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영화다

나는이제서야몽상가라는단어를알았다.

단어대로라면실현성이없는일을꿈꾸는사람이라는뜻이지만

그몽상이창조적인사람에게스며들면

꿈틀거리는생명으로아름다운육체로

무엇보다가치의전이로부활한다는것을새롭게체득했다는것이다.

어제나는무려다섯시간이나영화를보았다.

실제소요된시간은약여덟시간.

나머지세시간은커피도마시고

짬짬이알베르토망구엘의독서의역사를읽었다.

그리고독서클럽에카톡도했다.

친애하는독서클럽제위께

상기우리가읽고있는독서의….

그문장이겁나게크고깊어머릿속을화악비우고읽지않으면

즉잡다한것들이있는채로책을대하면

그책은갑자기요술쟁이가되어

우리를구멍작은호리병안의지니로만들어버립니다.

하여아무리책을읽어도옆으로다새버리니

머리를잘비우고겸손하게책을대하시길,

망구엘표현을빌리자면몇년전이책을먼저읽은독서가의팁이니참고하시길….

나는어쩔수없이영화를기다리는틈에

코파커피하우스에서책을읽었지만

아이들요즈음스타벅스에가서공부하고독서한다더니……

의외로쉽지않은망구엘의사념이아주잘보이더라는것이다.

그러나커피숍때문은아니다.

실제그이유는베르너헤어조크감독을그린영화때문이다.

나는나의영화다헤어조크의초상화라는

부제가붙은영화두편을보는네시간동안

나는내머리가아주기름칠이라도한것처럼유려하게돌아가는것을느꼈다.

뿐이랴,

나는마치메말라갈라지는땅이었고그가하는모든말은

가문땅에내리는시원한빗줄기같았다.

초상화11978년크리스챤바디젠보른에의해만들어졌고

초상화2는같은감독이2006년에찍은영화였다.

초상화1은헤어조크감독의나이36살에만들어졌고

초상화2는그의나이68에찍은영화이다.

초상화1에서그는잘생긴미남에나지막한목소리

수줍어서인지카메라를응시하지못했다.

그는약간눈을내리깔고조금작은듯한목소리로말했다.

그의나이32살때

그가좋아하던영화평론가로테아이스너가죽어간다는이야기를듣고

그는뮌헴을나와걷기시작했다고한다.

그는순례라고그행위를표현했다.

그가걷는동안,

그가걸으면로테가죽지않을거라는믿음으로

무려스무하루를걸어그는파리로갔다.

스무살때부터이미그는영화를만들어서

그즈음유명한배우클라우스킨스키와아귀레,신의분노까지

만든감독이었음에도불구하고

영화평론가를위한순례자연한걷기는

그의어떤성품순수함단순함,투명함맑음을명시해주고도남았다.

모든영화에서그가바라보는것은

오직<사람>이라는말을그는자주했다.

화산이터질거라는예보에수만명이떠났는데

남았다는한사람을취재하기위하여텅빈도시와

화산을향해나아가는라수푸리에.

사람없는적막만이흐르는빈도시가주는느낌은

단순한세트장이만들어주는느낌과는차원을달리했다.

생명을담보로한그의걸음이우리에게주는것이

사람에대한이해라고한다면,

겨우??라고하는사람도있을지모르겠다.

그리고실제화산은터지지않았고

취재한사람은그저가난이돋보이는사람이어서

그영화는드라마조차턱없이모자란바람빠진풍선처럼보일수도있다.

그러나그는그한사람을향해

자신의생명을담보로하여나갔고

그의모모하리만큼위험한도전은

이미그자체로서커다란완결,

아름다운결말을내포하고있었다.

사람에대한인식의확장이가없이넓어지는느낌을아시는지모르겠다.

나는그순간정말이지그랬다.

아하,

사람이란

사람이

사람은…..

어떤지성에의한깨우침보다도더깊고은근한

통찰의순간이며

시적인사려가팽배한물체처럼느껴지는순간이었다.

사람들은그를몽상가라고부르지만

기실그의영화는몽상과는거리가멀었다.

오히려그의영화는

그어느영화보다사실적이고현실적이며강하고선명하다.

그의꿈이라면…..

한발자국더나아가는사람을바라보는것,

그리고그를그리는것,

그리고그를그리며

자신도그렇게조금더한발자국더나아가는것,

물론내가바라본위대한인물,

나는그가정말위대해보였다.

그는지극히진지한사람이었다.

자신의꿈에진지했고

진지하게꿈에다가섰고

어떤어려움과고통속에서도꿈을향한꿈을실현해갔다.

그리고그는영화속에서점점자유로워져갔다.

아귀레를만들때.

