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인이 될 수 없어

백수가과로사한다더니이즈음내꼴이딱그렇다.

서푼(?)도안되는일에여기저기끌려다니고있다.

거절못하는풍성탓이기도하고

어쩔수없이그정도는해야하기때문에,

또드물게는즐거워서이기도하다.

물론사람들만난다는것,

특별한경우아니라면대개는활기차고즐겁고괜찮다.

문제는시간이너무잘가는데에있다.

그렇지않아도쏘아논화살같은시간이체득되는나이아닌가,

거기다가이렇게놀다보면금방몸에설렁설렁한기운이들러붙어

어려운책집중해내기가쉽지않다.

생체리듬뿐아니라독서리듬도있다.

어제아침에도투덜거렸더니같이사는냥반왈,

불러줄때가좋은것이야,집에있으면뭐하나,몸움직이는것건강에도좋고,

종로삼가엘열시까지나갔고

그곳에서기다리던차를타고여주를갔다.

평균연령이겁나게높은그룹의총무라는직책때문이다.

이나이에그곳에가면내가제일젊다.

할아부지들수다할머니들못지않다.

기억력도얼마나좋은지어디서들은재미난이야기들을잘도해대신다.

들은이야기하나.

언젠가듣긴했는데두번들어도재미났다.

육십대부부가아주사이좋게잘살아서상을주려고천사가나타났다.

소원을한가지씩들어준다고….

아내는그랬다세계여행을하고싶다고….

남편은그랬다.

저기요,저는요,저보다삼십년정도젊은여인과좀살아봤으면하는데요.

,그래그정도야들어주지….

어떻게되었을까?

짐작한대로그철없는늙은이는그다음날로구십대가되었다.

여전히아내는육십대니그는삼십년젊은여인과살게된것이다.

제법숨어있는스토리가보이질않는가,

육십이되어서도여전히남성성을못버리는철없는남성,

과연천사가주는상이상인가……

네가아닌내가문제라는이야기도되고

그러면서도인생살이의단호함도엿보인다.

어찌그철없는남성에게만유효하랴,

꿈이지닌허황함도거기있고

슬며시다가오는인생의유모어도살짝숨어있다.

우리에게도가끔속삭이질않는가,

인생,

거기그길말고저기다른길가보렴,

니길은이젠알잖아이미너무나익숙하고

그러니조금낯선새로운소롯길,,,

조금만옆길로들어서봐…..,

거기들어서면

삼십살더젊은여인있을까?

아니그보다는

삼십살더먹은내가있을것이다.

시인이많은세상이다.

어제도내곁에여러명의시인이있었다.

나는글을좋아하고사랑하고

그리고몇군데서내글을선해주기도했지만

나는한번도내자신을글쟁이나혹은수필가나혹은작가로

여겨본적이없다.

자신을잘알기때문이다.

여러사람곁에내이름자한귀퉁이들어간책들도몇권있지만

그런책들나도잘읽지않기때문에우리집책속에들어가지도못한다.

그냥굴러다니다가누굴주든지,

아니면책내보낼때슬며시같이내보낸다.

책은주어서읽는것이아니라

사거나빌려서읽는책이진짜책이다.

어제도책을세권이나그냥줘서들고왔다.

그러니자기돈들어서출판해내고저자가되는것보다

블로그글질이더낫다.

아무나부담없이읽고

버리기는더부담없이버리니,이런재능있는책어디있는가말이지.

재능은어쩌면모이거나쌓는것보다버리거나허무는데에있는것이

아닌가라는기특한생각도이즈음들어오니

난예수쟁이지만,

버리는것,

버릴수있는것,

버려야만하는것들,

그것들과의관계정리가갈수록중요하다는마음이다.

하여간어제내곁의시인들….

중의한분은언제나서슴없이

우리같은글쟁이는말이요…..를하시는데

하여,

아참,대단하시다.생각도자주들곤하는데,

어제

나는그분을시인으로인정했다.

그분곁의또다른시인과의대화속에서.

