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찔레꽃머리의 시간이다

독서의역사 저자 알베르트망구엘 출판사 세종서적(2000년01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

오늘은찔레꽃머리의시간이다.

아니그냥내가그렇게정했다.

우리동네찔레곷이오늘아주만개했으므로

여름이시작되는시간초여름의시작을짤레꽃머리로

바라보았던아주오래전사람누군가는

아마도초록이파리사이에서하얗게피어난찔레꽃을보며

그시원한모습에서오히려여름의정한을읽었을것이다.

우리동네는나무가그다지많지는않지만

바로집앞에심어져있는쥐똥나무와길가쪽으로난찔레꽃담은참마음에든다.

아직쥐똥나무는이제먹음기시작했지만찔레꽃은눈부시게피어나있다.

오월의미풍이살짝흔들고지나가면다가오는듯마는듯옅은향기…..

관심있는자에게만다가오는향기이다….

그러고보면꽃도일종의독서이다.

읽는자에게만읽혀지는,

보는자에게만보이는,

최초의작가는역사상처음으로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는표현을사용한

수메르인제사장엔헤두아나이다.

자신의노래를듣는사람들을바라보며

그녀는그들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고표현한것이다.

이단순한어휘는타인을의식하고

그타인을배려한통찰력이라고할수있다.

엔헤두아나전에도노래라는행위를통한예술성과함께정보를나누는

독서행위가왜없었으랴.

그러나아무도엔헤두아나처럼

사랑하는독자들에게라는객관적인어조로독자를의식하거나구분하지않았다.

습관이나타성에젖은일들에서새로운이론을창출해내기는쉽지않다.

그런의미에서수메르의제사장엔헤두아나

섬세하면서도깊은통찰력을겸한여자였을것이다.

로버트망구엘이쓴<독서의역사>에는

아키텐의엘레아노르왕비무덤덮개에새겨진조각사진이한장나온다.

왕비가누워서책을들고읽고있는조각이다.(누움은죽음의의미일것이다)

망구엘은아주단순한사진풀이로이렇게말한다.

그녀는사후에도계속에서책을읽고있다.”

그러니까이런문장은사실이아니면서도

오히려어떤사실보다더한사실적인사고를하게한다.

진리는혹시이런비의가운데무수하게숨어있을지도모른다.

엔헤두아나보다훨씬전의사람,

우리가전혀알지못한그누군가는

진흙조각에10마리의염소와양을상징하는기호를새겨넣어최초의독서가가된다.

숫자도글자도그림도없던시절이다.

그가그린아주단순한기호는새로운세계로들어가는아주거대한문이었다.

그는어느날아주우연히그문을발견했고

사람들에게문을열어보였다.

문안의세상에서는느낌으로만알아지던모든것들이표현되어지고

눈으로보이고어느것은만져지기까지했다.

아마도그는그가발견한문이인류의역사를새로쓰는거대한문이란것을

꿈조차꾸지못했을것이다.

소크라테스는책읽는행위를반대하는주장을펼쳤다고한다.

왜냐면이란스스로말하는것들을설명하지못하고

같은내용만을되풀이하는쓸모없는도구라고여겼기때문이다.

말로서교육하고,말로서글을쓰는혹은말로역사를만들어가는시대에살았던

지식인의지식이경이로우면서도재미있다.

그러면서도일견,책을폄하하는것과같은태도속에

오히려책에대한존숭감이그득배어있지않은가?

놀라울만한지성적인의인화가아닌가?

알렉산더대제시절에는누구나다큰소리로글을읽었다.

책이귀했던탓이기도했을것이고

글을아는사람이적은탓도있었으리라.

알렉산더대제는자신의군인들앞에서어머니의편지를소리없이읽었다.

군인들은무척당혹스러워했다.

도대체우리들의대왕,저힘있고능력있으신분이하는저태도는도대체무엇인가?

아니글을소리없이읽다니,

도대체저런행위가가능하다는말인가?

아마지금누군가가너무나아름다운시를읽다가

그운률에젖고자공원나무벤취아래서아무도없는것을확인하고

홀로시를읊었다고치자.

그순간어느누군가가그를바라본다면,

,돈사람이저기도있군,

중얼거리며조금멀더라도다른길을찾아되돌아가리라.

이무렵비잔티움의아리스토파네스가구두점을처음으로발견한다.

그러니까그이전의글들은도대체끝도없이시작도없이

줄줄이이어지고있었다는이야기다.

지금우리의글을가만바라보라.

마침표가없는글을상상해보라.

마침표를몰랐던시절로되돌아가보라.

작은점하나가거대한레테강이될수도있다는것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이런지점에서면독서는단순히독서가아닌것을알게된다.

