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 ㅡ 6월

바람부는날은백양나무숲으로가면
청명한날에도소낙비쏟아지는소리
귀를막아도들립니다
저무는서쪽하늘
걸음마다주름살이깊어가는지천명(知天命)
내인생은아직도공사중입니다
보행에불편을드리지는않았는지요
오래전부터그대에게엽서를씁니다
그러나주소를몰라보낼수없습니다
서랍을열어도온천지에소낙비쏟아지는소리
한평생그리움은불치병입니다6월/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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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다닐때
학교에서조금만벗어나면자그마한방죽이있었어요.
방죽옆으로는도트람한산이있고

그리고그보다는낮은둑.

그둑에가득가득포플러나무가심어있었구요.
아니미루나무였을까?

언제나그곳에가면그노래..

포플러이파리는작은손바다아악찰랑찰랑소리나면~~~~

이생각났으니
포플러였을것같기도하고
기억속에내장된나무의형체로는미루나무였을것같기도하고
하여간미술실기시간이면거의거기로그림을그리러나갔지요.

지금이나그때나손재주없는것은여상하여서
미술시간내내그림은안그리고여기저기해찰하면서
그포플러잎부딪히는소리를들었다는것,

어느해초가을에는아직도초록중인세상에
너무나이쁘게물든빨간이파리를꺽었는데,
옴마야,영아그것,옻나무여야.
촌에사는

(이시골의촌이또웃깁니다.보성읍내는읍내고
읍내를벗어난곳을촌이라고불렀거든요.)

친구의말에
순간적으로이파리를놓으며등줄기를흐르던식은땀.
옻이오르면어떡할까,
그해여름임해훈련(지금보니이름도디게무시무시하다)을가서태운
등이여름이다지나가도록옷만입으면쓰려오곤했는데
옻까지??
사시나무떨듯떨었던기억이선연합니다.

사시나무는백양나무에요.

하기는사시나무떨듯….이라는표현으로
사시나무를대나무비슷한나무로연상을한적도있긴합니다만,
포플러나사시나무소리가유별난것은
잎보다잎자루가길어서이지요.
그러니아주작은바람에도잘흔들릴수밖에,
그리고그이파리는넓으니소리가클수밖에요.
그러나이이야기는외관이구요.
사실과약간의은유를합한다면이런추론도가능합니다.
즉은백양나무는굉장히물을잘빨아올린다고그래요.

아,그러니그래서,
미루나무,포플러도같은과라방죽곁에
그렇게잘자라나있었을거예요.
너무나많은물을욕심사납게빨아올리다보니소비를해야겠지요.

그소비의방법이바로이파리를흔드는것,
아주미소한바람에도여지없이흔들리게하는것,
그래서어떤사람들은이파리가떠는것이아니라나무가떤다고도하더군요.

이파리가내는단순한부딪힘보다
‘온몸으로우는사시나무’는

지극히사실적이면서도자극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우아하기조차합니다.
일본사람들은그래서이나무를산명(山鳴)나무,
즉산을울게하는나무라고도했다는군요.

삶의행간을생각하게하는은유입니다.

그오래된둑에한소녀가앉아있습니다.
그소녀를중년의아지매가저건너에서바라보고있습니다.
그사이로바람이,

바람의소리가,

나뭇잎부딪히는소리가,
그리고가끔은무거운듯한더위가지나갑니다.

그렇게앉아있는사위로슬며시해가낮아지기시작합니다.
해저물녁은중년의시각입니다.
순후하기이를데없는시간이지요.

틀림없이은백양나무의방정맞은떨림도조금은점잖아질겁니다.
그리고그남은에너지로저물어가는햇살을바라보며
사람들이자신의뒷모습을일몰속에서깊이생각해보듯
은백양나무도나무도나무의生을생각하는시간일겝니다.

천명을아는무서운나이를지나가고있으니말입니다.
천명을아니삶이보이고
그삶이아직도여전히공사중이라는

시인의말은합당하구말구요.

이즈음보이기시작하는낡음,틀림.미숙함.
그래서날마다

당신들의보행에지장을주는슬픈인생이랍니다.
슬픈인생을잊고자

그순간이라도잊어버리고자
그대에게아주짧은글을씁니다.
그에게있는평생을함께하는불치병의진통제는
아마도그짧은엽서한장일겝니다.
엽서한장쓰는동안그는불치병이주는고통을잠시잊습니다.
유월이면그불치병의농도는더욱짙어져오고…..
서랍을열듯
삶의칸칸을여기저기뒤적거려보아도
그저불치병은시니컬한미소를지을뿐입니다.


