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아리랑 리뷰 ㅡ 작년 늦가을에 쓴
BY 푸나무 ON 9. 11, 2012
어제,
시월의마지막날이라더했을것이다..
단감두개커피한잔홍삼한봉지그리고
물한병후다닥배낭에담고결국은카메라도넣었다.
카메라를지니고있지않는날은
눈하나가없어지는지확실히무엇인가를면밀히보는데에
실패하는것같다.
면밀히봐서뭘어쩔껀데…….생각하면서도,
산의초입에서서야숨도크게내쉬고마음이안정된다.
분명바람든것이다.
사실어제도꼭가야될곳이있었는데
컨디션난조임~~전화하고,
사람도싫고수다도싫고먹는것도싫고…..
아니그보다는홀로걷고싶었다.
아무도없는산길을
그러니확실히바람든거다
산과.
밤골울거쳐숨은벽을오르는데사람들이많다.
더군다나목소리걸걸한아저씨들,
떼를지어몰려다니며목청을돋우어서정말한심한이야기들을자랑스레떠드는,
아줌마들수다보다몇배나더요란하다.
사람을피해서빨리걷거나일부러뒤처지며걷는다.
사는곳에따라나무도엄청다르다.
한동네에한방향에살면서도약간의고저에따라
아래는무성한나뭇잎거느리고있는데위는거의다벗어가고,
씩씩하고담박한나무의나신들……무지섹시하다.
꼭벗어서가아니라자신을투명하게들어내서섹시해보이는것아닌가,
분명거기쯤이었을것이다.
김기덕의아리랑생각이난것이.
발뒤꿈치,
그것도꺼멓게때끼고트고갈라진,발뒤꿈치를
전면포스터로찍은,
이영화를나는인터넷에서봤다.
우리나라에서는제대로개봉도못한영화인데
칸에서모셔가상을받았다는,
그래서어디선가이틀간잠간상영했다는베일속영화다.
정말주류감독이아니라영화를개봉못한것일까?
그는무려15편의문제작품을만든
작가감독이다.
그러나영화를공부한적없는학벌도빈약한,
그래서그는아직도언더그라운드일까,
정말그렇다면우리나라심각한후진국아닌가,
모르는글씨자막이나온것으로보아외국에서역으로들어온화면일것이다.
만약에극장에서봤다면할수없는일이었을텐데
인터넷이라
그영화를세번이나보았다.
볼것이많았다는이야기다.
볼때마다다른무엇인가가눈에띄고흘려보았던것들이
아니저것,
고도의장치가아닌가……다시생각하게하는,그런영화였다.
시작은미미한데갈수록창일한,
영화는김기덕감독자신이주인공이다.
더군다나셀프카메라다.
그는감독이고주연배우이고작가이다.
그는영화를못찍는데,
영화를찍고싶은데,
찍고싶은영화도있는데,
못찍는이유를그는말하고싶은듯,
하긴그에게있어영화는바로그의인생이니
그는자신의인생독법을이야기했을것이다.
그는말한다.
아리랑은다큐이기도하고드라마,환타지일수도있다고,
그가사는모습을그대로적나라하게보여주는대목은다큐이고
그가노크하며그를찾아와그와만나는것은환타지이고
그가영화를못찍는대목을이야기하는곳은드라마였다.
다큐처럼시작한이영화는고도의심리극에서의반전처럼
영화가끝날무렵심도깊은영화구나.
저절로느껴지게만들었다.
다큐적인장면을찍을때도카메라의프레임은드라마처럼보이게한다.
가령너저분한집안에서홍시가되기를기다리고있는감들,,,,,은
그가의도했든의도하지않았든따뜻해보인다.
그의마음이나시선을의미하는것이다.
그는혼자외친다.
레디!액션!
그리고그는배우가되어배우에대한이야기로말을하기시작한다.
자신을찾아온또다른자신인그의질문에대답하기시작한다.
다음에는그림자의질문에대답하고
그런그를또다른감독자의시선을지닌남자가바라본다.
화면에서연기하는자신을냉소적으로바라보던남자는
그보다더날카로운눈빛으로카메라를정면응시하니
바로나를바라본다.
너는어떤데??????
썩조리있어보이지는않지만
좋은책의웅숭한지문처럼
적어도그가말하는인생에대한이야기는저절로고개를끄덕이게한다.
삶과죽음배신에관한이야기도
폭력에대한관점도,
무엇보다그의삶의주체이기도한영화에대한사유도공감간다.
그가영화를찍지못하는이유는
촬영도중에있었던사고,
배우가죽을뻔한일에기인되어있다..
그는그일후다른방에가서한참을울었고
그사건후
그는죽음에대한새로운인식을지니게된다.
그리고후배감독의배신,……
양지를찾아나가는사람의성향에대하그는알고이해하면서도
그때문에그는상처입게되고
그상처는생래적인그의외로움과합해진듯,
그래서그는몇년동안
은둔과홀로를택하게되지않앗을까,
고등어에밥한공기를먹으면서영화에대한그의의견이펼쳐진다.
영화를못찍으니깐나를찍는다.난배우다.영화는진실이다.
그냥그순간이찍힐때그것이영화고진실이다.
그나저나더러운때가낀트고갈라진발뒤꿈치를보여주는의도는
정말보여주고싶지않는이야기들을내하리라!,
하는다짐같았는데
내가아주열심히
아주깨끗이관리하는곳이바로발인데
날마다제주도에서사온돌로각질생기지말라고정성들여밀어주고
발톱은칫솔로닦고……
………
내려오는밤골에는다행이사람이없었다.
그래서나는아주천천히걸었다.
마치언저리산행을하는것처럼아주느릿느릿….
나처럼여겨지는
시들어가는나무이파리몇개도찍었다.
잎마른병이든신갈나무둥치에파아란새순이솟아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