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비오는 날 ㅡ 야곱신부의 편지
BY 푸나무 ON 9. 18, 2012
사람들사이에서만필꽂히는것아니다.
사실나이들어가니사람들사이에서필꽂히는것없어지더라.
혹간아주드물게설레는경우없지않으나
나이가주는나침판은시계추와같아서
어느시인의말처럼그져경계에서게만한다,.
하여몇발자국서성이다회귀.
대신필꽂히는대상이매우다양화되어간다.
꽃과나무와책….
무형의존재들과도무수한관계가생겨난다.
오늘비내리는날,
바람도살짝더불어부는날
지하철을타고구파발쪽에서북한산산그리메를바라보는데
오메,
안개구름아롱져있는사이로숲과산의결이만들어내는그아득한선들이라니,
저절로탄성소리가지어지더라.
빗줄기가유리창에온몸부딪혀그어대듯
마음속에산그리메의선이패이더라.
영화에도드문드문필꽃힌다.
제목이나포스터만봐도
물론가끔틀리기도하지만얼추는맞다.
음이것내스탈이야….하는느낌.
‘야곱신부의편지’는
시네코아선재에서
월요일열한시삼십분한번만상영했다.
자닌주월요일도시골가느라못보고그지난주월요일도일이있었고
오늘은종영이라고해서…..
바람부는데비오는데….
장화가있었으면얼마나좋을까…..생각하면서
잘마르는스키니바지에다맨발에슬리퍼를꿰차고나셨다.
지하철타고
그러다가산그리메만났고,
이즈음대강눈치보면서경로석자리비면자연스럽게앉는다.
앉아야책을읽을수가있으니까,
나이드신할머니오시면얼른일어나는데
젊은할아버지는어떨까,혹시기분나쁘지않을까,….
그래서젊은할매약간할아부지앞에서계시는데그냥앉아서왔다.
안국역에내려풍문여고가는길들어서니…..
그렇지않아도조촐하던그길에비가주는정한이가득차있다.
넓지않는길에비들어차고
그것도바람에흔들리는비가,
사람도별반없으니,
우산위에후두둑떨어지는빗소리,
은행나무이파리에부딪히는빗소리,
길에함께흐르는무리진빗소리,
바람들이그것들을터치하는소리,
예전에건들거리는남자아이들이예쁜여자아이들보고하는말,
삼삼하네!
이런기분이었을까?
선재아트센터지하…..작지만시네큐브와약간의기시감을준다.
오늘은삼삼함에젖노라아주느릿하게걸어서여전히오분가량늦었다.
사람이허해진건지너그러워진건지잘모르겠는데
이즈음영화나책을보다가사소한곳에서자주혹하곤한다.
아마도딱이즈음아닐까…
우체부가자전거를타고야곱신부에게편지를주러오는데
그길이…..온통자작나무길이다.
자작나무의터널..
모든나무의터널은아름답다.
아주작은것도아름답다.
그것은서로를향해팔을펼치고있기때문이다.
나무는이미그존재만으로도하나의터널이다.
나무가태양을향하여가지를펼쳤다고?
아니자신아닌개체를향하여내미는섬세하고다정한손길이다.
가지에서자라난가느다란잎자루위의이파리들이흔들릴때
그것은나무의말(言)이다.
나무라하여
푸른하늘푸르게펼쳐있는데
희디흰뭉게구름그윽한눈빛으로바라보는데
온몸을감싸듯안개스며들어오는데
나무라하여
말하고싶지않겠는가,
그렇다고이미견고해진뿌리를단단해진몸통을흔들수는없으니
대신이파리로말하는것이다.
이제막색깔변할락말락하는자작나무이파리들.
아침과낮의기온차이를가장극명하게느끼는존재들,
가느다랗고얇은그것들이온통살랑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