백양나무껍질을벗겨연서를쓰면
그사랑이이루어진다고하는데
우리도모두함께모여서백양나무숲으로가서
가만히아주조심스럽게은백양나무겁질을벗겨서
그위에다가
연서를써볼까요?

그러면삶이우리를좀더사랑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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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순이

    2012년 6월 10일 at 10:25 오후

    호수공원내에있는저장미원은
    내남동생과마지막으로산책을다녀온곳이라
    장미가피는이즈음
    아름다운장미때문에자주동생이상기되어슬프다는

    그리고저의자에앉아서찍은사진도남아있는데….
       

  2. 푸나무

    2012년 6월 11일 at 1:51 오전

    기억이삶이기도하다는….

    생각도자주들어요.

    잘다녀오셔서수다한번거하게부립시다.   

  3. 쥴리아스

    2012년 6월 11일 at 10:59 오전

    이글은안들어오네요…음악도너무밑으로깔려그런가요?기억이삶이면자꾸옛날일을까먹는저는삶이아닌가요?그런데자꾸옛날을잊어버리는것은둘중의하나라는데하나는생체가넘늙어서또하나는자꾸새로운지식을집어넣으면뇌에더채울공간이없어옛날지식을빼버리고그곳에저장한답니다…어느쪽을택하시겠어요?ㅋㅋ

    저음잘잡아주는스피커괜히샀나보다…꿀꿀해ㅜㅜ   

  4. 푸나무

    2012년 6월 11일 at 11:14 오전

    글이안들어오는것은
    글을잘못쓴탓도있을것이고
    주제나소재가쥴님께전혀관심이없는것일…..탓도있을겝니다.
    은사시나무백양나무그것들시끄러운소리들…..
    사실누가듣겠어요?
    나처럼아주소심한사람이나……

    기억이삶이라는이야기는
    이제무엇인가새로운것해야할것창조적인것들…..보다
    아니그것들에서놓여나서
    기억을잘바라볼수있는지점에섰다는
    나이든애환의일절이니
    젊은쥴님과는전혀상관이없으실듯…..^^

    어느쪽이냐면
    만약선책할수있다면전반반정도를택할것같아요.

    렌즈에스피커에책에…..부자셔…..

       

  5. 쥴리아스

    2012년 6월 11일 at 11:46 오전

    지름10센티짜리돋보기를오늘구한사람이어찌젊을수있겠습니까?물론돋보기도하나재산목록에들어갔으니더부자가된것맞지만…ㅋㅋ

    내일마지막수업이라좀기분이그래서그런걸꺼에요…계속책상에앉아있는데전혀진도는안나가고…돋보기가지고장난치고있습니다…   

  6. Elliot

    2012년 6월 11일 at 11:55 오후

    사랑의시작은셀카질에서….^^

       

  7. 참나무.

    2012년 6월 12일 at 12:52 오전

    6월…저시참좋지요
    ‘점등인의노래’
    ‘저무는바다를머리맡에걸어두고’도저의애송시랍니다

    나이생각맙시다-영원히철들고싶지않아요…^^
       

  8. 푸나무

    2012년 6월 12일 at 1:55 오전

    엘님
    난아직한번도셀카를찍어본적이없어서
    사랑의시작도못해본?????

    쥴님은오늘마지막수업잘하시고
    오메방학이시네….교수님들은노는날이너무많어서부자셔….^^

    점등인의노래는모르는시인데
    한번찾아봐야지….

    네에,
    저두참나무님처럼젊게살고파요.
    노력해야지….
       

  9. 士雄

    2012년 6월 12일 at 3:58 오전

    그리움,불치의병이라는데에한표입니다.^^   

  10. 반달기사

    2012년 6월 12일 at 2:24 오후

    백양나무는아프지않을까요.
    살갗이벗겨지는고통을.

    푸른하늘에다연서를쓰면
    어떨까요?
    구름이다가와실으면
    바람이데려다줄껄요.   

  11. 2012년 6월 13일 at 11:00 오전

    6월시가좋습니다.나도푸나무님과같은추억이있는데…
    음악은또왜이리쓸픈지요?
    귀에는익은데제목이?
    백양나무에연서를쓰든,하늘에쓰든,붙일곳모르는연서하나,
    저도써보렵니다.   

  12. 푸나무

    2012년 6월 15일 at 1:26 오전

    답이너무늦어서보시려나….

    사웅님한표감사합니다.^^

    반달기사님
    그것모르시구나
    백양나무는껍질을스스로잘벗겨내요.
    조심스럽게벗기면아마도시원해할거예요.

    강님
    저와같은추억이라니…..
    급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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