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철학적이고 매우 시적인 영화 – 말하는 건축가
BY 푸나무 ON 3. 20, 2012
초등학교때영화보고나서,
그게무슨전쟁영화였거나할때그리고우리편이이겼을때
영화중간에도그리고끝난후에도박수를쳤던기억이있다.
그런데어제시간을훌쩍뛰어넘는그장면이시네큐브에서벌어졌다.
영화가끝나고엔딩장면이시작될무렵누군가박수를치기시작했고
많은사람들이동조했다.
건축가정기용에대한다큐멘터리.
그리고감독은<고양이를부탁해>를만든정재은,
고양이를부탁해…..는안봤는데봐야겠다는마음이생겼다.
다큐멘터리의미덕은<실상>이라고생각한다.
물론편집을하면서약간의의도적인색깔이덧입혀진다할지라도
그럼에도불구하고다큐의근간은실제에있다.
영화속에서정기용의모든말은말이아니라
응축된철학이요
아름다운시어요
기록해야하는잠언처럼여겨졌다.
실제나는스마트폰을켜고그의말을몇마디기록했다.
제일뒤에앉았고옆자리는비어있었다.
건축은사람들의삶을조직하는일
건축가는시대를걱정하는사람문화를걱정하는사람.
땅에맞서지않는건축
문제도이땅에있고해법도이땅에있어요.
진보나낭만이사회를변화시키는동인
나이가들수록철학을생각해야한다는
나는,너는,가족은,삶은,세상은,무엇인가…..라는근원적인질문을해야한다는
그리고죽음을대해야한다는,
여기한건축가가있다.
아픈기색이완연하다.
더군다나성대결절이다.
그가누군가를대상으로강연을하는데
안성면사무소를질때그곳에사는할머니들께물어봤다고했다.
할머니들은머하러돈들여면사무소를짓냐고절대짓지말라고했다.
그래도…..그래도…하니목욕탕이나짓든지……
그렇게건축된곳이일층이목욕탕인안성면사무소
도시프로젝트를의뢰받은건축가가
동네늙은할머니들께건축에대하여묻는그자세
생경하지않는가,
전문가적인단호한모습으로주변경관을휙둘러보고
편리하고세련된
자연경관과어울리는건물을지어내면되질않겠는가,
마치그의뮤지엄처럼
일민미술관에서그의건축을조망해내는건축전을기획한다.
방대한양의자료들,
일에대한성실한접근들,
일을진행하는일민미술관의큐레이터와
건축가의자존심이영화의재미를더한다.
그러나그보다더재미있는것은
우리나라굴지의건축가들이몇사람나타나서
정기용에대한이야기를하는데
그들이시선들이정기용에우호적이지않다는것이다.
비록완곡한언어를사용하긴했지만
그들은정기용을미이너리티로보는것같았다.
착상은좋으나결과물은떨어진다는,
정기용과친해보이는승효상…..도
아,형의건축은말로는이상은최고인데실제작품은….
그래서형그냥말로하지…하며웃는모습이랄지,
그러나내겐그리해석되어졌다.
모든전문가적인식견보다우선되는것은사람이라는것을,
그는아는건축가라는것,
재능보다더우선되는것이사람의품성이라는것을
그는깨달아안시인이었을거라는것,
자연에배치된건축은건축이아니라는것을
아는그는건축가이전에철학자일거라는것,
그가만든
무주공설운동장은행사를해도사람이잘모이지않는곳이었다.
그는그곳의몇그루등나무를주목햇고
등나무가타고오를수있는지줏대를세웠다.
그리고등나무운동장은우리나라명물이되었다.
정재은이젊은친구
두군데서아주맘먹고아름답고향기로운카메라를보여준다.
그하나가바로등나무꽃이흔들리는장면…..
그수많은보랏빛꽃들이바람에흔들거리는데…..세상에
내마음도따라서흔들거리더니시계의추처럼도무지멈추지를않았다.
또한장면은아이를잃은어느화가의집….
세상으로부터눈에띄지않았으면좋겠다는집주인의바람대로
겉에서보면잘드러나지않는데안은넓고아름답다.
나무와풀과햇빛이공존하는아니서로소통하는집은향기롭고그윽했다.
그런그는어떤집에살았을까,
그는월셋집에살았다.
월세는좀비싸지만….풍경이이마마한집이없다고그는말했다.
보이는풍경이다집이라는이야기였을까.
기울어가는햇살이그의야윈몸위에가느다랗게스며들었다.
보아요,이렇게해가나를비추잖아요.
가끔나는내가대견할때가있다.
아주지극히사소한것에感應을했는데그결과물이창대할때,
나는내가이쁘고사랑스럽고제법이야,너,어깨두들기며
나를안아주고싶다는것이다.얼마나뭘잘했기에……??
어제북크럽모임이광화문에서있었다.
모임원중의한이가인세가나왔다며한턱쓴다고해서
평소의모임장소인민들레영토를벗어나시네큐브옆세븐스프링스에서모이기로했다.
이왕이면…하는마음에시네큐브를검색했고
<말하는건축가>라는영화가눈에쏙마음에쏙들어왔다.
모임은일곱신데영화는다섯시어쩌면아귀조차깔끔하게맞는다.
그래서나는어제<말하는건축가>를보게되었고
영화를보는동안,
보고나서는더욱,
내가맘에들었다는이야기다..
삶은매순간이선택인데
어떻게그렇게상냥한선택을할수있었냐는게지.
영화나책연극을잘선택하면최소며칠은은근히행복할수있으니
이렇게싸게얻을수있는즐거움어디흔한가말이지.
그는작년삼월에세상을떠났다.
그가남긴마지막말은
여러분고마워요.
햇빛도고맙고
바람도고맙고……
그의일주기를기념해서
<말하는건축가>는개봉했다.
정말그는세상을떠난것일까?
내가주는점수는똥그라미다섯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