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에서 봄의 행간을 읽다
BY 푸나무 ON 3. 21, 2012
글을읽을때문제는행간이죠.
행간이깊을수록좋은글이고
많을수록고급한글이되는것,
그러니글이짧은시는
당연히행간이많을것이고
짧은글에얼마마한양의행간을담느냐,
혹은문자속에어떻게숨기느냐가
시의관건이기도하겠지요.
한달넘게소동파의사와산문을곁에두고있는데…..
‘곁에두다.’
옛날사람들아취있기도합니다.
사랑하는여자와사는것도
‘곁에두다’로표현했잖아요.
그러면나도소동파의사와산문과같이살았네….ㅎ·`
근데맞아요,
정말난소동파랑살았다고볼수있어요.
끊임없이그를생각하고또생각하니
이런‘삼’또어디있겠어요.
보르헤스는그런이야기도했지요.
이책을읽으며저책을연상하는것,
이것,간통이라구요.
사유의확장을시켜주는대목이기도하지요.
소동파,
서호에가면이냥반동상이있는데
워낙견문일천하여이런표현을쓰면안되는데말이죠.
그럼에도불구하고하여간
그소동파동상내가바라본동상중최고였어요.
아득한하늘가….바라보는동상보셨어요?
소동파그러더라구요.아마지금도여전히…..^^*
소동파는무려천년도전의사람인데말이지요.
(천년전사람과함께살고있는나는사람이되려하는여우?
여우가혹은곰이호랑이가사람이되려하는것,
마늘먹고동굴속에서참고,
여우인척못하고사람인척인내하며
사람이되려하는것
이것유심히봐야지사람이되려면말이지).
하여간소동파도
詞보다시를더위로여겼는데
‘위’라는것에는꼭진지함과약간의무거움이함께하죠.
동파의시가상중의중상이라면
동파의사는최상이라고중국학자가그러더군요.
그러나나는그의산문이좋았어요.
시보다사가더쉽고사보다산문이더쉬우니까요.
산문은시보다훨씬더친절다감하지요.
시속의행간을찾으려면머리굴려야해요.
산문은조금덜굴려두되구요.
그런데문제는
이행간이
시인이아무리시속에깊고적막하게담았다손하더라도
그것을찾아내는이의시선이있어야
존재하게되는
비극적인성향을지니고있는‘무형의것’이라는거지요.
시를읽는이가발견해내지못하면
결국존재하지못하는
극진한비극성을
이“행간”은내포하고있다는거예요.
이른봄저녁무렵
새로나온이시영시집을읽으며
그행간에자리잡은
적요에잠겨눈을지그시감다가
문득놀라창문열고내다보니
언제지었을까
아직새잎돋지않은가문비나무우듬지에
얼기설기얽어놓은까치둥우리
새는보이지않고
나뭇가지사이로드러나는하늘빛고요
옳거니!
세상의소란이나를눈감게하고
저고요가나를눈뜨게하느니//이른봄저녁무렵/정희성
그렇지요.
눈밝은이시인,
이시영시인의시에서적막이란행간을읽어내더니
세상이지닌행간,
고요에까지눈뜨게되잖아요.
근데
글에만행간이있을까요?
아뇨,
세상모든것들속에는다이행간이존재하죠.
상담을할때맨처음배운것이뭐냐면
상대방의말을듣는것도중요하지만
몸의언어를듣는것이중요하다고해요.
들리지않는몸의언어는
그렇지요
어쩌면그가더말하고싶어서
오히려숨기는
그만의행간이라는거죠.
어제오후에서오릉에가서
두시간가까이해찰하며걸었어요.
서오릉이내게산문이라면
북한산은내게수많은행간을느끼게하는아주고답한詩죠.
무릎때문에쉬운산문을택한거예요.
혹시나어디풀이라도
풀꽃이라도
마치어려운글정독하듯이걷는데도
초록은없더군요.
연두도없어요.
그냥이끼조금…..
도무지찾아도아무리찾아도없는봄…..
그제서야난어제그시간이
봄의행간이라는것을알았어요.
서오릉에는능도아닌묘가하나있어요.
장희빈묘,대빈묘.
이상하지요.
다른능사진은안찍는데가끔대빈묘사진은찍어요.
어젠그림자가보이더군요.
묘지앞석조물의그림자….
솔이기가맞을까요?
서오능에는서어나무길이있어요.
서어나무는자랄수록근육이생겨나는
근데별로쓸모가없대요,
그래선지속은비어있으면서몸만쨩좋은
소갈머리없는남자같은생각이들기도해요.
어제처음봤는데나무껍질도갈이-왜그털갈이하듯이요.
-를하더군요.저속의옅은주황빛이뻤어요.
금방이라도움트려는작은나뭇가지에어려있는봄의행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