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던 ㅡ 메테오라 수도원

가끔가다굵어지고싶다.

아주아주굵직해지고싶다.

그왜눈엄청나게내린날,

눈사람만들기위해눈을굴리면

함박내린눈이잘도뭉쳐져굴릴수록점점커져아주아주커다랗고높아진다.

윗몸을올리기도어려울정도……가되는눈사람처럼

그렇게생각이굵직해지고싶다.

벗은양말같은,

쳐다보지않는게더좋은삶의디테일한것들

(이문장은<난집에있었지그리고비가오기를기다리고있었지>속에서

나오는문장인데내마음에아주든다.

두세번정도사용했는데도여전히신선하다.

쳐다보지않는게더좋은삶의디테일한것들은정말얼마나많으며

그것들을바라볼때삶은어쩔수없이폭폭해지고

벗은양말벗은속옷없는사람어디있겠는가……)

그러므로적어도그리스메테오라수도원을올라서서는

그런디테일한것들,

가령,물은어디서나며,

이수도원을지을때수많은물자들은어떻게날랐으며

화장실배설물은어떻게처리하며……

이런것들은다잊어버리고

높은곳으로올라

하늘가까이올라

메테오라라는말이바로하늘바로아래라는뜻이므로

아주커다란것,

하늘이랄지수도랄지,신앙이랄지,바람이랄지,

하다못해저거대한사암이랄지

아주먼데비치는만년설이덮힌….산이랄지.

삶과죽음이랄지

이렇게굵은것만생각해서

나도더불어좀굵어지고싶었다.

누군들인생길

자박자박걷고싶겠는가?

나도저벅저벅성큼성큼걷고싶다.

그렇게아주잘걸어서멀리아득하게떠나고싶다.

사소한것들거침없이버리고

긁고시원스럽게훨훨살아가고

혹은날아가고싶기때문이다.

이번여행길에가장기대를걸었던곳은그리스메테오라였다.

메테오라가설핏보이는동네호텔에서잠을자고식사를하고버스에올랐다.

오르는곳에서부터버스안에서는탄성이쏟아져나왔다.

굵고거칠고커다란무시무시한돌들

정말단어그대로기암괴석그자체로보이는

우뚝거리는돌,

마치돌의신이있으면저러하리싶은형상들이여기저기서출몰했다.

산속의돌이아니라

산은그냥돌의아주엷은이불처럼보였다.

그것도발아래자락만조그맣게덮고있는,

주변은석회암저지대였고

바위는그저지대에서융기해솟아나있었다.

어쩌면우리눈에보이지는않지만

땅을받치고있는기둥이있다면

바로저렇지않을까….

혹시거인네피림의세상이이렇지않을까….

사람의손길이닿지않는태고의세상,

크고높은것의위대함을알게해주는,

거대함그자체만으로도경외하게하는,

일순간모든것을잊게만드는…….정기를뿜어냈다.

그런까마득한돌위에그리스정교회의수도원이있었다.

한군데도아니고여섯군데나……

수도원아래자리잡은칼람바키와카스트라키마을들은수도사들을지원하는

사람들로이루어진마을이라고했다.

수도원은돌아가면서한군데만개방한다고,.

그래도너무나많은사람들이찾아와서이제많은수도사들은이곳을떠나

아소스섬으로떠나버렸다고….

그중의하나수도원을방문해서꽤나긴길을하늘을향해올랐는데

오르고보니그까마득하게보였던곳도평지와별다름이없었다.

깊은적막속에서침묵과찬양과기도가주인이었던수도원은

찬양대신경탄하고

기도하는대신만지고

침묵대신수선스러운발걸음을

내딛는나그네들의집합소가되어있었다.

그틈에도경건한참배객들이없는것은아니었지만

그들이사진속의성인들옷자락에기도하며키스하는모습조차

구경하는우리였다.

그리스는우리나라보다조금더계절이이른듯해보였다.

그높은곳에서감나무한그루가연두잎을가득달고있었다.

귀릉나무연두못지않게감나무새순의연두황홀하다.

나는그감나무아래아니바로아래는아니고조금곁에있는벤치위에앉아서

감나무새순을바라보았다.

생각보다꽃나무들이많이심어져있었다.

성큼거리는생각만을하자다짐했으면서도

감나무아래않아서나는매우한심하게도

그래이흙도저아래땅에서가져왔겠지,

얼마나많은도르래가이흙을퍼날랐을까…..

이런사소한생각에골몰해있었다.

아마도세상과의단절을꿈꾸는어느사람으로부터수도원은시작되었을것이다.

아득한엣날,

어느한사람이돌의세상을오르기시작했을것이다.

모험심이가득찬남자였을까,

아니면너무고독해서신을대면하지않고는살수가없는사람이었을까.

사람들과함께살면서도특별히순도높은외로움에젖어

그저위를바라보던사람이었을지도몰라.

그래서그는그외로움을이기려고

어느날사람의세상이아닌듯한이곳을오르기시작했을것이다.