난장이감독이라고소리치는,나를가르치려하지말고내게배우라는

천재와광기의사이를넘나드는클라우스킨스키와의

싸움대화(우연히녹음된)속에서

그는그저가끔아주조용하게말을했다.

그러나그는결국그드센배우를데리고영화를마쳤고

말이통하지않는남미사람들은그렇게소리지르던크라우스보다

말없이조용했던감독이더무서웠다는드라마틱한후일담을전했다.

초상화2에서

1과는달리그는자연스럽게카메라를응시한다.

수줍은젊음대신부드러운나이듬이

내성적인열정대신편안한균형이

그리고잘생긴젊은이는인상좋은할아버지가되어엘에이살고있었다.

그만큼나이든크리스챤바디젠보른감독도느긋한모습으로질문을하기시작했다.

베르너헤어조크는

1에서는거의웃지않았는데

2에서는자주웃었다.

특히하얀다이아몬드이야기를할때

주인공이점점변해가는대목,

박사에서장닭으로장닭에서실제장닭으로….

돈에대한이야기,

특별한장면에대한이야기

흔치않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

음악에대한이야기,

자신의음악은영화에서너무강하다고그리고너무직접적인메시지를전한다고….

내가그의영화를보는동안했던

나의생각과똑같은이야기를위대한감독이말하는동안,

내안에흐르던희열은

참이즈음내가내게서도무지느낄수없던것이었다.

냉정한카메라에대한이야기도했고

다큐멘터리가지닌한계와다큐에있어서의연출,

아름답고깊은감동을위한완성을위해서라면

어떤연출도필요하다는…..그래서

그는아마도다큐라는단어대신영화라는단어를즐겨쓰는것같았다..

그리고그는파안대소를하며결론적인이야기를하나했다.

어느가난한소녀의앞치마에별이가득떨어지듯이

그렇게영화가자산에게온것같다는…..

이런겸손은영화에대한것이기도하지만

인생이나삶에대한겸손으로도보여진다.

배워야만하는시각.

아니왜그렇게전화를안받으시는거예요,

아이고영화관에있었습니다.

영화엄청좋아하시나부다.

그게말이죠좋은영화한편보면요시시한책수백권보다나아요.

어젯밤바람도참시원했다.

아별하나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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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2년 6월 13일 at 12:06 오전

    아래사진3개가배꼽이에요.어케요?   

  2. 푸나무

    2012년 6월 13일 at 12:16 오전

    아그래요?
    그냥복사해왔더니다시해야겟당,탱큐우나찾님.^^*   

  3. 데레사

    2012년 6월 13일 at 12:34 오전

    이제는사진이다보입니다.
    영화를그렇게오랜시간봐도머리가아프지않은지요?
    저는엉덩이가아파서오래못앉아있거든요.ㅎㅎ

    재미있게읽었어요.   

  4. 푸나무

    2012년 6월 13일 at 12:41 오전

    하하감사합니다.
    별재미없는글재미있게읽으셨다니…

    영화는
    하도좋아서
    몇시간더해도보겠던걸요.

    오늘도멋진수다로시작하셨지요??
    좋은날되시길빕니다.
       

  5. 술래

    2012년 6월 14일 at 7:11 오후

    푸나무님이쓰시는영화감상문은
    당장에안보면무쟈게억울할거같은
    느낌입니다.

    검색에들어가야하는데
    조금있다가사랑니빼러가야해서…ㅠㅠ   

  6. 푸나무

    2012년 6월 15일 at 1:33 오전

    재미…..
    없어요.
    물론저는겁나재미있지만요.

    근데사랑니빼시면아프시것네….   

  7. 관조자/觀照者

    2012년 6월 15일 at 5:13 오후

    WhatabeautifulYESTERDAY!   

  8. 벤조

    2012년 6월 15일 at 11:00 오후

    사도바울이,’나에게배우’라고했었지요?
    참하기어려운말인데…
    요즘은하나님에게조차가르치려드는사람들이있어요.
    참…제댓글도삐딱하게나가지요?
    좋은영화같습니다.겁나게…ㅎㅎ
       

  9. 벤조

    2012년 6월 15일 at 11:02 오후

    ‘나에게배우라’입니다.
       

  10. 푸나무

    2012년 6월 17일 at 1:25 오후

    관조자님
    네에,정말그랬습니다.
    고맙습니다.

    벤조님
    하나님….
    며칠전어느블로거도너무나하고싶은말을거침없이했더군요.
    아마도자신의논리에스스로반하면서쓴글같던데….
    가엾기도하고….

    그냥

    ‘돌아가는저길에…..’
    엣날어니언스노래중에
    ‘외길’이란노래의첫대목인데
    그렇게나왔습니다.
    그집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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