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한 양광ㅡ ‘密陽’을 보고


햇빛보다는왠지양광이란단어가쓰고싶다.

밀양의시간들이안톤슈낙의初秋는아닐지라도

슬픔이배어있는햇빛이란의미에서비밀한양광이어울릴것같다는말이다.

대다수의젊음들은알수없다.

투명한햇빛,

눈부신햇빛,

맑은햇빛,햇빛,햇빛,

그유려한밝음들이지닌우수말이다.

아니투명한햇살,

눈부신햇살,맑

은햇살들이

들어내고야마는삶의우수라고해도되겠다.

이창동은그런찬연한햇살아래서그냥찬찬히삶의결을들어내보이고싶었던것일게다.

낡을대로낡은잇몸에서마냥건들거리다가어느순간쑥빠진이빨들여다보듯,

눈가주름에익숙해질무렵

탄력없는볼이쳐지면서생기는옴폭하면서도깊은주름스산한마음으로바라보듯,

밝은햇살아래서더욱헤져보이고너덜거리던

오래입은엄마속옷바라보듯,

바닷물보다깊고

땅보다강한바다밑단단한바위에서솟아나는심해암반수처럼짠,

삶의결ㅡ우수憂愁

이창동의탑노트

이창동은배우들의단순한걸음걸이로말보다더많은이야기를하게한다.

그리고몸이하는소리없는그이야기를관객이들어주길바라는감독이다.

아니소설가이다.

그의영화를보며나는그가어쩔수없는소설가라는생각이들곤한다.

글이지닌행간을염두에두듯

몸이풍겨내는행간을읽기를바라는心思.

감옥에서막나온,

철지난여름옷을입은설경구는몸도춥고마음도춥다.

하지만아무도심지어자신조차도스스로의그처연한처지를의식하지못하게하려는

생래적인착함과순박함을건들거리는몸짓으로표현해낸다.

그래서‘오아시스’를보는내내

노련한요리사가복어회얇게포뜨듯가슴저며지는경험을하게한다.

‘밀양’에서신애(전도연분)도마찬가지이다.

아빠없는아이를데리고남편의고향으로살러온여자,

그여자가피아노학원전단지를붙이며

시골소읍을걷는걸음에는

‘밀양’이라는영화가품고자하는모든것이들어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아이라는끈이그녀를잡고있긴하지만

아이는아직고치도되지못한누에처럼가볍고연약한실을자아내고있을뿐이다.

그래서신애의걸음걸이는허청거리며

금방이라도그자리에서고꾸라지던지

아무데나바람부는대로휙날아가버릴것같다.

아이가유괴를당하고

처참한모습으로죽은뒤장례를치루면서도신애는울지도못한다.

여전히그날도눈부신햇살은세상을공평하게비쳐내고있다.

극한고통속에서소리내어울지도못하던신애는

결국숨도쉬지못할상태에다다르게되고

그순간우연히예배당에들어서게된다.

얼굴생김새처럼다양한모습으로기도하는사람들을낯설게바라보던신애.

얼마후온몸에서솟아나는,

마치그녀가지닌모든고통의진액이담겨져나온듯한소리로신애가울기시작한다.

목사님의손이그녀의머리에얹져지고…..

(신기하게도이런대목이참으로자연스럽다.)

그녀는바튼숨을내쉬며진정되기시작한다.

새로운인생을살게된신애.

여기에서부터카센터를하는종찬(송강호분)이선명하게보이기시작한다.

현실의무게에서신애가한없이가볍다면종찬은무겁다.

생각이나지적인무게가아닌

몸무게처럼실제적인무게라고나할까,

종찬은“그냥사는거지예.”라는

대답이아주어울려보이는아무생각없이사는사람이다.

아주단순하고소박한그의삶의방법이

사실은최고의미덕일수있다는

지적편력이현란한이창동감독의삶에대한결론이지도싶다.

그저신애만을바라보고

그저신애와같이있고싶어서교회에가고

신애흉내를내며신자가되어

교회앞에서주차봉사까지하면서그러다가도ㅆㅂ을남발하는,

그러나신애가허둥댈때마다옆에서든든한버팀목이되어준다.

신애는종교에심취하게되고

행복한것처럼보이다가

아들의살해범을용서하겠다는

원대한결심을하고유치장에면회를가지만

평온한얼굴의살해범에게서자신은이미하나님의용서를받았고

오히려신애를위해날마다기도를한다는말을듣게된다.

면회소를나온신애는쓰러진다.

감히신애자신외에누가감히용서를할수있다는말인가,

자기자신외에누가감히살인범에게평화와안식을줄수있다는말인가,

살인범에대한증오까지함하여

신애는신에게대항하기시작한다.

아니그것은대항이아니라참았던분노의표출같아보였다.

증오의대상을칮을수없어헤매다가

적절한대상을만났다고나할까,

그러나그분노의표출이또얼마나작고여리던지,

결국은자신을상하게하는몸짓이되었을뿐이었다.

이청준의벌레이야기를읽고

이창동감독은‘광주’가자연스레떠올랐다고했다.

