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비오는 날 ㅡ 야곱신부의 편지

사람들사이에서만필꽂히는것아니다.

사실나이들어가니사람들사이에서필꽂히는것없어지더라.

혹간아주드물게설레는경우없지않으나

나이가주는나침판은시계추와같아서

어느시인의말처럼그져경계에서게만한다,.

하여몇발자국서성이다회귀.

대신필꽂히는대상이매우다양화되어간다.

꽃과나무와책….

무형의존재들과도무수한관계가생겨난다.

오늘비내리는날,

바람도살짝더불어부는날

지하철을타고구파발쪽에서북한산산그리메를바라보는데

오메,

안개구름아롱져있는사이로숲과산의결이만들어내는그아득한선들이라니,

저절로탄성소리가지어지더라.

빗줄기가유리창에온몸부딪혀그어대듯

마음속에산그리메의선이패이더라.

영화에도드문드문필꽃힌다.

제목이나포스터만봐도

물론가끔틀리기도하지만얼추는맞다.

음이것내스탈이야….하는느낌.

야곱신부의편지

시네코아선재에서

월요일열한시삼십분한번만상영했다.

자닌주월요일도시골가느라못보고그지난주월요일도일이있었고

오늘은종영이라고해서…..

바람부는데비오는데….

장화가있었으면얼마나좋을까…..생각하면서

잘마르는스키니바지에다맨발에슬리퍼를꿰차고나셨다.

지하철타고

그러다가산그리메만났고,

이즈음대강눈치보면서경로석자리비면자연스럽게앉는다.

앉아야책을읽을수가있으니까,

나이드신할머니오시면얼른일어나는데

젊은할아버지는어떨까,혹시기분나쁘지않을까,….

그래서젊은할매약간할아부지앞에서계시는데그냥앉아서왔다.

안국역에내려풍문여고가는길들어서니…..

그렇지않아도조촐하던그길에비가주는정한이가득차있다.

넓지않는길에비들어차고

그것도바람에흔들리는비가,

사람도별반없으니,

우산위에후두둑떨어지는빗소리,

은행나무이파리에부딪히는빗소리,

길에함께흐르는무리진빗소리,

바람들이그것들을터치하는소리,

예전에건들거리는남자아이들이예쁜여자아이들보고하는말,

삼삼하네!

이런기분이었을까?

선재아트센터지하…..작지만시네큐브와약간의기시감을준다.

오늘은삼삼함에젖노라아주느릿하게걸어서여전히오분가량늦었다.

사람이허해진건지너그러워진건지잘모르겠는데

이즈음영화나책을보다가사소한곳에서자주혹하곤한다.

아마도딱이즈음아닐까

우체부가자전거를타고야곱신부에게편지를주러오는데

그길이…..온통자작나무길이다.

자작나무의터널..

모든나무의터널은아름답다.

아주작은것도아름답다.

그것은서로를향해팔을펼치고있기때문이다.

나무는이미그존재만으로도하나의터널이다.

나무가태양을향하여가지를펼쳤다고?

아니자신아닌개체를향하여내미는섬세하고다정한손길이다.

가지에서자라난가느다란잎자루위의이파리들이흔들릴때

그것은나무의말()이다.

나무라하여

푸른하늘푸르게펼쳐있는데

희디흰뭉게구름그윽한눈빛으로바라보는데

온몸을감싸듯안개스며들어오는데

나무라하여

말하고싶지않겠는가,

그렇다고이미견고해진뿌리를단단해진몸통을흔들수는없으니

대신이파리로말하는것이다.

이제막색깔변할락말락하는자작나무이파리들.

아침과낮의기온차이를가장극명하게느끼는존재들,

가느다랗고얇은그것들이온통살랑이는데.

그섬세한것들이내지르는함성소리….

나는작년초가을의구채구

낯선동네의푸른하늘과그곳에서보았던홍자작을떠올렸다.

붉으레한이파리가벗겨지는,

바람에흔들거리는소리.

이르게져내리던

꽃잎이나나뭇잎이나지는것들이

눈(雪)처럼보인다는것은아주깊은뜻이있을거야.

이즈음사람들이열광하는스토리도주제도논리도가치도암것도아닌

수많은자작나무잎흔들거리는길,

그길이보이는데순간적으로가슴이먹먹해왔다.

삶의길이저만만하면무얼더바라랴.

됐다.이한장면만으로도충분해……생각했다.

뒷머리에와닿는의자의느낌이좋았다.

음악이좋으면의자속으로몸을깊게구부려넣듯이

영화도그랬다.

마치영화속으로들어가듯의자속으로푸욱몸을넣고…..

거칠고사나운인생을살아온그녀의눈에야곱신부는한심하고답답할뿐이다.

누군가가기도부탁을하며보내온편지를읽고그에게답장을하거나

그일을위해서기도하는것이

전부인야곱신부의삶.

레일라는종신복역중사면을받으나갈곳이없다.

오래된사제관외에,

그런그녀에게

앞도보지못하는늙은신부의신앙이란것이오죽우습게보일까,

그러나차츰편지도오지않게되고야곱신부는낙심하게된다.

그리고레일라에게고백한다.

하나님을위해서이일을한다고생각했는데아니었나봐요.

나를지탱해주기위한주님의방법이었어요.

나를집으로이끌어주시는…..

그의고백은절절했다.

