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ㅡ 숲처럼 나무처럼

<보성>은점점기억의장소가되어갈것이다.

이제더욱그러할것이다.

왜냐면울엄마떠나셨고

조그마한땅뙈기있다손치더라도

그게울엄마자리점점작아지는아마도아흔은

인생의항해중가장작아져가는가는나이일것이다.

그래서땅으로점점더가까이다가서는것이다.

에비할수있으랴,

그러니,

크기는절대물리적인것이아니다.

물리를벗어난물리의시계視界가이제자주보인다.

기억은

건들장마넘치는가을하늘의흰구름같을것이다.

물흐르듯이흐르다가어느순간멈추어서고

풍요로운가을들판위에오래머무는,머물다가점점

가만히푸른하늘로변해가는가을구름처럼

보성은그렇게기억으로화해갈것이다.

당신에대한기억만이아니라고.

거의대부분

기억은아름다움과공존한다.

더불어기억은

아무데서나여장을풀지않는다.

기억은그의태생이귀족임을

기억을지닌이에게충분히알게한뒤에

적어도최소한

정갈스럽게빨아서정갈스럽게다린손수건정도는

깔아주어야살며시앉는다.

기억은시간의광풍이나심각한고통이나절명의위기앞에서는

절대자신을들어내지않는다.

지나치게세상적인쾌락에빠져있는사람과도조우하길원치않는다.

기억은오히려그런이들을멸시한다.

기억이가장좋아하는사람은

생각하는사람이고

아무리바빠도드문드문하늘을바라보는눈길을지닌사람이며

삶이지닌우수와쓸쓸함을인지하는,

더불어점차그쓸쓸함을견지해가는,

살아온날보다살아갈날이적은사람이다.

그러니까세월의더께가사물에만쌓이는것은아닐것이다.

오래된묵은기와지붕처마가어느해눈부시지않았겠는가만은

올해오월은자별하다.

오월만이지닌그비밀한색채

비밀한향기가

그어느때보다진하게감지되니

지극히좋으면서도슬픈일이아닐수없다.

기억은절대젊은이들에게는곁을주지않는노회한친구이니.

각별하게오월보인다는것은기억이날벗으로인정했다는증표일것이다.

보성가는길.

보성못미처이양에있는쌍봉사에들렸다.

꽤오래된절이라묵은세월이주는안온함을느낄수있으려나했더니

혹시나가역시나였다.

요란한등과새로칠한단청때문에

나무사진몇장찍고

절뒤칸으로가는길에대나무사진한장찍고만다.

도시야….변하지않는것이이상한앨리스의나라이지만(앨리스가화내려나?)

화려하고반짝이고새것이어야하고….저잣거리와다름없다.

오래된묵은절은

가볍고경망한물질속에살다가온사람에게

적어도세월의더깨를나눠주어야만하는곳아닌가,

아,내가혹앨리스인가?

이즈음미나리냉이가지천이다.

허여멀쑥한것이냉이스럽지않다.

그래도오월의숲에서오월스런처자

고추나무……

층층나무

팔십한살이모와육십살언니…..골짜기라엄마는길가에서쉬셧다.

기이한,아주개성있는,으름꽃,그래선지수줍게이파리아래서잘피어난다.

어느아이가숲에비누방울기계를가지고왔다.

아이에겐나무나숲보다비누방울이더좋은것이다.

하긴내가봐도비누방울어여뻤다.

