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雨 내리는 깊은 밤

오늘의약속

나태주

덩치큰이야기,무거운이야기는하지않기로해요.
조그만이야기,가벼운이야기만하기로해요.
아침에일어나낯선새한마리가날아가는것을보았다든지
길을가다담장너머아이들떠들며노는소리가들려잠시발을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하늘속으로강물을만들며흘러가는것을문득느꼈다든지
그런이야기들만하기로해요.

남의이야기,세상이야기는하지않기로해요.
우리들의이야기,서로의이야기만하기로해요.
지난밤에쉽게잠이들지않아많이애를먹었다든지
하루종일보고픈마음이떠나지않아가슴이뻐근했다든지
모처럼개인밤하늘사이로별하나찾아내어숨겨놓은소원을빌었다든지그런이야기들만하기로해요.

실은우리들이야기만하기에도시간이많지않은걸우리는잘알아요.
그래요,우리멀리떨어져살면서도
오래헤어져살면서도스스로
행복해지기로해요.그게오늘의약속이에요.

이상하지요,꿈이란것말입니다.어느때는꿈을꾸면서도꿈을꾸는구나생각할때도있고잠자리에일어나서아무런기억도없다가어느순간문득기억나기도하고어젯밤꿈도그러합니다.아무런생각이없었거든요.꿈에대해서그랬는데신문을보려고신문을펼치는순간아그랬구나,어젯밤꿈에아부지가나타나셨구나.식구들끼리어딘가로여행을갔는데제가규서같기도하고울아부지딸영이같기도하고….어느때는남편이아부지같다가손님이많은식당에가서밥을먹으려고그집엘가는데이상하게가파른계단과이상한문을거쳐서가니거기번화번지가펼쳐지고슬프게도아부지가만나야할친구분은위암이걸리셨고그래그아내되는분은얼굴이아주어두워서우리를반갑게맞이하지도못하고….그러나꿈내용은또머랍니까?잡다한일상과잡다한상념들이빚어낸죽같은걸요.드문드문아부지가여직보성어딘가에살아계실것같다는겁니다.언제나처럼말이지요.옷에먼지를툭툭터신다던가일기예보를보신다거나혹은반짝차려입고향수한방울부리고곱게빚은머리로오토바이를타고나가시는아니면거나하신모습으로고기를잡아가지고오신다던가……..그렇게지금도살아계실것같은,사라지면서도사라지지않는것들속에우리는살아가는지도모르겠습니다.,이제우리가추억쪽으로방향을잡았는지도모르겠고요.일본의어느유명한궁목수가그랬답니다.나무에는두가지생명이있는데그하나는나무가살아온수령이고다른하나는나무가목재로쓰였을때의내용연수라고요.일본의법륭사같은고대건축물의노송나무는최소수령이이천년전후라는데지금그내용연수도1300년이넘는다고하니그리고지금도탑의기와를들어내고하단의흙을벗겨보면처마의휨이돌아오고대패를대보면노송의향기가난다고하니살아있는것맞질않겠습니까?가만그노송나무를생각하다가그향기에머물러생각해보니사람도나무같지않을까싶기도합니다.새로운것같으나여전히우리는과거의사람들이만들어놓은사랑과의미와가치속에머물러있고나아갈길도마찬가지가아닐까,오늘은종일비가내렸습니다.나즉하고그윽하게내리는수주의봄비라고하기에는비도조금쇤듯합니다.그래서이즈음비엔심술이함께해저혼자지지않고꽃과함께지는걸까요?동반자살….花雨내리는깊은밤입니다.

혹당신은

기억이좋으신가요?

생각이좋으신가요?

빗소리에실려궁금함이다가오는군요.

그러니이궁금함은나의궁금이아니라

비의궁금입니다.

내겐대답하지않으시더라도

창문열고비에게는대답하시지요.

<사진은어제오후해질무렵인천공원에서>

16 Comments

  1. 말그미

    2012년 4월 25일 at 3:36 오후

    ‘꿈은잡다한일상과잡다한상념들이빚어낸죽같은거..’맞아요,푸나무님,
    이런죽같이섞인일상들이인생인지도모르겠습니다.

    서운해요.花雨!
    이러다가여름이오겠지요?
    그리고죽과도같은연속의인생은지나가고요.

    이상한올봄엔진달래도개나리도벚꽃도순서도없이죽같이한데섞여피었습니다.   

  2. 士雄

    2012년 4월 25일 at 10:50 오후

    사진도좋고이야기도좋고잘보고잘읽고갑니다.^^~   

  3. equus

    2012년 4월 26일 at 9:18 오전

    웬지표현키어려운아련한흰빛,/화사한꽃잎들사이로/수묵화커다란붓자국처럼
    /까맣게쳐질러놓은나무줄기들,

    을보아내는눈이좋군요!

    아침에일어나낯선새한마리가우리집마당에날아와서놀다갔다든지–
    하는등의말을하면,뭐이런사람이다있어,다큰사람이…라고는눈빛을주더군요.
       

  4. 綠園

    2012년 4월 26일 at 12:10 오후

    만발한인천공원의환상적인벚꽃이
    꽃비로변해있을것임에잠못이루는어젯밤이되셨군요.

    지금까지살면서꾼꿈이열번은될까할정도로
    꿈을거의꾸지않는데꾼꿈도기억을잘하지못하니
    저는분명기억력이아주나쁜것같구요
    나쁜생각은그리많이하지는않는다고볼수있겠지요?^^
    그렇지만관심사항에대한궁금증은좀있답니다.

