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에서

세미원은한강두물머리근처에있다.
觀水洗心觀花美心라는옛말씀에근거를두어한강물을보면서
마음을깨끗이씻어내자는상징적인의미로
모든길은로마로가아닌^^*빨래판이많은곳이다.

그늘이없는것이아쉬운듯하나입에맞는떡어디있으랴,
강도있고꽃도있어이름처럼마음을씻어내지는못할지언정
마음이쉬기에는더없이좋은장소이다.

할머니와아가이다.

먼데서한장찍으니벌써아이는나를바라보고있다.
편안한인생길갈는지싱글싱글미소가벙글어진다.
할머니는어떤가?
아이와함께있으면서도도대체주위에는관심이없는표정이다.
고달팠던인생길이보이는신산한모습.
그래도
손자아이의벙그러진웃음이당신곁에있잖아요.

차암절묘하기도하다.

저나무벤취위.

자리배치말이다.
아이는정중앙에앉아있으면서도

두손과발의안정적인자세를보라,
할머니는그아이를보호하면서뒤나혹은곁에물러나앉아있다.

찰라이면서도깊은인생의도량을보여주는듯하다.

글도그리해야되지않겠는가,

그날따라하늘의구름이눈에자꾸만잡혔다.
구름한덩어리가수십톤의무게라는쓸데없는지식이머릿속에떠오른다.
저가볍게보이는것이
저둥둥떠있는것이실제로는그렇게무겁다는말이지.
갑자기그미묘한간극이조화롭고우수에가득찬듯여겨진다.
가벼운듯하나진중하고
무거운듯하나유모어가있는
높은곳에있으면서도가까운
먼하늘이면서도왠지익숙한애잔함말이다.

구름같은사람은또어떠한가,
두둥실거침없이여기저기소리없이한도없이끝도없이출몰한다.
변장다양하다.
어느순간저리흰구름되었다가어두운구름되었다가차가운눈도되었다가
가벼운이슬로화하기도한다.굵은소낙비되어줄기차게내려세상을적시고
마음속까지깊게스며든다.
그날쌘변화가무림의고수답지않은가,
존재는형형하되사라지는모습은마치연기같으니
알맞게홀홀하다그대구름이여,

아하,글이지녀야할아름다운외피가아닌가.

땅위의수련,
안에가득불을안았구나.
불은불이로되자신부터태워버리는불이구나.
그대의태움은곱기도하여라.
결하나섬세하게살리는불이구나
꽃잎하나흐트러지지않게고요히타오르는구나
타오르면서자신아닌것을비추어내는불이구나
그리하여슬픔의불이구나.
고독의불이구나.
서럽고외로운불이구나
홀로는그리서러워도서럽지않게화려하게불타는구나.
이리이리,
그불씨이리다오내안을점화시켜다오
그대의불빛에나도함께타오르고싶다
그대처럼나도타오르며내주위를밝히고싶다.
내안에서점화를기다리고있는글의화인들에게
그대의불씨를나누어주고싶다.
그리하여내안에서타오르게하고싶다.
나를태우고
내안의꽃을태우고
불로난길을아주길다란길을내고싶구나.

나는언제나길에매혹당한다.
프로스트의가지않는길에대한애달픈마음을
바라다볼수있는데까지바라보는그안타까운마음을
아름다운다른길을택할수밖에없는시인의그마음을
오십여년동안걷고난뒤에서야조금알게되었다.
길에매혹당하지않을이누구랴,
이렇게눈에보이는길이
마음의길이며
보이지않는마음의길이우리네인생의길일것이며
형상과은유를도저하게배합하고있는
수많은길이
우리앞에나타났다사라지는신기루처럼
다시신기루
오아시스가되어나타난다.

고만고만해서고마리가된고만이들이가득하다.
자세히바라보지않으면하도작아
도매금잡초로넘어가기십상이다.
허나조금만눈을밝히뜨면
고만고만한꽃송이속에숨어있는거룩한아름다움을만나게되리니
마치꽃이피어오르면거기분명별처럼빛남이있는것을
뿐이랴,아직피어오르기전가지가지고만한작은꽃송이들
피어오를려고진기를가득머리순에모두어담고타오르는모습은
경건하기조차하리니…..
흰고마리분홍고마리섞인고마리……..
비록작은글이라할지라도이대도록아름다움을지녀야하질않겠는가.
작히수많은사람의눈에는띄지못한다할지라도
혹여눈밝은이들에게기쁨을줄정도는되어야하지않겠는가.
무엇보다저고마리처럼
자신의작은모습은잊어버리고
오로지진지한아름다움속에거하여야하지않겠는가.
더러운물에발을담그고살지언정피어내는꽃은
고마리처럼청정해야하지않겠는가.