김소시인과김초시인그리고김권시인….

(세분다우리회원이시다)

세분의시를읽을때면말이지요.

다들남편을잃으셔선지보통시보다이별이나그리움이

더가슴에절절이다가오는것이있드라요.

글쟁이라고자처하는시인이그때그랬다.

나요,내남편잃구예,그리움…..이세상에는없습디다.

그냥우리들이쉽게말하는그리움은

그러니까,사람들사이에만날수있는것들사이에있는그리움은그리움이아녀요.

진짜그리움은죽음사이에있어아무리그리워도어쩔수없는…..

그런것들이진짜그리움이란거라…..

꼭이렇게표현하지는않았지만내겐이렇게들렸다.

그리고그순간나는

육십살그녀가정말시인이라고생각되어졌다.

우리가무수하게남발하고다니는그리움이

이세상에는없다고이야기할수있는사람

그리움의본체를극명한고통속에서아주투명하게바라본사람.

시인이아니고무엇인가,

시를쓰고시집을내서시인이아니라

아무도볼수없는비밀을바라보는자만이시인이다.

그리고

그비밀의모습은고통속에서만다가온다.

그러니먹감나무무늬를만드는단단한심재도없을뿐아니라

지극한고통도도무지없는

나같은얼치기는

언강생심글쟁이도시인도되지못한다는말이

하,

이다지도길다.

위문주위에있던참빗살나무꽃녹두알갱이만한꽃

맨윗사진은북한산백운대가는길에서짝은찔레꽃사진이다.

올해찍은찔레꽃사진중가장마음에드는,

이제산에는별로꽃이없다

나무꽃도다피었다져버리고…

그래서마음이좀쌜쭉해져있는데

시들은튜립나무꽃있엇고

멀리정향나무몇송이피어나내게손짓하며

마음풀어라….하더니

위문가까이갔을때

세상에저천남성이보였다.

(천남성은첫남성으로읽힌다ㅎ~)

.

15 Comments

  1. 산성

    2012년 6월 2일 at 6:33 오전

    서푼도안되는일에마음주기
    참좋은일이지않습니까.
    서푼이상(?)은되는가살펴서마음준다면
    그거어디다정한사람이할일이냐구요…뭐이런생각.

    詩인이되고싶지도,될수도없다는것잘알지만
    ‘죽음을가운데둔그리움’만진정한그리움?
    틀린말씀은아니지만
    죽음아니더라도넘어갈수없는그리움있을듯해말이지요.

    한이틀병원순례하다보니
    아프지않아야해…란마음만은강력한소망이되더군요.
    가는봄날,오는여름날
    잘지내십시다.푸나무님…!

       

  2. 데레사

    2012년 6월 2일 at 7:29 오전

    백수가과로사한다는말에빙긋웃어봅니다.
    왜냐하면내가입에달고사는말이거든요.ㅎㅎ
    친구들이그래요."너는직장다닐때는만나기도쉽드니만직장관두고는
    예약을해야만날수있으니…."
    정말할일없는장에볼일보러가는식으로바쁩니다.

    이제몸이좀좋아지니또역마살이도졌답니다.그래서바삐여기저기
    쏘다니고있거든요.

    주말,즐겁게보내세요.

       

  3. 쥴리아스

    2012년 6월 2일 at 7:54 오전

    푸하하…
    30년얘기가재밋네요…근데천사님도참짖굿다…ㅋㅋㅋ   

  4. 말그미

    2012년 6월 2일 at 1:56 오후

    찔레꽃!
    작품입니다.

    푸나무님,참글을잘쓰시잖아요.
    이름난작가들보다더…

    블로그글질도멋지잖아요.
    쓰고싶으면쓰고이웃이독자도될수있고…

    근데’그리움’은이세상저세상사이아니고도
    있을수있는거아닐까요?그만큼절실하지않을지모르지만…   

  5. 술래

    2012년 6월 2일 at 2:16 오후

    ‘그비밀의모습은고통속에서만다가온다’에
    고개를주억거리고갑니다.

