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읽는다 ㅡ강화 석모도에서

오늘오랜만에젊은아로리를만났다.

워낙튼튼한체구였지만유독배가불러보였다.

설마했더니아기를가졌다고한다.

,아기……세상에,

마흔이니늦둥이긴하지만갑자기그녀가,

한번도예쁘다고생각해보지않았던그녀가갑자기정말로어여뻤다.

저튼실한뱃속에생명이숨쉬고있다는말이지.

왜나는더디깨닫는것일까,

아이를가졌을때

왜나는내배가그렇게싫었을까,

내몸속에새로운생명을잉태하고있는

어쩌면조물주,창조주,하나님곁에가장근접해있는가장특별한순간인데

어쩌면내생애최고의순간이었을텐데

나는그저부끄럽고

불러오는배를지닌내가너무육체적이었고

육체를지나동물까지내려가는듯한느낌을상시지니고있었다.

가장왕성한생명의시간,

가장아름다운여성의시간,

가장특별한역사적시간

거룩하고성스럽기까지한그시간을

나는가볍고얄팍한내정서로낭비하고말았다.

아무리주위사람들이모두축하를하고좋아했어도

그런것들은나와는상관이없는일이었다.

오월들어강화석모도를두번이나갔다.

지인의소개로강화초지대교막지나있는

대선정이란식당에서시레기밥을먹었다.

아이들표현을빌리자면.

식당은헐!!!!이었다.

작고지저분하고촌스럽고……

방석조차참더러워보였다.

먼저반찬이몇가지나왔는데간이맞았다.

조미료맛대신재료맛이났다.

그리고시레기밥이나왔다.

간장을조금넣어비볐더니음~~이맛이야는못한다.

왜냐면난처음으로시레기밥을먹었기때문에,

근데간장과시레기밥의궁합이야기는할수있다.

그둘은지극히어울렸다.

마치잘생긴선남선녀처럼,

아니아주오래같이산오래된부부의뭉근함처럼

그둘은어울렸다.

가끔어느분들이런글을읽고

시레기밥에대한환상에빠져드시는경우가있는데

그것은오독의결과이다.

시레기밥은결국시레기밥일뿐이다.

시레기밥에

왕후장상이먹는

느끼하고화려하고대단히특별한미각적인맛을원한다면

당신은오독자이시다.

시레기는그저시레기일뿐이다

시레기의풍미로서최고라해도시레기는그저시레기….

다만

시레기도어느순간푸르렀을것이다.

맛있다!는뭉클한아름다움앞에서

푸르른무청을떠올리며

인생을생각하고슬퍼졌다면

지나친감상주의자인가,

나는

홍길주는

자신의글에서

세상에는함께독서할만한사람도없고

천하에는독서하지못할사람도없다고했다.

뛰어난글을지은이는모두다세상을떠났으니더불어독서할사람이없으나

세상의모든사람들이바라보는것모두가지극한문장이니

같이독서하지못할사람도없다는이야기다..

그는나뭇잎을읽는다는독엽讀葉이란글도썼다.

나도이미한참전부터

모든것을텍스트화했다.

아니그것은내가일부러그리하려고해서된것은아니었다.

어느순간,….

마치이른봄에복수초피어나고바람꽃솟아난후

생강나무에서노오란꽃솟아나는것처럼그렇게자연스럽게되어졌다

가령마흔에임신한그녀는얼마나멋진텍스트인가,

수줍은미소

통실거리는몸매,

이젠아기를가질수없는그러나아직도여젼히여자인나는

그녀의마흔속에서내마흔을보고

그녀의아기를생각하며

인류의미래까지유추하게되는,

저아이위해서

세제라도덜써야되는것아닌가…..

나는젊은아로리에게그랬다.

(,아로리라는말은지인의옛말이다.)

쉬흔넘으니배부른여인보면마치아기처럼이뻐보이더라……

그대도너무이뻐보인다.

언제내시레기밥사줄께디게맛있어…..

석모도는우리동네보다아마도한열흘가량꽃이늦은듯했다.

그래서올해는못보고넘어가네….

했던때죽나무와상견….

수많은등롱

바닷가쪽에찔레꽃군락지가있었다.

올라가기힘든장소에피어나있는찔레꽃은

마치개쉬땅나무꽃처럼

몽글몽글한정향나무곷송이처럼크게피어난것도있었다.

세상에저게정말찔레야?

그멀리핀찔레를읽어보자면

찔레라고다찔렌가요?

우린달라요.

그러나찔레는찔레다.

석모도가면꼭만나게게되는갈매기들,

계속날수있을까?

어느날새우깡처럼아사삭부서지고마는것아닐까?

5 Comments

  1. 士雄

    2012년 6월 1일 at 1:22 오전

    석모도ㅡ서울에서한바퀴휘돌아갔다오기좋은곳이죠..^^   

  2. 士雄

    2012년 6월 1일 at 1:30 오전

    밴댕이회가그렇게좋은효능이있다는설명은강화도음식점에서보고알았습니다.
    성질급하면밴댕이요,속알머리없기는밴댕이라그러지요.
    강화도하면밴댕이생각이납니다.
    오래전가는날이장날이라고그렇더라구요.
    재미있고볼거리도많았습니다.지금은어떤지모르겠습니다.
    석모도는자동차를배에싣고갔다오구요..
    기억이새롭네요..^^~   

  3. Lisa♡

    2012년 6월 1일 at 2:35 오전

    내가배부를땐그아름다움을

    느낄나이가,혹은철이,혹은감성이
    덜성근때였나봐요.

    갈매기가있는바다가싱그럽습니다.   

  4. 푸나무

    2012년 6월 2일 at 2:17 오전

    석모도는
    강화하고도다른것같아요.
    더조용하고
    더한적하고
    더고즈넉하고

    밴댕이회는저두별루던걸요.
    고맙습니다.   

  5. 푸나무

    2012년 6월 2일 at 2:18 오전

    리사님도대선정가보셨구나…..

    지리산….종주
    그귀에익숙한이름들이
    리사님글에서나오니
    리사님이더좋아지던걸요.
    아들들은멋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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