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찔레꽃머리의 시간이다
BY 푸나무 ON 5. 20, 2012
독서의역사
저자
알베르트망구엘
출판사
세종서적(2000년01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
오늘은찔레꽃머리의시간이다.
아니그냥내가그렇게정했다.
우리동네찔레곷이오늘아주만개했으므로
여름이시작되는시간초여름의시작을짤레꽃머리로
바라보았던아주오래전사람누군가는
아마도초록이파리사이에서하얗게피어난찔레꽃을보며
그시원한모습에서오히려여름의정한을읽었을것이다.
우리동네는나무가그다지많지는않지만
바로집앞에심어져있는쥐똥나무와길가쪽으로난찔레꽃담은참마음에든다.
아직쥐똥나무는이제먹음기시작했지만찔레꽃은눈부시게피어나있다.
오월의미풍이살짝흔들고지나가면다가오는듯마는듯옅은향기…..
관심있는자에게만다가오는향기이다….
그러고보면꽃도일종의독서이다.
읽는자에게만읽혀지는,
보는자에게만보이는,
최초의작가는역사상처음으로‘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는표현을사용한
수메르인제사장‘엔헤두아나’이다.
자신의노래를듣는사람들을바라보며
그녀는그들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고표현한것이다.
이단순한어휘는타인을의식하고
그타인을배려한통찰력이라고할수있다.
엔헤두아나전에도노래라는행위를통한예술성과함께정보를나누는
독서행위가왜없었으랴.
그러나아무도엔헤두아나처럼
‘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는객관적인어조로독자를의식하거나구분하지않았다.
습관이나타성에젖은일들에서새로운이론을창출해내기는쉽지않다.
그런의미에서수메르의제사장‘엔헤두아나’는
섬세하면서도깊은통찰력을겸한여자였을것이다.
로버트망구엘이쓴<독서의역사>에는
아키텐의엘레아노르왕비무덤덮개에새겨진조각사진이한장나온다.
왕비가누워서책을들고읽고있는조각이다.(누움은죽음의의미일것이다)
망구엘은아주단순한사진풀이로이렇게말한다.
“그녀는사후에도계속에서책을읽고있다.”
그러니까이런문장은사실이아니면서도
오히려어떤사실보다더한사실적인사고를하게한다.
진리는혹시이런비의가운데무수하게숨어있을지도모른다.
엔헤두아나보다훨씬전의사람,
우리가전혀알지못한그누군가는
진흙조각에10마리의염소와양을상징하는기호를새겨넣어최초의독서가가된다.
숫자도글자도그림도없던시절이다.
그가그린아주단순한기호는새로운세계로들어가는아주거대한문이었다.
그는어느날아주우연히그문을발견했고
사람들에게문을열어보였다.
문안의세상에서는느낌으로만알아지던모든것들이표현되어지고
눈으로보이고어느것은만져지기까지했다.
아마도그는그가발견한문이인류의역사를새로쓰는거대한문이란것을
꿈조차꾸지못했을것이다.
소크라테스는책읽는행위를반대하는주장을펼쳤다고한다.
왜냐면‘책’이란스스로말하는것들을설명하지못하고
같은내용만을되풀이하는쓸모없는도구라고여겼기때문이다.
말로서교육하고,말로서글을쓰는혹은말로역사를만들어가는시대에살았던
지식인의지식이경이로우면서도재미있다.
그러면서도일견,책을폄하하는것과같은태도속에
오히려책에대한존숭감이그득배어있지않은가?
놀라울만한지성적인의인화가아닌가?
알렉산더대제시절에는누구나다큰소리로글을읽었다.
책이귀했던탓이기도했을것이고
글을아는사람이적은탓도있었으리라.
알렉산더대제는자신의군인들앞에서어머니의편지를소리없이읽었다.
군인들은무척당혹스러워했다.
도대체우리들의대왕,저힘있고능력있으신분이하는저태도는도대체무엇인가?
아니글을소리없이읽다니,
도대체저런행위가가능하다는말인가?
아마지금누군가가너무나아름다운시를읽다가
그운률에젖고자공원나무벤취아래서아무도없는것을확인하고
홀로시를읊었다고치자.
그순간어느누군가가그를바라본다면,
음,돈사람이저기도있군,
중얼거리며조금멀더라도다른길을찾아되돌아가리라.
이무렵비잔티움의아리스토파네스가구두점을처음으로발견한다.
그러니까그이전의글들은도대체끝도없이시작도없이
줄줄이이어지고있었다는이야기다.
지금우리의글을가만바라보라.
마침표가없는글을상상해보라.
마침표를몰랐던시절로되돌아가보라.
작은점하나가거대한레테강이될수도있다는것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이런지점에서면독서는단순히독서가아닌것을알게된다.
독서는역사이면서상상이며그리고무엇보다내가상상해낼수있는
모든것들의시작이며끝이다.
나는역사가운데서있는나를바라보게되고
내가서있는곳의,때의,나의,시원을의식하게된다.
의식과인지가아무런힘이없다는것을알면서도
의식과인지앞에서슴없이무릎을꿇게된다.
230년왕은칙령을내린다.알렉산더를통과하는모든배들은책을싣고있을경우
이도시의도서관에복사하여소장할수있도록책들을모조리내놓을것을,
정보에대한열정이느껴지는대목이기도하며
타문화에대한강력한수용력이느껴지기도한다.
그당시50여만권의장서를지닌전세계에서가장큰도서관은
실수로태어난작은불줄기에의해잿더미가되어버렸다.
거대한도서관과장서의사라짐속에서
인류의사라짐을엿보는것은내가니힐리스트이기때문인가?
1000년경페르시아의수상으로탐욕스런독서가였던압둘카셈이스마엘은
여행을하면서도11만칠천권에달하는책들과헤어지기싫어서
400마리나되는낙타를알파벳순으로걷도록훈련을시켜
가는곳마다끌고다녔다고한다.
세상에,
긴석양빛을따라책을등에지고천천히걷는낙타들의움직임을상상해보라.
자연그대로의움직이는도서관,
그장렬한아름다움이혹시^^*이동도서관의효시가아닌가?
하이퍼텍스트라는단어에는속도와함께은밀한자유가있다.
1996년미의회도서관의장서는일억권을돌파했다.
1995년한해에만357.437권이추가되었다고하는데
유네스코에서는여전히세계의문맹률이20%를상회하고있다고주장한다.
로버트망구엘의‘독서의역사’속에서만나는많은독서가들은
의외로공간의제약뿐아니라시간의제약도민감하게받는약한감정의소유자들이다.
마르그리트뒤라스는햇빛과책이뿜어내는빛을견딜수없어서
해변이나정원에서는도대체책을읽지않는다고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