蓮도피곤하면눕기도한다.
연의유모어이다.
유모어는자신의내밀한부분을솔직하게들어내는것이다.

蓮도가끔은이렇게자신의뿌리를적나라하게보여주기도한다.
모든현란한수식어를버려라
그리하여진솔하라.
연뿌리가속삭이는중이다.

사실은너무아름다워
사람이없는틈을타저꼭다물어져있는잎들을
가만히,조심스럽게,열어보았다.
의외로단단한몸피.
그리고그안에하얀씨앗이아직세상을접하지않는순수그자태로
고요하게자리하고있었다.
이세상어떤존재보다더할수없는생명의근원.
그게혹
진실일까?
정직일까?
그리하여善이되는것일까?
들여다보면들여다볼수록
생각하면생각할수록
초점처럼선명한것하나는죽음이고
그외모두는
성능좋은매크로렌즈의배경처럼흐릿하다.

돌아오는길
푸른하늘과
흰구름
그리고빗방울두어줌뿌리는비구름이슬며시다가왔다.

그리고
연잎위에빗방울
구름되기위해모였다.

총기는나보담더좋으시지만다리가약해서전동휠체어를타시는울엄마와이모

디카로사진을찍으시는분이고모….나보담더해찰을잘하신다.

가리개나무사이에피어오르는것들…버섯?곰팡이?둘다같은종륜가?

13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8월 7일 at 3:30 오전

    이더울때그늘도없는세미원을다녀오셨군요.
    참으로장하십니다.하고박수보내고싶어요.

    나는가만히있어도너무더워서에어컨종일털어놓고엎치락
    뒤치락중이거든요.

    고모님,멋져요.
       

  2. 八月花

    2012년 8월 7일 at 4:19 오전

    언제다녀오셨어요?
    저도한열흘전에다녀왔는데
    아주땡볕에더위먹을뻔했습니다.
    그날은연꽃도그리많이피지않았었는데…
    푸나무님앵글로본세미원은정말아름답네요.   

  3. 순이

    2012년 8월 7일 at 4:56 오전

    초록을보는눈이남다른듯!
    초록의귀재?
    초록친구?
       

  4. 참나무.

    2012년 8월 7일 at 5:24 오전

    그냥나가려다어머님뵙고붙잡힙니다.
    푸나무님사발팔방다니실때어머님이살림도워주시나요…

    세미원은청평양평홍천오가며차위에서만보고아직인데
    가을쯤에나지베르니일본다리…하다그땐연꽃은못보겠네합니다.

    시흥모처(금방이름까먹었음..ㅎㅎ)에는다녀왔는데
    거기보다아기자기한것같네요   

  5. 士雄

    2012년 8월 7일 at 7:01 오전

    때맞춰잘다녀오셨네요.
    때맞춰가기가쉽지않더라구요.ㅎ
    글도좋고사진도좋습니다.   

  6. 士雄

    2012년 8월 7일 at 7:07 오전

    아,,요즈음다녀오신모양이군요.   

  7. 푸나무

    2012년 8월 8일 at 12:55 오전

    엄마어디모시고갈때면어차피움직이니까.
    그리고엄마도더즐거우시라고
    이모고모오시라고하면잘오셔요.
    고모가제일젊으시긴하죠.
    일흔두살이니까요….   

  8. 푸나무

    2012년 8월 8일 at 12:57 오전

    한이주전인가….조금더되었을지도
    정말세미원은땡볕이지요.
    그래서우리는조금걷다가
    다리아래에가서놀았어요.
    그때만해도이런불텹더위는아니었는지시원햇거든요.
    우연히만나면팔월화님알아볼수있을까요?^^*   

  9. 푸나무

    2012년 8월 8일 at 1:00 오전

    그냥초록으로바끌까요?ㅋ~
    우리몇년전메밀꽃보러간생각이문득나네요.^^   

  10. 푸나무

    2012년 8월 8일 at 1:03 오전

    참나무님울엄마는다리만약하시지총기손으로하는일은
    저보다고수세요.
    그러니다림질도잘해주시고
    마늘감자까기…..
    그래도반찬은제가하지요.
    저없으면
    우리집식구전부밥은모두다잘차려먹어요.
    각각자립!!!^^   

  11. 푸나무

    2012년 8월 8일 at 1:04 오전

    사웅님곷때맞추기쉽지않아요.
    그래도연곷은피다지다하니깐요.

    더운여름잘지내시길요.   

  12. 참나무.

    2012년 8월 9일 at 11:49 오후

    관곡지…이제사생각이나다니…^^

    어머님계신푸나무님부러워요   

  13. 푸나무

    2012년 8월 10일 at 12:09 오전

    참나무님은고아시죠?ㅋㅋ
    전아직고아는아니니…..

    아직도아마울엄마가세상에서날가장이뻐하는사람일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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