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회화나무

궁궐의우리나무 저자 박상진 출판사 눌와(2001년09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자연과과학

박상진선생이쓴

궁궐의우리나무에는

무안군현경면가입리의팽나무가나온다.

가장아름다운팽나무라는별호가있는이나무에게

사람들은지금도삼년에한번씩볏집옷을해입힌다고한다.

黃木根이라는번듯한이름을지닌팽나무도등장한다.

연한황색꽃을피운다는뜻에서황이란성을지녔고나무의근본이란뜻에서

황목근이란이름을지니게된이팽나무는마을공동재산인2821평의많은땅을

실제로소유하고있는땅부자이기도하다.

종합토지세나지방세를체납하지않는성실한납세자라고한다.

2000년에는1만330원의종토세를납부했다고하는데

지금은얼마나될까,

그런팽나무가있는가하면

시골우리집뒤안에서있던아주오래된팽나무는친정아버지의오랜원수(?)였다.

방풍림으로즐겨심는수종답게

그가지나이파리들이본채외에도아래채창고와우사까지

시원한그늘을드리워줄만큼크고거대했다.

봄이나여름에는그저아무탈없이지나갔다.

문제는가을이시작되면서터지기시작한다.

팽나무잎은그커다란덩치에비해서상당히작고섬세한모양을하고있다.

입추지나고하늘이조금높아지며소슬한바람불어오기시작하면

다른나무보다유별나게빨리바스락거리기시작한다.

나뭇잎습기말라가는소리를가장먼저내는것이아마팽나무일지도모른다.

처서즈음이면벌써나풀거리며한잎두잎지기시작하는것이다.

그리고초겨울,

그많은숫자의옷을완전히벗을때까지

날마다친정집마당에는여기저기팽나무옷이굴러다니는것이다.

가을초입부터팽나무는

캐칼래(전라도사투리깨끗함에목숨건사람을일컬음)

울아부지의원수가되기시작한다.

유별나게깔끔하시던아버지는

도대체팽나무잎굴러다니는마당을

용인할수가없으셨던것이다.

이른아침이면앞마당뒷마당티하나없이쓰는것을일과의시작으로여기시던아버지,

마당의선명한비질자욱이바라보기좋다고하시던아버지,

팽나무잎이

여기저기굴러다니며

사람이안사는집처럼만드는것에대해

아버지의분노는해마다팽나무처럼자랐는지도모를일이다.

어느날아버지는도끼를들고그팽나무에게로다가가내리치기시작하셨다.

도마의재료로가장좋은것이팽나무라고한다.

나무의결이단단해서일것이다.

언제가아버지께서는

누군가나무죽이기에특효약이라했다며

석유한통을통째로팽나무뿌리에부으셨다.

그러나그다음해봄팽나무는여전히잎을틔웠고

가을이되어잎을떨어뜨렸다.

아버지돌아가시기전

집앞도로가넓어지면서

친정집땅도많이도로로편입되었고

팽나무도반쯤도로로나앉게되었다.

우리동네는회화나무가가로수로많이심어져있다.

한사람의영혼이천하보다귀한것처럼

어느꽃어느나무라도아름답지않으랴먄

그중에서도특히마음가는수종이있기마련이다.

회화나무가그렇다.

잎도어여쁘고선이고아하며

무엇보다이파리색에서약간벗어난

꽃이라고하기에는조금약한유록빛의꽃…..이오히려우아하기그지없다.

그약간의변별이지극히고상해보이는것이다..

회화나무는얼핏보면아카시비슷해서

대개의사람들은나무가지어내는

시원한그늘아래를지나가면서도눈길조차쉬주지않는지극히평범한나무이다.

봄이한껏깊을무렵에서야회화나무는서서히눈을뜬다.

이미다른나무들햇살따뜻하고촉촉한春雨에

한껏목빼어내며수런거리고있을때

깊은겨울잠에서뉘엿뉘엿깨어나는것이다.

그품이느리고게을러보이기보다는

수다와소란을피한우아한겸양처럼도보인다.

