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인이 될 수 없어
BY 푸나무 ON 6. 2, 2012
백수가과로사한다더니이즈음내꼴이딱그렇다.
서푼(?)도안되는일에여기저기끌려다니고있다.
거절못하는풍성탓이기도하고
어쩔수없이그정도는해야하기때문에,
또드물게는즐거워서이기도하다.
물론사람들만난다는것,
특별한경우아니라면대개는활기차고즐겁고괜찮다.
문제는시간이너무잘가는데에있다.
그렇지않아도쏘아논화살같은시간이체득되는나이아닌가,
거기다가이렇게놀다보면금방몸에설렁설렁한기운이들러붙어
어려운책집중해내기가쉽지않다.
생체리듬뿐아니라독서리듬도있다.
어제아침에도투덜거렸더니같이사는냥반왈,
불러줄때가좋은것이야,집에있으면뭐하나,몸움직이는것건강에도좋고,
종로삼가엘열시까지나갔고
그곳에서기다리던차를타고여주를갔다.
평균연령이겁나게높은그룹의총무라는직책때문이다.
이나이에그곳에가면내가제일젊다.
할아부지들수다할머니들못지않다.
기억력도얼마나좋은지어디서들은재미난이야기들을잘도해대신다.
들은이야기하나.
언젠가듣긴했는데두번들어도재미났다.
육십대부부가아주사이좋게잘살아서상을주려고천사가나타났다.
소원을한가지씩들어준다고….
아내는그랬다세계여행을하고싶다고….
남편은그랬다.
저기요,저는요,저보다삼십년정도젊은여인과좀살아봤으면하는데요.
아,그래그정도야들어주지….
어떻게되었을까?
짐작한대로그철없는늙은이는그다음날로구십대가되었다.
여전히아내는육십대니그는삼십년젊은여인과살게된것이다.
제법숨어있는스토리가보이질않는가,
육십이되어서도여전히남성성을못버리는철없는남성,
과연천사가주는상이상인가……
네가아닌내가문제라는이야기도되고
그러면서도인생살이의단호함도엿보인다.
어찌그철없는남성에게만유효하랴,
꿈이지닌허황함도거기있고
슬며시다가오는인생의유모어도살짝숨어있다.
우리에게도가끔속삭이질않는가,
인생,
거기그길말고저기다른길가보렴,
니길은이젠알잖아이미너무나익숙하고
그러니조금낯선새로운소롯길,,,
조금만옆길로들어서봐…..,
거기들어서면
삼십살더젊은여인있을까?
아니그보다는
삼십살더먹은내가있을것이다.
시인이많은세상이다.
어제도내곁에여러명의시인이있었다.
나는글을좋아하고사랑하고
그리고몇군데서내글을선해주기도했지만
나는한번도내자신을글쟁이나혹은수필가나혹은작가로
여겨본적이없다.
자신을잘알기때문이다.
여러사람곁에내이름자한귀퉁이들어간책들도몇권있지만
그런책들나도잘읽지않기때문에우리집책속에들어가지도못한다.
그냥굴러다니다가누굴주든지,
아니면책내보낼때슬며시같이내보낸다.
책은주어서읽는것이아니라
사거나빌려서읽는책이진짜책이다.
어제도책을세권이나그냥줘서들고왔다.
그러니자기돈들어서출판해내고저자가되는것보다
블로그글질이더낫다.
아무나부담없이읽고
버리기는더부담없이버리니,이런재능있는책어디있는가말이지.
재능은어쩌면모이거나쌓는것보다버리거나허무는데에있는것이
아닌가라는기특한생각도이즈음들어오니
난예수쟁이지만,
버리는것,
버릴수있는것,
버려야만하는것들,
그것들과의관계정리가갈수록중요하다는마음이다.
하여간어제내곁의시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