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숲

오르한파묵이쓴새로운인생의첫챕터에는책을읽으면서제목그대로새로운인생을알아가는아니스스로찾아가는이야기가그려진다.터어키의겨울,눈오는날의서정적인풍경,익숙함과새로움사이에서끝없는고민을계속하는주인공.책을읽는다는것은그에겐새로운세상속으로들어가는길이다.알면서도그책을읽어가는것은주인공인그가아직젊은,아니,어린스물두살이기때문이다.젊음과어림은봄날과새순처럼엄혹하게다르다.어림에는봄날같은무목적성이있다.봄날이그저아련히존재한다면새순은삶이라는치열한목적을위해태어나고성장하는것이다.나는생각했다.봄날같은,그어린감정들은,무목적인,그저아득한곳을지향하는생래적인것이라나이가들면사라지는가……사라질거라고생각했는데의외로삶의갈피마다.그것들쌩뚱맞은모습으로나타나더라는것이다.삶이라는단지에눌려오이지처럼삭혀져가기는하지만,,,,,,,단지나이는못본듯눈을즈려감고그것들은가만히숨죽이고있을뿐이다.가령이즈음내게나타난생래적인행위는걷는일이다.처음엔즐거움과성취를주는가벼운취미였는데이즈음은점차<그냥걷기>라는개체의행위로변했다.내게서파생된그러나나와는상관없이점차세력을확장해가는나의한갈래,.어젠북한산엘오랜만에갔다.사기막골에차를주차하고밤골지나숨은벽쪽으로걷기시작했다.‘걷기라는행위는그무엇보다자유가풍부하게넘쳐난다.누군가로부터의자유이고무엇으로부터의자유이다.이제는드문드문나무와꽃으로부터도자유롭다.특히나무는바라보지않으면,설령바라본다하더라도곁을주어타인의자유를비집고들어서는천박함이없으므로그냥존재하는데…..점차그냥걷는나도나무처럼,나무에게무심하게길을걷게되더라는것이다.꽃은나무와는다르게연약하여보아주길원하고바란다.하지만이즈음북한산꽃이라야돌틈사이에서좀꿩의다리가조금보였고길가에서겨우물레나물한송이보았을뿐이다.그러니칠월의깊은여름숲은이래저래더욱자유로울수밖에없다.<그냥걷기>라하여질고가없겠는가.이즈음나의아침인요구르트와우유에바나나한개를간바나나우유한잔이체했는지걷는내내머리가아팠다.사람없는곳에들어서면나는엄지와검지사이를눌러대며나오지않는트림을꺽꺽했다.돌아가자.이렇게머리가아픈데,그러나<그냥걷기>는내말을듣지않았다.숨은벽을지나백운대오르는마지막골을오르기시작하는데숨은가빠왔고골에가득찬습기는정말견디기힘들었다.나는어느새<그냥걷기>의노예가되어있었다.<그냥걷기>는이미나를떠나서내몇발자국앞에서나를이끌었다.장맛비때문에작년내내보이지않던옹달샘이두곳이나생겨나있었다.돌로지붕을이은샘이었다.맑은물이흠뻑고여흐르고있었다.옹달샘의밑돌은어둡고검었다.그어두운돌이맑게비치는,돌위의맑음을무어라형용해야할까,나는누군가재빠르게가져다논사실그푸른손잡이가달린플라스틱바가지가아니었다면샘이있는지도모르고지나쳤을지도모른다바가지로물을마셨다.시원하고달았다.목이마를때물은이세상어떤꿀보다더달다.물을마시면서절대가없는상대성을생각했다.그렇다면세상모든존재와행위도그러할것인가.한가지느낌을세상모든이치에적용하기에는ㅡ그게아무리선명하고뚜렷해보일지라도내가아는길이협착하다는것정도는알아ㅡ나는겨우내안의<그냥걷기>를직시할수있었을뿐이다.<그냥걷기>가나의어림이며무목적성이라는것을,오르한파묵의스물두살어린나이가여전히내게존재한다는것을,상대적인것같으면서도절대적인요소를풍성하게지닌무목적성인봄날같은감정이<그냥걷기>에팽배해있다는것을,그감정의갈래가의외로깊다는것을,<그냥걷기>는나를파괴할수도있는어떤감정의갈래를순화시키려는은총일수도있을거라는,깊어서더욱어두운칠월의숲속에서,다시한모금더마시기위해들여다본옹달샘의어둡운맑음가운데서,그것들카메라후래쉬처럼선연해지는순간,

칠월의숲

특히비잦은이즈음은물빛까지더해유장하다.

금방사라질순간이라더욱,

6 Comments

  1. 아카시아향

    2012년 7월 23일 at 9:34 오전

    강쥐하나데불고다니다보니
    그나마’그냥걷기’도제대로못하고있답니다.^^
    말이쉬워서그냥이지
    모든것내려놓은것같은’그냥’은…
    어찌어찌하다보면다다를수있는경지는아닌것같구요.

    숲이짙습니다.
       

  2. 쥴리아스

    2012년 7월 23일 at 2:27 오후

    깊은숲속에서스물두살을더느끼셨으니푸나무님은스물한살인가요?^^   

  3. 푸나무

    2012년 7월 24일 at 1:38 오전

    오르한파묵은사물에도마음이있다고믿는사람같아요.
    나는아직식물에머물고있는데말이지요.

    하나,사물이지닌고유한특징을발견하는것을은총으로여기는,
    둘,물건들도기억력이있다는,

    위의
    하나는내삶속의어느부분에긍지를주게하는문장이었구요.
    위의둘은
    내사고의어느한부분을터치하더군요.

    이즈음숨은정말깊고짙고더불어정중동….

       

  4. 푸나무

    2012년 7월 24일 at 1:40 오전

    미국먼연구소에가서
    저는전혀모르는단어를연구하신쌤께서

    하신질문이너무쉬워서……
    눈이반짝뜨입니다.^^*

    버팔로와친구되셨나요?   

  5. 쥴리아스

    2012년 7월 24일 at 4:16 오후

    보고서쓰고있어요…

    온은이노래가좋아보이네요…들으면서쓰고있는중…

    바팔로가까이서사진찍어야되는데(이웃부탁)…못하고있는중…

    그래도가끔은쓸쓸한일인것같아…때론삶이즐겁지않은건지…풉…^^   

  6. 참나무.

    2012년 7월 24일 at 9:37 오후

    …치자꽃도참잘찍으시고…!
    아이디가왜푸나무인지자알알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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