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는숨은벽이라는
내가보기엔마치말의갈기처럼,혹은잔등처럼보이는산길이있다.
말그대로숨어있는벽이란뜻인데
내내보이지않다가어느지점에서수퍼맨처럼나타난다.
마치산골짜기사이에숨어있다가갑자기솟아난것처럼,
돌로이루어진잔등이다.
거칠어보이면서도무척아름답다.
어제밤골로해서숨은벽으로갔다.
이미신록은북한산등산을다마치고녹음으로화하고있었다.
여름숲은정중동이다.
봄처럼애써꽃을피우거나순을내보내거나
하다못해힘들어산을오르지도않는다.
마치인생의어느접점에도달한사람처럼
여름숲은고요하고침착하다.
햇살이라고엽엽한마음없을까,
그역시마음가는곳마음내리고싶은곳있는것이다.
하여봄숲은더욱눈부시다.
연두는투명함이지닌최고의정취이다.
햇순위에햇살내려앉을때
햇순의실핏줄까지가닥가닥보인다.
연두는
‘자람’혹은
‘자라가는중’이라서
햇살은그어느때보다그무엇보다
순의‘자람’을,‘자라감’을진지하게응시한다.
그럴때깨닫게된다.
사랑이시선속에있다는것을,
어느행위보다더깊고강렬한사랑이
바라보는시선속에있다는것을,
나뭇잎되고싶은,
나뭇잎되어햇살의시선을받고싶은,
그리하여나뭇잎처럼어느순간이라도투명해지고싶은,
이미다자라버린나를잊게하고
더이상자람이없는나를기억하지못하게하는
그래서나도햇순처럼달뜨게되는,
봄숲이내게주던갈증…….
미향의숲
그러나어제숲은달랐다.
산도숲도나무도풀도고요해서.
더불어나도고요할수있었다.
그렇게녹음속을걸어가는데
갑자기시커먼다른세상이펼쳐진다.
불이났던것이다.
다행히그다지면적이넓어보이지는않았다.
(다행은무슨다행이란말인가저타버린나무와풀은어떡하고)
세상에얼마나뜨거웠을까…….
하잘생겨서눈에띄어한번씩만지고올라가던소나무도밑동이꺼멓게탔다.
자잘한나무들이야말해무엇하리,
관솔은송진이엉긴것이다.
송진은소나무가꺽이거나상처를입었을때생긴상처에서나온다.
그러니관솔은소나무의상처가만둘어낸일종의밴드이다.
그러나이렇게불이나서순식간에타버리면
송진을내보내자신을보호할틈도없었을것이다.
어느식물학자는감나무속의심재….오시목,먹감나무의무늬도
오랜시간고통속에서견디어낸나무들만이지니고있는부분으로이해했다.
나는다른생각을할수없었다.
관솔이되렴
먹감나무무늬를만드렴.
속삭여줄수밖에……
슬프던마음이갑자기환해진다.
정향나무다
꽃이다.
그것도흰색이다.
고귀한향기.
어느책에서보니정향나무꽃이피면
꺽어다가곱게싸서방에두어방향제로사용하기도하고
여자들은향낭에담아향수로사용했다고도한다.
고요하던마음
꽃한송이로와르르무너지고
조금오르다가한그루만나면또달뜨고….
혹하다보니
맛까지가서
혼잣말도제법한다.
너왜이리이쁜거야,
너왜이리향기로운거야….
이러니
내겐
검고어둡고아름답고단단한
먹감나무심재가없을거야.
한치건너다른인생펼쳐지듯저타버린뒤의초록이라니…..
이즈음만개해있다국수나무.
원추꽃차례로깨알만한꽃송이들이모여있는데….제법섹시한모델이다.
유혹하는힘도세서많고흔한데도자구렌즈들이밀게된다.
개옻나무꽃
아방가르드한청미래덩굴새순
산이라,….아직어려서////늦잠에서깨어난아까시….아카시아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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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2012년 5월 25일 at 1:16 오전
불이나다니요…얼마나놀래셨을까…ㅠ.ㅜ
지금디스카우듣느라귀를나발통처럼열어놔서그냥나가려다…
와중에도아방가르드에킥웃다가
아카시그럼요아카시아아니지요
모르면모를까제대로불러야지요
정향요리에도필요하지요…소스만들때
음악때문에정신없어죄송해요…
(멋진주말되시길…쑥떡항개때문은아닙니다..^^)
푸나무
2012년 5월 25일 at 1:26 오전
귀를나발통…..