들판에선나무는주소지를찾아

영원히가고있는편지라고하면어떨까

어린나무한그루가대문앞에서있는

오월이었네

막타오르기시작한푸른불꽃그때나는

길을찾아나선연둣빛편지한통,

젊은아버지가웃으며햇빛속에

손을흔들고있었네

길을걷고들을지나

어둠속눈부신조명아래배달된

한통의봉인된꿈이었다가

빗소리오래들리는

아픈여자의잠속을지나

바다가보이는사원에서

푸른물고기를기다리는일주문이기도했던

어떤투명함에대한상상

알수없네지금은

황사가득한낮과밤

낯선문앞을지나가는중이네

아버지는보이지않고

잔가지만무성해진나무한그루나는

아직주소지에닿지못한편지

바람불면펄럭펄럭

봉인해두었던그리움만쏟아낸다네//나무편지//박유라

이즈음숲속에들어서면

숲속고요하다면

살짝

미풍처럼가볍게

아니마치숲속에서피어난흰구름……이있다면그러할,

두둥실피어나있는덜꿩나무

들의꿩같았다나…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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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참나무.

    2012년 5월 13일 at 11:06 오후

    어파란꽃?했는데-절묘한순간포착이었네요
    요즘숲에서만나는나무꽃들대부분힌색이지요

    음…봉인되었던그리움이라니…!
       

  2. 데레사

    2012년 5월 14일 at 2:28 오전

    보성은형부의고향이라많이간곳이거든요.
    옛날부산에살적에여수까지배타고가서여수에서기차타고
    득량이나예당에서내려서형부네마을인회천리로걸어갈려면
    숨이헉헉차도록멀었지요.
    잘사는집이라반찬이얼마나푸지든지경상도농가에서는생각도
    못해본음식들이사돈처녀왔다고줄줄이채려져나오던그인심을
    저도잊을수가없지요.

    요즘절들은능력있는주지들을만나서전부요란해져버렸더라구요.
    지난달에해인사갔을때너무실망했거든요.
    세상에주렁주렁달아놓은끈과등때문에건물이안보였거든요.

    아,댓글,너무길었다?
    비많이내립니다.   

  3. 청목

    2012년 5월 14일 at 9:21 오전

    「삶이지닌우수와쓸쓸함을인지하는/더불어점차그쓸쓸함을견지해가는/살아온날보다살아갈날이적은사람」

    나를들켜버린부끄러움이오월의녹색에묻혀가는비오는날의저녁에…   

  4. 푸나무

    2012년 5월 14일 at 10:28 오전

    오늘비오시는데
    강변북로보니
    아카시아도이팝꽃도피어나정말좋던데요.
    여전히왕성하신갤러리투어에
    정말저절로존졍의마음이생깁니다.

    조블을가장풍성하게만드시는분이셔요.참나무님은.

       

  5. 푸나무

    2012년 5월 14일 at 10:29 오전

    그쵸데레사님
    왜절분들이모르시는지모르겠어요.
    낡고후락하고
    오래된것들의향취가그리워서
    사람들찾아온다는것을요.

    하긴이번호수공원꽃박람회때는
    사람때문에꽃이보이지않더군요.^^*

    회천이시구나…..
    회천이시면아마바다생선꽃게쭈꾸미등…..
    울아부지장례식때두
    회천에서바로잡은쭈꾸미회를메인으로했거든요.

    그랬더니서울사람들그맛에혹했다구해요.
    슬픔대신맛??ㅎㅎ

    이제비가그쳐서운한데요.저는.

       

  6. 푸나무

    2012년 5월 14일 at 10:32 오전

    가끔글써놓고
    마음에드는대목
    혹은
    마음담긴대목을
    콕찝으신분들보면
    반갑구좋지요.

    정말요즈음
    녹빛환상이지요.
    비가와선지더욱요/
       

  7. 조르바

    2012년 5월 15일 at 12:09 오전

    푸나무님블로그오면참좋아요~~~
    완전만족이에요
    완숙미가넘치글도정감있는사진도..또인용하신멋진글들도
    한꺼번에다맛보니감~사~함~미~다~   

  8. 푸나무

    2012년 5월 15일 at 2:30 오전

    신록같은
    시원한칭찬
    저두시원하게접수합니다.

    조르바님도오늘좋은시간지으세요.   

  9. 雲丁

    2012년 5월 15일 at 10:45 오전

    고향다녀오셨군요.
    동그란얼굴들만큼이나그리운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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