       

  5. 산성

    2012년 4월 26일 at 12:13 오후

    하,바로그’인천대고우언’의풍경이로군요^^

    벚나무사진을바라보며꿈얘기를들으니
    그꿈이엊저녁바로제꿈같기도하고뭐,그렇습니다.
    나이들어가며느껴질사람의향내
    아무쪼록은은하기를…하고바라지만.

    내리는비…뭐라뭐라제게물어오길래
    조용조용제가답…했습니다.^^

       

  6. 쥴리아스

    2012년 4월 26일 at 3:52 오후

    어제(그젠가벌써??)비가와서움츠렸는데오늘(어젠가??)맑었는데오히려감기가오려나..좀재채기몇번…차라리비온날그랬으면좋았을걸…앞으로90년더사는법upgrade중…   

  7. 마이란

    2012년 4월 26일 at 5:21 오후

    아릿한봄밤…
    제가떠나고나서꽃피기시작했다고대관령의이모는안타까워했어요.
    새잎내는나뭇가지끝,
    꼭푸른나비같아요.

    산성님댁에들렀다오는길이라
    맨아래사진보면서
    저도아하,그인천대고우언’했어요.^^

    이틀째비오는소리에밤잠설치고있어요.
    하두이것저것물어오길래귀찮아모른척했더니심통부리나봐요.
    그래도내,대답해주나봐라.ㅎㅎ

       

  8.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1:16 오전

    말그미님
    제글보다말그미님글이저잼있습니다.
    정말죽같은봄이지요?
    근데점점죽이좋아지던걸요.
    부드러워서말이지요.
    근데말그미님닉은아주소녀세요.
    새순같은소녀…..
    아마실제도그러실것같아요.

    사웅님감사합니다.
    귀한걸음하셨습니다.

    에쿠스님.
    낯선새한마리…
    그단이야기하면아마다그럴걸요.철좀들어라,철언제들래…하며말이지요.
    근데진짜다크면….
    이제우리나이가다자라긴자랐으니^^*

    그런것들이더잘보이던걸요.
    뭐이런사람….하는눈빛가진사람말고
    같은눈빛가진사람끼리놀죠,뭐.
    햇살과나뭇잎이정분났대……
    라는이상한소문이나만들고다니는
    저같은사람도있는데ㅋㅋ
       

  9.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1:20 오전

    녹원님은꼭두가지이야기를슬며시섞으시더군요.
    꿈을안꾸거나기억을못하니
    기억력안좋다.
    그러나그래서마음은매우좋다.
    저는꿈을기억하니
    기억력은좋은대신마음은나쁠것이다……
    흠,맞지요?
    관심사항에대해서는….
    조금생각해보구요.
    호주는가을이만발하겠습니다.
    만발…이안맞을것같아서일부러사용^^*   

  10.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1:26 오전

    줄리아스님
    그러면쥴…님포스팅내내보고있으면
    앞으로구십년더살수도있다는말씀이지요.
    아니그렇다면…..
    아이고그런데너무늙어서오래살면
    저두힘들고
    주변사람들도힘들지않을까요?   

  11.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1:30 오전

    산성님마이란님,
    역시두분은제맘에든다요.
    비에게대답하셨잖아요.
    아차이는있구나.
    조용조용대답하시고
    대답해주나봐라…..고,
    하하,

    인천대고우언
    오타도가끔즐거운이야기가되곤하지요.
    실수가빚어낸
    발명품처럼,

    마이란님,산성님,
    좋은봄날지내시길…..

    아정말봄날은간다.
    연분홍치마가봄바람에휘날리듯이…..^^*   

  12. 綠園

    2012년 4월 27일 at 12:21 오후

    "제가마음이매우좋다는거하고
    푸나무님의마음이나쁠것이다"는
    전혀사실과달라제가채점을한다면빵점인데요~^^

    오늘브루마운튼에서걷기를하고왔는데
    아직은가을이덜만발했던데요~ㅎㅎ

       

  13. 소리울

    2012년 4월 27일 at 1:56 오후

    벚꽃이진자리에배꽃이하얗게피어나는풍경.떨어지는벚꽃과피는배꽃을동시에보는경이로움은화우에비할바가아니지요.
    붉은단풍과하얀첫눈을한꺼번에볼수있던어느늦가을날처럼…
    쌍계사엔지금그런배꽃과흩날리는벚꽃의잔치입니다.   

  14.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2:19 오후

    친애하는녹원님
    빵점이라구요?

    전맨날
    아니다
    맨날은아니고두번이나녹원님께동그라미다섯개나드렸는데…..ㅠㅠ

    빵점에다가
    가을도안만발했다고하시고…..

    할수없다,.
    운정님께일러야지…..
       

  15. 푸나무

    2012년 4월 27일 at 2:23 오후

    우리동네도예전에배밭이었대요.
    그래서
    지금도조금남은배과수원이있고
    과수원에서식당도하고
    하여오늘도배꽃하얗게피어나있더군요.

    소리울님
    올만이세요.
    아그러고보니우리이웃이아닌가봐요.
    그러니우연히거나
    일부러찾아가지않으면만날수없으니
    우리이웃해야할까봐요.

    참고로제가먼저이웃신청한
    분은솔이울님이세번째…….
    받아주시는거죠?
    ,   

  16. 소리울

    2012년 4월 28일 at 12:54 오전

    전이웃의개념을크게두지않아서누가이웃을신청했는지잘몰라요.
    가게되면이웃이아니라도가는거고이웃이라도못가면못가게도는거고…
    사실컴맹인데누구재촉으로서뿔리들여놓은발이라이블로그의체질도잘모르지요
    그래서제가읽는글에서흔적이보이면생각난듯찾아가읽었거든요.
    신청받아들이지요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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