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웠거라!물렀거라!
벽제(辟除)와
화장터벽제는아마다르겠지요.
그럼에도어쩌면같아도상관없겠구나싶은마음도듭니다.
마지막가는길이니
평생에한번도안해본
치웠거라,물렀거라,
구종별배는아니더래도
‘근조’자붙은차들이좀한들어때요.
예보대로비가참무섭게내립니다.
차창에거침없이내려앉는빗방울을치우며또치우며바라보니
그아이들도다아같지는않더군요.
크고작고동글고길쭉하고
무엇에서든
<사람>과<인생>을숨은그림찾듯헤집는버릇이있어선지
내리는빗방울에서도
삶을헤아리는마음이
옷자락팩여미고나보다앞섭니다.
달려갈길다간이모부와
마지막인사를하러다녀왔습니다.
비되어구름되어바람되어다시비되어흐르는
빗줄기가점입가경입니다.
그런와중에서도
그동안몇번오고갈때도보이지않던
화장터주변의동네가보입니다.
무성한나뭇잎새사이로숨은듯가린듯
청명한날씨에는전혀보이지않던집들
낮게가라앉은하늘과
눅눅한습기와무거운공기속에서
슬쩍몸을들어냅니다.
아,여기도동네가있구나……
어느집담에선가접시꽃의선명한빛도스치듯보입니다.
꽃두피었네….
불안전한감상탓인지난데없이개나리가생각납니다.
꽃중에서
가장흐드러지고분방하게피어나는꽃,
놰쇄라는단어가어울리는꽃,
이개나리에도열매가있다는것을아시는지요?
물론저는한번도개나리열매를본적이없습니다만
개나리는아주생명력이좋은식물입니다.
그래서가지하나를툭분질러서
땅에꽃으면번식하기시작합니다.
두세해지나면야트막한개나리담이생기고
조금더시간이흐르면담장이됩니다.
그런데말이지요.
이런개나리는<복제>이지열매가아니라는겁니다.
즉열매가아니라는이야기지요.
열매는존재이며역사이며미래인데
복제는그저복제일뿐입니다.
그런데문제는이개나리가복제라는아주쉬운방법을터득하고나서
열매맺는일에게울러진다는거지요..
게으름은퇴화를낳고퇴화는소멸을부르게되지요.
복제된개나리만이가득한세상에
복제된개나리가죽어버리면
그대로퇴화와소멸의시대가도래한다는거지요.
개나리의사라짐도슬픔일진대
죽음으로사라지는사람은어떠할까요?
화장터에갈때마다느낀거지만
진정으로슬퍼하는이는별로많지않다는겁니다.
웃고
이야기하고
슬픔의다른모습인약간경직됨이있을뿐,
아마정말로슬펐던이도이틀동안내내슬픔을퍼내선지
지치고피곤해보일뿐입니다.
아드물게통곡을하는이도있긴하지요.
그러나통곡을하는이들은
그통곡속에자신의한을부리는게아닐까,
웁니다날봐요.내가우니살아있는자들이여나를봐요..
나이렇게소리낼정도로슬픔니다.
슬퍼요
슬프다니깐요.
그렇게통곡을하는이들은사실
슬픔을모르는이들일수도있습니다.
오늘정말로
슬퍼하는여인이눈에띄었습니다.
사십대나되었을까.
아주말라깽이였습니다.
얼굴도몸도아주자그마한….
누가소풍을끝나고돌아갔는지는모르지만
자그마한나무상자를앞세우고있는사람들무리에섞여있더군요.
근데그얼굴이….
너무슬픔이가득차서소리도내지못하고
온얼굴에눈물을담고있는데
그녀를바라보는순간,
너무나큰슬픔을어찌할수없는그여인
정말고통스러워보이더군요.
온몸이아파보였어요.
마치슬픔이라는칼날로난도질이라도당하듯,
제대로소리지르지도못하는고통이슬픔이구나.
<진행>이란단어가두시간여이모부이름곁에
다정한아내처럼동행하더군요.
진행ㅡ,
이모부의육신을태우는일ㅡ
그일이진행되고있다는겁니다.
아.
이모는저진행처럼이모부의다정한아내였을까요?
곁에있는이모를바라보았지만
눈을감고있는그마음을다아알수는없었습니다.
진행–육신이불에태워지고있는그시간들…
영혼이이미떠난그몸은
고통도외로움도없겠지요.
소스라치듯,
만약영혼이없다면….
저렇게그냥물화된채사라짐뿐이라면….
너무나슬픈일일것이다.
라는생각이
강하게아주강하게솟아나더군요.
태우고또태워서
자그마한뼈들로변한이모부가
유리창을사이에두고우리앞에섰습니다.
우리가뼈를어찌안다고……
확인을하고….
그뼈조차부담스러워가루로변화되는시간은
아주짧았습니다.
문득이모부의키가아주컸고
아프시기전까지는체격도아주좋았었다는생각이들어옵니다.
경험해보지못한것은아무리사소한거라도
언제나관념이라는
글한귀절이기억납니다.
무수한죽음가운데서
죽음을알고바라보고느끼고있지만
삶이유한한벗이듯
죽음또한더한진득한벗이라는것을알고는있지만
그렇습니다.
죽음은우리에겐영원한관념일뿐입니다.
가장친한자식들….
이모부를그리워할까요?
누군가이모부의벗이그를그리워할까요?
이모가아퍼하며이모부를생각할까요?
그러고보니
그리움기억,아픔.이런눈에보이지않는
미묘하고사소한것들이
유한한인생의
유한한유물일지도모르겠구나생각했습니다..
정말오늘비님줄기차게오시는군요.
이모부떠나시는것을
하늘도슬퍼하여?????
이런말장난은이모부에게도모독이고
비님도싫어하겠지요.
차라리
그곳에먼저가계세요…..
라는인사를했습니다.
나에게더깊은위로가되는인사긴했지만요.
참나무.
2012년 7월 19일 at 5:07 오전
세상에나…이런비오시는날’진행’에참견하셨군요
슬피울던40대여인을처연하게바라보셨을푸나무님…;;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또
잠시후비슷한자리에서’육개장’을먹어야했던일이저도떠오르네요…
저는잘모르는분이지만
이모부님먼저가계세요…제인사도보탭니다…ㅠ.ㅜ
벤조
2012년 7월 19일 at 8:08 오전
저도오늘,아니,어제네…같은인사를했습니다.
떠나신어떤분께.
데레사
2012년 7월 20일 at 12:12 오전
비가내려서더마음이처연했으리라여깁니다.
요즘장례식에가서저도우는사람을별못본것같아요.
감정조차서구화되어가는건지는모르지만요.
술래
2012년 7월 20일 at 3:54 오후
"진행"이라는단어가그럴때사용되는군요.
저는아직까지그상황을한번도겪어보지를못해서요.
이모부님을먼저보내신푸나무님의
마음언저리를느껴봅니다.
제가초등때하룻밤사이로아버지를잃고
집에서조객을맞으며큰언니가내던곡소리에
문득짜증을내던불경스런기억이납니다.
수줍어목소리도제대로못내던어린제게
그곡소리에서’쇼’같은느낌을끝내떨쳐버리지못하고
나답지않은목소리를내던기억…
사실그사건으로그렇게받아들인나한테
문제가있다며자책많이했습니다.
Lisa♡
2012년 7월 20일 at 11:50 오후
담담한심정이시군요..
우리도언젠간따라가야할길이라서
그러려니합니다.
그러한모든일이남의것으로만보이지
않으니참나이가주는철”’이랄까.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진행이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