궁에심는대표적수종이며

선비의집을나타내기도하고

중국에서는회화나무가진실을밝혀주는힘이있어

재판관이송사를진행할때반드시회화나무가지를들고재판에임했다고한다.

그러나무엇보다회화나무에어려있는

전설같은신비한이야기는참으로회화나무를흥취있게만든다.

회화나무에는자명괴(自鳴槐)라하여

스스로우는꽃이나무마다꼭한송이씩있다고한다.

중국의고서<태을통독(太乙通讀)>에의하면

까마귀가이자명괴를따서먹고괴화의정(精)으로

하늘과땅과인간세계의길흉을미리아는능력을얻어

흉한일이닥칠집을보고까욱까욱짖었다고하니

만약사람이이자명괴를먹는다면그사람은어떻게될까,

신비의자명괴를얻는방법은다음과같다.

회화나무꽃이피기시작할때부터큰망태기를메고다니면서

한송이도땅에떨어뜨리거나빠뜨리지말고모두따서모아야한다.

이것을여러그릇에나누어담고

사위가고요해지는아주깊은밤

맑은정신으로깨어있으면

어디선가은은하게쇠붙이부딪히는듯한소리가난다고한다.

그소리가나는그릇의괴화를

다시여러그릇에나누어담고

밤새지키기를반복해야한다.

그리고그릇하나에괴화한송이를담을수있을때까지나누다보면

마침내소리를내는괴화를찾아낼수있게된다.

이소리내는괴화자명괴를먹으면영통(靈通)해져서

천상의일과인간세계의일을모두아는신통력을얻는다고하니…….

그러나자명괴는어느순간,

땅에떨어져버리므로

그것을얻기가지극히어렵다고기록되어있으니

그저꿈같은이야기런가,

이즈음회화나무꽃가득피어나있다.

당연히걸을때마다

나는

혹여

자명괴소리들려올까…….

마음기울인다.

그리고비스듬해진마음사이로슬며시

아부지팽나무떠오르고……

돌아가신아부지가그리워진다..

혹울아부지

지금거하신처소에서도

여전히빗질자욱선명하게

아침저녁으로마당쓸고계실까?

강화의회화나무와모감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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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쥴리아스

    2012년 7월 24일 at 4:25 오후

    와…푸나무님은꽃과나무이름의박사…내눈엔나무는다똑같아보이는데…

    푸나무나무박사님!좀약간…??@^@   

  2. 참나무.

    2012년 7월 24일 at 9:12 오후

    저를위한포스팅같습네다아~~^^*
    이나이되도록회화나무꽃에관심가진적이처음이니…
    저야말로자명괴라도먹었어야했을…

    괴화를알고난후부터길바닥에짓이겨진낙화를애처로이보고만다닙니다
    창덕궁이야긴어디에?   

  3. 푸나무

    2012년 7월 25일 at 1:45 오후

    줄리아스님
    나무두개알아가지고
    무슨박사씩이나요.
    내가아는것은딱이두개니….^^   

  4. 푸나무

    2012년 7월 25일 at 1:47 오후

    참나무님포스팅이
    언제나제게도움이되는것처럼
    그리생각해주신다면저야영광이지요.

    창덕궁이야기도올릴까요?

    제여름나기도한번써보고싶고…^^*
    이러다
    참나무님스토커?되겟어요…..   

  5. 산성

    2012년 7월 25일 at 2:53 오후

    해남땅끝마을에갔다가
    전망대에서바라보이는안개속섬들을바라보다가
    주춤주춤계단을거의다내려올즈음에
    아주큰팽나무한그루본적있어요.
    한눈에척…이야했겠습니까.
    이름표가있어서팽나무?하고다시올려다봤는데
    그가지들이신비하게뻗어있더군요.
    봄이오기전이라약간복잡한(?)검은빈가지로…

    캐칼래아버님,
    팽나무와의전쟁은여전히진행중일까요?
    그냥조용히비질만하고계실까요?

    참,글도잘쓰십니다^^

       

  6. 푸나무

    2012년 7월 26일 at 9:05 오전

    맞아요,맞아,
    봄이오기전
    나무의
    검은가지들…..

    복잡한표정이지요.
    음언제한번어디서써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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