處暑가 지척인 雨요일에
BY 푸나무 ON 8. 20, 2012
몇년전엄마가보성사시면서하셨던말씀이떠오릅니다.
하마이무렵이었을거예요.
전화기저쪽에서그러시는겁니다.
아야올해는머시겁나게잘되부렀단말이다.
뭐가?
그냥텃밭에심어논것들이랑저웃밭에심은것들도다말이다.
오이는다묵을수없게널어서느그들집에다보내고
고구마순도으찌나잘자라나불든지,
깻잎도잘되고도라지도그냥심었더니
꽃이징하게이쁘게피어나불고
녹두한주먹심었드니그것도겁나게잘자라났서야.
엄마녹두는두세알씩심은거여?
그라제두세알심은디거그서그라고너울거리며자라난단말이다.
아이고저은행나무는으트케따사쓸랑가모르게많이열리고
감도관리를못항께다
떨어져부러서그라제겁나게열렸단말이다.
작은녹두알갱이두세개서자라난무성한가지들이눈앞에어른거립니다.
거대한땅의힘이눈에보입니다.
아니단순히땅의힘뿐일까요.
자연의모든것들이어우러져이루어내는들리지않는합창,
식물의소리들이엄마이야기속에는살아움직이고있지요.
그러더니갑자기속삭이듯은근하게….말씀하시더군요.
아야,근디말이다.
농사가갑자기이라고잘되믄사람이죽는다드라,
옛말에그란말이있는디
혹시내가죽을랑가,
아이고참엄마는,벨소리를다하시네.
아니여야,그런말이있당께,
그거야,뭐농사잘되기가쉽질않으니만들어놓은소리겠지,
아니여야,
이상해야,
내가기운이없어서거름도벨라못한땅이
왜그리잘되것시냐?
글쎄울엄마는
누군가의아주흥미로운가십거리나되듯
그렇게은근히,
죽음에대한기대가어려있는목소리로,
속삭이시는겁니다.
요즈음웰빙을넘어웰다잉을이야기하는데
죽음을기대하는목소리로말할수있다면,…..
진정한웰다잉이아닐까,
하기는삶은
언제나남아있는자의몫이라
떠나는자는홀홀이가버리지요.
남아있는자는그저슬프도록오래오래기억할것이고,
아마인사동어느커피집이였을거에요.
기억이존재라는말을어느분이하더군요.
죽음은존재방식이달라지는것이니
남은자의기억은
세상을떠난사람의
<존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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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말에싹이돋고잎이피고/고재종
고들빼기는씨가잔게흙에다섞어뿌리고
도라지는잔설있을때심거야썩지않는다네
진안장귀퉁이주재순할매의씨앗가게
콩씨상추씨아주까리씨며참깨씨랑
요모조모다있는씨오쟁이마다쌔근거리는씨들
요렇게햇볕좋고날따수어야싹이튼다네
흙이보슬보슬해져야간지럼도태우고
보슬비도와서촉촉해져야쑥쑥자란다네
세상에저혼자나오는건아무것도없고
다씨가있어야나온다는할매말에
금세수숫잎이일렁이고해바라기가돌고
배추가깍짓동만해지고참깨가은종을울리는
장터,이제스스로는무얼더생산할수도없이
유복자가해준틀니에등은온통굽었는데
나는작은게좋아,요씨앗들이다작잖아,
요것한줌이면식구들배불리먹인다는할매는
길걸을때면발길닿는데마다씨오쟁이를열어
갓씨고추씨오이씨죄다뿌린다네
할매에겐땅한뼘없어도걸어댕겨보면
천지에온통오목조목씨뿌릴땅이어서
어느누가거두어가든상관않고뿌린다네
누가됐든흡족하게묵으면월매나좋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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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바라본진안장터주재순할매나
내가바라보는울엄마허순덕권사는
삶의시인입니다.
나도지금은아니지만
지금보다더한할매가되어서
울손주들이나를바라볼때
우리위영할매는시인이여……했으면좋겠습니다.
아그럴라면자연과더친해져야할텐데요.
자연의소리를알아듣는귀가
어두워져가는귀와상치하듯밝아져야할텐데요.
요즈음아주열심히
매미소리들을구별해서들어보려고애를써봅니다.
아침에일어나자마자앞뒤창문열어서매미소리를불러들입니다.
사방데에매미소리울려퍼지고
매미소리는아무리커다래도시끄럽지않으니
제귀도제법이지요?
그참저아이들말이지요.
저녁에는절대안울거든요.
근데이른아침아직해가떠오르지도않는
어둑한무렵인데도
울기시작해요..
아침이오기전
이미아침을느끼는애달픔……..이보여요.
여름의절정에울기시작하는매미소리는
사실여름을나타내기보다는내겐가을의시작을알려주는접점같아요.
매암거린다고매미우습게보면안돼요.
엣사람들은매미에게서다섯가지덕을찾아내기도했어요.
매미의입이선비의갓끈처럼생겨서文
이슬만먹고사니淸
(실제이슬은아니지요.나무의수액을먹고사니굼벵이때는땅속벌레먹고살구요)
곡식이나채소를훔쳐먹지않으니廉
(난밤이되면울지않아서염을아는것같은데말이지요)
집을짓지않으니儉
떠날때를아니信………
옛사람들
지금우리보다
훨씬더풍성하고세련된사람들아닌가요.
매미보는눈의밝고맑음도그렇지만
찾아내는미덕
또한아름답기그지없으니말이지요.
문청염검신……..
글쎄매미의미덕이하낫도없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