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영화다
BY 푸나무 ON 6. 12, 2012
나는이제서야몽상가라는단어를알았다.
단어대로라면실현성이없는일을꿈꾸는사람이라는뜻이지만
그몽상이창조적인사람에게스며들면
꿈틀거리는생명으로아름다운육체로
무엇보다가치의전이로부활한다는것을새롭게체득했다는것이다.
어제나는무려다섯시간이나영화를보았다.
실제소요된시간은약여덟시간.
나머지세시간은커피도마시고
짬짬이알베르토망구엘의독서의역사를읽었다.
그리고독서클럽에카톡도했다.
친애하는독서클럽제위께
상기우리가읽고있는독서의….는
그문장이겁나게크고깊어머릿속을화악비우고읽지않으면
즉잡다한것들이있는채로책을대하면
그책은갑자기요술쟁이가되어
우리를구멍작은호리병안의지니로만들어버립니다.
하여아무리책을읽어도옆으로다새버리니
머리를잘비우고겸손하게책을대하시길,
망구엘표현을빌리자면몇년전이책을먼저읽은‘독서가’의팁이니참고하시길….
나는어쩔수없이영화를기다리는틈에
코파커피하우스에서책을읽었지만
아이들요즈음스타벅스에가서공부하고독서한다더니……
의외로쉽지않은망구엘의사념이아주잘보이더라는것이다.
그러나커피숍때문은아니다.
실제그이유는베르너헤어조크감독을그린영화때문이다.
나는나의영화다ㅡ헤어조크의초상화라는
부제가붙은영화두편을보는네시간동안
나는내머리가아주기름칠이라도한것처럼유려하게돌아가는것을느꼈다.
뿐이랴,
나는마치메말라갈라지는땅이었고그가하는모든말은
가문땅에내리는시원한빗줄기같았다.
초상화1은1978년크리스챤바디젠보른에의해만들어졌고
초상화2는같은감독이2006년에찍은영화였다.
초상화1은헤어조크감독의나이36살에만들어졌고
초상화2는그의나이68에찍은영화이다.
초상화1에서그는잘생긴미남에나지막한목소리…
수줍어서인지카메라를응시하지못했다.
그는약간눈을내리깔고조금작은듯한목소리로말했다.
그의나이32살때
그가좋아하던영화평론가로테아이스너가죽어간다는이야기를듣고
그는뮌헴을나와걷기시작했다고한다.
그는순례라고그행위를표현했다.
그가걷는동안,
그가걸으면로테가죽지않을거라는믿음으로
무려스무하루를걸어그는파리로갔다.
스무살때부터이미그는영화를만들어서
그즈음유명한배우클라우스킨스키와아귀레,신의분노까지
만든감독이었음에도불구하고
영화평론가를위한순례자연한걷기는
그의어떤성품ㅡ순수함단순함,투명함맑음ㅡ을명시해주고도남았다.
모든영화에서그가바라보는것은
오직<사람>이라는말을그는자주했다.
화산이터질거라는예보에수만명이떠났는데
남았다는한사람을취재하기위하여텅빈도시와
화산을향해나아가는라수푸리에.
사람없는적막만이흐르는빈도시가주는느낌은
단순한세트장이만들어주는느낌과는차원을달리했다.
생명을담보로한그의걸음이우리에게주는것이
사람에대한이해…라고한다면,
겨우??라고하는사람도있을지모르겠다.
그리고실제화산은터지지않았고
취재한사람은그저가난이돋보이는사람이어서…
그영화는드라마조차턱없이모자란바람빠진풍선처럼보일수도있다.
그러나그는그한사람을향해
자신의생명을담보로하여나갔고
그의모모하리만큼위험한도전은
이미그자체로서커다란완결,
아름다운결말을내포하고있었다.
사람에대한인식의확장이가없이넓어지는느낌을아시는지모르겠다.
나는그순간정말이지그랬다.
아하,
사람이란…
사람이…
사람은…..
어떤지성에의한깨우침보다도더깊고은근한
통찰의순간이며
시적인사려가팽배한물체처럼느껴지는순간이었다.
사람들은그를몽상가라고부르지만
기실그의영화는몽상과는거리가멀었다.
오히려그의영화는
그어느영화보다사실적이고현실적이며강하고선명하다.
그의꿈이라면…..
한발자국더나아가는사람을바라보는것,
그리고그를그리는것,
그리고그를그리며
자신도그렇게조금더한발자국더나아가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