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혹은 숲에 대한 예의
BY 푸나무 ON 6. 19, 2012
하도세상에개성이란꽃이만발하야
예의즉사람이기본적으로지켜야할예절과의리같은것은
많은사람이하기때문에
혹은해야하기때문에
오히려경홀히여김을받는,
예의바른사람이라면
도식적인사람으로치부되는,
경망함과발랄함이예의보다앞서는,
예의부재의시대!
이찬란한시대에무슨고색창연한예의인가,
더군다나사람도아닌산?숲?
눈이휘둥그레해지신YOU!!!
그럼에도불구하고예의는
모든관계에있어서가장기본적인요소이자근간이아닐까싶다.
기나라어떤사람처럼하늘무너질까침식을잊을정도는아니라하더라도,
심심한우려가가끔다가오는데…..
특히산을오를때숲과대면할때,
그들이주는기쁨과상쾌함여여함느긋함편안함등
주는것들이너무많아
그들에대한예의를차려야하지않을까싶더라는거지.
어젠두번째로북한산응봉능선을걸었다.
삼천사조금못미쳐서걷기시작하는길인데
시작점이조금가파르더니….
능선위에서니세상에,거기하늘길이열리더라.
하늘길?…
시시하게옷좀잘입는여자배우들에게만날쓰는단어가여신강림이던데
능선길을하늘길로표현한것은새알꼽재기만한일일것이다.^^*
자그마한소롯길이그것도평평한길이주욱이어졌다.
세월이란신묘막측한더께가끼면
그무엇이든깊고승한조화로움이배어난다.
하물며산위에서하늘과바람을벗삼아지낸고요한나무들이야말해무삼하리오.
북한산수목의종류는그다지많지는않다.
소나무참나무류들오리나무드문드문물푸레나무과.쪽동백
관목류인진달래철쭉산초나무노린재나무…..
그리고자그마한본홍빛꽃매달고서있는싸리나무….
근데올해는이상하게꽃진나무에서잎들이보이더라.
엽엽이다른그생김새들이
톱니바퀴의선명함이
둥글고가늘고길쭉함이
나뭇잎위에솟아나있는자그마한털들이.
그중팥배나무의이파리는정말단정하고참하기이를데없다.
뚜렷하고촘촘한측맥은언감생심한마음품지도말라는듯단호하기조차하다
배꽃닮은꽃은아름답고청초하니,
어느까다로운평론가는스탈부인의회고록을읽을때
‘십일월의나무밑에서서“읽으라고했다.
독서도장소가중요할진대
나무의고향은
나무에게더할수없는품위를지니게한다는것,
자명한사실이다..
야트막한산자락아래의팥배나무와
산봉우리위의팥배나무는그태생이이미다른것이다.
아마도이루어질수없는꿈이겠지만
내소망중의하나는수목한계선에서보는것이다.
지구라는다큐멘터리에서본수목한계선은고요외에는없었다.
움직이는물체라고는전혀없는적막그자체였다.
나무는살아있었지만죽어있는듯보였고죽어있는듯보였지만분명살아있었다.
그곳에서면이미망의삶이조금정리가될까,
하늘길에서니
증취봉용혈봉용출봉이한걸음에닿을듯했고
향로봉비봉사모바위도한눈에보였다.
진관사에서향로봉가는능선길도바로곁에있었고계곡길도살짝살짝보였다.
왼쪽으로는삼천사에서비봉문수봉오르는내가자주가는길도보였다.
사람만첫인상있는것아니다.
산도나무도숲도길도첫느낌있다.
겨우두번째상봉한응봉능선길은
나에겐새로운화양연화였다.
화양연화의두사람은사랑했고헤어졌고그는사랑을써서봉인한다.
앙코르왙의나무속에…..
자신의사랑을역사속으로떠나보내는,
그래서더극진한사랑을만들던,
가장아름다운시절.
응봉능선을걷는순간
아무도없는,
홀로그길,걸었지만
그래서더욱화양연화일수도있다.
그렇게좋은산을오가면서
산에가는태반의사람들봉우리와걷는자신외에는관심도없다.
가령당신이다른집을방문했다치자.
기본적인메너로
정원을혹은정원이없다면화분한개라도유심한눈빛으로바라보다가.
아멋지군요…..인사하지않겠는가,
나이드신어른계시면건강하신가요?안부묻지않겠는가,
혹여아픈아이라도있으면
아우리아이때도그랬는데…..공감하다면주인위로되지않겠는가?
산은당신의방문지아닌가,
산이지닌숲에는수많은나무들이있어
자라고아프며금방이라도세상을하직하려는나무도있다.
당신이산이라는부모라치면
그들을바라보는사람의눈길들이고맙질않겠는가,
아건강하구나,아름다워.싱싱도하지.
다정한눈길에힘이솟구치질않겠는가,
유월산유월숲유월나무라고하여다건강할까.
이르게단풍든나뭇잎도있고
가뭄에약한나무들은벌써몸을꽈대고있었다.
힘들겠다.비가와야할텐데….조금만더기다리렴오란비시간이지척이야.
속삭여주면힘이나질않겠는가,
이미삶을벗어난나무도있다.
드물긴하지만일시에옷을벗어버린나무를본일이있다.
견디다견디다못해삶의의지를포기해버린나무….
그는옷=표피를벗어버렸다.
그리고깨복젱이자태를나타냈다.
겉이.옷이,껍질이,체면이,예의가
삶의의지도되는구나를여실히깨닫게해주는웅변이었다.
잠간멈추면어때,
무엇보다
산초나무가시사이로
쪽동백나무사이로…힘겹게피어난
저나리.
저가느다란몸짓봐.
대궁하나수욱올라와서
대궁에어울리지않게환하게커다랗게피어난것좀봐.
그옆의저나리
보다싶이
자라나기도어렵지만머금어도
저렇게벌레들이호시탐탐노려서
피어나기도전에먹혀버리기도해.
이에미,
얼마나전전긍긍하며저들이피어나기를기다리는지.
피어나면얼마나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