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ㅡ 반쪼가리 자작

반쪼가리자작 저자 이탈로칼비노(ItaloCalvino) 출판사 민음사(2010년02월2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맑음을좋아하는것은

맑지못해서이다.

한적함을사랑하는것도한적하지못해서요.

냉철한사람을한번더바라보는것역시냉철하지못해서이다.

최선을원하는것도최선을다하지못함에있다.

그대에게결국있는것은무엇인가?

어젠나까지해서여섯차에모시고(?)여주엘갔다.

아침부터서둘렀다.

여주엘열한시까지도착했어야해서신문은커녕커피도못마셨다.

노는것도일하는것도아닌단체의일이다.

공적이면서도머썩그리공적인것이아닌,

글쓰는사람들이모인곳이지만그렇다고문향그윽한단체도아닌

좋아하는것도아니면서그냥같이흘러가는,

글도일종의어리광이다.

노파심에서하는말이지만

화가가모든아름다운것들을다그리지않듯이

마음에썩미치지못한다하여나둥그러져있다는이야기는아니다.

오히려그만남에서앞장서고열심이고미소도아주열심히짓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사실이그렇다는것이니

이야길하면조금덜한심해지나?

혹시나처럼한심한사람있어공조를해주면마음이더나아질까?

하다못해솔직한사람이라는칭호라도얻고싶은걸까?

결국나는내가반쪼가리….아닌가싶은것이다.

이탈로칼비노가쓴반쪼가리자작을읽었다.

그전에나무위의남작도읽었고

그리고보이지않는도시들,,,은오늘낼읽으려고한다.

그의기발한상상력은더말해무엇할까,.

아무리동화라도,사실동화라면가능한일이긴하지만잔혹해서

동화작가로는감히할수없는상상력이다.

전쟁터에서살아남은사람이완전반쪽이다.

정말반쪽,꼭반쪽이라니까,

그것도악한면만오롯이남아있는.

어떻게그렇게살아갈수있지?

의학적인것?필요없다.

작가가그렇다고하면그런줄알면되지,쨔샤,

개구리도정교하게반토막을내는데

어떻게그렇게장확하게반쪼가리를???

상상력없는질문불가다.

그가지나간길에는반쪼가리들이넘쳐난다.

슬프고처참하고가학적인데

그반쪼가리속에미묘한미소가숨겨져있다.

가벼운밀렵행위를한사람들에게자작은사형을언도한다.

가담한사람들도사형,무려스무명이넘는다.

믿음직하고이해력이뛰어난목수피에트로키오도는교수대를만들었다.

한번에여럿을처형할수있는아주독창적인교수대였다.

즉사한기사들의시체와고양이들의시체는사흘동안매달려있었다.

그들이만들어내는장엄한광경.

판단력이나감정들로인해시체들을떼어내거나커다란기계가분해되는것을원치않게되는,

이평이한문장들속에어려있는삶의비애라니,

사랑하는친척을위한교수대를만드는목수만비애에젖는게아니다.

죽음에서비극에서상처에서고통에서

아름다움을느끼는수많은군중속에너나없겠는가,

트렐로니는의사인데치료에는전혀관심없고

실제이글의화자인메다르도의조카와함께도깨비불같은것을연구하며지낸다.

반쪼가리자작메다르도는그의연구를도와주겠다고말한다.

그리고다음날

세를바치지않는열명의소작인을사형시켜공동묘지에묻는다

그날저녁수많은도깨비불이공동묘지에서일어나고….

블랙유머의정점이기도하고.

나역시누군가의죽음에기인되어있고

그들이피어내는도깨비불에혹해있다고해도된다.

메다르도의선으로이루어진또다른반쪽이살아오고

도다른메다르도의무조건한선함은더욱복잡하다.

반쪼가리들이서로한여자를사랑하고

여자가구원이다는상식선에서벗어나자.

차라리그다운유모어라고나할까,

선과악두반쪼가리들이한여자를차지하기위해싸운다.

그리고결국한사람이된다.

사악함속에선함을

선함속에사악함을지니고있는지극히평범한사람.

그의결론은시쳇말로얼마나쿠울한가……

이런말도안되는연상

맘몬이즘속에갇혀있는사람다운상상이다.

그의글을읽은후

아주빳빳한새돈그것도고액권은행에서막찾아,

아주높은빌딩위에서있다가

바람휙불어올때종이비행기처럼휙날리는연상….

이게뭐지하다가줍기위해마치낙엽처럼팔랑거리며구르는인간들…….

실제몇년전에우리동네에그런일이있었다.

영화속에서는비일비재하고….

이탈로칼비노의문장은거인의발국이다.

아니이발자국이웬거여?

다생각하기도전새로운흔적이나타난다.

하도성큼성큼걸어가니그저뒤다르기에도급급하다.

한곳에오래머물지말라는통찰이며은유일까,

아니면

깊은사유같은것인생살이에아무쓸모없다는결론에그는도달한것일까?

눈부신가을.

조금더남쪽으로가다보니안개가자욱했다.

어느곳에선가산그리메가그윽했고

누렇게익어가는나락들은풍요로웠다.

풍요로움은색에서나오는것일까?

나락자체에서

아니면나락이사람존재의근원이라서….

