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성판악이란곳에내렸을때조금막막했다.
‘보통아홉시간걸려요.’
안내소아저씨의퉁명스런목소리……
그렇다면나는최소열시간은잡아야한다는이야긴데….
금방이라도비를흩뿌릴것같은어둑한날씨에
9.6킬로미터라는한번도걸어보지않는미답의길이에
봉우리조차안개에가득쌓여모습을들어내지않는한라산은낯설기그지없다.
아득하지않았으면거짓말이리.
다행히사람들은드문드문있었다.
가게에서김밥한줄얼린물한병과그냥물한병
그리고우비를하나사서담고걷기시작했다.
그다지넓지않는길을걸어가는데등산회깃발을꽃은사람들이자꾸만스쳐지나간다.
초장끗발개끗발이란문장이생각남은
뒤처지는자의오기에서비롯된삿된생각,
무릇모든오기가그러하나니
그태생도가는길도도착점도그다지고급하지는않다.
혼자걷는길의생각이숲처럼나무처럼무성하리란것…..도착오다.
다리가아프다거나
끝까지걸을수있을까…라는걱정,
얼마쯤더가다가쉴까라는단순한헤아림,,
오히려생각은마른멸치처럼건조하고바삭거리며비리다.
한라산성판악을통해백록담가는길은온통검은돌이었다.
삼십여년전인숙이와단둘이갔던어리목길은폐쇄되어있었다.
하긴어리목길도사실기억에없다.
그냥비가세차게내려서아무도없었고
젊고자유로웠던두여자아이들은난데없는‘
‘무찌르자오랑캐…’를부르며하는
고무줄놀이를한기억만선명하다.
혹시그런가,
사람의기억이란것도저혼자살아숨쉬는것말이다.
사실에대한인지보다우선한
즉기억나름의취향에의해서선별되는것,
세상모든일이그러하듯,
성판악에서백록담가는길은경사가그다지심하지는않았지만
온통검은돌길이었다.
찰박거리는물에잠겨있거나습기가득한돌은나중엔심술궂은마귀….의
눈빛처럼도보였다.
번들거리며눈빛과기묘한미소를자아내며내발길을겨누는,
하여나는걷는내내노사와초심을했다.
마치돌은땅처럼산길에펼쳐져있었다.
어쩌면그렇게정말그길고긴길모두에
검은돌이하염없이많이깔려있는지….
드문드문목재로만들어진길에올라설때의안락함이라니..
그렇지어느순간.삼다도가떠올랐고….
삼다의하나가돌이란것을한라산을걸으며깨달았다.
아는것과보는것은인식깨달음과는다른길에있었다..
성판악지나서부터진달래대피소에오르기까지
조릿대는나무들아래,거의모든땅을다점령하고있었다.
아니조릿대라는바다위에나무들이부유하고있는듯해보이기도했다.
생명위의생명,
조릿대가득찬숲은풍요롭고너그러워보였다.
당연히마른멸치같은마음을적시기에충분했다.
드물게나타나는푸르른제주산수국이야기는뒤로미루자.
그보다는
새순돋기시작한구상나무……..는아름다웠다.
가느다란잎들은앞과뒤가전혀다른빛이었다.
연록과화려한회색은서로를마치다른거울들처럼투명하게비춰내고있었다.
안개가득한길….
정말참…..스타일없었다.
푸른비닐우의는통으로만들어졌다.
뒷배낭앞카메라를담쑥덮어주는것은좋은데……
그럼에도불구하고울할머니고쟁이속에서돈꺼내듯
우비속에서카메라꺼내구상나무찍었다.
그우아한이파리들을가까이보며셔텨를누르다가
예이츠생각이문득났다.
그가젊을때사랑하게된한여인에게세번청혼을하고
세번다거절당한뒤결혼을하게된것이53세,
평생운동권인한여자를지켜보면서시를쓰고
그여자가결혼하는것을지켜보고다시헤어지는것도지켜보면서
또청혼을하고다시또거절당하고……
53세가되기까지
한여인만을지고지순하게사랑했던예이츠가,
삼십여년만에다시오르는한라산에서
만약에에이츠의사랑빛깔이라면구상나무의저런신비로운초록이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에게는쉬나타나지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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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
2012년 7월 8일 at 10:32 오후
아니,동행도없이혼자서백록담까지오르셨다구요?
무척힘들었을텐데요.
오늘도무지더울것같습니다.조블은열렸다닫혔다하면서짜증을
보태고있고….오늘도잘견뎌야될것같습니다.ㅎㅎ
벤자민
2012년 7월 9일 at 3:40 오전
오늘은남반부의조불이좀돌아가는것같군요
또없어지기전에얼른한마디하고가야지^^
건데저예이츠가누군미까?
우린존심상?^^여자한테한번이상은프로포즈를
안하는성격이라저렇게세번씩이나청혼하는사람들을보면
무슨꼭외계인같아서ㅎㅎ
그래서우린미리야기를하고프러포즈를하던말던하지요
나에겐두번은없다
그러니확실히싫은것아니면
떠볼려고띵기지는말라고^^
Tomorrowwillbeanotherday라는걸미리강조합니다^^
그러다보니그덕분에
제가오늘날이먼남쪽나라에
유배되어사는지모르겟읍니다ㅎㅎ
쥴리아스
2012년 7월 9일 at 12:26 오후
그래서백록담까지가셨나요?완전히무슨자갈밭처럼되어서발바닥이장난아닐텐데요…북한산잘가시는걸보니올라가셨을듯…
푸나무
2012년 7월 9일 at 2:11 오후
아침에글올리면서블로그가시원찮던데
구상나무사진두장올렸는데
없네요.세상에,
네,백록담힘들엇어요.
그러나완주햇구요.물론혼자서요.
그래요즈음만나는사람마다자랑질입니다.
나한라산완주한사람이야,ㅋㅋ
푸나무
2012년 7월 9일 at 2:16 오후
그러니까벤자민님은
비자금벤이시고
예이츠는시인인거죠.
사실제게두예이츠
외계인이긴해요.
이제까지에이츠같은사람없었거든요.ㅋ~
혹시육십넘어생겨아흔살까지…..
하하,꿈도못꿉니까?
비자금꿈이나연인꿈
둘다비슷하게요원하긴합니다만,
푸나무
2012년 7월 9일 at 2:19 오후
쥴리아스님
네에,
정말검은돌……지겹더군요.
가도가도끝없는넓은하늘같았어요.
물론완주했습니다.
쥴리아스백작글에
모르는단어투성이라고
저무시하지마세요.
나,한라산올라간여자에요.^^*
오드리
2012년 7월 9일 at 2:36 오후
저진달래대피소까지간여잡니다.그것두이십대에요.ㅎㅎ이젠꿈도안꾸는데푸나무님은정말대단하군요!!!!!
산성
2012년 7월 9일 at 11:19 오후
새순돋은구상나무
사진이라도볼수있을런지요?
안개속에선명하던
‘성판악’이란이정표만기억납니다.
푸나무
2012년 7월 11일 at 1:55 오전
오드리님저정말대단하죠?ㅋ~
산성님구상나무사진다음글에올려놓앗어요.
여전히표지판은안개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