독서는역사이면서상상이며그리고무엇보다내가상상해낼수있는

모든것들의시작이며끝이다.

나는역사가운데서있는나를바라보게되고

내가서있는곳의,때의,나의,시원을의식하게된다.

의식과인지가아무런힘이없다는것을알면서도

의식과인지앞에서슴없이무릎을꿇게된다.

230년왕은칙령을내린다.알렉산더를통과하는모든배들은책을싣고있을경우

이도시의도서관에복사하여소장할수있도록책들을모조리내놓을것을,

정보에대한열정이느껴지는대목이기도하며

타문화에대한강력한수용력이느껴지기도한다.

그당시50여만권의장서를지닌전세계에서가장큰도서관은

실수로태어난작은불줄기에의해잿더미가되어버렸다.

거대한도서관과장서의사라짐속에서

인류의사라짐을엿보는것은내가니힐리스트이기때문인가?

1000년경페르시아의수상으로탐욕스런독서가였던압둘카셈이스마엘은

여행을하면서도11만칠천권에달하는책들과헤어지기싫어서

400마리나되는낙타를알파벳순으로걷도록훈련을시켜

가는곳마다끌고다녔다고한다.

세상에,

긴석양빛을따라책을등에지고천천히걷는낙타들의움직임을상상해보라.

자연그대로의움직이는도서관,

그장렬한아름다움이혹시^^*이동도서관의효시가아닌가?

하이퍼텍스트라는단어에는속도와함께은밀한자유가있다.

1996년미의회도서관의장서는일억권을돌파했다.

1995년한해에만357.437권이추가되었다고하는데

유네스코에서는여전히세계의문맹률이20%를상회하고있다고주장한다.

로버트망구엘의독서의역사속에서만나는많은독서가들은

의외로공간의제약뿐아니라시간의제약도민감하게받는약한감정의소유자들이다.

마르그리트뒤라스는햇빛과책이뿜어내는빛을견딜수없어서

해변이나정원에서는도대체책을읽지않는다고고백했다.

프랑스의소설가콜레트는고양이팡세트와함께

아버지의안락의자에앉을수있을때까지는

미술레의프랑스사를읽을수없었다고말했다.

책을침대로가져간다는일상적인문구에로버트망구엘은

언제나관능적인기대를한다고적고있다.

물론관능에대한전혀다른새로운해석과

오히려관능이지닌단순협소함을지나깊고그윽한확장의새로운지평이열린다.

과거의기억이란것은삼베에치잣빛염색하는것처럼빠르고손쉬워

그감도가언제나정확하지않다.

더불어그삼베에서치잣빛새나가듯이숭숭새어나가거나

그사이로다른사건들이슬며시스며들기도한다.

망구엘의관능적인기대와는조금다른방향일지몰라도

하여간그관능적인기대감이라는문장속에서

기억되어지는독서체험이내게도있다.

사촌언니는나보다네살위였는데글을읽을줄몰랐다.

학교를다니긴다니는데문맹이었다.

나는아마초등이학년?삼학년?

그언니와나는골방에서이불을뒤집어쓰고책을읽었다.

나의조근조근한목소리를언니는들으며가만히이불한귀퉁이를들고있었다.

너무어두우면글이안보이니까,

누우런갱지에세로줄글자가적혀있는사이사이

치마를헐겁게입은여자그림이그려져있다.

생리,월경이란낯설고생경한그러나왠지어둡고신비로운동굴같은단어가

내입술에서궁글려졌다.

아무런스토리도기억나지않는그글이관능적이었을거라는추측은

작은오빠의행동때문이었다.

어느순간이불은들쳐지고작은오빠는내가읽던책을빼앗았다.

그리고뭐라소리를지르며그책을던져버렸다.

그골방앞에는연탄이가득쌓여있었는데책은연탄뒤로떨어졌다.

이상도하지,그책에꺼먼연탄이묻을거라는생각은지금도선명하니,

혹시그책은작은오빠책이었을까?

읽을책이없으면아부지월마다가져오시던지방행정책뒤의소설까지

읽어내는글자에대한지향성의시작이혹시그즈음이었을까,

비위상한인체모형을본후밥을못먹다가

무엇인가를읽어대며밥을먹기시작한시절보다더오래전이니….

동무여이건책이아닐세

이걸건드리는이는사람을건드리는것일세

(지금밤인가?여기홀로인가?)

그대가잡은것,그리고그대를붙잡는것은나일세

나는책장에서그대두팔로튀어안기네<윌트휘트먼>

꽃한송이

책한권은근수가같을것이다.