    30년농담에대한푸나무님의해석에
    역시푸나무님하게되기도하고요^^*

    멋지십니다.
       

  6. 참나무.

    2012년 6월 3일 at 12:36 오전

    튤립나무서울숲에도많답니다

    해도되고독도된다는천남성
    저는봤어도그냥지나쳤을것같네요   

  7. 마미앙

    2012년 6월 3일 at 2:11 오전

    아주맛깔스런글이군요.소탈하게적어내려간그성품,참인간적으로다가와서
    이런사람곁에는사람들이누구든지옆에서있고싶을거라는묘한매력을줍니다.
    처음부분에오타가있어요.성품을성풍이라고…ㅋ

    참,밑에서위로2~4번째식물을산에서자주봤는데뭘까요?
    오늘은숲에다녀온듯이올려두신사진을통해숲을만끽해봅니다.^^   

  8. 참나무.

    2012년 6월 3일 at 11:27 오후

    첫남성은여러모로역시어렵네요

    해와득…오탑니다..;;.   

  9.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27 오전

    정말과로사를하려나…..
    글올려놓고뒤돌아볼틈도자주없습니다.

    산성님
    병원…..
    가보면새삼병원에도엄청아픈사람이많다는것을
    그리고건강하게살아간다는것만으로도
    충분히감사조건이차고넘친다는것을,
    범사에감사하라는말씀이항개도안틀리다는것을…..

    그리고
    그렇지요.
    그리움…..
    그게참모호한존재입니다.   

  10.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29 오전

    데레사님역마살은나이들수록
    도지는병아닌가싶기도합니다.
    맨날여행갈꿈만꾸는저는
    어쩌면
    역마살속에푸욱잠겨사느닞도모르겠습니다.

    건강해지셨다니
    참다행이구요
    역마살열전은계속올리셔야지요.^^*.

       

  11.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32 오전

    쥴리아스님
    천사를짖궂게만든것은
    철없는남성이지요.
    그러고보면
    지닌꿈과혹은소망이
    그자신이라는것…..
    설마쥴리님크게웃으시는이유가
    앗들켯다!!!!!
    던지
    이심전심에서비롯된
    너털웃음은아니시겠지요?하하.   

  12.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35 오전

    술래님
    은근
    고수시다.

    전술래님짧은댓글에글쓴보람을느꼈답니다.
    네,정말루요.^^   

  13.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40 오전

    참나무님과데레사님은
    기회되면언니라고불러야지…..

    사실툴립나무는그키때문에도무지
    사진찍기가어려운나무여요.
    키다리아저씨어찌그런등롱같은꽃은피워내는지……

    그죠
    천남성은첫남성같아서
    해도되고독도되는
    그러나속에살포시숨어서능청떨고있는
    그리움같기도한,

    안을들여다보지못하면평범해요.
    아,ㅡ첫남성도그러나요?^^*
    오타는
    적으시니까그랬지전혀몰랐어요.
    냉장고=선풍기를잘하는사람이라선지…..
    ㅋㅋ   

  14.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44 오전

    마미앙님
    굉장히여성스런닉이신데……

    품성풍성은보고도그냥뒀어요.귀찮아서,
    알아서읽으시겠지.
    그냥건너가겠지
    싶어서요.ㅎㅎ

    근데말이지요.
    아래식물은
    제가글에천남성첫남성이라고적어놓았는데
    물어보시는것은
    제글을제대로읽지않으신탓?????
    이라고하면제가딴지거는것처럼보이겠지요?ㅎㅎ

    하여간칭찬고맙습니다.

       

  15. 푸나무

    2012년 6월 4일 at 5:45 오전

    말그미님은
    칭찬도말갛게하셔서…..^^*

    그럼요,어느그리움이라고
    그리움에등급있겠습니까,
    그냥그분이하도그렇게절절하게말씀하시니

    아하,내가모르는…..
    그리움을본듯하와적은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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