아마도틀림없이그맨첫사람은손이발이되어올랐겠지..

짐승처럼거칠게숨을쉬어야했을것이다.

불안하고고독해서후회하는마음왜들지않았으리,

자신의마음다잡노라더깊게고독했을것이다..

그러나이윽고

그의눈앞에펼쳐진세상…….

환희의정점아니었을까,

그곳은그가이제까지봐오던세상이아니었을것이다.

그래서그는아마도혼자큰소리로울었을지도모른다.

신께서는하늘아래가장가까운곳이니그의울음소리를들으셨을것이다.

그래서응답하셨을것이다.

그토록이나찾아헤매던신의소리을들었겠지.

그에게내재되어있던다름사람들보다더특별한

깊은감성.

그리고그의순수한신앙심이함께고조되며

그를저아래땅에서는도무지맛볼수없었던조화로운평화의세계로

그를이끌었겠지.

그리고그는그가가장사랑하던이에게이사실을알렸겠지.

아브라함이롯을데리고떠난것처럼

그는다시극히소수의사람들과이곳을올랐을것이다.

그리고굴을파고……

메테오라에올라서도나는여전히콩만한생각에서헤어나오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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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1. 오드리

    2012년 5월 7일 at 11:41 오후

    나도저런곳에가고파요….   

  2. 사슴의 정원

    2012년 5월 7일 at 11:51 오후

    이야기만듣던곳을직접가셨네요.

    그런데그곳을배경으로누구의사진이

    너무작아안보여요!

       

  3. 벤자민

    2012년 5월 8일 at 12:17 오전

    와~~~대단하네요

    그리스정교회란게여기도재법많은데
    어떤것인지는잘모르겟지만수도원이참대단합니다

    여기는그리스이민자들이참많이살아요
    특히멜번은그리스국내이외로는
    가장그리스사람들이많이사는곳이죠
    얼마전까지만하더라도
    가장성공한이민자그룹이엇는데
    요즘그리스가저렇게되다보니좀…   

  4. 산성

    2012년 5월 8일 at 10:15 오전

    사진으로만봐도아득하여,너무아득하여…
    다시그아래를보다가…다시올려다보기두려워라

    세상과의단절을혹원했을지모를
    그맨’첫’사람의마음으로
    다시한번오르락내리락.

    그냥푸나무님얼굴이나가만히들여다보다갑니다.
    정신차려다시오지요…

    모른채살아가는세상,넓기도하여라…!

       

  5. 쥴리아스

    2012년 5월 8일 at 11:32 오전

    여태글로보아이미굵직하신데…??   

  6. equus

    2012년 5월 9일 at 6:10 오전

    맨마지막사진은묘지들이군요.그래도죽은후에는평평하고낮은대지위에…
    살아서험한곳올라다니느라고생했으매-

    별생각을다하네-   

  7. 士雄

    2012년 5월 9일 at 2:09 오후

    한번가보고싶다는생각이들게하는곳이군요.
    사진도좋고글도좋고..잘보고잘읽었습니다.   

  8. 솔밭길

    2012년 5월 9일 at 2:35 오후

    아,이런곳이있군요.

    까마득한계곡위에하늘가까이로더가려고,,,,,?

    그하늘가까이에서그들은무엇을발견하고
    무엇을깨달았을까요?

    그리고그아득한곳에서세상을어떤마음으로보았을까요?

    궁금해,,,,,,,
       

  9. 성학

    2012년 5월 9일 at 3:26 오후

    산도,바위도,저토록하늘을향해높이뻗쳐올랐으니,
    언제나’자연에서큰배움을얻는인간들’이이들을따라경천하는마음을품었으리라…

    저역시제손을뻗쳤습니다,공중에매달린수도원에서’하늘을만지셨을(摩天)’님의손을,또,늘청산유수처럼막힘없이예쁜사연을쏟아내는그손을,마주쥐고싶은반가움으로!
    최대치400%로확대하였음에도,아쉽게도여전히제검지손톱만큼도커지지않는그손위로..

    아주가까이가서뵌듯한느낌입니다,님의정겨운모습.-좋은사진,좋은글,감사합니다.

       

  10. 소리울

    2012년 5월 11일 at 12:36 오후

    겨울메테오라에갔었지요
    님의사진에는수도원내부는안보이네요.
    검은수도복을입은수사가초에불을당기는모습이
    너무나인상적이어서눈물이났던곳이지요.
    아이하나를그부근에서잊어버리고낡은박물관에는해골이수두룩쌓여있던걸요,.
    까마득하지만아득하지만,너무나가깝고작게손에잡힐듯
    친근해보이던곳이라…   

  11. 푸나무

    2012년 5월 11일 at 10:19 오후

    수도원안에서는사진을못찍게하기도했고
    그냥가만히이곳저곳바라보았습니다.
    저잣거리처럼소란했는데도
    혼자고요한척하면서말이지요.^^*

    소리울님의눈물의행장을읽고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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