에서
저도킥웃습니다.
참나무님오늘발거름은어디로향하실가….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네에
멋진주말되겠습니다.
물론쑥덕항개로말구요.^^*
데레사
2012년 5월 25일 at 4:45 오전
어제나는호암미술관엘들렸는데흰마가렛이무더기무더기로
피어있더군요.
요즘엔흰꽃들이많은것같아요.봄엔분홍과노랑이많드니.
연휴,즐겁게보내세요.
쥴리아스
2012년 5월 25일 at 1:10 오후
좀무식한얘기할께요…꽃이꼭생김새가라일락같네요..그런데작은나무던데…??
색이보라색이어서라벤다가집앞에있었구나했더니늙은딸이라일락이라는거에요…순간..그렇지..프랑스어디인가지천에피어있었던라벤다는좀키가낮았지..
그럼라벤다,라일락,정향나무들은서로사촌지간이아닌가모르겠네요…ㅋㅋ
푸나무
2012년 5월 25일 at 2:35 오후
데레사님도여기저기많이다니시나봐요.
호암정원좋지요.
올봄에거기도다시한번꼭가보려고했는데
봄이가버립니다.
데레사님도연휴즐겁게보내세요,.
전
쉬는날에는절대안음직여요.
밀린차…..삻어서요.^^*
푸나무
2012년 5월 25일 at 2:38 오후
쥴리아스님늙은딸이라니요…..ㅎㅎ
저정향나무를미국사람이데불고가서
미스킴라일락으로만들었답니다.
비선가도와주는여성인가가미스킴이어서…..
그랫다시우리에게
라일락으로재수입되었구요.
이즈음북한사에가면드문드문정향나무있스빈다.
개회나무꽃개회나무수수꽃다리라일락…….
사촌맞습니다..^^*
술래
2012년 5월 25일 at 3:02 오후
정향나무는여기서도많이보이는거같은데
영어이름이뭘까갑자기궁금해지는군요.
아카시아가정확한이름아니라는거
저는이제사알게됩니다.
아카시…
왠지말을하다마는것같은느낌이긴하지만
앞으로는고쳐서부를것.
대학때수업을자주빼먹던이유가
교실들어가기전의아카시숲때문이었어요.
하필이면그빌딩문을열기바로전에
숲을지나쳐야해서말이예요.ㅎㅎ
푸나무
2012년 5월 25일 at 3:09 오후
아,맞아요,충분히그럴만하죠.
아카시향기….
사람홀리거든요.
근데요,저술래님글한참읽으면서
처음무지젊으신분인줄알았어요.
왠지글에서싱그러운젊음이느껴졌거든요.
어젠저사진찍고나서
세송이따서먹었어요.
달콤하고비릿하고
너무밀착되어선지향기는어디로가버렷던데요.^^*
말그미
2012년 5월 25일 at 4:50 오후
푸른숲이…
아깝고안타까워요.
수십년자랐을텐데시커먼화마가지난자리가…
흰꽃이정향나무꽃인가요?
향도좋군요?
아멜리에
2012년 5월 26일 at 3:57 오전
아방가르드한청미래덩굴이라!절묘한표현이세요.
정향나무향기사람을아찔하게아득하게도만들죠.
푸나무님도잘걸으시는구나!
난도통걷는걸싫어하는사람이라어제첨울동네뒷산을걸어서아랫동네까지내려갔다가걸어올라왔더니..애고다리야,
그래도또걸을거예요.날마다하루한시간씩걷기로스스로약속했으니까요.
정향나무향기가여기까지풍겨와요~~
푸나무
2012년 5월 28일 at 2:14 오전
이제나흘남았네요.
오월
시간가느거이보이고
보이는시간이아까워지고….
아까운시간은덧없어더욱귀해지고….
말그미님그렇지요.
녜정향나무향이무척좋아요.
푸나무
2012년 5월 28일 at 2:16 오전
아멜리에님저두정말엄청나게몸움직이는것,싫어하는사람이었어요.
근데작년에조금변했지요.
조금씩북한산오르다가…..
아마한시간씩
걷겠다는약속을지켜가시면
엄청걷는것이좋아질거예요.
시간도아마늘어갈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