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BY 푸나무 ON 3. 18, 2012
안부/장석남
오도카니앉아있습니다
이른봄빛의분주를바라보고있습니다
발목이햇빛속에들었습니다
사랑의근원이저것이아닌가하는물리(物理)도생각하고있습니다
이빛이그방에도들겠는데
가꾸시는매화분(盆)은피었다졌겠어요
흉내내어심은마당가홍매나무아래앉아목도리를여미기도합니다
꽃봉오리가날로번져나오니이보다반가운손님도드물겠습니다
행사(行事)삼아돌을하나옮겼습니다
돌아래,그늘자리의섭섭함을보았고
새로앉은자리의청빈한배부름을보아두었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글자대신
손바닥을폅니다
뒤집어보기도합니다
마디와마디들이이제제법고문(古文)입니다
이럴땐눈도좀감았다떠야합니다
이만하면안부는괜찮습니다다만
오도카니앉아있기일쑵니다
////////////////////
나도안부/위영
바람부는날유행가잘받습니다.
한계령에눈이십센티가량쌓여길을통제한다는
소식이오늘처럼들리면
내한계령에살지않더라도유행가저절로받습니다.
이생각저생각작달비처럼내리는사념에젖어있다가
깊은생각이멍한생각이라는것을옴!깨닫는순간에도
유행가받습니다.
오늘오후해저물무렵
비오면찍으려고아껴두었던매화를찍으려고카메라를들고나갔습니다.
다른사람들
그런나에게서사진과카메라만바라본다면
당신은오도카니내속을보셨으면합니다.
바람들어와자리잡고여기저기흔들리게하는,
목포행완행열차라는짧은문장에서
목포를아득하게여기고행을바램으로여기는
완행에서느꺼웁고열차에서눈처럼지는벚꽃을연상하는
내안,내속,내마음내정신말입니다..
유행가를무시하며살아왔는데
이제돌아와서는나이가되고보니,
유행하는노래를무시한것은
소갈딱지좁은
무람하지못한행위라는것을이제야깨닫습니다.
협착한길걸으며작은우물을대양으로여기는개구리였다는것
아니개구리만도못하다는것을알았다는겁니다.
나이이야기가나왔으니주절거려봅니다.
오십까지는전진하는길입니다.
언제나모든길아마도거의낯설고새롭고신선하지요.
가끔기특한옵션으로소스라침있습니다.
오십넘으면갔던길뒤돌아서서걷습니다.
새롭고신선하지는않은데제법뭉근합니다.
바삐가노라전에보지못했던것들찬찬히바라보고걷습니다.
이렇게봄이오노라봄이몸살을하면,
올봄,
유별나게기품있는가문에서시집을오는지
이숙녀자주몸살을하는군요.
바라보지않으면가마에서내리지않겠어!
사랑해주지않으면그냥돌아설거야.
주먹쥔손이사랑스러워주시하지않을수없게만듭니다.
그럼요,아름다운봄도확인받고싶어합니다.
자신을기다린다는것을,
사랑한다는것을,
아름다운봄이라고왜외롭지않겠어요.
소스라침은없는데슬쩍슬쩍감동이찾아듭니다.
그것도아주작은것들에서요.
양지바른쪽에서그푸르른개불알꽃한송이만나면
당신제발그냥지나치지마세요.
펴진무릎굽히세요.
고개숙이세요.
나지막하게더나지막하게눈을아래로해서푸르른꽃과눈마주치세요.
사람을향하여가는마음꽃에게
그푸르른작은꽃에게도나눠주세요.
그푸르름만큼당신에게평강찾아올거예요.
처음아주작을거예요.
반복되면많아지겠죠.
잘있거라나는간다.이별의말도없이
오래된유행가는노래가아니라
남편잃은,
혹은자식잃은,
그러나매우친한벗의이야기같아요.
그렇잖아요.
잘있거라나는간다.이별의말도없이
이게무슨노래냐구요.
가슴이찢어질것같더라.
커다란바늘있잖아작은것도아닌아주커다란
그런바늘로사방데를푹푹쑤시는것같은아픔,아니?.
떠나가는새벽열차즈음에서면
이야기가아니라눈물같잖아요.
내친구처럼슬픔없다손치더라도
그냥눈물나잖아요.
유행가잘받는날
시를읽어요.
그래서오늘도이시를읽어요.
남자가뭐저렇죠?
그것도나이든남자잖아요.
오토카니앉는것은여자잖아요.
앉는품새부터마음에안들어,진짜,
남자가눈이밝기는왜그리밝아요.
<발목이햇빛속에들었습니다>
아정말쨩나요.
한문장,
그것도아주사소해보이는한문장으로
붐을다보여줘버리잖아요.
<사랑의근원이저것이아닌가하는물리(物理)도생각하고있습니다>
아진짜얄밉지않아요?
이시인,
다자이오사무보다순진하지않아요.
이시인,
세상에저렇게극진한사랑을표현하다니,
꾼아니에요?바람꾼요.
여자들저문력으로오직울렸을까…….
세상에얼굴도모르는,
늙은아지매홀려대는것좀봐요.
보통꾼이겠어요?
<이빛이그방에도들겠는데
가꾸시는매화분(盆)은피었다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