정말우리가무엇을하겠는가.그분을위하여.나를위하여외에,

레일라는함부로버렸던편지를다시찾으려고애를쓰고

우체부에게편지가있는것처럼소리를지르라고한다.

야곱신부에게거짓말편지를읽다가

어느순간자신의이야기를하기시작하는그녀.

그리고놀라운이야기가펼쳐지고…..

야곱신부는

레일라에게편지묶음을전해주며

편지다읽고오세요,내가차를끓여놀께요커피도…..

아마도레일라는영화속주인공으로….는가장못생긴사람이아닐까……

못생겼을뿐아니라욕심많아보이고거기다가잔혹해보이기까지하는여자.

근데그렇게사납던여자의얼굴도마음이변하니

아름답게변하더라.

고달픈자신의삶을이야기할때는가엷어보이고

야곱신부를걱정하는모습은아름답기조차했으니

결국사람의마음이곧그의얼굴이라는등식이맞더라는것.

품고있는생각이얼굴조차변하게하더라는것,

하나님께서사람의중심을보신다는것이이해되더라는것,

70여분.

영화속에나오는사람이라야우체부까지세사람….

엑스트라도거의없다.

적막함을더해주는약간의피아노소리……와나뭇잎들소리빗방울소리

그리고사제관에비새는소리..가전부인이영화.

가을에는기도하게하소서…..

시를읽는것같은영화.

거짓이나어둠은어디에도배어있지않는말간하늘같은영화

그래도한백촉(?)처럼밝아서스스로등대가되기도한영화.

영화엔딩이……지난후에도한참앉아있다가느릿하게영화관을나섰다.

더세차진비…..

월요일이라갤러리도휴관.

돌아오는길에57번가라는커피집이있어들어갔다.

커피를주는아이에게57???물었더니번지란다.

,나는57년생인데….헤아릴길없는눈빛으로그아이나를보고

나는밖을내다보며커피를마셨다.

하교를하던아이의우산이바람에뒤집혔다.

옆에있던친구가얼른우산을씌어주고우산은제자리를찾아갔다.

나무위의남작마지막챕터를다읽고나서야커피집을나섰다.

비는조금더세차게내리고.

*편지에대한글하나있어엮인글로씀.

10 Comments

  1. mutter

    2012년 9월 18일 at 12:20 오전

    그영화나도보고싶네요.
    잘읽었어요   

  2. 푸나무

    2012년 9월 18일 at 12:45 오전

    보시면아마좋아하실거에요.
    하지만사시는곳가을도엄청아름다우니…   

  3. 凸凸峯

    2012년 9월 18일 at 4:18 오전

    나무는그존재만으로도하나의터널이지요.
    사람은그존재만으로도하나의무엇일까…
    비오는날풍경이그럴듯합니다.
    그대로수채화한폭입니다.
    사람은그존재만으로도하나의무엇일까…
    다시자문해봅니다.
    T.R.A.S.H.
    삼삼한쓰레기?

       

  4. 벤자민

    2012년 9월 18일 at 1:27 오후

    아니?57년생이신분이왠경로석??
    한국은몇살부터경로인가?ㅎㅎ

    아무튼스러퍼신고도영화보러가시고
    난그유명하다는오페라하우스가
    지척에잇어도전낭만이없어서인지
    가고파도~~못갑니다

    아무튼부럽습니다
    말뿐인지상낙원에서   

  5. 데레사

    2012년 9월 18일 at 6:42 오후

    57년생이라는나이가참부러워요.속절없이이렇게나이가
    먹고보니까젊다는것이얼마나좋은것인가를알게되거든요.

    영화본지가하오래되서요.   

  6. 푸나무

    2012년 9월 18일 at 10:50 오후

    사람의존재는
    글쎄요.
    설마아무리삼삼할망정쓰레기려구요.
    그보다는관계속에서만이
    존재하는어떤것아닐까요.

    사람과의…
    신과의….
       

  7. 푸나무

    2012년 9월 18일 at 10:58 오후

    벤님
    영화는비자금^^없이도즐길수있는
    상당히경제적인독서입니다.
    아물론영화가괜찮을때의이야기이긴합니다만,

    가끔은트래쉬도있거든요.

    벤님께서
    비자금을사용하여
    인기를얻는대신
    저는비자금이없으므로
    영화나보고…..
    대신
    비자금많으신
    벤님의댓글을받는영광두누리구요.ㅎㅎ~   

  8. 푸나무

    2012년 9월 18일 at 11:00 오후

    아이구데레사님
    지송하니더.
    언니앞에서함부로나이이야길해서…..
    근데저두제법많거든요,
    그리고금방
    데레사님나이가될거구요.

    소생을젊다고해주셔서감사합니다꾸벅^^   

  9. 말그미

    2012년 9월 19일 at 12:59 오후

    한편의영화가아니라한편의생각하게하는수필을
    읽은듯했어요.
    비오는날참잘어울리는영화.
    그영화한번보고싶으나,
    게을러서미루고,바쁘다고미루고…
       

  10. 푸나무

    2012년 9월 21일 at 1:52 오전

    영화대신
    말그미님은다른일에더바쁘시잖아요.
    아이고이즈음뭐가그리바쁜지
    글쓰기도쉽지않군요.
    그러니마실도자주못가고…..
    마실가서수다도좀부려야되는데…^^*
    오늘도좋은날되세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