피해자가용서하기전에누가용서할수있느냐,

그리고가해자가참회한다는것이얼마나진실한것이냐,

그리고그것을누가알것이냐.

어느영화평론가는‘밀양’에대해이렇게말했다.

‘타인의고통을이해한다’라는

단한마디가불가능하다는것외에는

아무것도말하지않는영화라고.

‘밀양’그비밀한양광은

고통에대한평범하고일상적인변주를끊임없이보여주면서도

그고통이오직혼자만의것이라는,

그누구도

하물며신조차도같이할수없다는

고통의외로움.

외로움의극점을보여주는영화이다.

그래서결국미치지않고는견딜수없어서미쳐버린여인을그린영화.

(혹미친다는것은새로운세상으로의도달,미침,을의미하기도하는걸까?)

사족일지몰라도이창동감독은배우들에게별로지시를하지않는다고한다.

그래서같은장면을무수히다시찍으면서도

배우들은왜다시찍는지를몰라고통스럽다고한다.

그는감독이지시해내는전형적인어떤것보다는

보다더깊고내밀한자신만의것을표현해주길바라고있기때문이라고했다.

문득영화안에서감독이신이라면

혹여이창동감독의태도가신의한단면을나타내주는것은아닐지,

결국은홀로찾아가야하는아무도없는빈광야에서의

인생이라는

여정의길찾기.

‘밀양’은시종일관무자비할정도로빛나는햇살가득한영화이다.

더불어비밀한양광은

신애라는여인의참을수없는고통과는두려울정도로무관하게,

그러나공평하고자비로운모습으로세상을내리비추인다.

자연의논리는인간의논리를벗어나있다.

자비를담은공평함은참으로무서운자연의논리이기도하다.

마지막엔딩은역광으로비쳐내는바짝마른강아지풀이다.

아무데서나,

키우지않아도,

바라보지않아도,

저홀로피어나고사그라지는강아지풀,

그강아지풀이옅은바람에조그맣게흔들거리는모습이

한참동안비쳐진후영화는막을내린다.

밀양의라스트노트는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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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몇년전이무렵쓴글이다.

오늘햇살을보며양광을떠올렸고금성이태양을가린다는일식도지났고

새글은아니지만

불로그내영화리뷰에넣어놓고싶어서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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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참나무.

    2012년 6월 7일 at 11:45 오전

    이리뷰를이창동감독이보게할순없을까…그런생각하며내려왔어요

    왜정치판에뛰어들어누를남길까..이해못함.이랬었는데
    배우들이같은연기를스스로내면에서찾아내도록
    별다른연기지시없이몇번이나다시찍는다는부분에서
    아이사람영화발전을위해혹시정치판에뛰어들었나…
    용서해버릴까…했답니다…^^

    일년전리뷰,잘꺼집어내셨네요   

  2. 푸나무

    2012년 6월 7일 at 11:54 오전

    감사합니다.!!!
    칭찬은고래뿐아니라
    푸나무도춤추게한다.
    더군다나참나무님의……칭찬은^^*

    냉동실에있긴하지만
    보성쑥떡항개는언제고유효합니다.^^*   

  3. 쥴리아스

    2012년 6월 7일 at 12:49 오후

    밀양의한사람의고통과다른사람의(굴욕적)행복은’신’만빼면다이해되는것아닌가요?뭐든자신의합리화를신에빗대어하니다른사람의고통이보일리가없죠…   

  4. 혜리

    2012년 6월 7일 at 3:00 오후

    이영화가한참세간에오르내릴때영화를보도못한듯한글들이떠돌아서어이없었던기억이납니다.
    그때의제마음과많이같은글입니다.시원하네요’속’ㅋㅋ   

  5. 아카시아향

    2012년 6월 7일 at 4:53 오후

    이창동감독의영화중
    제게가장인상에남는작품은’박하사탕’이었던것같아요.

    위태위태…
    제다리로서있음을보면서도
    마음한구석이불안으로저며오던.
    (푸나무님표현을빌면노련한요리사가복어회얇게포뜨듯…^^
    그럴수없이멋집니다~)

    오래전영화기억케해주셨습니다.
       

  6. 푸나무

    2012년 6월 7일 at 11:55 오후

    쥴리아스님.
    신이있어서이해가안된다…..는말씀인가요?
    아니면다른아우라가거기있나(여기는혼잣말^^*)
    신께용서를빌고
    그신이용서를해주었으니
    신애의고통이눈에보이지않는다는,

    생각의방향이달라
    엄청길게써야할것같은데,….하하   

  7. 푸나무

    2012년 6월 7일 at 11:56 오후

    마음과같아서
    속이시원하셨다니
    좋군요.
    동지애가저두생겨납니다.ㅋㅋ   

  8. 푸나무

    2012년 6월 7일 at 11:59 오후

    아카시아향님은
    올해아카시아향
    많이드셨나요?
    담으셧나요?

    아카시아조금필때설탕에저린아카시아차두있더군요.
    달달하고
    향기도나서좋던데요.
    언제공해없는곳에
    피어나는아카시아있다면한번도전해볼생각입니다.
    의외로아카시아가피어있는시간그다지길지않아요.
    어느날밤
    나네….?
    하다가
    금방사라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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