나닫혀있어요?
    그동네
    키다리아저씨가사나요?
    키큰거인이사나요?

    둘다매력적인사람들인데….^^*
       

  11. 푸나무

    2012년 3월 18일 at 12:05 오후

    친애하는녹원님은
    좋은주일보내셨나요?
    저두요.
    기쁘고
    즐겁고
    쓸쓸하고…..등등의주일을보냈답니다.   

  12. 참나무.

    2012년 3월 19일 at 5:33 오전

    작년엔아무일도없었다
    재작년엔아무일도없었다
    그전해에도아무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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