나락의누른빛이주는풍요로움이

우산없이작달비맞는것처럼사정없이내안까지들이차니

당연히의문이생긴다.

나락이지닌존재의풍요로움이내안엔없는것일까?

나도저런나락의때인데

나는그저여전히허둥거리고만있지않는가,

나락처럼풍요로움을나누기는커녕그저빈한한속..

나는과연풍요로워질수있는것일까?

생각의비의는그저의심과회의다.

그딴것하지말라니까!!!!!

이탈로칼비노가준렬히소리쳤다.

하긴그러기전시인도그랬다.

누군가나에게물었다.시가뭐냐고

나는시인이못됨으로잘모른다고대답하였다.

무교동과종로와명동과남산과

서울역앞을

걸었다.

저물녘남대문시장안에서

빈대떡을먹을때생각나고있었다.

그런사람들이

엄청난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맘좋고인정이

있으므로슬기롭게사는사람들이

그런사람들이

이세상에서알파이고

고귀한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시인이라고.//김종삼

돌아오는길

장호원복숭아가유명하잖아요.

복숭아축제한다고하던데…..

국도를타는일도정취있을것같아요.

실개천이흐르는곳에서는정지용의향수를

프라타너스굵은잎들지나갈때는

눈이부시게푸르른날을….부르기도했다.

과수원에들어가서복숭아나무사진이라도찍고싶었지만

겨우길가에서판매하는복숭아를사가지고왔을뿐이다.

복숭아는달콤했다.

12 Comments

  1. douky

    2012년 9월 21일 at 2:19 오전

    칼비노의기발하고무한한상상력과창의력을
    좋아하시는것같아서…

    신이납니다~~ㅎㅎㅎ

    ‘나무위의남작’…첫대면하고서칼비노생각하면
    가슴이콩닥콩닥…너무재미있었거든요.
    리뷰쓰고제생각드러낼때까진그저신났는데
    ‘읽어볼까봐요…’하시는분들계시게되니
    ‘이거혹시나만좋아하다…과대광고라생각하시면어쩌나…’
    걱정했었거든요.ㅎㅎ

    ‘존재하지않는기사’도저는생각많이하게되던데요…^^   

  2. 士雄

    2012년 9월 21일 at 6:02 오전

    ㅎㅎ온전한모습으로살기원하지만누구나
    반쪼가리가아닌가요.누군가또반쪼가리가있어
    채워가는것이라하는생각이듭니다.
    세상에온전한사람이라는게존재하지않는다생각합니다.   

  3. 벤자민

    2012년 9월 21일 at 2:29 오후

    아이구난뭔말인지도통어러워서^^
    몇일째몸이안좋아병원갓더만
    의사선상이앞으로한30년정도밖에는못사실것같다고^^
    그럼이것도반쪼가리인가?ㅎㅎ
    아이구어려워요

    지금난비자금반쪼가리날까봐
    그게걱정이야요ㅎㅎ   

  4. 말그미

    2012년 9월 21일 at 3:10 오후

    팬터지의블랙동화인가요?
    읽어보지못했습니다.
    ‘반쪼가리자작’.궁금해집니다.
    좀잔인한상상들은많이했나봅니다,작가는…

    복숭아먹고싶어요,푸나무님…
       

  5. 푸나무

    2012년 9월 22일 at 2:52 오전

    덕희님덕분에백년동안의고독….만큼은아니지만
    간혹그비스므레한,향을느끼게하는
    무엇보다작가의생각이걸음걸이가보여아주잼있게읽었습니다.
    과대광고절대아닙니다.^^   

  6. 푸나무

    2012년 9월 22일 at 3:23 오전

    벤님.
    병원에가셧어요?
    아이구삼십년이요?
    가만,
    삼십년동안비자금으로숙녀분들께음료수사주시려면….
    비자금관리를잘하셔야될것같은데요.
    ….
    그래도비자금반쪼가리보다
    삼십년이더파박안기시지요?
    축하드립니다.장수를요.!!!!!
       

  7. 푸나무

    2012년 9월 22일 at 3:23 오전

    반쪼가리…..
    채워져가는거라구요..
    사웅님말씀도맞습니다.
    좋은가을날되세요   

  8. 푸나무

    2012년 9월 22일 at 3:25 오전

    말그미님
    동화는아닌데
    블랙유모어두있구요
    동화스런분위기가가득해요.

    달콤한복숭아…..
    같이드시면좋을텐데
    거기계시는데로버릇없이던질수도없고…..하하^^*   

  9. cecilia

    2012년 9월 22일 at 9:29 오전

    저도대학때시집옆구리에끼고다녔는데

    저는詩를’느낌의엑기스’라고말하고싶어요.

    한가한사람들이할수있는작업이죠.

    사실시처럼살수있으면최고의인생이라고할수있는데말이죠.

       

  10. 푸나무

    2012년 9월 23일 at 7:09 오전

    느낌의엑기스…..

    세실리아님은
    외로우신가……..

    파리도가을무르익어가겠네요.   

  11. 산성

    2012년 9월 25일 at 8:46 오전

    말갛게이쁜꽃,한참들여다봅니다.
    나중에또와야지…

       

  12. 벤조

    2012년 9월 27일 at 6:34 오후

    그래,달콤한복숭아를깨물면서
    시가뭔지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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