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와서소나무나참나무숲처럼갈대들이,그연약한갈대들이당당히숲이라불리는까닭을알겠다그줄기가튼튼해서가아니었다나이테가굵어서가아니었다바람이몰려올적마다각기안테나를길게뽑아들고바로곁에서있는그대를천리처럼안타까이부르는아득한몸짓칼바람에앞엣놈이넘어지면뒤엣놈이받아서함께쓰러지며같은동작으로다시일어서는탄력의떼춤을보았다그러나갈대가한사코꺾어지지않기만을고집하지는않는다갈대는갈때를안다엄동의긴밤을청둥오리떼날아들자스스로제몸꺾어털스웨터처럼갈꽃자리깔아주는것보았다그멀고긴쓰러짐의힘이이듬해다시숲을일으켜세우는것이리라혼자서겨울먼길을갈수있다고믿었던시절이있었다순천만에와서비로소나를받쳐준,혹은함께쓰러지던무수한허리들이그리워휴대전화안테나를길게뽑는다//복효근//순천만숲에서
복효근의시를순천만다녀온뒤에읽었다.
역시시인은다르다.
나는순천만에서…..
탄력의떼춤을보지못했다.
갈대가갈때를안다는것도…..
제몸을꺽어갈꽃자리를청둥오리에게깔아주는것도.
그리고혼자…..가아니라나를받혀주던수많은쓰,러짐도
그런눈밝은시선은커녕
나는그저어린아이처럼좋더라.
가없구나.
부드럽구나.
도무지직선은없이그저부채살처럼발레리너의허리처럼휘어져있구나.
가운데사람의손이들어간나무테크만직선이구나.
자연은곡선이고사람은직선인가,
오호,어디자연에직선이있었던가……..
갈대.으악새라는노래도있었지.
갈대끼리부딪혀서내는비명의연상인가…
시인도갈대를갈때를안다고넌지시장난치고있으니^^*
갈대의뿌리를보았어.
저속을알수없는,
도무지멈춤이없는뻘밭에뿌리를내리려면
갈대의뿌리는얼마나견고해야하는가.
살아있는내내
오직살아있기위하여,
서있기위하여,
자신의뿌리를얼마나지극한마음으로살펴보아야하겠는가,
이런,
어리석은사람이라니….
겨우사람의방법을갈대에게덧씌우다니,
니삶이존재의근간을바라볼때마다경직긴장하듯이
궁리라는더듬이를길게내보내염탐질하듯이
갈대가어리석은너같겠는가,
너처럼겨우그짓하겠는가.,
차리리뻘밭에자신을주었겠지.
풍덩담궜겠지.
알아서처분하시오소서.
순응했겠지.
뻘이오히려갈대를서있게하노라……
긴장하고경직하고….
나는겨우한생각에다다랐다.
자연은자연스럽다는것,
자연의모든것은저휘어짐처럼부드러운곡선처럼그저자연스럽다는것,
생각의틈없이도자연스러우며
긴장하지않는강인함도자연스럽다는것,
공존이란단어를몰라도서로지극히사랑할수있는
품넓은자연을조금알았던것이다.
순천만은무진의본산일진대
안개는어디로갔나.
잠시서서안개가득덮인순천만숲을그려보다.
오페라가수가꿈인여선생이술자리에서불던유행가…..
목포의눈물이나오려고해얼른진정을했다.
하긴어이그러지않으랴,
하마내가보성을지루해했듯이
청춘의시절날마다이갈대숲을바라본다면
그변함없음에어찌질리지않으리.
변화가더딘자연을느끼기에는
속깊은자연을알기에는
청춘은너무가볍고짧으며금방소진되는불을품고있는시간이니,
그러니하다못해네온사인의번쩍거리는변화라도호흡해야만되는것이다.
그래야사는것처럼여겨질것이다.
하여
김승옥은
주인공이자신의속물성을극명하게인식하면서도
다시현실이라는이름을빌어
여자를떠나고
순천을떠나고
결국은자신을떠나게만든것이다.
어쩔수없는눈앞의것들에게홀리고빠져드는,
죽을것을알면서도빛을향해달려드는불나방처럼
엷은인생을,
삶이지닌회한을
김승옥은순천만그리고안개가득덮인그곳에서바라보았을것이다.
태고의소리를들으면서
갈대들의부딪힘을보면서
갈대만도못한사람을
부질없는인식을
힘없고연약한그래서결국은회한에연민에빠지고야말인생의한단면을
순천만숲에서보았을것이다.
사람들의키보다조금더작은갈대숲은
그렇게많은사람들이시끄럽게하며며곁을스쳐지나가도
<그냥>거기있었다.
먼뎃산의산그리메는마치뻘밭을흐르는텁텁한물처럼부드럽고아득하고온유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