아마도내생각에는,

사진은오늘오후우리동네

찔레꽃과매실

글은

독서의역사중한챕터’혼자만의은밀한독서’를읽고

이책은절대한권을한번에리뷰쓸수있는책이아님.

한챕터마다써도매우부족한책임.



12 Comments

  1. 벤자민

    2012년 5월 21일 at 12:35 오전

    아~~찔레꽃이저렇게생겼군요
    돌아가신저희아버지가즐겨부르시던노래
    찔레꽃붉게피는남쪽나라내고향~~하시더만
    저게나중에는붉게피나요?^^
    전낭만이없어서?^^그런지
    꽃에대해너무몰라요ㅎㅎ   

  2. 푸나무

    2012년 5월 21일 at 1:04 오전

    아마그노래찔레꽃붉게피는…은
    해당화를일컬음일거에요.
    남쪽에서는비슷해보이는
    장미과를통칭찔레….라고했거든요.
    나중에차츰구별이되었겠지요.

    낭만이없으셔서가아니라아직젊으셔서?
    왜냐면제아이들도젊어서그런지
    아무리꽃에대해이야기를해주려고해도
    엄마나아셔요…
    하며관심이없으니
    벤자민님도젊으셔서…ㅎ
       

  3. 나를 찾으며...

    2012년 5월 21일 at 1:21 오전

    ‘그러고보면꽃도일종의독서이다
    읽는자에게만읽혀지는
    보는자에게만보이는"~란말씀
    오늘의金言이란생각이듭니닷..   

  4. 데레사

    2012년 5월 21일 at 1:52 오전

    찔레꽃이우리동네도피었어요.
    어릴적학교갔다오는길에따먹던찔레순의그달콤한맛을
    잊을수가없어서한입먹어보았드니지금은아니올씨다였어요.
    세월따라변해버린입맛탓이지요.뭐.

    찔레꽃을보니고향생각이납니다.   

  5. 綠園

    2012년 5월 21일 at 12:21 오후

    정겨운찔레꽃잘~봅니다.
    어릴적에본찔레꽃이
    아직도잘기억되는걸보면예전엔
    시골에찔레꽃이참많았던것같아요.
    지금도그런가요?

       

  6. 쥴리아스

    2012년 5월 21일 at 2:52 오후

    찔레꽃이둥그렇게생겼네요..단어질감상뽀족하게생겼을거라고생각했는데…AD3세기의알렉산드라아도서관소실은아마도역사상세번쨰소실중두번째…첫번째는카이사르의이집트정복으로…   

  7. 2012년 5월 21일 at 2:59 오후

    저는확실하게이름을아는꽃이다섯가지도안될것같아요.
    저도좀잘알고싶어서식물도감사서공부도했는데,그림으로본거랑실물이랑메치시키리려면또안되더라고요.지금도위의사진들보면서찔레꽃찔레꽃암기를해보지만..막상또찔레꽃앞에서면,’이게뭐야?벚꽃이야?’뭐이런소리나안하면다행일꺼에요.ㅎㅎ바보밥~   

  8. 푸나무

    2012년 5월 22일 at 1:37 오전

    생기발랄하신나찾님….
    내컴책상에는
    같아사는냥반이
    동네트랙운동다녀오며꺽어다준찔레꽃이
    가득향기를내뿜고있어요.
    아카시아는몇시간도안가시들어버리는데
    찔레는이틀정도싱싱해요.
    마치나찾님처럼……   

  9. 푸나무

    2012년 5월 22일 at 1:39 오전

    데레사님도저비슷하셔요.
    저두작년엔가조금통통한찔레순있길래
    서오릉에선가꺽어서
    껍질벗겨먹어봤거든요,후후,

    오늘도찔레꽃머리시간이여요   

  10. 푸나무

    2012년 5월 22일 at 1:41 오전

    맞아요.지금도아마
    야생으로들판에
    찔레곷엄청많아요.
    생명력이좋은가봐요.
    녹원님오래되셧나요?한국떠나신지….   

  11. 푸나무

    2012년 5월 22일 at 1:42 오전

    짝소수는아시는분이
    찔레꽃을모르신다…흠,

    동네아이한테
    찔레꽃을가르쳐주었더니
    찔러서찔렌가요?하던데요.
    찔레한테가시도있어요.^^   

  12. 푸나무

    2012년 5월 22일 at 1:44 오전

    밥님바보맞으시다.
    찔레를모르다니…..
    하려다가생각해보니
    서울내기시라그렇구나…..
    해서바보안합니다.^^*

    사실찔레는시골에는지천이거든요.데레사님말슴하신것처럼줄기두먹구요.
    배고프면이파리도따먹는다는노래도있잖아요.
    언제카메라타에서한번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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